무공으로 모험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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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로
작품등록일 :
2024.07.23 03:00
최근연재일 :
2024.09.0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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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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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석벽 미로 (6)

DUMMY

“역시 형님께서 날 구하라고 보내셨나? 그래, 형님이라면 날 걱정하고 계실 줄 알았지.”

“가문에서 말려도 제 발로 뛰쳐나간 놈이니 목숨만은 붙여서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기분 탓인가? 내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도련님보단 도련님께 휘말릴 분들을 걱정하시더군요.”


유리크는 말하면서 정도운을 힐끔거렸다.


“뭐 막상 들어와 보니 도련님이 걱정될 만한 전력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런가, 어쨌든 그 말은 가문에서 나를 믿고 맡기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 무가의 건아로서 질 수 없지. 분발해서 가문의 신뢰에 부응해야겠어.”

“음······ 힘내십시오.”

“그래,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건 선임 호위뿐이야.”


껄껄 웃는 알렉스의 옆에서 정도운이 어깨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두 분 아는 사이입니까?”

“이런, 내가 이런 꼴로 만들어놓고서 방치했군. 설마 도련님의 친구일 줄은 몰랐거든.”


유리크가 다가와서는 정도운의 환부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그러자 손끝으로 무색 기운이 응어리지며 내려왔고, 놀랍게도 그 부위의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깨의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유리크가 혀를 찼다.


“자네는 생명력을 다루는 법을 좀 배워야겠군. 남의 상처는 그렇다 쳐도, 고유 능력을 각성했으면 이제 본인의 생명력은 느낄 수 있는바, 상처를 재생하는 법은 서둘러 익혀서 나쁠 게 없지.”


잠시 후, 정도운은 말끔해진 어깨를 움직여보며 감탄했다.


“모험가란 이런 것도 가능하군요.”


유리크가 호탕하게 웃었다.


“경지가 오르면 이것저것 가능하지. 그대도 오래 살고 싶으면 서둘러 강해지도록 해.”

“경지라······.”

“참, 내 소개가 늦었군. 이름은 밝히긴 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겠네. 나는 청룡문 일급 호위 유리크. 알렉스 도련님은 어릴 때부터 모신 분이라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깊지.”

“······짐작은 했지만 알렉스님은 신분이 높은 분이군요.”

“아. 선임 호위, 그거 내가 아직 말 안 했는데.”

“음?”


알렉스가 끼어들었고, 유리크가 겸연쩍은 얼굴로 둘을 돌아보았다.


“도련님 친구분이라고 해서 틀림없이 아는 줄로만······.”


정도운이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래서, 처음 뵐 때는 약탈자랑 함께하고 계시던데 알렉스······의 호위 분께서는 놈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하하하! 이렇게 된 거 알렉스라고 편하게 이름만 부르도록 해 도운! 우린 이제 어엿한 친구, 아니 전우 아닌가. 하하하.”


알렉스가 호탕하게 말했다.


‘친구?’


딱히 상관은 없지만 무슨 논리로 도출된 결과지?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네. 형님 지시로 날 구하러 온 게 아니라면 선임 호위는 대체 무슨 용무로 이곳에 온 건가? 약탈자랑 있었다는 이 친구의 말은 또 무엇이고.”

“예, 그게···.”


유리크가 뜸을 들이자 알렉스는 흔쾌히 끄덕였다.


“선임 호위도 이 친구를 더는 외부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 문제가 되면 책임은 내가 지지.”

“그러시다면, 그게 실은 말입니다.”


유리크의 말은 이러했다.


최근 서부 무법지대 대표 험지(險地) 중 하나, 미궁 영역.


그중 한 축을 차지한 석벽 미로를 중심으로 온갖 밝혀지지 않은 보물들이 잠들어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은 처음에 헛소문 취급을 했지만, 날이 갈수록 소문은 살을 붙이고 근거 없는 구체성을 띠며 이야기가 점점 그럴싸하게 변해갔다.


점차 도시의 모험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어중간한 신뢰성으로 가장 먼저 잃을 것 없는, 밑바닥 모험가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보낸 거군. 그게 선임 호위이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나름 소문이 일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웬걸, 막상 와서 보니 놈들이 먼저 와있던 겁니다.”

“놈들?”

“무법지대 육대 세력의 하나, 홍련파(紅蓮派).”


알렉스는 답지 않게 침음했다.


“음. 어쩐지 조직적으로 약탈자들을 부리는 놈들이 있어서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놈들은 먼저 이곳을 점거하고 있었고 그 눈들이 곳곳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 계획적인 움직임···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죠. 도련님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오히려 놈들을 이용하기로 한 건가?”

“정답입니다.”


유리크는 어쩐지 한숨을 쉬었다.


“도련님을 찾아서 보호하는 것도 임무 중 하나였지만,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협력을 받아내려면 저도 협조하는 시늉을 해야 했어요. 중간에 잠깐 다른 길로 새긴 했지만 말이죠.”

“그건 조금 샌 게 아닌 것 같은데?”


유리크는 정도운을 바라보았다.


“도련님의 친구분.”

“편하게 부르시죠.”

“그래, 도련님의 친구. 오면서 보니 불량한 놈들을 처단하는 데만 힘을 썼더군.”

“예, 뭐······.”

“사람의 행적은 보기보다 많은 걸 보여주는 법이지. 그대는 심지가 곧고, 재능도 출중해. 솔직히 며칠간 그 행적을 따라오면서 여러 의미로 감탄했다.”

“별말씀을, 약탈자들을 잡고 제 사리사욕을 채웠을 뿐입니다.”

“겸손하기까지 하군. 이렇게 여유 없는 상황만 아니라면 본문에 견학 절차라도 한 번 제안해보는 건데 말이야. 참 아쉬워. 탐나는 인재야.”

“······.”


정도운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여 보였고, 유리크는 진중하게 분위기를 잡고 말했다.


“도련님, 그리고 도련님의 친구, 길게 설명할 순 없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일?”

“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조만간 미로에 큰 난리가 일어날 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은 지금부터 서둘러 탈출하는 게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일에 휘말린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어요.”

“선임 호위는 어쩌게?”

“저는 도련님이 무사하신 것도 확인했고, 당분간 가문과 교신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의 파악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음···.”


알렉스는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었다.


이후 유리크는 가문에는 도련님의 근황 정도만 보고하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미로를 탈출할 것을 당부하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도운은 어쩔 거야?”


정도운은 피식 웃었다.

그는 정도운을 그냥 물 흐르듯 친구로 대하고 있었다.


“흠, 나는···.”


정도운은 마침 저 멀리 약탈자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안 그래도 슬슬 보스방을 찾으려고는 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저놈들을 더더욱 내버려둘 수가 없네.”


그러면서 검을 들고 일어난다.


“하하, 그런가.”


그 뒤를 알렉스가 따랐다.



***



제이슨의 약탈군 본대가 출정한 이후.


미로는 대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가 정찰 및 각 구역의 길을 열어두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일제히 기백(幾百)이 넘는 약탈자의 군세가 물밀듯이 쏟아져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곧 압도적인 머릿수를 바탕으로 곳곳에 피의 강을 만들어냈다.


뭣 모르고 들어온 모험가들에게는 온갖 강도질을 자행하여 소중한 것을 빼앗고.


지나가는 아귀 무리는 잡아다 미로를 통과하는 함정 파훼용 고깃덩이로 내던졌으며.


심지어는 그들의 편이 아닌 약탈자조차 마구 살해하여 미로를 피로 물들였다.


물론 그들은 날뛰면서도 그들의 우두머리인 제이슨이 품은 꿍꿍이가 뭔지는 몰랐다.


관심도 없었다.


그저 모든 걸 약탈하라는 명령.


그 명령만큼은 자기들에게도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약탈자 군단은 한 번뿐인 축제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



“어차피 하루살이 인생들. 버러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놈들이지만 마지막에 그런대로 쓰임새는 있구나.”


모험이란, 누군가의 이야기가 거대한 모험의 서의 지면(誌面)에 상흔처럼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홍련파는 고문헌에서 밝혀진 석벽 미로에 옛이야기를 발견하여, 그때의 환경을 재현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힘으로 석벽 미로에 실존했던 살성(煞星)을 불러오기 위함이었다.


원본의 주역이었던 살성을 불러와, 그 힘의 수혜를 물려받는 것이 그들 홍련파의 목적이었다.


석벽 미로의 깊숙한 곳, 구릉지대.


제이슨은 그곳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렸다.


잠시후.


미리 설치된 소환용 ‘문’을 통해 일단의 무리가 빛을 뿜으며 등장했다.


화아악―!


제이슨은 얼른 부복했다.


그리곤 조심히 눈만 들어 슬쩍 나타난 무리를 흘끔거렸다.


먼저 가장 선두.


검은 머리, 냉엄한 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까만 흑의(黑衣)의 무복을 차려입은 젊은 사내를 필두로, 제이슨이 아는 면면과 이 일의 책임자인 부당주도 보였다.


직후 그의 신경을 사로잡은 것은 흑의인의 청년이었다.


‘살성의 재능!’


이 이야기의 수혜만 입으면 장차 지고의 군주가 되어 그들을 부귀영화로 이끌 존재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동행한 이들을 어림한 제이슨의 아미가 꿈틀거렸다.


‘전투부장 셋과 부당주까지···.’


홍련파의 전력 일부가 이곳에 행차해 있었다.


‘이러면 일이 확실해지긴 하나, 이 정도 전력이 올 거면 애당초 내게 전권을 위임하여 주신 게 아니었단 말인가?’


어쩐지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하며, 제이슨이 다시금 부당주와 흑의인을 향해 고개를 내리깔았다.

겉으로는 절대 충성의 모습만 드러낼 뿐이었다.


“오셨습니까.”

“제3전투부장(戰鬪副長). 먼저 와서 고생이 많군.”

“아닙니다. 부당주님.”

“일은 어떻게 되었지?”

“명령대로 조금 전 대규모 출정을 했습니다. 고문헌(古文獻)의 내용대로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였으니, 곧 그에 반응한 원본의 이야기가 눈을 뜰 것입니다.”

“훌륭하구나. 아, 소개하지.”


처억.


부당주의 소개가 나오기 전에, 흑의인은 먼저 제이슨의 앞에 도달했다.

제이슨은 그 발치를 보고 왜인지 모르게 움찔했다.


“얘기는 들었다. 네가 이곳에 먼저 와서 물밑 작업을 다져놓은 녀석인가?”

“···? 예, 그렇습니다.”


자연스러운 하대에 제이슨의 미간이 재차 꿈틀했다.


‘제아무리 고문헌에 드러난 살성이라도, 아직은 고작 입문경(入門境)··· 아니 그조차도 완성 못 한, 말하자면 신생아와 같은 상태가 아닌가?’


한데도 벌써부터 개척경(開拓境)의 상위 모험가인 그에게 이리 거만하기까지 한 태도라니.


‘바깥에서 입문경 따위가 이딴 태도를 보였다면 바로 머리를 뭉개버렸을 터인데······.’


물론 실없는 생각이었다.


“그래, 수고했다.”


그 말을 남긴 흑의인은 석벽 미로의 정경을 둘러보더니, 어딘가에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는 어쩐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어딘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투부장들이 제이슨을 힐끔 본 뒤 흑의인을 뒤따랐고, 부당주는 마지막으로 남아 제이슨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이제 저희 홍련파에 대살성이 탄생하는 것입니까? 문헌대로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고, 이 도시에 군림할 진정한 왕이!”

“아니, 아직은 아니지.”

“···그 말씀은?”

“오래된 문헌은 실전된 부분이 많으니 이 석벽 미로의 전개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대업의 마지막까지 철저히 방심하지 말도록.”

“···! 예!”

“아,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한다고 진행했으나, 바깥에서의 정보 통제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당주님의 전언이다.”

“그, 그런?”


제이슨의 눈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정보 통제가 되지 않았다면, 외부의 강력한 모험가들이 그들의 대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부당주가 그 반응을 보고 흘흘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걸 막기 위해서 우리가 온 것이니··· 또한 밖에서 다른 세력이 온다고 하더라도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그래, 아무튼 제3전투부장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본 파와의 교류를 위한 이곳을 단단히 지키고 있도록.”

“······존명.”


부당주가 무어라 이유를 붙였으나 명분은 중요치 않았다.

그 얘긴즉슨, 이제까지의 수고는 수고고 너는 대업의 중심에서 이만 물러나라는 의미였으니.


제이슨은 보이지 않게 이를 악문 채 충성의 의미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 그래.”


부당주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



그 시각 미로에는 부당주의 우려대로 일제히 불청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빛과 함께 곳곳에 인영(人影)이 드리운다.


“아~ 미로 냄새. 정말 여기가 맞는지 몰라.”

“한때 이런 곳을 전전했다니 너무나도 구역질이 나는군.”


홍련파와 무관하게 냄새를 맡고 들어온, 각 구역의 외부 모험가들!


그런 이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미로에 왕림한다. 그 수가 물경 수십에 이르렀다.


역시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들 하나하나가 도저히 미로의 수준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자들이었고, 그 등장 또한 명백히 부당주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른 등장이었다.


“자~ 무법지대의 냄새 나는 것들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인지. 방심하고 있을 때 맛있게 사냥해보자고.”


미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런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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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던전 공략 24.09.01 17 1 17쪽
11 등잔 밑이 어둡다 24.08.10 17 1 14쪽
10 밖으로 24.08.07 29 1 15쪽
9 영웅과 악당 24.08.04 42 1 19쪽
8 석벽 미로 (7) 24.08.02 43 1 16쪽
» 석벽 미로 (6) 24.07.31 71 3 13쪽
6 석벽 미로 (5) +2 24.07.29 49 4 14쪽
5 석벽 미로 (4) 24.07.28 53 4 21쪽
4 석벽 미로 (3) 24.07.25 87 4 18쪽
3 석벽 미로 (2) 24.07.24 61 3 21쪽
2 석벽 미로 (1) 24.07.23 76 4 15쪽
1 모험의 시작 24.07.23 93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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