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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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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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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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과부의 대추가 맛있는 사연

DUMMY

그라면 윤서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이다. 천삼은 솔개가 가져갔다.




*




과부의 집.......

주막집 점주의 죽음에도 과부는 초연했다. 그와 사랑했던 시절보다 아기를 잃은 슬픔으로 고통 속에 자신을 놔둔 세월이 더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부는 막란과 윤서에게 이불을 깔아준다.



“자꾸만 신세지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리가 낫는 대로 길을 떠날 것입니다.”


“아닙니다. 기거하시는 동안 몸조리 잘 해주세요. 두 분 신혼에 누추한 방을 드려 죄송합니다.”



윤서와 막란은 과부의 말에 놀란다. 윤서는 남장을 했고 막란은 행색이 남루하고 생긴 것은 누가 보아도 보잘 것이 없었다. 거기에 곱추가 아니던가. 그런데 갓 혼례를 치룬 내외로 본 것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희가 부부라는 걸?”


“서로 바라보는 눈을 보고 알았습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아무리 남장을 해도 몸매는 여인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사연은 있겠으나 계속 남장을 하고 다니시면 오히려 더 수상하게 볼 것입니다.”



그래서 윤서가 쉽게 눈에 띈 것이다. 아무리 남장을 해도 곱상한 얼굴은 그대로 있어 이상하게 보고 기억에 남는 것이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쟁이가 편해 사내처럼 바지를 입고 거기에 깔 맞춤으로 남정네 저고리를 걸친 것뿐입니다.”



“바깥 분은 별로 말씀이 없으십니다. 숫기가 덜 올라서 그런지.......”


“숫기는 꽉 차 있습니다. 주체 못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제와는 다르게 과수댁(과부)은 말씀을 좋아하십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입을 벌리기로 했습니다.”


“입만 벌리면 세상은 살만 합니다.”



과부는 청산유수다. 전날 본 여인과는 다른 사람이다. 어두웠던 집은 곳곳에 등잔불을 놓아 환하게 밝혔다. 주막집 점주가 죽었다고 해도 잠시 마음 아파했으나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과부는 새 사람이 된 듯하다.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던가....... 과부가 놓고 간 대추가 탐스럽다.



“서방님 대추 드세요. 씨알이 굵어 맛있습니다.”


“피곤합니다. 어서 자리에 듭시다.”


“먹고 자요. 대추가 양기를 보충해 준다고 합니다.”


“전 숫기가 주체 못할 정도로 가득 차 있어 필요 없습니다.”


“.......다 농으로 한 말들이었어요. 서방님 마음만은 여인네처럼 부드럽다는 걸 저는 압니다.”


“저는 부인한테 사내이고 싶어요. 정열적이고 뜨겁게.”


“잠이나 주무세요. 전 할 일이 있습니다.”


“할 일? 뭔 놈의 할 일?”



윤서는 달라붙는 막란을 겨우 재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달이 참 밝다. 마당 한 쪽에 심어져 있는 대추나무가 실하다. 과부의 정성이 많이 들어간 듯하다.


담 넘어 관찰사가 보낸 감시자들이 기웃거린다. 윤서가 절룩이면서 그들에게 다가가 대추를 건넨다. 머뭇거리며 감시자들이 대추를 받는다. 이들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저 어디 도망가지 않아요. 맘 편히 대추나 드세요.”


“고맙습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 대추작황이 별루인데 이 집 대추는 크게 잘 열었습니다.”


“아마도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들어가 대추가 좋은가 싶어요.”


“정성만으로는 안 되고 거름도 좋아야 할 겁니다.”


“........”


“밤이 늦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일을 할 테니 들어가서 쉬세요. 아씨.......”



말을 주고받으면 관군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데 툭하면 서방은 이들에게 칼질이나 하니....... 정작 나쁜 사람은 막란이 서방이다.


사실 주막집 점주를 죽인 사람이 솔개가 아닌가 의심했었다. 자의든 타의든 윤서에게 천삼을 받았으니 홍삼의 밀매자로 윤서를 지목할 수 있어, 불리한 증인인 점주를 죽여 없앤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막란이가? 하지만 하루 종일 윤서와 함께 한다. 아무리 민첩해도 그럴 틈이 없었다. 관찰사도 아니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천삼을 노린 단순 강도이다. 이 밤은 하얗게 지샐 것 같다.




*




다음날 아침.......

아침부터 닭 울음소리로 시끄럽다. 그렇잖아도 방 한구석에서 새우잠을 자 피곤한데 닭들이 윤서를 깨운다. 막란 서방은 코를 골며 잘도 자고 있다. 새우잠을 자고 있으면 이불이라도 덮어줄 줄 알았다. 막란 서방을 시험했다. 아마도 여자의 마음은 이런가 보다. 그런데 밤새 혼자 잘만 자고 있다. 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실제로 때리려는데 막란이 깨어난다.



“부인....... 밥은 아직 안됐소?”


“관찰사가 닭을 보냈나 봅니다. 가서 닭 좀 잡으시지요? 전문이시잖아요?”


“나 피 보는 거 부인이 싫어하잖아요?”


“잡는 건 싫어도 먹는 건 좋아합니다.”


“잘 주무셨어요? 밤새 조용한 거 보니까 잘 주무신 거 같은데?”


“서방님은 조용했지만 전 시끄러웠습니다.”


“누구요! 누가 또 우리 예쁜 부인을 괴롭혔습니까?”


“됐습니다. 그 놈은 나쁜 놈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안됩니다. 나쁜 놈은 혼구녕을 내야 합니다.”


“닭이나 잡으세요.”


“네.......”



약속한 대로 관찰사가 씨암탉으로 이 십 여 마리를 보내줬다. 닭을 한 번에 다 고와 보내주면 많을 것 같아 재료를 같이 보내어 두고 먹으라고 했다. 막란이가 특기를 살려 칼을 들고 닭장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닭 몇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닭털이 많이 빠져 있는 걸로 보아 이미 누가 잡아 간 것 같다.


대추나무 아래서 과부가 닭을 잡는다. 닭장에서 나온 막란이가 보는데 예사롭지 않은 솜씨다. 보통 닭을 잡으려면 닭 모가지를 비틀어 가슴뼈가 시작되는 동맥을 찾아 칼로 베어준다. 과부는 목을 발로 눌러주고 동맥을 끊는다. 닭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세상을 다한다.



“서방님 보다 한 수 위 같습니다.”


“.......”


“왜....... 칼 잘 쓰는 여인 보니 옛날 생각이 나십니까?”


“아름답지 않나요? 칼과 여인이 한 몸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흥분되겠죠....... 서방님을 한 대 패주고 싶습니다.”


“전 평생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홍두깨로 때리고 싶어요”



닭의 동맥을 끊어 놓으니 피가 샘솟듯 나와 바닥을 적신다. 그렇게 닭 다섯 마리를 잡는다. 대추나무 뿌리 주위가 빨갛게 물든다.



“여인 혼자 세상을 살기에 각박합니다. 칼질이라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지요.”


“서방님은 저 여인이 측은한 가 봅니다.”


“칼질하는 여인은....... 아름답습니다.”


“장작을 패세요. 닭 먹기 싫어요?”



막란이 장작을 패고 윤서는 솥단지에 물을 채워 넣는다. 집 안을 둘러보는데 부뚜막에는 가지런히 온갖 솥이 정갈하게 걸려 있다. 여자 혼자 사는 살림살이 치고는 과할 정도다.


낮인데 뻐꾸기 소리가 아름답다. 철없는 막란 서방은 장작을 패다말고 뻐꾸기 울음소리에 맞추어 풀피리를 불고 있다. 가끔 듣는 소린데 듣기가 나쁘지 않다.



“부인....... 관찰사도 초대 하지요. 아무리 나쁜 놈이어도 그 사람 덕에 괴기를 먹을 수 있으니 부르시지요.”


“미쳤습니까 서방님! 그놈은 우릴 홍삼 밀매업자로 엮으려 했던 천하의 쌍놈입니다. 그런 씨부럴 놈에게 백숙을 멕이다니요?”


“그러니까 백숙 멕이고 살살 꼬셔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겁니다.”


“짚신 한 번 거꾸로 신은 연놈들은 잘 돌아오지 않는 법입니다.”


“그때는 발모가지를 분지르면 됩니다. 밑져야 본전치기입니다.”


“처음으로 서방님이 머리를 쓰셨으니까 따르겠습니다.”



감시자 한 명을 관찰사에게 보낸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과부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다.



“누추한 집입니다. 그런 지위 높은 분은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나라님도 백숙 먹고 똥 되어 나오는 건 똑같습니다. 지나친 염려는 마시고 정성을 다하면 됩니다. 그래야 아쉬운 일이 있을 때 이 인연으로 부탁할 기회도 생기고요.”


“부인 말이 맞습니다. 그간 일들이 많으셨을 텐데....... 관찰사님 앞에서 모든 것을 털어 새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닭 한 마리를 더 고와야 겠습니다.”




*




이른 저녁....... 아침부터 고운 백숙이 먹음직스럽게 상에 올려 진다. 때마침 관찰사가 수하들과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다리는 어떻습니까?”


“많이 좋아졌습니다. 내일은 길을 떠나도 될 정도로요.”


“아직은 안 됩니다. 천삼을 찾지 못했어요.”


“그놈의 천삼! 제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잡아 두시려는 거죠! 백숙 앞에서 화딱지 나게!”


“몇 번 이야기해야.......”


“제가 찾아 드리겠습니다.”



막란이 나선다.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당당하다.



“니놈은 누구냐! 누군데 함부로 나서는 게야!”


“제 서방입니다.”


“.......또 실수했습니다. 난 생긴 모습만 봐서는 부리는 종이라 생각해서.......”


“사람은 생긴 모습만 봐서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 서방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천삼을 찾을 수 있다니요?”


“찾을 수 있습니다. 찾으면 관찰사님이 순순히 저희들을 보내주실 수 있는 지요?”


“책임지고 보내드리겠습니다. 천삼은 개성 뿐 아니라 조선에서 보물과 같은 작물입니다. 그것을 찾게 해 주신다면 원하는 것 뭐든지 해 드리겠습니다.”


“우리에게 덮어씌우려던 죄도 없던 일로 해 주시고요.”


“그건....... 더 조사해봐야.”


“됐습니다. 백숙이나 자시고 돌아가시지요.”


“아닙니다. 제가 그만 눈이 돌아가서........ 여러분들은 원래 죄가 없었습니다. 천삼만 무사히 돌려주시지요.”



하는데....... 대문에서 과부의 목덜미를 잡고 솔개가 들어온다. 윤서가 놀라 소리친다.



“솔개 서방님이 어떻게!”



막란이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막집 점주를 죽인 건 도망치던 과부였습니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막란이 사건의 내막을 이야기 한다.


점주는 그동안 서로 합을 맞추어 돈 있는 상인들을 골라 은밀하게 과부에게 보냈다. 과부는 그 상인들을 죽이고 재물을 취한 것이다. 윤서일행이 병기를 구하러 국경까지 간다고 하자 전(錢)이 많은 줄 알고 일을 꾸민 것이다. 먼저 안면이 있던 솔개에게 과부의 정보를 알려주어, 그의 신기에 속아 넘어가는 척하고 막란과 윤서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윤서를 알아본 윤호산 사람에게 그녀 일행이 밤새 감시를 당하는 것을 알고 이들을 죽이지 못했다. 하지만 귀한 천삼이 윤서에게, 또 그 천삼이 주막집 점주에게 우연히 넘어갔다.


둘은 주막집 상인들을 다 내쫒고 은밀히 천삼을 챙겨 도망가려 했으나, 과부가 꼭지가 돌아 혼자 챙기려 점주를 죽이고 주막을 불태워 없앴던 것이다.


그 후 과부는 천삼을 챙겨 집으로 돌아와서 말을 없애고, 천삼을 밀매로 처분하려 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개는 점주가 순순히 천삼을 맡아주는 것이 수상해 다시 돌아와 확인하다,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천삼을 숨긴 곳을 알아내려 지금껏 찾아 헤맸다.


그런데 대추나무 아래서 닭을 잡아 피를 과하게 땅에 흘리는 과부의 모습을 보고, 천삼이 밑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막란이 알게 된다. 피가 뿌려진 땅에는 누구도 접근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이해가 안 됩니다. 솔개 서방님....... 그럼 여인네 가슴을 만져 지난 날 사연을 안다는 서방님의 신기는 무엇입니까?”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신기가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유방을 만져 귀신을 볼 수 있습니까? 소싯적에는 궁둥이로 시작하다 지금은 가슴이 좋아 위로 올라간 것뿐입니다.”



막란의 지시로 대추나무 아래를 관군들이 판다. 하지만 천삼은 나오지 않고 그동안 과부가 죽인 상인들의 뼈만 나온다. 그들의 피와 살들이 거름이 되어 그동안 대추가 실하게 열린 것이다. 아무리 파도 천삼은 나오지 않는다. 윤서가 불안하게 막란에게 묻는다.


“서방님 천삼이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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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남자들의 세계는 다 그런 겁니다 24.08.1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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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천으로 세상을 덮다 24.08.16 17 0 11쪽
38 고구마와 감자 24.08.15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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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쌍 바윗골의 비밀 24.08.01 29 0 11쪽
23 도적, 산적, 화적 중에 으뜸은 화적이라 24.07.31 41 0 11쪽
» 과부의 대추가 맛있는 사연 24.07.30 47 0 12쪽
21 백숙이 먹고 싶다 24.07.29 32 0 12쪽
20 칼잡이 여인을 사랑하다 24.07.28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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