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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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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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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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명월관에서 일어난 일

DUMMY

한 밤 모두가 잠든 시각에 막란과 윤서는 조찬한과 채연을 만나서 담판을 짓기로 한다.




*




윤호산의 집.......

‘넘어다보는 단지에 겉보리 서 되만 있으면 처가살이 않는다.’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조선에서 데릴사위는 남 보기 부끄럽고 치욕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조찬한은 따가운 주위의 시선을 참고 참았다. 때로는 장인 윤호산의 무리한 요구도 최선을 다해 들어 주었다. 멸문을 당한 가문을 위해서다.


최근 임금의 실정으로 백성들의 불평불만이 고조되어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 조정에서는 이를 빌미로 서인과 사림들이 집단으로 상소를 올리고, 임금을 비롯한 윤호산이 우두머리로 있는 대북세력을 비판한다.


이를 무마하고자 윤호산은 사위 조찬한에게 반정세력을 파악해 잡아들이고자 한 것이다. 나라가 시끄러우면 백성들의 관심을 돌릴 것을 찾아야 하는데 역모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찬한은 장인 윤호산의 기대만큼 잘하지 못했다. 도적은 잘 잡아도 백여우 같은 인목대비의 교활한 짓과 최이척의 계략도 밝혀내지 못했으며, 윤서와 화적들의 연관된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한 것이다. 윤호산도 점차 사위 조찬한에 대한 기대가 식어갔다. 아니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호산은 이용할 것이 있으면 누구든 끌어들였다. 딸 채연이가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조찬한을 남편으로 맞는다고 했을 때도 데릴사위 조건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자네는 조정의 내직으로는 맞지 않은 것 같네.”


“이 사람은 아버님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습니다, 이제 사위를 내 치시는 겁니까!”


“공을 세우지 못하면 앞길을 내줄 수 없다. 채연이 네가 망한 가문의 저 놈을 골라 서방으로 했다고 해도, 내 사위가 되려면 그만한 것을 가져와야 돼! 능양군의 목이든 인목의 목이든!”



윤호산의 최후통첩이다. 막말은 언제나 참고 넘기며 견딜수 있다. 하지만 조찬한의 가문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고조부 때 까지는 윤호산의 가문 따위는 넘볼 수 없는 개국공신의 가문이었다. 지금은 정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잠시 주춤하는 가문이다. 조찬한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윤호산 대감!”



조찬한이 장인 윤호산을 이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아버님 아니면 빙부어른이라고 불렀다. 이제 그의 마음도 윤호산을 떠난 것이다. 채연도 남편 조찬한의 태도에 당황한다.



“저의 가문은 태조 대왕을 만든 조상이 있는 집안입니다! 저를 욕해도 가문은 욕하지 마세요! 윤호산 대감!”


“니가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니 처지가 불쌍해 받아주었더니 주인을 물려고 해! 말해 보거라! 끝장을 보고 싶은 게야!”


“아버님 제 남편입니다. 고정하세요!”


“내 눈에 나면 사위도 없고 딸도 없다! 오늘 일은 평생 가슴에 담고 있겠다! 무마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윤호산이 지랄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조찬한이 대든 것은 처음이다. 아버지 윤호산이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다음에 조찬한에게 묻는다.



“왜 그랬어요?”


“윤호산 대감을 버려야 겠습니다.”




*




명월관.......

한양에서 그렇게 유명한 기생집은 아니지만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한적한 곳에 위치에 있어 조찬한이 자주 찾는 기생집이다. 사실 이곳은 아내 채연이가 소개해 준 곳이다. 아버지 윤호산에게 책망을 듣는 날이면 잠시 회포를 풀어 억눌린 감정을 다스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늘은 아내 채연도 같이 왔다. 특별한 날이니 만큼 기생 둘을 조찬한의 양쪽에 앉아 시중을 들게 한다.



“서방님 맘껏 들어요. 뭣들 하느냐 잔을 채워드리지 않고!”



채연의 행동이 조찬한에게 강압적이기는 하나 그녀가 챙겨주면 이상하게 조찬한의 마음이 편안하다. 오랜 동안 길들여져 왔다는 것이 느껴져 순간 조찬한이 놀란다.



“뭐라고 말 했어요? 아버님을 버리자구요?”


“조정신료들이 능양군과 폐비 인목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내 아버지고 당신 장인이잖아요. 그런 분을 버리고 역적 놈들에게 붙자는 겁니까?”


“지금의 임금은 능양군과 서인세력들이 몰아내지 않아도, 백성들의 민심을 잃어 언젠가는 쫓겨 날 겁니다.”


“정신차려요! 대세를 쫒다가는 옆에 있는 밥통도 날아간다구요!”


“반정이 성공하면 옆에 있는 밥통도 깨질 겁니다.”



막란은 잘못 봤다. 채연을 변화시켜 조찬한을 끌어드리려 했으나, 오히려 조찬한이 임금과 윤호산에게서 멀어진 상황이다.



“그래서 역적이라도 될라구요!”


“물결의 흐름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채연이가 빡친다.



“물러나 있거라! 이 방에서 오 십 보 안에는 사람들을 드나들게 하지마라!”



채연은 기생들을 내 보낸다. 남편 조찬한을 잡기 위해서다. 그동안 이런 그녀를 보면 공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서웠다. 때로는 상투를 잡아 흔들며 채연의 화를 풀곤 했었다. 맞서 대응하기엔 지나온 세월이 겹겹이 쌓여 조찬한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당신! 누구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지 알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윤서와 막란이 들어온다. 차라리 윤서 편에서 연통이 온 걸 다행이라고 조찬한은 생각했다. 마음이 점점 윤호산에게서 떠나던 차였다. 할 이야기가 있다하니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인목하고 모종의 역적모의를 해 수배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지만, 이야기를 들어본 후 잡아도 늦지 않아 일단 만나려는 거다. 아내 채연하고 동반하는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너 이 쌍년....... 여길 어떻게!”


“진정하세요. 부인! 미리 약조되어 있던 겁니다.”


“이년은 인목하고 역모를 하고 있는 년입니다. 어서 잡아들이세요!”


“토포사님 부인! 나두 좋아서 여기 온 거 아니니까 피차 피곤하게 승질 돋구지 말구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해 봅시다.”


“니년하고 할 이야기가 뭐 있어! 어린년한테 머리카락 잡아 뜯긴 것이 억울해 한이 맺혔다.”


“어린년한테 머리카락 말고도 다른 털도 뽑혀 볼래!”


“두 분 다 참으세요! 생사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가 달려 있습니다.”



조찬한이 가운데 껴서 말려도 둘은 머리끄댕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막란이 연판장과 인목대비의 교서를 채연에게 들이밀자 그때서야 떨어진다.



“이....... 건?”



조찬한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장인 윤호산의 마음을 돌릴 수 있고 가문도 살릴 수 있다. 막란이 나선다. 윤서가 채연과 조찬한에게 맞서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임금을 끌어내고 능양군을 왕으로 임명한다는 인목대비마마의 교서와 호응하는 분들의 혈장입니다.”



패를 보여주었으니 결단을 하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윤호산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했던 이조판서 김길현의 혈장도 있다. 이러면 삼 할이 아니라 조정의 반은 능양군의 편에 선 것이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자리보전을 위해 임금과 윤호산의 편에 남은 놈들이다.



“서방님! 여기에 쓰여 있는 놈들을 역적으로 체포해요. 그러면 서방님과 서방님의 가문은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부인은 죽은 듯 살아온 나를 다시 살리고 싶소?”



조찬한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모든 감정을 대신하여 채연에게 묻는다. 나를 죽인 건 당신인데 나를 당신에게서 다시 살리고 싶냐고. 영악한 채연이 당황한다. 이제껏 쥐새끼처럼 아버지 윤호산과 자기에게 기 한번 펴지 못하고 살아온 조찬한이다. 그런 그가 반항을 시작한 것이다. 이놈의 기를 죽여야 한다.



“이 둘을 체포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아니라 내가 버릴거야!”



조찬한은 아내 채연의 말을 무시한다. 이미 윤서 편에 선 듯하다.



“내가 능양군에게 간다면 무엇을 나한테 해줄 수 있소?”


“조찬한! 네 이 놈! 이 배은망덕한 놈! 내가 널 어떻게 사람구실을 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조찬한이 막란의 칼을 뺏어 채연의 목을 겨눈다.



“대답하시오. 내가 윤호산과 이 딸년의 목을 베면 나한테 무엇을 해 줄 수 있습니까?”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채연은 입을 다문다. 그래도 억울해 눈빛만은 조찬한을 쏘아 본다. 조찬한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윤호산과 채연의 편에 서면 죽지 못해 사는 것이고 능양군 쪽으로 돌아가면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걸.......



“전 노비출신 화적입니다. 무엇도 약조드릴 수 있는 처지가 못 됩니다. 우리도 화적의 죄를 사해준다는 것만 믿고, 살기 위해 저지르는 일입니다. 토포사님의 죄가 있다면 그것은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부모님을 죽였어! 그것은 용서가 안돼!”



윤서는 억울하다. 아무리 토포사의 마음을 돌리려, 막란의 말을 따라 이곳까지 왔지만, 부모님의 죽음은 윤서에게 한이 되었다. 그런 부모님을 죽인 놈을 용서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난 죽이지 않았습니다. 죽이라고 백정을 사주한 것은 맞지만 부모님은 백정 손에 죽지 않았습니다.”



이 무슨 말인가....... 조찬한이 죽이지 않았다니?



“당신이 몽골 용병을 시켜 죽였잖아!”


“아니오. 용병들은 시키는 일만 합니다. 받지 않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나쁜 놈이지만 거짓을 할 놈은 아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놈들이 숨어 있다. 윤서의 부모님을 헤쳐 이득을 보려는 놈들이.......



“아무 것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난 이 일에 동참할 수 없어요.”



조찬한이 자신의 아내 채연의 목에 겨누었던 칼을 거둔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 왔네 당신! 어서 저것들을 없애고 역적의 물건을 빼앗아요!”


“조용하지 않으면 당신 목부터 벨 것이야!”



조찬한의 한마디에 채연은 입을 다문다. 여차하면 목이 달아날 판이다. 이 상황을 넘기면 아버지 윤호산에게 말해 이놈을 당장 죽여야 겠다. 아버지 말대로 주인을 물었다. 그러면 살려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채연은 역시 아녀자다. 아무리 야망과 꿈이 커도 부모의 그늘에 가려있는 자식이다. 윤호산을 배신할 수 없는 성격이다. 막란은 채연을 오판한 것이다. 막란은 채연을 버리기로 했다.


여자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내 남자를 좋아하는지 내 처지를 부러워하는지 혹은 질투가 들어가 있는지 말이다. 남자들끼리도 마찬가지다. 조찬한과 막란은 서로의 표정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찬한이 채연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때, 그녀를 살릴 마음이 없었다는 걸 눈치 챘다. 이미 그들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조찬한은 아무 조건 없이 인간답게 살기 원했다. 그래서 채연을 죽이기로 했다.


막란은 윤서와 방에서 나왔다. 윤서가 채연이 죽는 광경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방문을 닫자마자 조찬한의 허공을 가르는 칼날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다행히 윤서가 눈치 채지 못한다.


조찬한이 빌린 칼을 막란에게 넘겨준다. 그의 칼에 채연의 피가 뚝뚝 떨어진다. 방문 밖에는 꺽쇠를 비롯해 화적들 모두가 대기하고 있다. 반정이 시작된 것이다.



“토포사! 비상 연통을 돌리세요! 윤호산 대감 댁에 모이게 해야 합니다! 한 놈도 빠짐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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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 24.08.09 17 0 12쪽
31 딸이 죽어 원수가 슬픔을 토해내다 24.08.08 19 0 12쪽
» 명월관에서 일어난 일 24.08.07 25 0 11쪽
29 원수의 집을 찾아 가다 24.08.06 29 0 12쪽
28 도롱이가 비를 맞다 24.08.05 26 0 11쪽
27 사슴을 살리고 도연명을 말하다 24.08.04 27 0 12쪽
26 남산에 본래 집이 있다네 24.08.03 31 0 12쪽
25 천자문을 떼는 방법은....... 24.08.02 32 0 11쪽
24 쌍 바윗골의 비밀 24.08.0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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