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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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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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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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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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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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죽어 원수가 슬픔을 토해내다

DUMMY

“토포사! 비상 연통을 돌리세요! 윤호산 대감 댁에 모이게 해야 합니다! 한 놈도 빠짐없이요!”



토포사의 일이 바빠졌다. 수하를 총 동원해 임금의 총애를 받는 권세가들에게 윤호산의 인장이 찍힌 비상연통을 돌려야 한다. 권세가들은 사 십 여명 정도이나 그 중 살생부에 적힌 권신들은 이 십 명이다. 나머지는 사병이나 관군들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나중에 처리해도 될 놈들이다.


윤호산의 인장은 평소 조찬한이 관리하고 있어 주문(奏文)을 쓰고 인장을 찍어 연통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 전에 윤호산을 죽여야 한다.


윤호산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잠을 잘 때도 수 십 명의 호위무사에게 둘러싸여 자리에 들 정도다. 호위무사는 그의 명이라면 자결하더라도 충성을 다한다. 그를 집 안에서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궁에 입궐할 때도 가마 다섯을 동원하고 수시로 자리를 바꿔 윤호산이 탄 가마를 알 수 없게 해, 혹시 있을지 모를 암살에 대비를 하고 있다.


조찬한이 윤호산의 사위라 하지만 독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항상 그의 호위무사가 윤호산을 지키고 있었다. 딸 채연만 유일하게 독대가 가능했는데 죽어버렸으니 그녀를 이용하려는 막란의 계획은 소용이 없게 되었다.


윤호산을 죽이지 않으면 반정을 성공할 수 없다. 권세가들을 모두 죽인다 해도, 윤호산을 살려두면 변방의 군사들을 움직여, 언제든 도성 안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호산을 죽이는 것이 반정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이라는 주문을 조찬한의 수하들을 시켜 권세가들에게 보냈다. 다음날 해질 녘부터 시차를 두고 모이게 했다. 그 전에 윤호산을 처리해야 한다. 집과 궁궐 안에서는 불가능하니 밖에서 죽이기로 한다.




*




윤호산의 집.......

한밤 늦은 시각에 돌아온 조찬한이 장인 윤호산의 방 앞에 멈춰 섰다. 호위무사들이 그를 막아선다.



“밤이 늦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늦었지만 문안을 드리러 왔다.”


“돌아가시죠. 심기가 불편하니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해야 했다. 조찬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퇴짜를 놓아 그의 기분을 알려주는 것이다. 윤호산은 불면증이 있어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님! 이판이 능양군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윤호산의 관심을 끌고자 이조판서 김길현의 변심을 노출시켰다. 이판을 잡은 것은 오랫동안 윤호산이 공들여온 결과물이었다. 윤호산을 잠자리에서 끌어내기에 충분한 정보이다. 윤호산이 나온다.



“이놈! 니가 나한테 대들더니 아주 환장을 했구나! 이판이 죽을려구 작정하기 전에는 그럴 리가 없다!”



윤호산이 이판을 자기 쪽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약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약점은 윤호산만이 알고 있었고 만약에 그 것을 들추어낸다면 이판은 죽은 목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윤호산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던 것이다.



“틀림없습니다. 반정세력의 연판장에 그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확실합니다.”



이판은 개성과 동래상인들에게 인삼이라든가 비단, 말총등 국가 전매산업을 임의로 판매허가권을 내주고 그들에게 오랫동안 뇌물을 챙겨왔다. 그것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윤호산에게 포섭된 것이다. 그런 이판이 배신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니 말에 책임이 따를 것이다. 어디서 그 첩보를 얻었느냐!”



“먼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제 자식의 성은 제 가문을 따르게 해 주세요.”



조찬한의 자식들은 처가의 성 즉 윤씨 성을 따르기로 했다. 채연은 외동이었고 그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서양자(揟養子)를 했다. 이를 바로잡아 조찬한의 가문으로 다시 입적을 원한다는 것이다.



“니가 죽으려구 환장을 했구나! 내 가문의 손자를 감히 넘보려 해!”


“제 자식입니다. 제 가문으로 복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폐비 인목이 임금을 폐하고 능양군을 왕으로 세우라는 교서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패이다. 윤호산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조찬한의 자식을 복적할 수 있는....... 윤호산의 눈이 가늘게 떨린다. 눈에 가시 같은 인목을 완전히 보낼 수 있는 증거이다. 그녀를 따르는 서인들의 세력을 일시에 제거할 수도 있다.



“나하고 협상을 하겠다는 거냐!”


“내 자식을 내 가문으로 복적시키겠다는 주문을 써 주세요. 그러면 인목의 교서를 넘기겠습니다.”


“이판이 변심했다는 증거와 인목의 교서 그리고 무엇을 가지고 있더냐!”


“반정세력의 연판장입니다.”


“.......네 놈이 스스로 그와 같은 것을 구했을 리 없다. 누구냐! 날 죽이려는 놈들이!”



윤호산은 의심했다. 조찬한이 갑자기 찾아와서 윤호산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다 갖고 있다 한다. 얼마 전까지 무능력하다고 자신한테 핀잔을 받던 그였다. 뭔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 있다. 심상치가 않다. 조찬한 이놈이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가?



“어서 썩 말을 하지 못할까! 니놈이 나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천하의 윤호산이다. 비록 임금이 있다고 하나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실질세력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면 이런 자리에 올라올 수 없었다.



“당신을....... 죽여야 합니다!”


“......뭐라고! 날 죽여! 니가 제 정신이냐!”



조찬한은 무릎을 꿇는다. 눈물을 흘린다. 호위무사들이 조찬한의 목에 칼을 댄다.



“채연이가 위험합니다. 그자들이 납치해 갔습니다. 아버님을 죽이지 않으면 채연을 죽인다고.......”



조찬한이 품 안에서 광목천으로 싸인 것을 윤호산 앞에 내 놓는다. 채연의 손가락이다. 윤호산이 준 가락지를 낀 채연의 손가락이 확실하다.



“이 무슨........ 이 놈 어서 설명하지 못할까!”


“명월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채연과 함께 하고 있었는데 화적 놈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저만 살려 보내주고 채연은 잡혀 끌려갔습니다. 아버님의 목을 가져오지 않으면 다음에는 채연의 팔 그리고 다리 마지막에는 목을 보낸다 하였습니다.”


“저 놈의 목을 쳐라!”



윤호산은 화가 치밀어 몸을 떤다. 하나 밖에 없는 여식이다. 그런 딸이 죽게 생겼다. 이놈은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고 화적들의 말을 믿고 윤호산 자기의 목을 노린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버님 고정하세요! 놈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제게 군사들을 내 주신다면 당장이라도 쳐들어가 채연을 구해 내겠습니다.”


“어디냐! 내 딸 있는 곳이! 이번에도 거짓을 고한다면 내 너를 찢어 죽여 뼈를 갈아 마실 것이다!”


“이판 대감 댁입니다. 거기를 쳐들어간다 하였습니다.”



이판이라....... 이놈이 또 윤호산 자기를 유인할 생각이다.



“이판이라....... 가마를 대령하라!”



가마 다섯이 사방에서 나온다.



“이놈을 묶어 가마에 태워라!”



조찬한을 윤호산을 대신해 가마에 태워 이판 집에 보낼 생각이다. 암살의 계략이 있다면 조찬한을 미끼로 이용해서 화적을 쳐 채연을 구하면 된다.



“니 말이 사실이라면 니 자식을 복적해 주겠다.”



복적 주문에 인장을 찍어 조찬한에게 보여준다. 일단 이 놈을 믿게 하여 딴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찬한이 탄 가마 다섯을 먼저 보낸 다음, 말을 타고 윤호산이 호위무사들과 직접 가마를 쫒는다. 집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총 출동이다. 가마 다섯은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 윤호산이 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다.


꺽쇠와 화적들은 이판의 집에서 대기 중이다. 이판은 죽였다. 연판장에 이름은 올렸지만 변심을 한 자이고 마지못해 능양군 쪽에 붙은 변절자라 살려둘 수는 없었다.




*




이판의 집.......

가마 다섯이 집 안으로 들어선다. 지붕 위에는 화적들 수십이 북방에서 가져온 활을 이들에게 겨누고 있다. 호위무사 한 명이 꺽쇠에게 다가온다.



“채연 아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윤호산 대감의 목을 가져와라!”



집 안에서 화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차하면 가마를 공격할 태세다.



“채연 아씨만 넘기면 죄를 사해 준다고 하셨소!”


“말이 통할 놈들이 아니군!”


“죽여라!”



동시에 집 밖에서 윤호산의 사병들이 쳐 들어온다. 꺽쇠와 화적들이 준비하고 있었던 북방민족의 화약무기 장군포와 화문총을 꺼내 이들과 대적한다. 많은 인원이지만 창과 칼로만 무장되어 있던 윤호산의 병사들은 신식무기를 가진 화적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총소리와 화약 연기로 자욱하게 변한 이판의 집을 멀리서 보고 있던 윤호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화적들은 칼과 낫 도끼가 가진 것 전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총을 가지고 있고 화약무기를 이용하고 있다. 명이나 금에서도 국방의 안전에 관련된 금수산업이라 엄격히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집 안으로 들어간 윤호산의 사병과 신뢰하고 있었던 호위무사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윤호산은 이를 악물고 발길을 돌린다. 화적들을 함정에 몰아넣으려는 계략이 틀어졌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 졌다.


갑자기 말들이 쓰러진다. 화살에 맞으며 땅바닥에 말들이 주저앉으며 널브러진다. 도리어 함정에 빠진 것이다. 어느새 주위는 화적들에 의해 포위당한다. 윤서가 화적들 틈을 뚫고 그의 앞으로 나선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결국 너 였느냐? 니가 화적들과 함께 반정을 일으킨 것이냐?”


“내 부모님을 누가 죽였습니까?”


“봐라! 누가 누구를 죽이는 것 같냐! 모두 서로를 죽이고 있다. 이 마당에 죽는 자 죽이는 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느냐! 어서 죽여라! 죽이고 또 죽여라!”


“반위에 걸려 얼마 사시지 못할 아버님이었습니다. 꼭 그렇게 죽여야 되셨습니까?”


“아직도 모르겠느냐! 네 부모님을 죽인 건 내가 아니다. 내가 아냐....... 최이현 대감을 죽인 건 바로.......”



하는데 조찬한이 죽은 채연을 윤호산 앞에 놓는다.



“.......채연아.......”



딸의 주검을 안고 서럽게 윤호산이 운다. 지금까지 권력과 야망을 쫒아 여기까지 왔다. 채연도 자신을 닮아 꿈이 컸다. 아들이 없어도 그런 채연을 보고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딸 채연이 죽어있는 것이다.



“내 부모님을 죽인 사람이 누구입니까!”



윤서는 계속해서 묻는다. 이제 죽어야 하는 윤호산이지만....... 죽어도 마땅할 짓을 했다. 그래도 가슴 한 쪽은 아리다. 원수도 딸이 있다. 그 딸이 죽어 아비가 슬픔을 토해낸다.



“최윤서라고 했나? 나는 자네 말대로 최이현 대감을 죽이려 했네. 그런데 그러지 못했어. 그 양반은 내가 목숨을 거둘 수 있는 분이 아니었네. 감히 나 같은 사람은 넘볼 수 없는 분이셨어. 대감을 죽인 사람은 따로 있네. 그런데 말 할 수가 없어. 딸을 잃은 아비의 마지막 복수라고 생각하게.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네도 나 같은 고통을 느껴야 할 거야.”



윤호산은 딸 채연을 껴안은 채 눈을 감는다. 조찬한이 그의 장인 윤호산의 가슴에서 자신의 자식을 복적한다는 주문을 끄집어낸다. 막란은 윤서를 끌어안고 눈을 가린다. 조찬한이 그의 장인 윤호산의 목을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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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 24.08.09 17 0 12쪽
» 딸이 죽어 원수가 슬픔을 토해내다 24.08.08 20 0 12쪽
30 명월관에서 일어난 일 24.08.07 25 0 11쪽
29 원수의 집을 찾아 가다 24.08.06 29 0 12쪽
28 도롱이가 비를 맞다 24.08.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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