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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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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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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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2 - 그레이하운드(3)

DUMMY

C.2 - 그레이하운드



전력으로 영지를 벗어나던 김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레이하운드 변경백은 김한 일행을 미처 쫒지 못했다.

대신 내 성벽을 기점으로 아까부터 끔찍한 비명과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대로 드라코 컴퍼니아'로 이동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그레이하운드 변경백은 당분간 말레우스에게서 주의를 돌릴 수 없을 것이다.

김한은 그레이하운드 영지에서 몇 가지 사소한 이득을 챙겨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서브 퀘스트를 챙길만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살다님 영지를 빠져나가기 전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해도 괜찮을까요?"

"흐응, 좋아. 이번에는 또 네가 어떤 꾀를 부리는지 지켜보고 싶구나."

"감사합니다."


그레이하운드 영지에서 얻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 가운데 지금 김한의 동선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퀘스트는 두 가지였다.


-아기 돼지 '굴린' 구하기 퀘스트

굴린을 구한 뒤 팻으로 삼아 함께 드라코 컴퍼니아에 입장하면 라이오네의 호감도를 얻을 수 있다.


-달의 눈 조직원으로 위장한 혁명군 '블루' 구출 퀘스트

'블루'를 구출할 경우 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필요에 따라 동료로 삼을 수도 있고 그레이하운드 영지를 탈환하게 하거나 달의 눈 조직원으로서 정보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굴린을 먼저 구출한다면 지하감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데에 제약이 생길 거야. 지하감옥이 먼저다.'


마음속으로 순서를 정한 김한이 살다에게 양해를 구했다.


"살다님 영주의 지하감옥에 갇혀있는 쓸만한 조력자를 구해내려 합니다. 혹시 조금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호오, 우리 낭군께서 벌써부터 본녀를 길들이려 하는구나."

"···."

"후후, 알겠다. 정말 오랜만의 세상 나들이거늘. 쓸만한 길잡이를 잃어서야 안될 일이지."

"감사합니다."


동의를 구한 김한은 빠르게 그레이하운드 내성 지하감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김한은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몇 가지 편리한 능력을 개안할 수 있었다.


[컴퍼스] 기능이 그중 하나였는데 이것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았다.


-머릿속으로 지역 / 인물 / 지명을 집중해서 떠올리면 대략적인 방향과 거리를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임파서블' 게임에서 받았던 퀘스트를 집중해서 떠올리면 마치 퀘스트 마커가 찍힌 것처럼 방향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김한이 알고 있는 퀘스트라도 그 퀘스트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라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김한은 지하감옥에 블루가 살아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 * *



그레이하운드 지하감옥.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철제 네모 틀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축처럼 박혀있었다.


축축하고 더러웠다.

사람들은 마치 구더기처럼 땅을 기었다.

오물과 벌레가 섞인 미음을 정신없이 입에 처넣고 있었다.

그 인외마경의 마지막 창살에 블루가 축 늘어진 인형처럼 걸려 있었다.


블루의 사지는 쇠사슬에 결박당해 있었다.

블루는 죽음만을 안식으로 여기며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퍼억


축 늘어진 블루를 후려친 간수가 불쾌한 웃음보를 터트렸다.


"어이, 녀석. 죽어버린 건가? 크흐흐, 멍청한 자식. 쓸데없는 동정심만 발휘하지 않았어도 이런 식으로 내걸리지는 않았을 것을."

"······."


"이봐. 아직, 죽으면 곤란해. 백작님께서 너를 사냥제 명단에 포함하라 말씀 하셨단 말이다. 만약 거기서 도망만 잘 치면 살아서 영지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이, 어이! 제대로 듣고 있는 거냐?"

"······."


간수가 더러운 막대기로 블루를 꾹, 꾹 찔러댔으나 블루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뿌드득, 털썩

-끼이익


그 때 지하감옥 입구 문이 열리더니 사제 하나와 귀족으로 보이는 여인 하나가 들어왔다.


"으음, 뭐야 아직 교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텐데?"

"교대가 아닙니다."

"이곳은 정말이지··· 더럽구나."


한 손에 나이프를 든 김한이 간수에게 소리 없이 다가서더니.

간수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대로 목을 그었다.


'공작원으로 일할 때 써먹던 기술이 여기서 통한다는 게 다행이구나.'


김한은 혹시라도 제 눈에 보이지 않는 레벨 시스템의 보정 때문에 적에게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웠으나 그것은 기우인 듯 했다.


김한의 그 기묘한 움직임에 잠시 감탄을 내뱉던 살다가 말했다.


"너는 사제보다는 암살자가 천직에 맞는 듯하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간수를 한쪽으로 치워둔 김한이 살다와 블루를 가두어둔 철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제주를 하나 보였으니, 본녀 또한 제주 하나쯤은 보여주는 것이 맞겠지."


공중에 살짝 떠서 김한을 따라오던 살다가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지하감옥의 모든 철창과 사슬이 동시에 잘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사슬로 몸을 지탱하고 있던 블루의 신형이 흘러내렸다. 제빠르게 철창 안으로 들어온 김한이 블루의 신체를 받쳐 들었다.


"저희가 이분을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겠으나. 영지 내에 숨겨져 있는 혁명군 비밀 아지트에 신병을 인도한다면 다시 회복하여 재기할 수 있을 겁니다."

"후, 사람이 사람을 가축 이하로 취급하며 희롱하니, 그 꼴이 참으로 보기 좋지 않구나."


살다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지하감옥의 철창들을 노려보았다.

김한은 이해한다는 듯 잠시 살다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저 또한 이런 짓을 저지른 바네스 변경백을 직접 징치하고자 하나, 이번에는 말레우스경에게 맡기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래, 여기에 있다가는 우리 또한 그 정신병자에게 휘말리겠지."


감옥 밖으로 나온 김한은 빠르게 혁명군의 비밀 아지트로 이동하여 블루를 건네주었다.


"이곳을 대체 어떻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고맙소. 동지를 구해주어 정말 고맙소."

"이단 심문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그레이하운드의 정화를 시작 했습니다. 바네스 변경백의 징집 요청에 응하지 말고 블루와 함께 지하 공동을 통해 영지 밖으로 탈출하십시오."


혁명 단원은 순간 흠칫하여 김한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한번 젓더니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붉은 달 혁명단은 결코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혹여 사제님의 성함을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김한이라고 합니다."


김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은은한 빛에 휩싸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 빛은···? 퀘스트 완료 시 주어지는 경험치 상승효과와 동일하다. 드디어 게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걸까?'


잠시 내면을 관조하던 김한이 조금 상기된 얼굴로 빠르게 야외 취사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네가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한듯하니 축하해주고 싶다만···. 부디 본녀를 짐짝 취급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하는구나···."


김한을 보며 잠시 한숨을 내쉰 살다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그레이하운드 야외 취사장.


아기 돼지 한 마리가 로티서리 스핏에 걸려있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 회전 봉은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니까!"

"죄송합니다."


머쓱하게 머리를 긁던 제프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다리를 X자로 교차한 뒤 끈으로 단단히 묶어 고정해 불에 구워 먹는 것이 그가 속한 부족의 전통적인 요리법이었다.


"이건 회전 로스터 기계란 말이다. 돼지 아가리에서 똥구녕까지 봉을 처넣은 다음 화로에서 회전시켜야 제대로 된 바비큐가 완성되는 거야!"


그렇게 말한 선임 요리사는 회전 봉에 묶여있는 다리 끈을 풀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꾸익!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굴린이 있는 힘껏 요리사의 복부에 박치기를 날리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간 요리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악, 뭐야! 아니 이 새끼가! 죽이지도 않고 그냥 묶어놨어? 제프, 이 무식하게 힘만 센 새끼! 내장 손질도 안 하고 뭐하나 했다. 빨리 가서 잡아 오지 못해!?"

"···알겠습니다."


제프가 도망간 돼지를 쫒아 도착한 곳에서 한 쌍의 남녀가 돼지와 대치하고 있었다.


"후후, 사제야 저 귀여운 아기 돼지는 또 어떤 꾀를 내어 길들일 생각이니?"

"지금 생각 중입니다."


-꾸이익!


벼랑 끝에 몰린 돼지는 마치 비장한 눈빛으로 자신의 최후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에서는 관계를 쌓을 시간이 없다. 다만 미리 준비해둔 선물이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래보자.'


김한은 살다를 소환하기 위해 변경백에게 요청하여 입수했던 물건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진화초'라 불리는 영약으로 하위 종의 몬스터를 상위 종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이었다.


'아기 돼지 굴린이 그레이하운드 영지를 찾은 것 또한 본능적으로 진화초를 찾기 위함이었지'


주위를 극도로 경계하던 굴린은 김한의 손에 들린 진화초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가와 낼름 진화초를 삼켜버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퍼펑!


굴린이 커다란 심장 박동 소리를 연달아 내지르더니 펑 하는 연기에 휩싸였다.


잠시 후 그 자리에는 김한보다 두배는 큰 몸집의 굴린이 맑은 눈동자로 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인가···?"

"음, 과연. 이건 참으로 상상 이상의 결과로구나. 고블린을 오우거로 진화시켰다 해도 이것보단 말이 되겠어."


살다가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붉은 대지를 연상시키는 바탕에 밀밭같이 펼쳐진 황금빛 세 줄무늬가 참 매력적인 아이야. 그 위에 올라타 초원을 달려보고 싶어지는구나."


살다의 감탄 섞인 찬사를 들은 듯한 굴린은 놀랍게도 커다란 몸체를 돌리더니 살다의 앞에 주저앉았다.


살다가 잠시 감탄하더니 김한에게 물었다.


"음, 이건 승낙의 의미도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좋은 탈것을 얻은 것 같군요."


살다가 먼저 조심스럽게 굴린의 등 뒤로 올라탔다.

김한은 잠시 굴린을 쓰다듬다 고개를 돌려 제프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혹시 그대는 저게 볼일이 있습니까?"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시오. 이방인이여."


잠시 상대와 자신을 가늠해 보던 제프는 한발짝 물러나 어설픈 제국식 인사로 김한 일행을 배웅했다.


굴린에 등에 올라탄 김한이 천천히 떠나가며 제프에게 작은 팁을 속삭이듯 알려주었다.


"지금 그레이하운드 영지 대부분의 병력이 남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북방 경비대 또한 곧 그리되겠지요. 그리고 바네스 변경백은 이단심문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침입에 정신이 팔려 성안의 아랫것들에게 집중할 수 없는 상태일 겁니다. 만약 그대가 귀향의 꿈을 꾸고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닐는지요."

"···좋은 말씀 감사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제프의 눈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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