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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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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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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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512

작성
24.07.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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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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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C.2 - 그레이하운드(2)

DUMMY

C.2 - 그레이하운드(2)



라시타 교단의 케이프를 두른 한 남성이 그레이하운드 영지에 발을 디뎠다.


후드 아래로 미려한 하관과 순금의 머릿결이 찰랑였다.

흔들리는 케이프 사이로 범상치 않게 제련된 갑옷이 빛을 산란했다.

옆구리에 메어진 순백의 검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와 적들을 도륙 낼 준비를 마친 듯했다.


"정지! 여기서부터는 그레이하운드 백작령이오!"


그를 발견한 그레이하운드의 경비들이 급히 멈춰 세우려 하였으나.


"정의-"

"어··· 어떻게 올펜의 이단 심문관이 벌써···"

"심판." 


-서걱


잠시.


시간이 유리된 듯 멈춰 서 있던 경비대원이 둘로 나뉘어 스러졌다.


말레우스는 가벼운 손짓으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크르릉, 컹컹


경비대원과 함께 있던 번견들이 사납게 달려들었으나 곧 경비대원과 하나가 되어 나뒹굴었다.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시선이 그레이하운드 영지 중심을 관통하고 있었다.



* * *



경비대장의 다급한 보고를 받은 바네스가 김한을 돌아보았다.


"말레우스의 행보가 예상보다 많이 빨라! 한스, 서두르게!"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임파서블'에서 소환 주문식은 퍼즐 형식과 숨은그림찾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이 소환의식을 만번 이상 반복한 김한은 눈을 감고도 자연스럽게 소환진을 그려 넣을 수 있었다.


또한 신기하게도 주문식을 그리고자 머릿속에서 상상한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여졌다.


'과연, 게임에서의 지식에 보정 효과가 적용되는 같아.'


빠르게 도식을 완성한 김한은 미리 준비된 나이프로 자기 손바닥을 찢어 도식 위에 피를 흘려 넣었다.


붉게 물든 제단 위.

불길한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며 주변을 물들였다.

김한의 시야 또한 붉게 물들었다.

김한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에는 오직 그녀와 자신 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공한 걸까···?'


살다메인은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작은 정원에서 홀로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곧게 뻗은 속눈썹과 루비색 눈빛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잠시 의자에서 발장난을 치던 살다메인이 물었다.


"사제야 네가 나를 소환한 거니?"

"그렇습니다."


동그랗게 눈을 뜬 살다메인이 김한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더니 살다메인이 깔깔 웃기 시작했다.


"라시타의 어린양이 내게 무슨 볼일이 있을까?"

"당신을 길들이고 싶습니다."


김한의 담담한 선언에 장난스럽던 살다메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뭐, 뭣? 날 길들이겠다고···?"

"당신과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일까나?"

"저는 당신의 필요를 알고 있습니다."


"나의 필요를··· 네가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너무 오랫동안 유폐 되어 있었습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며 마물들을 희롱하거나 그저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죠."


문득 살다메인을 바라보던 김한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소환 또한 살다메인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습니까."

"······."


김한이 준비한 소환식은 절반의 소환식이었다.

김한이 바네스 변경백에게 소환을 위해 요구한 것은 약간의 마력 석과 제례 도구 뿐이었다.


그 사실에 바네스 변경백이 매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긴 했지만.


그렇게 해야만 자기 피를 매개로 살다메인의 정원에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한이 살다메인을 위해 만든 것은 판데모니움의 심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뒷문'이었다.


사실 그 '뒷문'을 열기 위해서는 특별한 고대의 지식이 필요했지만, 김한에게 문제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뒷문'을 활성화하고 그 안에서 초대하거나 나갈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살다메인 아스모데우스의 권능이었다.


다만, 김한은 '더 임파서블'의 경험으로 살다메인이 이 소환식에 반드시 어울려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마계에서 당신의 기척에 수하들은 몸을 떨며 자세를 낮추었겠지만, 저는 당신에게 다가가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의 정원의 가치를 모르고 훼손하는 얼간이들 대신 당신의 정원을 지키는 정원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

"사제야, 인간의 사제야. 어째서 그런 제안을 하는 거니?"


살다메인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김한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대륙의 사람들이 당신에게는 그저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저는 제 존재로 당신이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너에게 어떤 이득이 있지?"


"그저 저는 그것이 라시타께서 내리신 '계시'의 답이라 생각합니다."

"계시라··· 그 라시타의 말장난은 나도 들어본 바가 있단다. 하지만 후후, 그 계시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인간은 너 뿐일 것 같구나. 그리고 너의 대답은 조금 재미있어."


살다메인이 작게 키득거리며 웃어 재꼈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살다메인은.

도발적인 눈초리로 김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사제야. 너는 나를 어떻게 길들일 생각이니?"

"우선, 이 작은 정원에서 나와 세상을 돌아보심이 어떠하십니까?"


"그래, 그건 조금 흥미가 가는구나. 나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지. 이곳은 이제 너무 지겨워."

"제가 살다메인님을 안내하겠습니다."


"후후, 사제와 마왕의 사이좋은 세상 나들이라···. 그것참 우스운 일이구나."

"사제와 마왕이 아닌 그저 김한과 살다메인의 동행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김한의 제안에 살다메인은 잠시 궁리하더니 가볍게 입을 열었다.


"살다, 살다로 좋다. 말도 조금은··· 편하게 말해도 되느니라."

"음, 살다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크, 크흠. 적응이 참 빠르구나.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오랜만에 외출이니 좀 더 단장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 저기, 사실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만···."


김한은 살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결계 밖으로는 그레이 하운드 변경백의 병력이 포진되어 있으며 그 너머로는 제국의 이단심문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저희를 쫒고 있습니다."

"으, 응···? 그래, 그렇다면 이건···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마왕과 젊은 사제의···! 그야말로 금단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도피라 할 수 있겠구나···!"


살다의 매우 긍정적인 발상에 오히려 김한이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큼큼,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결계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제국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흐응, 제국을 벗어난다면 어디로 갈 생각이니?"


잠시 셈을 해보던 김한이 입을 열었다.


"우선 말레우스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해, 드라코 컴퍼니아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그 라이오네 할망구가 주인으로 있는 곳을 말하는 거구나."


드레곤 컴퍼니아는 본래 게임 시나리오에서 말레우스가 이단과 사교의 정화를 위해 습격하게 되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의 습격은 고대룡 라이오네와 그녀의 첨단 방어 시스템에 의해 저지당하고 패퇴하게 된다.


현재로 돌아와서 말레우스가 그레이하운드 영지에서 살다메인의 기척을 느낀 것을 명확한 사실로 봐야 했다.


말레우스는 이단 심문관으로서 제국에 피어오른 마왕의 존재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집요한 추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의 영역 외 중립 구역이자 미래에 말레우스를 한번 폐퇴시켰던 드라코 컴퍼니아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살다가 입을 열었다.


"그··· 결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나는 라시타와 마신 반고의 계약에 의해 본래 판데모니움의 밖으로 쉬이 나갈 수 없는 몸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거의 모든 권능을 판데모니움에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다마는···.'


김한은 '더 임파서블'에서 살다메인을 동료로 영입 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권능 대부분을 판데모니움에 내려놓고 오겠다고 말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본 능력치만으로 언제나 파티원중 최상위권이었으며 드래곤 종 이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같은 특수 NPC를 제외하면 상대할 자가 없는 말 그대로 치트키 같은 존재였다.


"후후, 아쉬운 쪽은 내 쪽이니 말이지···. 그래도 걱정하지 말거라. 한 몸 빼내는 데에는 자신이 있으니."

"그럼,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갈 수있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김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살다메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그들이 서 있던 정원이 순식간에 공간에 접히듯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김한은 그레이하운드 영지의 제단 위에 서 있었다.



* * *



한편 제단 밖에서는 튕겨 나간 바네스 변경백과 그 수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체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마법사 뭔가 알아낸 거 없나?"

"아무래도 결계가 생성된 것 같습니다. 해제해 보려 하였으나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젠장할. 한스 그 자식이 우릴 속인 건가? 이제 곧 말레우스가 당도한다. 우리만으로는 해결하기 버거워."

"영주님 아랫것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비 대장의 물음에 이를 부드득 갈던 바네스가 급히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북부에는 최소 병력만 남기고 전부 남쪽 방면으로 진형을 형성한다. 말레우스를 확인하면 근접 전투는 최대한 삼가고 게릴라 진형에서 화망으로 대응하도록 하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경비 대장이 떠나간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숲 반대편 외성 넘어로 부터.

끔찍한 비명이 희미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비명 소리는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시간을 끄는 것조차 불가능하단 말인가."


바네스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물결에 몸서리치는 와중.

김한을 둘러싸고 있던 제단의 결계가 해제되었다.


"젠장, 드디어 나왔군. 한스, 계약은 어떻게 되었는가!?"

"성공했습니다."


멀찍이서 들려오는 대답에 바네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병사들의 비명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국 바네스는 드디어 말레우스가 내 성벽에 도달했음을 확신했다.

그가 다급히 김한을 채근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어서 서둘러주게나. 말레우스가 이미 외성을 넘어 내성으로 들어오고 있다네!"

"···."


하지만 바네스의 채근에도 김한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잔뜩 흥분한 바네스가 김한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접근하려 하는 순간.


-퍼펑!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김한과 마왕으로 추정되는 두 인영이 저 멀리 북동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바네스는 그저 멀어지는 두 인영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한스, 한스···! 으아아아!!! 이런 개같은 반드시 찾아서 죽여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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