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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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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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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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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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2 - 그레이하운드(6)

DUMMY

C.2 - 그레이하운드(6)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슬그머니 눈을 뜬 카심이 조용히 토미를 불렀다.

토미 또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둘은 소리 없이 작업 도구를 챙겨 김한의 모포 앞에 섰다.

카심이 손을 뻗어 토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신호로 지시했다.


[사제 먼저 죽이자]

[그래]


미리 잿가루를 먹여둔 검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앞장선 토미의 검이 김한의 담요를 베어 넘겼다.


-푹, 서걱


'음, 이 느낌이 아닌데?'


당황한 토미가 급히 담요를 걷어찼다.

그곳에는 김한 대신 몬스터 사체가 놓여있었다.

토미가 급히 돌아서며 카심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들켰어]

[······.]


토미는 카심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수하들을 부르기로 했다.

다소 과격하여 상품이 훼손됄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작전 변경이다. 이것들아, 빨리 튀어나와!"

"사제 놈은 죽이고 여자는 생포한다!"


본격적인 사냥을 위한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횃불이 주위를 모두 밝혔을 때 그들은 곧 하던 일을 멈춰야만 했다.


-끄르륵, 커헉


"···카심."

"대, 대장."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은 카심이 비틀대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의 주변에는 이미 몇몇 수하들이 목에 동일한 검상을 입은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귀, 귀신이다 이건 귀신의 소행이야!"

"대장이 죽다니 부대장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거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죽겠군!'


토미는 급히 감각을 넓혀 주변을 살폈으나 그의 능력으로는 김한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허둥대는 토미의 귓가로 살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날아와 박혔다. 

토미의 시선 끝에 나무 기둥에 앉아 흥미롭게 상황을 관찰하는 살다가 있었다.


"후후, 한아 역시 너는 사제보다는 암살자가 어울린다니까."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김한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토미는 김한이 자신의 등 뒤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급히 돌아서는 토미의 목에 붉은 실선이 새겨졌다.


토미는 급히 자기 목을 틀어막았으나 결국 자신이 곧 친우와 같은 꼴이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저앉은 토미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말해봐라 너희, 대체 어디 소속 놈들이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서걱


토미를 마무리한 김한이 주변을 살폈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용병들이 남아있었다.


"후, 잠시 기다려 주세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재미있겠구나."


김한은 그레이하운드 영지에서 자신의 전투 능력이 유효한 것을 확인한 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김한은 생각보다 빠르게 전성기 시절의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것 또한 게임 시스템의 보정이 적용된 결과일까? 어찌 됐건 좋은 일이다.'


카심의 마지막 수하를 정리한 김한의 눈 앞에 노예상의 마차가 있었다.


'만약 노예들이 지금까지 갇혀있는 상태라면 조금 걱정되는걸.'


김한이 처음 카심일행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차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방금 전투에서 꽤 큰 소란이 있었음에도 마차 안이 이렇게 조용하다는 사실이 김한에게 좋지 않은 생각을 품게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한 김한이 마차의 천을 걷어 내었다.

마차 안에는 소녀 한명이 결박되어 있었다.


김한은 소녀의 결박을 해제하고 상태를 확인하였다.


'눈이 죽어있다 동공에 초점이 없어 신체 결손이나 고문의 흔적은 없어 보이는데.'


김한은 소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올린 후 숙영지로 돌아왔다.

살다가 김한과 소녀를 번갈아 보더니 살짝 볼을 부풀렸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늘은 본녀의 패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 거 아닙니다 살다님 이 소녀를 한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살다는 소녀를 흘끔 보더니 고개를 팽하고 돌렸다.


"별문제 없다. 다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으니 한이 네가 잘 돌보아주면 기력을 되찾을 게다."

"후, 일단 정신을 되찾아야 무엇이든 물어볼 수라도 있으니···."

"꾸우울-"


김한이 잠시 일정을 정리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이 잽싸게 다가온 굴린이 소녀의 뺨을 핥아댔다.

굴린의 특성을 알고 있는 김한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나며 당장 굴린을 때어 놓으려 하였으나.


"아니, 이 자식이··· 음?"

"호오, 과연 굴린의 털에 파묻히는 즐거움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가."


뺨을 핥아주던 굴린을 소녀가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소녀의 눈에서 물방울이 줄기줄기 흘러내렸다.


잠시 그 모습을 살피던 김한이 주위를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음, 살다님 우선 자리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곳의 풍경은 그다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군요."

"그래, 혈귀가 아닌 이상 이곳에서 기뻐할 이는 없겠지" 


김한 일행은 피와 잔해로 어지러워진 숙영지에서 북상하여 새로운 숙영지를 꾸렸다.


다행히 소녀는 별말 없이 따라와 주었다.

굴린은 마치 마스코트 인형처럼 소녀에게 점잔히 안겨있었다.


조금이라도 음험한 행색을 보이면 굴린을 소녀에게서 떼어낼 생각으로 김한이 서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그레이하운드 영지에서 벗어난 지도 엿새가 흘렀다.


물론 그 사이에도 김한은 몇 번의 작은 습격과 살다의 투정 아닌 투정을 받아내야 했지만 이제 그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김한이 구해낸 소녀의 이름이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래브도느."


'래브도느, 래브도느라 분명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소녀의 이름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던 김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성녀 래브도느! 그래 주와이외즈의 주인이 되기 위해 지금 시점에서는 제국에 있어야 하는구나!'


래브도느는 게임 중반부 메인 퀘스트 중 하나인 올펜 제국과 왕국 연합의 전쟁에서 수인족 왕국의 대표이자 성녀로 활동하는 NPC였다.


특이한 점은 어렸을 때 가족을 모두 잃고 올펜 제국으로 납치당해 종으로 부려지다 기적적으로 성검 주와이외즈의 선택을 받은 뒤 왕국 연합으로 투신하여 올펜 제국을 겨누는 치명적인 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황궁과 교황청의 사이는 크게 악화되었고.

이후 제국 분열의 씨앗이 된다.


생각을 정리한 김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래브도느 혹시 돌아갈 곳이 있습니까?"

"······."


래브도느의 침묵에 김한의 눈이 번쩍였다.


'이건 기회다 래브도느는 후에 큰 전력이 될 거야 수인 왕국과 제국은 알바가 아니다 지금 내가 포섭 해야 한다.'


"한아, 한아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구나."


김한의 생각을 읽은 듯 살다의 혀를 차는 타박이 있었으나.

김한은 래브도느에 집중하기로 했다.


"래브도느 혹시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견인족이에요."


"우리의 겉모습은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우리는 서로 말이 통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며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우리 같은 이들을 사람이라 부릅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엄마 아빠조차도."


"그럴 겁니다 이 생각은 오롯이 제 생각이며 사상이고 저와 함께하는 이들이 이룰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신이 당신의 선택으로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지금 바로 대답해 주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편하신 대로 저희와 함께하며 천천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어요."


살짝 고개를 숙인 래브도느가 얼굴빛을 붉히며 답했다.


김한과 래브도느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하게 지켜보던 살다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김한에게 쏘아붙였다.


"사람, 사람이라··· 한아, 말이 청산유수로구나 그런데 어째서 본녀의 의사는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이냐 설마 본녀를 무시하는 것이냐"

"···안될까요?"


김한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대신.

물기 있는 눈망울로 지그시 살다를 올려보았다.


"크, 큿흠 큿흠 아, 아니 그렇게 바라보지 말거라 되, 되었다 네 뜻대로 하거라."


살다가 질색을 하며 김한의 얼굴을 돌려버렸다.

잠시 후 돌아선 살다가 홀로 중얼거렸다.


"이런, 한이 녀석이 진심으로 본녀를 길들이고 있구나···!"


작은 소동 이후.


점차 북상한 김한 일행은 이제 초원에서 툰트라에 가까운 지형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단 심문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김한 일행의 바로 등 뒤까지 당도했다.


"굴린 달려!"

"꾸이이-!"


김한과 살다, 래브도느를 태운 굴린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굴린은 어지간한 명마보다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으나.

말레우스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땅을 거의 밟지 않으며 거의 날듯이 쫒아오고 있었다.


"한아 저 존재는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워 보이는구나."

"그렇습니다. 부디 말레우스의 검이 저희에게 닿기 전에 드라코 컴퍼니아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점점 좁혀져만 가는 추격전이었다.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싸던 숲이 사라지며 평야 지대가 펼쳐졌다.

인위적인 벌목의 흔적과 함께 잘 닦인 도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리 확성기에서 비롯된 커다란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 * *



드라코 컴퍼니아 관제실.


땅딸만한 크기의 드워프 둘이 커다란 브라운관에 여러 개로 나뉘어진 화면을 쳐다보며 멍때리고 앉아 있었다.


드워프 하나가 무언가 발견한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병장님 4번 화면이 자꾸 흔들리는데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시설 관리부에 연락해서 고쳐 달라고 해."


반쯤 졸고 있던 선임 드워프는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이 일갈한 다음 다시 눈을 감았다.


"아니, 그게··· 기계 고장이라기보다는 뭔가 큰 게 오고 있는 것 같은뎁쇼?"

"뭐···? 큰 거?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온다는 거야?"


슬쩍 눈을 뜬 선임 드워프가 4번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래 설치된 수십 개의 계측기 중 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그때까지도 졸음기 가득한 눈으로 화면을 꼬나보던 드워프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이런, 시발···! 당장 경보 울리고 확성기 켜서 경고 방송 시작해라! 그리고 '드래곤'급 비상 걸어 빨리!"

"네, 넵!"


후임이 정신없이 계기판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선임 드워프는 비장한 표으로 자신의 상관이자 주인인 라이오네에게 연결된 직통전화를 들어 올렸다.


[그래~]

[라이오네님 4구역 침입자 발생 계측 결과 '드래곤'급 조우까지 5분 예상됩니다!]


[뭐어!? 당장 갈 테니 간부진 전부 상황실로 모이라고 전파해.]

[알겠습니다.]


'아이, 참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람 드래곤급이라니 여기에 올 만한 드래곤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요.'


간만에 휴가를 받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라이오네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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