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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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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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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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 - 접속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1

C.1 - 접속


"그래···."


어두운 방구석.

한 청년이 모니터를 내려보고 있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수북하게 쌓인 페트병들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박혀있었는지 알려주는 듯했다.


- Game clear. -

···And

아카식 레코드 : 51%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짤막한 문구.

그 아래 적힌 내용에 김한의 이마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100%가 아니고···?'


무려 5년.


한 번만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로그라이크 형식의 RPG였기 때문에 김한은 3만번이 넘는 시도 끝에 간신히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맵을 샅샅이 뒤지고 NPC의 대화 스크립트를 전부 외우며 게임을 진행했음에도 '아카식 레코드' 진행도가 51%밖에 채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김한은 절망했다.


그것은 김한이 아직 이 게임의 진 엔딩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김한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이런 개 같은 좆파서블···!'


'더 임파서블' 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어느 인터넷 갤러리에서 배포된 것을 시작으로 한순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불타오른 인기만큼 빠르게 식어버렸다.


그 이유는 역시···.


-빌어 처먹을 난이도···!

-이거, 일부러 못 깨게 만든 거 아님?

-ㅋㅋㅋ X뺑이 처라 난 먼저 갈란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 설정으로 초반부를 넘기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얼마 뒤, 갤러리에는 더 이상 '더 임파서블'에 관한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게임에 도전하는 '진짜'들이 남아 있었다.


김한은 그런 '진짜'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장장 5년에 걸친 도전 끝에 최종 보스라 소문만 무성했던 '검은 남자'를 쓰러뜨린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긴 하는데···.'


김한은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길고 긴 도전의 끝이라고 하기에는 허망한 결말이었다.


또한, 스토리에서 언급되었으나, 회수되지 않은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모니터만 노려보던 와중.


엔딩 크레딧 마지막쯤에 등장한 문구에 김한의 시선이 꽂혔다.


- Thank You. -

···

······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Y/N)


'이런 젠장할, 이거 다 회차 게임이었어···? 이 짓을 또 하라고···?'


지난 5년간 고군분투했던 수많은 도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김한은 순간 울컥한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 이 모니터 비싼건데···.'


십 년이 넘게 사용한 CTR모니터를 차마 부수지 못한 김한은 이내 힘없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저 한숨을 내 쉬며 마우스를 움켜잡았다.


'하아··· 어쩌면 다행일지도···.'


김한은 마치 홀린 듯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텍스트 창 'Y' 위에 올려 두었다.


-딸깍.


'그래, 시간은 많으니까···.'


그 순간 어두운 방구석에 울려 퍼지는 조용한 클릭 음과 함께.


-쩌어억.


'어···?'


위아래로 벌어진 모니터는 그대로 김한을 삼켜버렸다.



* * * 



"어떻게 할까···."


김한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의 주변으로는 쓰러진 마차와 함께 갈기갈기 찢긴 시체들이 사방으로 뿌려져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멀뚱하니 서 있던 김한은 이마를 구겼다.


"이런, 젠장. 하필, 스타팅 지점이 '그레이 하운드'인 것 같은데···."


몇 분 전.


모니터에 삼켜져 잠시 정신을 잃었던 김한이 정신을 차린 후 가장 먼저 살핀 것은 하늘이었다.


하늘에는 붉고 푸른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었다. 


김한은 자신이 '더 임파서블' 게임 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김한의 사고가 이어졌다.


'더 임파서블' 은 로그 라이크 RPG 게임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특징 중 하나는 초반 스타팅 지점이 랜덤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김한은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동안 '더 임파서블'을 플레이하며 경험했던 수많은 스타팅 지점이 김한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 김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찢겨나간 시체들의 절단부였다.


시체들의 절단부는 마치 수십 마리의 들개들이 찢어발긴 듯했다.


김한은 자신의 스타팅 지점이 '그레이 하운드 변경백 백작령'임을 확신했다.


'그레이 하운드 변경백 백작령'은 가장 악랄한 초반 스타팅 지점 중 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레이 하운드 변경백령은 대부분의 영토가 군사 분쟁지역과 겹쳐있기 때문에 외부인을 적대한다.


-변경백의 번견들과 경비병들은 영지를 순회하며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들(암상인, 노예, 이종족, 강도, 적대세력 등)을 사냥한다.


-변경백령의 번견과 경비들은 다른 스타팅 지점에 비해 전투 능력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추적'과 '사냥'에 있어서 만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그리하여 '더 임파서블'에 맨 몸뚱아리로 떨어진 김한에게 변경백의 번견들과 경비들은 김한의 선택지 중 하나인 '도주'의 가능성을 빼앗아 간 것이다.


'음, 우선 좀 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봐야겠어···.'


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변경백령의 지형은 영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숲에서 초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신의 주변으로 펼쳐진 이 울창한 나무숲으로 보아 이곳은 변경백령의 중심에 가까웠다.


'여기서 탈출해 보겠다고 도전하다 죽어 나간 게 대체 몇번이었더라.'


김한은 '더 임파서블' 을 플레이할 당시 변경백령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탈출 방법을 떠올렸다.


물론 단순한 '도주'만으로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변경으로 나아갈수록 더 위험해질 뿐이야. 내부로 침투해야해.'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그 무수한 실패의 기억을 떨쳐낸 김한은 현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자신의 상태를 떠올리기로 했다.


김한은 고개를 내려보았다.


김한은 특수 공작원으로 복무하며 세계 각지에서 비밀임무를 수행했으나 결국 두 다리를 잃고 명예 제대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신의 두 다리로 멀쩡히 땅을 딛고 서 있었다.


'이거 하나만은 참 고맙구나.'


물론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만으로 변경백의 번견들과 경비병의 포위망을 뿌리치고 도주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 만으로 김한은 작은 희망과 함께 나름의 계획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래서 어떻게 한다···."


김한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유심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쓰러진 마차와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이었다. 


'역시 그 방법으로 가야 할까···?'


김한은 마차의 내부를 꼼꼼히 수색하여 몇 가지 물건들을 찾아낸 뒤 능숙하게 정리했다.


'그래, '임파서블'에서 구할 수 있었던 아이템들은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구나.'


김한이 마차에서 찾아낸 물건들은 사제복, 쪼개 먹으면 며칠 정도 버틸 수 있을 만한 식음료 그리고 신분증명서와 지도였다.


[ 올펜 제국 시민증 / 한스 ]


"한스라···. 좋은 이름인걸. 변경백의 성은··· 방향으로 보아 이쪽이군."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한스는 짙은 숲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그레이 하운드 변경백 내성 문 앞


사제복장을 한 김한과 경비병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정지."

"···."


양손을 들어 저항의 의사가 없음을 밝힌 김한이 고개를 들어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다.


김한의 한쪽 손에는 신분증명서가 들려있었다.


김한에게 다가와 낚아채듯 신분증명서를 채간 선임 경비원이 신분증명서를 확인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입을 열었다.


"뭐야··· 제국인? 지금은 제국인 이라 할지라도 따로 허가받지 않은 이상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 이런 젠장! 빌어먹을 외성의 돌대가리 새끼들!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험악하게 인상을 쓴 선임 경비대원이 있는 힘껏 욕설을 날리더니 자신의 뒤에 있는 경비대원에게 소리쳤다.


"이런, 씹할! 돌대가리 새끼가 여기에도 있었군! 뭐 하는 거야 이 새끼야! 빨리 들어가서 집사한테 보고해야 할 거 아니야!!!"


"아··· 네,넵! 알겠습니다!"


허둥지둥 성문 안으로 경비 하나가 들어가자 고개를 돌린 선임 경비대원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 변경에는 어쩐 일로 오셨수?"

"계시를 받았습니다."


김한의 대답에 경비대원이 무언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코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하···! 행색을 보아하니 사제 같은데 그딴 멍청한 소문에 가세하다니! 당신 말대로라면 라시타의 계시는 참으로 가볍고 저렴하구만!"


한스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것은 올펜 제국 전역에서 벌어진 특별한 계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제와 같던 오늘이 반복되던 어느 날.

한날한시에 수많은 제국인들이 하나의 꿈을 꾸게 되었다.


'선택받은 용사여 일어나 제국을 구원하소서!'


계시를 받은 다음 날부터 제국의 수많은 이들이 용사를 자칭하기 시작했다.


올펜 제국의 국교인 라시타를 섬기는 교황청에서는 곧바로 이를 강하게 부정하는 성명문을 게시하였으며 이들을 강하게 규탄하는 집회를 열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지 않았다는 점.


둘째. 악명높은 죄수와 살인범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계시를 받았으며 당장 자신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라시타의 심판을 받을 거라 주장했다는 점.


셋째. '제국을 구원하라'라는 의미를 각자의 편의대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특히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이들 중에는 북방의 마왕을 토벌해야 한다는 이부터 타국의 모든 이단자들과 이족종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는 이 그리고 계시를 받은 자신이야말로 적법한 제국의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튀어나왔다. 


이에 기겁한 라시타 교황청은 재빨리 이들과 선을 긋고 황제 앞에 납작 엎드리게 되었다.


격분한 올펜 제국 황제 리히크 올펜 하인베르크 3세는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매우 가혹하게 처벌했다. 


하지만 자칭 용사라 부르짖는 이들은 제국 전역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엄청나게 불어난 자칭 용사들과 이들을 처벌할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민심에 황제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쳐버린 황제는 계시받은 이들을 '위정자'라 칭하였으며 계시를 받은 이들을 전부 처벌하는 대신 황권에 위협이 되는 이들을 골라 더욱 잔혹하게 처벌하는 방법으로 황권을 강화하였다.


또한 그와 동시에 귀족과 교황청에 자신을 용사라 칭하는 이들을 지원하지 말 것을 황명으로 명시하였다.


황실의 방침이 정해지자 수많은 자칭 용사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각자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게임 플레이로 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던 김한은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선임 경비원은 웃고만 있는 김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계시를 받은 이 중에는 자진하여 똥통에 처박혀있는 놈까지 있다고 들었수 대체 그게 무슨 제국의 구원과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쯧!"


"제국의 구원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의 구원은 되었겠지요."


그 말을 들은 선임경비원이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어재끼다 답했다.


"으하하- 똥통에서 처박혀서 깨닫는 자기만족이라··· 재미있는 대답이오. 멍청한 계도보다 훨씬 낫군!"


끼이익, 쿵-


그에 맞추어 내성 문이 열리더니 헐레벌떡 뛰어온 경비대원이 선임경비대원에게 무어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후임 경비대원의 이야기를 듣던 선임 경비대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한스의 앞을 비켜주었다.


한쪽으로 길을 비켜준 선임 경비대원이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인사하며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환영하오. 제국의 현자여···! 부디 그레이하운드에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기를···."

"감사합니다."

  

-끼이익, 쿵


그레이하운드 내성 문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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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C.18 - 리타 24.08.31 21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5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19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2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2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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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C.15 - 축제(1) 24.08.27 22 0 11쪽
89 C.14 - 라시타 성국(4) 24.08.27 28 1 11쪽
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4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1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5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3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4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27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6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28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28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29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29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4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28 0 12쪽
75 C.13 - 올펜 제국(2) 24.08.21 26 0 11쪽
74 C.12 - 올펜 제국(1) 24.08.20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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