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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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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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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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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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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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C.2 - 그레이하운드(5)

DUMMY

C.2 - 그레이하운드(5)



그레이하운드 북쪽으로 펼쳐진 푸른 초원 위.


황금빛 세 줄무늬가 인상적인 거대 돼지 한 마리가 초원을 질주했다.

김한과 살다는 굴린의 붉은 털에 몸을 파묻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또 한 번의 은은한 빛무리가 김한을 감싸 안듯 맴돌다 사라졌다.

김한과 살다가 굴린을 타고 이동한 지 반나절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작업해둔 퀘스트들이 완료된 걸까? '


김한의 변화를 감지한 살다가 호기심을 내비쳤다.


"호오, 한아 너는 특이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구나." 

"신실함에 대한 라시타의 보상인 것 같습니다." 


김한의 대답에 살다가 우습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마왕인 나와 동행하는 것에 라시타가 너를 그리 어여삐 여긴다고?"

"그 결과로 세계에 뿌려질 덧없는 피를 줄일 수 있다면 라시타께서 어찌 저를 어여삐 여기지 아니하겠습니까."


살다는 조금 뾰로통해진 얼굴로 김한을 바라보았다.


"한아 한아 너는 라시타의 계시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를 버려두고 떠날 것 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아닙니다. 저는 라시타의 계시가 없었더라도 살다님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김한의 대답에 순간 살다의 얼굴빛이 화사하게 밝아졌다.

살다가 눈을 빛내며 김한에게 물어왔다.


"한아,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렇게 생각했느냐?"

"···."


순간 말문이 막힌 김한이 입을 다물고 있자, 살다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둡게 물들었다.


마치 낮과 밤처럼 순식간에 대비되는 살다의 모습에 김한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네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이동조차 불가능하다고···.'


김한의 이런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다는 한동안 뚱한 얼굴로 김한을 쏘나 볼 뿐이었다.


살다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김한은 주의를 돌리고자 입을 열었다.


"살다님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굴린 또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내색하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식재료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영양 보충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정차하여 정비함이 어떻겠습니까?"

"나는 딱히 식사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만 굴린의 상태는 조금 걱정이 되는구나 이렇게 큰 덩치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마지막으로 취식한 것은 자그마한 몸 일 때의 양이 아니었겠느냐."


그 말을 끝으로 김한은 굴린의 등허리를 토닥여주었다.

굴린은 바로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속도를 줄이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펑


굴린의 몸이 연기에 휩싸이더니 아기 돼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굴린의 모습은 거의 탈진상태에 가까워 보였다.


김한은 굴린을 챙겨 살다와 함께 적당히 휴식을 취할만한 곳을 찾았다.

짐을 한곳에 모아 둔 채 밧줄과 나이프로 간단히 무장한 김한이 말했다.


"요기가 될만한 것들을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굴린과 함께 이곳을 지켜주시겠습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도록 하여라."


김한은 빠르게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더 임파서블'에서도 공복도 시스템이 존재했기 때문에 김한은 어디서든 항상 식자재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했다.


또한 전생에서 특수 공작원으로 복무할때 숲이나 사막에 홀로 떨어져 생환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이건, 여래 버섯이구나 생긴 것은 좀 괴상하지만 먹으면 정신력 스텟이 잠시동안 상승한다 그리고 이건 올가미 덫인데··· 주변에 우리 말고도 다른 이들이 머무르고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김한은 약간의 열매류와 버섯 그리고 토끼와 비슷한 생김새의 몬스터 몇 마리를 사냥해 휴식처로 복귀했다.


돌아온 김한이 마주한 것은 살다와 그녀의 무릎 위에 엎어져 있는 굴린 그리고 소규모의 상단 행렬이었다.



* * *



그레이하운드 영지 북쪽.


노예 상인 카림은 최근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공기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북방 영지 경계선 너머까지 간간이 보이던 그레이하운드의 병사들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최근 며칠 간은 아예 모습을 감춘 듯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레이하운드 병력의 후퇴로 카림 상단은 노예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더 많은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주변 국가와 부족에서 납치해온 처녀와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수풀 너머에서 눈에 불을 켜고 그들을 찾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젠장! 토미 언제까지 자빠져 처자고 있을 거야 일해야지 일! 누가 네 입에 밥을 처넣어 준다고 생각하는 거냐!"

"카림, 요새 매일같이 전투를 반복하는 데다가 나 어제 말 번이었다고···."


토미가 적당히 손을 흔들며 피곤함에 절은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카림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토미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면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다 지금 국경 부근이 뭔가 심상치 않아 아무래도 이번 일을 끝내면 한동안 잠적해야겠다."

"그래, 모아둔 돈도 다 쓰지 못하고 죽을 순 없지."


토미가 깨질듯한 머리를 쥐어 잡고 몸을 일으켰다.

토약질이 나왔지만 게워낸다면 전투를 위해 그만큼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그렇게 그레이하운드 영지를 향해 남하하던 카림 일행이 마주한 것은 '오 라시타 맙소사'가 절로 튀어나올 만큼 아름다운 소녀와 그 위에 늘어져 있는 값비싸 보이는 애완돼지 한 마리였다.


-꿀꺽


천금의 가치를 지닌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카림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를 뒤따르던 수하들의 눈에서도 음심과 탐욕이 차올랐다.


"토미 저걸 봐라! 저것만 제대로 취급할 수만 있다면 이 일을 때려치우고 수도로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

"그래, 정말이지 지랄맞을 정도로 완벽한 특상품이군."


"그런데··· 수상해도 너무나 수상하군. 이렇게 생뚱맞은 장소에 저런 상품이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곳은 살인과 납치가 일상인 그레이하운드 북부란 말이다 그래, 아무래도 저건 적어도 중상급 이상의 마도사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카림 네 말이 맞다 이 구역은 우리 말고도 작업을 진행 중인 놈들이 더러 있을 터인데··· 저렇게 최상의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 그렇다고 바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상품이니 우선 접근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약을 치는 방향으로 작업하는 것이 어때?" 


눈빛을 교환한 카림과 토미가 영업용 미소와 함께 마차 행렬을 살다와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수하들을 물려두고 살다에게 다가선 카림과 토미가 친근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아가씨 어째서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계시는 겁니까?"

"이곳은 올펜 제국과 주변 소국들의 군사분계지역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험한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던 살다가 잠시 키득키득 웃어 재꼈다.


"그래, 보통은 이런 느낌인데 말이지 역시 신기하단 말이야 라시타의 사제라서 그런 걸까? 아니, 그 녀석은 라시타의 사제가 아니라 걸인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어도 그 태도가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이 느껴진단 말이야."

"······?"


살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카림과 토미의 표정이 당혹으로 인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카림이 살다의 묘한 행태를 보고 다시 셈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멀쩡한 정신으로 이런 곳까지 찾아올 귀족 영애가 있을 리가 없지 분명 광증을 앓고 헤매다 이곳까지 온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약간 손색이 있겠지만 백치로 만들어서 수발을 들어줄 하인이 있는 귀족에게 팔아먹는 것이 좋겠다.'


토미또한 비슷한 생각을 한건지 눈을 마주친 그 둘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들이 살다에게 조금 더 접근하려는 순간적은 소란이 일어났다.


-퍽, 끄 끄악


그 소란에 고개를 돌린 카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김한과 그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싼 카림의 수하들이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제국에서 공인한 중계무역상입니다. 식료품과 우수한 제국제 무기를 취급하고 있죠."


김한의 물음에 카림이 노련한 처세술로 주저 없이 대답했다.


'지랄, 이 구역에서 만날 수 있는 상인은 노예상뿐이다.'


김한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다의 기색을 살폈다.

살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아,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하지만 굴린이 생각보다 많이 지친 것 같아 아까부터 내게서 도무지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구나."

"···?"


김한은 잠시 굴린을 바라보다 굴린에게 따라오는 특성이 무엇인지 떠올라 입을 떡 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굴린에게 자주 발현하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호색한]이었기 때문이다.


이 음험한 돼지는 암퇘지보다 인간 여성의 젖무덤을 더 사랑하는 극단적인 인간 여자 선호파였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굴린 보다 저 노예상 놈들이 훨씬 위험하다.'


생각을 정리한 김한이 제빨리 살다의 곁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김한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여긴 것인지 침착하게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들고있던 사냥감을 내려놓은 김한이 다시 앞으로 나와 카림 무리와 대치했다.


"그래서··· 그쪽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우리 쪽 아랫것들과 사소한 오해가 있으셨던 모양입니다만, 이 주변은 밤이 매우 위험한 곳이니 합석하지 않겠습니까?"


방금 전 김한이 자기 무리의 수하 하나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음에도 카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제안 해왔다.


'차라리 지금 바로 전투를 치루는 것이 맞을까? 아니라면 당장 오늘 야습에 대비해야 하는데···.'


김한이 잠시 고민하는 동안 살다가 가볍게 앞으로 나서더니 김한의 고민을 말끔히 치워버렸다.


"그것참 나쁘지 않은 제의로구나 우리 일행 또한 둘만으로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단다 그대들이 함께하여 준다고 하니 참 든든하다."

"숙녀분의 현명한 선택에 감사드립니다."


김한은 살다에게 불민한 눈초리를 쏘아 보냈으나 살다는 가볍게 무시했다.

김한은 그저 오전의 일을 곱씹으며 작게 한숨을 내 쉬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 부디 뒤끝이 긴 타입이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동석이 정해진 순간부터 김한 일행과 카림 일행은 적당히 하루를 보낼만한 숙영지를 꾸리기 시작했다.


김한이 능숙하게 숙영지를 설치하자 카림이 조금 놀란 눈초리로 물었다.


"한스 형제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이런 일에 아주 능숙해 보이시는 군요 보통 흑색 수단 사제들조차 이런 일에는 난색을 표하는데 말입니다."

"군종 장교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호오··· 그렇군요."


카림으로서는 김한의 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거기에 김한이 잡아 온 몬스터를 능숙하게 해체하는 것을 본 뒤로는 더욱 호감을 표해왔다.


'카림이라고 했나 이 녀석이 이렇게 쓸데없이 친절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오늘 밤 당장 전투가 벌어지겠구나.'


카림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한은 가볍게 혀를 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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