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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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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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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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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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2 - 그레이하운드(4)

DUMMY

C.2 - 그레이하운드(4)



광채로 쌓아 올린 새하얀 검이 대기를 갈랐다.

그레이하운드 내성 바닥이 병사들의 피로 차올랐다.


그럼에도 말레우스는 옷깃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전진하고 있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부정한 피가 말레우스를 멀리하는 것 같았다.


말레우스는 오직 한가지 단어만을 반복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 행위는 병사들로 하여금 끔찍한 광기와 광신을 느끼게 했다.


"정의"


-쎄에엑, 끄아악


말레우스의 손짓에 또 하나의 이름 모를 병사의 목이 날아갔다.


그들은 바네스가 변경백으로 서임되기 전.

용병대장으로 활약하던 시절부터 함께하던 이들이었다.


바네스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악에 받쳐 외쳤다.


"누구라도 좋다! 저 개 같은 광신도의 목을 치는 자에게 내 전 재산을 바치리라!" 


바네스의 그런 외침이 없더라도 수십 년을 함께해온 동료들의 주검에 분개한 그레이하운드의 병사들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성벽에 몸을 감춘 채 강철 쇠뇌와 마력탄을 퍼붓고 있었지만 말레우스의 몸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충혈된 눈을 부릅뜬 바네스 변경백의 옆으로 검은 장갑을 낀 집사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집사의 장갑에는 특수 처리된 투명한 은사가 감겨있었다.


"바네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오르는군 그때 우리는 모두 애송이었지 그 후 우리는 꽤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네."

"······."


"가게, 이미 지금의 그레이하운드는 멸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일세 부디 보중하여 우리의 가문을 다시 일으켜 주게나."

"클라크··· 절대 죽지 말라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보는 거다 동쪽의 호엘룬에서 다시 시작하자 내 기틀을 다져 준비해 두겠다."


충혈되어 붉게 물든 눈과 피눈물이 흐른 자국을 지울 생각도 없는 바네스 변경백의 모습은 이미 악귀라 불림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바네스 변경백이 홀로 후퇴하며 악에 받쳐 쉬어버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라시타도 반고도 우리를 쓰레기처럼 가벼이 내버렸도다 내 기억하리라 그리고 복수할 것이다 내 맹세하리라 다시 한번 그레이하운드의 이름이 찬란하게 세워질 그날 우리를 무시했던 그 누구도 이 땅 위에 서지 못할 것이다."



* * *



변경백이 떠난 회랑에는 오직 집사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그 넓은 공간이 단 한명의 발걸음 소리로 채워졌다. 


라시타 교단 최악의 사냥개가 그레이하운드의 중심에 도달했다.

자신을 한점의 날카로운 칼처럼 벼린 집사가 말레우스를 마주했다. 


집사는 자신의 손에 감긴 은사의 감각을 기억했다.

그리고 말레우스가 자신의 거리에 들어온 순간을 정확히 노렸다.


-쉬이익, 끼기긱


손에 제대로 된 감각이 느껴졌다.

집사가 조작한 은사가 말레우스의 목과 사지를 묶어 단단히 결박하고 있었다.


'통했는가?'


집사의 판단이 무색하게도 말레우스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집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집사는 다시 한번 은사를 조정하여 말레우스에게 걸린 결박을 더 견고하게 조종하려 하였으나.


-끼긱, 끼기긱, 파직!


'퀸 아라크네'라 불리는 몬스터가 특수하게 내뿜는 실로 짜인 장갑으로 손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말레우스의 순수한 힘 앞에서는 그 어떤 잔재주도 소용이 없었다.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잃은 집사가 후퇴하며 급히 은사를 날려댔다.


어느새 회랑은 집사의 날카로운 은사로 뒤덮여 움직이는 모든 것을 토막 낼 기세였으나 말레우스는 모든 은사를 몸으로 밀어내며 무심하게 집사에게 다가섰다.


결국 말레우스와 집사의 거리는 단 일보가 되었다.

손가락을 모두 잃은 집사는 전의를 상실했다.

그저 주저앉아 그를 멍하니 올려다 볼 뿐이었다.

집사는 자신의 끝을 예감했다.


'바네스 먼저 가겠네.'


"하하, 하하하! 라시타의 사냥개여 이제 나를 끝으로 그레이하운드의 종말을 고하라! 이 몸이야 말로 그레이하운드의 위대한 주인 바네스 그레이하운드 일지니."


집사의 외침과 별개로 잠시 묵묵히 집사를 내려보던 말레우스가 집사를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말레우스를 본 집사가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네 이놈! 어째서··· 어째서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이 몸에게는 명예로운 죽음조차 불요하다는 것이냐!"


집사를 스쳐지나가던 말레우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집사를 바라보더니 짧게 답했다. 


"너에게는 사람을 잡아먹은 자에게서 나는 특유의 썩은 내가 나지 않는다."

"······."


말레우스의 답을 들은 집사의 입이 굳게 닫혔다.

말레우스가 떠나고 난 뒤.

회랑에는 집사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하하, 하하하···."



* * *



붉은 달 혁명단의 비밀기지 - 지하공동


블루를 둘러메고 지하공동으로 숨어든 붉은 달 혁명단이 저마다의 의견을 설파하며 공동을 울려대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대업을 이룰 때입니다!"

"지금 지상에는 라시타의 이단심문관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산 사람을 찾아 도륙내고 있소 적어도 그가 영지에서 이탈할 때까지는 이곳에서 농성해야 합니다."


한 청년이 말레우스를 언급하자 순간 지하공동이 침묵에 휩싸였다.

들려오는 것은 블루의 규칙적인 숨소리뿐이었다.


"우선, 블루 동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서 농성하며 대업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동의합니다."


협의를 통해 어느정도 입장이 정리되자.

그들은 현재 상황을 분석하며 한탄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큰일이군 정말 큰 일이야."

"그러게 말일세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두 간부의 대화에 신입 혁명 단원이 의문을 나타내었다.


"아까부터 대체 무엇이 그리 큰일이라는 것입니까?"

"무엇이라니 그야 물론 그레이하운드가 한순간에 멸문해 버린 것 말일세."


한 간부의 대답에 신입은 당황하여 물었다.


"그것이 어째서 큰일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레이하운드의 몰락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대업이 아니었습니까?" 

"그래, 그레이하운드의 몰락은 우리가 꿈꾸던 대업이었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대업을 이루어낸 주체가 우리가 아닌 제국의 교황청에서 파견된 이단 심문관이라는 사실이 문제인걸세."


신입 혁명단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씀이십니까? 이제 그레이하운드의 폭정은 종말을 맞이했고 우리는 이제 자유를 되찾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나 그레이하운드가 멸문한 뒤 우리의 처지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신입 혁명 단원은 눈만 동그랗게 뜬 체 간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신입을 바라보던 간부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라시타 교단에서 자신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음에도 교단 내 최강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말레우스를 이곳에 파견했을 것 같은가?"

"······?"


"이보게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네 설사 말레우스가 단독으로 결정하여 그레이하운드를 정화한 것이라 할지라도 교단에서는 자신들의 최고 무력 수단이 동원된 이상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레이하운드 가문이 가지고 있던 이권을 강탈하려 할걸세"

"그 말씀은··· 교단이 개입된 또 다른 '그레이하운드'가 저희 영지를 지배할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신입의 말에 간부는 무릎을 탁 치며 분개했다.


"바로 그걸세! 우리의 대업을 떠올려 보게나 우리의 힘으로 그레이하운드를 무너뜨리고 이 땅에 우리들의 새로운 영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황실에서 우리를 반역도로 몰아 군을 파견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간부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블루를 바라보았다.

신입 또한 간부의 시선을 따라 한쪽에 곱게 뉘어있는 블루를 바라보았다.


잠시 뜸을 들이던 간부가 입을 열었다.


"공공연한 비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블루는 바네스 변경백 자신조차 모르는 그의 사생아라네."

"···!?"

"그 개자식이 취하고 사냥제에 내버린 가련한 여인을 우리 혁명군이 구해낸 적이 있었다네 그 후 여인은 사내를 출산하고 숨을 거뒀지."

"그럼, 그 사내아이라는 것이···?"

"그래, 지금 저기 누워있는 블루라네 우리 혁명군은 그레이하운드의 피와 우리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블루를 반드시 이 땅의 주인으로 만들어야 하네."


말을 끝낸 간부는 블루를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 * *



김한과 살다가 굴단을 타고 북쪽으로 떠난 뒤.

제프는 재빨리 자신들의 동료들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할 제프 이 개새끼야! 대체 어디를 싸돌아다니다 이제야 나타나는 거냐? 그깟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잡으러 소중한 오전 시간을 다 처 날려 먹을···?"


-퍼억


제프의 크고 묵직한 주먹이 요리사의 안면을 강타했다.

요리사는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더니 정신을 잃고 조리실 구석에 처박혔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곧 이단심문관이 이곳까지 들이닥칠 거야 그 전에 동료들을 모아 우리들의 고향인 호엘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프는 날듯이 뛰어 동지들을 모은 뒤 그레이하운드 국경 너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뒤늦게 남하 중인 소수의 그레이하운드 병력과 마주쳤지만, 대부분은 제프 일행을 무시하고 지나갔으며 덤벼드는 놈들은 제프 일행에게 제압당해 적당한 구석에 처박혔다.


그레이하운드 북동쪽 국경을 막 넘은 제프와 동지들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레이하운드 영지를 돌아보았다.


영지 중앙에서는 여전히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결국 그들 또한 자신들의 업보를 달게 받는군."

"저들의 비명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소."


제프와 동지들이 그레이하운드의 업보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던 중.

빠르게 이동 중인 한 인영에 시선이 모이게 되었다.


그 인영은 붉게 충혈된 눈에 뺨부터 턱까지 피눈물로 그린 길이 새겨져 있었다.


"어이, 제프 저거 바네스 변경백 아닌가?"

"음, 맞는 것 같은데···?"

"아주 좋군!"


바네스 변경백임을 확인한 제프 일행의 두 눈이 불에 덴 것 처럼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프와 동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네스 변경백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상을 느낀 바네스 변경백이 제프 일행을 발견하더니 다급히 아무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뭐, 뭐냐 네놈들 워, 원하는 게 무엇이냐?"

"그야 네 목이지"


제프 일행에 맞서 바네스 변경백은 필사의 각오로 항전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심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제프 일행이 숫자의 우위를 활용하여 차륜전의 형식으로 변경백을 몰아넣기 시작하자 금새 변경백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서걱


오른쪽 장딴지를 허용한 번경백이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 살려다오! 제발!"


변경백의 주변을 둘러싼 제프 일행이 번갈아가며 말없이 그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 * *



후드 아래로 찬란한 금빛 머리를 드러낸 말레우스가 멈춰 선 곳은 김한 일행이 굴린에 올라타 이동한 공터였다.


잠시 한쪽 무릎을 꿇고 흙을 쥐어 매만지던 말레우스가 미련 없이 일어나더니 한쪽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시선이 향해있는 북방으로는 김한 일행의 목적지인 드라코 컴퍼니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말레우스의 신형이 빛에 감기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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