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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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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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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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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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DUMMY

세상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가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연예인 뿐 아니라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정의철은 완전히 끝났다 말했었지만 봐라.

당당하게 매스컴에 복귀했지 않은가.


정의철. 전(前) 국회의원. 유력한 대권 주자였었지.

사퇴하게 된 계기는 인터넷에 올라온 성추문 동영상 때문이었다.


정의철 의원이 낙원 교도소를 공개비판한 직후에 공개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윗사람들이 접대부 끼고 추잡하게 노는 거야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수위가 좀 높았어야지.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정·청렴·정의를 슬로건으로 하는 정의철이었으니까.


이에 대해 고(故) 도살자는 꽤 합당한 의심을 했었다.

소장님은 정의철이 그렇게 나올 줄 미리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


나도 궁금하다.


“소장님. 그런데 정의철이 낙원을 공격할 거라는 점, 미리 알고 계셨어요?”

“누군가는 비판할 거라고 생각했고, 비판한다면 정의철이 아닐까 싶긴 했어.”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무서울 정도로. 혹시 다른 정치인들 X파일도 가지고 계신 거에요?”

“그런 거 없어. 정의철 동영상도 내가 올린 거 아니거든.”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정의철 스캔들 동영상을 뿌린 건 낙원 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예?”

“나도 누가 올렸는지 몰라. 아마 경쟁 후보 측에서 뿌린 것 아닐까?”


“아니··· 정의철은 소장님한테 칼을 갈고 있잖아요. 지금 방송만 봐도 소장님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다고요!”

“그니까. 정치인들 대단하지 않아? 완전 어부지리잖아. 만만하게 보면 안 돼.”


엿같은 비유 탓에 억울하고 화난다.

정의철 혓바닥을 뽑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소장님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

사이코패스니, 사디스트니, 이제는 뭐··· 히틀러라고?


하지만 소장님은 지나지게 덤덤하셨다.


“게다가 타당한 우려인 것 같은데. 사람들이 낙원을 두려워할 만 하지. 죄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전혀요. 근거 없는 비난이에요. 낙원이 아무나 골라 가둔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얼마나 철저히 조사하고 검증하는지 알면 저딴 말 못하죠.”


나는 머리 끝까지 열받았는데 소장님은 여유롭게 흡족한 듯 웃으셨다.


“난 괜찮아. 애초에 욕먹을 각오는 했으니까. 세상 모두가 나를 욕해도 내 편 하나 있으면 성공한 삶 아니겠어?”

“아뇨. 제가 안 괜찮아요. 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렇게 멋대로 떠벌리게 둘 수는 없으니까.”


“영아! 어디 가!”


혓바닥 함부로 놀리는 죄는 어떻게 갚아주어야만 할까.



***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미확인 헬리콥터가 방송국 헬리포트에 착륙했다.


“비상! 비상! 전 보안 병력 옥상으로 집결!”


그러나 방송국 경비요원들이 옥상에 도착했을 때 이미 헬기는 떠나고 난 뒤였다.


‘뭐지···? 오착륙이었나?’


“상황실, 여기는 출동 조. 현장 도착하자마자 헬기 떠났다고 알림. 송신 끝.”


보안 요원들이 옥상으로 쏠린 사이 신원 불상의 남성이 방송국 내부로 진입했다.

손에는 가장 높은 보안 레벨의 카드키를 훔쳐든 채.


아무도 그를 저지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으니.

생방송 9시 뉴스 데스크에 난입해 정의철 옆에 앉을 때까지도 말이다.


“크흠.”


아무도 자신의 등장을 깨닫지 못하자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유성현 앵커는 남자의 존재를 알아채고 PD에게 눈빛을 보냈다.


‘누구에요?’


PD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겠는데.’


남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유령입니다.”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

모두들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아까까지만 해도 당당히 소리높여 외치던 정의철.

새파래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남자가 입을 뗀 지 10초 정도 지났을까.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이 고장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청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9시 뉴스에 낙원 떴다! 이번엔 유령이래!]

[슬롯머신 같은 새끼들··· 9시 뉴스를 끊을 수가 없네. 예고라도 좀 하고 오든가.]

[존버는 승리한다. 꼭 등장 씬 다시 봐라.]

[와··· 나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는데 유령 쓱 들어와 앉는 거 눈치 못 챔.]


PD는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큐 카드를 들어올렸다.


[인터뷰]


“예. 유령이라고 본인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확인 차 여쭙겠습니다. 낙원 교도소의 현상금 사냥꾼인 그 유령이십니까?”

“맞습니다.”


유성현 앵커는 사전 협의되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에 능숙히 대처했다.

낙원 인물이라면 불청객이 아니라 VVIP 고객이니까.


“듣던 대로 신출귀몰하신데, 혹시 본인이 그 유령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실 수 있으십니까?”

“딱히 명함이나 재직증명서 같은 건 없는데요.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주무기나 기술을 보여주실 수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광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목표물이 아닌 사람에게 기술을 쓰는 건 엄격히 금지되어 있죠. 예를 들면 제가 정의철 ‘전’ 의원님 혓바닥을 송곳으로 뚫어 버리고 싶다 해도 꾹 참고 있는 것처럼요.”


고개만 돌려 무표정으로 무감정하게 말하는 유령.


건조한 살기가 느껴져 정의철은 식은땀을 흘렸다.


소장의 출연 이후 과격한 발언에 대한 대응을 철저히 연습해 온 유성현 앵커.

유령의 비 방송용 멘트도 적절히 받아냈다.


“제 발언을 무례하게 느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이 자리에 와서 앉으셨다는 것 자체가 증명이 되겠군요.”

“그렇네요. 저도 과격한 발언에 대해 불편하셨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PD가 다시 큐 카드를 들었다.


[시청률 60%! 정의철 - 유령 대담!]


글자체에서부터 흥분과 열정이 느껴졌다.


“짐작컨대 유령 님께서는 정의철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러 나오신 듯 한데, 맞습니까?”

“예. 정확히 맞습니다.”


“이수정 소장을 히틀러에 빗댄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자는 약자의 편이고, 후자는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대학살극을 벌인 최악의 살인마라는 차이가 있죠. 둘을 같은 선상에 올리는 저의가 궁금하군요.”


“이 의견에 대해 정의철 전 의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의철은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이기면 화려한 반등이고, 져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어디 길바닥에서 굴러먹던 애송이가 어디 국회의원 출신한테 비비려고!


“낙원이 약자의 편이다? 청소년을 납치해서 감금한 뒤 고문하고 착취하는 곳이 바로 낙원 아닙니까!”


네거티브 전략에 특화된 정의철의 워딩.

단어 하나하나가 사실이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소장이라면 몰라도 유령이 국회의원을 말로 이길 수가 있을까.


“정의철 전 의원께서는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하군요. 그런데 서규원과 우재광이 한 청소년을 자살로 내몰았을 때는 가만히 계시다가 이제 와서 지랄이십니까. 가해자 편을 드시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유성현 앵커가 실명 언급 및 비속어 사용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려던 순간.

[과격 발언 패스! 시청률 65%!!!] 라는 큐 카드가 올라왔다.

끼어들어 대화의 흐름을 끊는 대신, 유성현은 정의철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유령의 거친 발언에도 정의철은 당황하지 않았다.


‘흥, 내가 개싸움 한 두 번 해보는 줄 알아? 우습지도 않다, 이것아.’


“서 모 군과 우 모 군 역시 가해자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낙원에 의해 또다른 피해자가 되었을 뿐 아닙니까? 낙원이 정의라고 착각하는 행위는 사실 폭력의 연쇄고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일입니다! 당신들이 신의 대리인이라도 됩니까? 멋대로 사람들을 잡아다가 처벌할 권한은 누가 줬단 말입니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모든 주권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시민들의 허락은 받으셨습니까?”


역시 국회의원 배지는 화투쳐서 딴 것이 아니었다.


낙원 창립 이래로 항상 낙원 편이던 시청자들 의견은 점점 정의철 측으로 돌아섰다.


[정의철 말도 맞네. 자기들이 무슨 권한으로?]

[그렇네. 막말로 아무나 잡아다 가둬도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조차 없지.]

[처음에는 시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 무서워. 낙원이 너무 강해졌지 않아?]

[진짜. 뉴스 데스크에서 욕을 하는데도 제지조차 못하잖아.]



방송을 보고 있던 소장은 유영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아직 국회의원을 상대할 급은 아닌 거 같네. 아직은.’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방송국 PD의 전화가 울렸다.


[이수정 소장 전화 연결!]


“아, 대담 중 전화 연결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수정 소장님. 생방송 9시 뉴스 앵커 유성현입니다.”

-안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정의철 전 의원님 이야기를 듣고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거든요. 책임을 통감하는 바이며, 낙원을 폐쇄할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예?”


온갖 상황에 철저히 대비했던 유성현.

이수정 소장의 폭탄 발언에 또 얼어붙고 말았다.

그건 대비할 수 있는 종류의 발언이 아니었으니까.


[시청률 75%!!! 빨리 멘트 쳐!]


“아··· 그러니까 정의철 전 의원의 발언 때문에 낙원을 폐쇄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그 안에 있던 수감자들은 어떻게 되나요?”

-항상 좋은 질문을 하시네요. 별다른 방도가 있습니까? 낙원의 재소자들은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 기준으로는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들인데. 당연히 사회로 돌려 보내야죠. 그래야 정의철 전 의원님 총선이든 대선이든 출마하셨을 때 한 표라도 더 늘지 않겠어요?


시청자 게시판은 실시간으로 불타고 있었다.


[낙원은 정의철 현상금 걸어라. 전재산 투척하겠음.]

[유령 님 뭐하세요! 빨리 송곳으로 찔러요! 바로 옆이에요 옆!]

[낙원 측에 엄중히 경고한다. 절대 방생하지 말아라.]

[폐급 정의철 퇴물됐으면 집에서 붓잡고 반성이나 하지 왜 기어나와서 민폐 끼침?]

[표심 얻으려고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룸싸롱러버가 있다?]


“정의철 전 의원님?”


···


정의철이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분노의 세수를 하다 실신하는 장면은 편집되어 밈으로 널리 쓰였다.



***


“소장님···. 죄송합니다···.”


유영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맥주 한 잔 해. 정의철 때문에 시간 낭비했으니 밤새 놀아야지.”


유영은 사약 받은 죄인처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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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9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8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9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9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2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2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1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4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4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9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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