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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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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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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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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DUMMY

“소장님··· 그건 대체 뭐였습니까?”

“일당백의 용병 100명. 즉, 10000명 분의 일을 해내는 처단자들이지.”


“한국인이 아닌 것 같던데요?”

“응. 한국인 아니야.”


“그 사람들 정체가 뭐에요?”

“오늘따라 궁금한 점이 많은가 보네. 진짜로 알아야겠어?”


소장님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조금 차갑고 무서운 표정이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러자 소장님은 은은하게 웃으실 뿐이었다.



***


유영.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괴로워.

하지만 모르는 게 좋을 거야.


모든 걸 공유해야만 진실한 관계는 아니거든.

··· 너를 잃고 싶지는 않아.


어떻게 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대고 말할까.

그곳은 내가 악의와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서 만든 지옥이라고.

합법적인 부분도 전혀 없고 이번만큼은 국민들의 공감도 얻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이번 고문 영상은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어.

네 덕이지. 체포 영상만으로도 후원액은 차고 넘치게 모였으니까.


진창 깊은 곳에 있는 쓰레기를 건지려면 그 곳에 들어가야만 해.

나쁜 놈들에게 절망을 안겨 주려면 더한 악인이 되어야만 하듯.


고상하고 선량한 방식으로는 내 의지를 실천할 수가 없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철학을 가지고는 진정한 고통을 주지 못하니까.



···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왜 지옥의 존재들을 내버려 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니?


지옥은 신의 또다른 자아이기 때문. 나는 그렇게 생각해.

사악한 영혼을 영원히 고문하려면 악마가 ‘필요’하니까.


악마들이 악인을 환영하지 않고 오히려 고문한다··· 오히려 신의 대리인같지 않아?

이건 너무 과한 생각일까.


나는 모든 죄를 짊어지고 기꺼이 지옥이 되어 주겠어.

너는··· 더럽혀지지 않은 채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너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나의 구원자. 나의 대리인. 언젠간 나를 심판하러 올, 나의 유령.


***


이수정이 비밀리에 모집한 것은 은퇴한 특수부대원 혹은 운동선수들이었다.

높은 보수를 내걸었지만 겨우 300명만이 제안을 수락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주 끔찍한 것이었으니까.


성범죄자를 처단하기 위해 성범죄자가 되어야만 했다.

인간으로서 행하기 어려운 잔혹하고 끔찍한 고문을 자행해야만 했다.


300명 중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은 제외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에 차마 강력 성범죄자를 들여올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자 200명이 남았다.


남은 200명 중 심층 면접과 심리 검사를 통과한 이는 단 100명.

그렇게 간신히 100명을 채울 수 있었다.


[면접 당시 지원자들의 발언 중 일부]


“정말 좆같은 임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범죄자들에게는 원한이 있어요.”

-스나이퍼 제리.

모국 시민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적국 요원을 잔혹하게 고문살인해 제적당함. 이번 임무에선 목표물을 직접 살해하지 않기로 서약서를 받은 뒤 통과.


“똑같이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정신적인 불구로 만들어 버릴게요. 성적인 생각을 하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루드비코 치료법, 아시죠?”

-레슬링 선수 출신, 정신과 의사 경력을 가진 톰.

혐오자극 치료법을 쓰다 강력범죄자가 자살하여 손해배상액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함.


“...여중생을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 왔습니다. 그것도 집단이 개인을요. 우리 숫자가 압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절망적인 전력 차이를 보여주겠습니다.”

-현역 격투기 선수 마이크.

딸 셋의 아버지.


“저는 케이팝 팬이에요. 한국 남자 좋아요.”

-그냥 빌리.

성범죄 경력 없고 심리검사 무사통과. 마지막 발언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참가자 중 가장 피지컬이 좋았고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췄기에 통과.


***


섬은 그야말로 지옥이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나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망망대해 외딴섬에 울려퍼졌다.


스나이퍼 제리는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을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수풀 속에 은신한 목표물은 숨을 참고 제리가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청력과 균형 감각을 상실한 강인범이 어떤 꼴을 겪었는지 똑똑히 봤기 때문에.


보나마나 저 끔찍한 괴물에게 잡히면 자신도 불구가 될 게 뻔했다.

커다랗고 우둘투둘한 나무 몽둥이를 사정없이 쑤셔댔으니까.

막대기 끝에는 피가 뚝뚝뚝 흐르고 있었다.


제리는 멈춰서서 코를 킁킁거렸다.


“나는군. 더러운 오물의 냄새가.”


사실 제리는 진작부터 수풀 속에 숨은 목표물을 발견했다.

그도 그럴 게 스나이퍼 출신 아닌가.

얄팍하기 그지없는 일반인의 위장은 그냥 지나치려 해도 지나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장이 특별히 부탁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고문만으로는 모자라다고.

바닥이 없는 절망 속에 빠뜨려 달라고.


제리는 고개를 확 돌려 수풀 속을 응시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기괴하게 쩍 벌렸다.


“찾았다.”


목표물은 소리를 악 지르며 수풀 속에서 뛰쳐나가 줄행랑을 쳤다.


제리는 목표물을 단숨에 잡을 능력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잡을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뒤를 쫓았다.


제리가 점점 멀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목표물은 숨을 몰아쉬었다.


“하, 하하! 씹새끼. 별 거 아니네. 양키 새끼가 어? 군생활은 해 봤어?”


그 때.


“피커부!”


따돌린 줄 알았던 제리가 있었던 곳은 목표물 머리 바로 위의 나무.

목표물은 제리를 보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제리는 기절한 목표물 따위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른 목표물을 찾으러 나섰다.


“서두르지 말자고. 네가 공포에 익숙해질 때쯤 또다른 공포를 알려줄 테니까.”


···


그러나 진양연합에는 만만한 상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목숨 걸고 싸우는 현장, 때로는 피지컬이 깡패였다.


육수충들은 사회에서 그랬듯 몰려다니며 처단자들을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몰려다니는 것들은 대부분 아무리 덩치가 커도 초식동물이다.


진짜 육식동물, 현직 격투기 선수 마이크는 혼자 다닌다.


“야, 야. 씨발. 저 새끼 혼자다. 조지자.”

“뭔 자신감으로 혼자 다니냐? 물에 빠뜨려 죽이자.”

“하하! 이거 우리가 다 죽이고 다니면 그냥 무인도 체험 되는거네. 뗏목 만들어서 나가자.”

“맞다. 우린 연장까지 들고 있는데 겨우 한 놈한테 쫄 거 없다. 담그자.”


흔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다.

과연 격투기 선수와 조폭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5대 1만 돼도 격투기 선수가 진다는 말도 있던데.


정답은 이거였다.


[마이크라면 지방덩어리 육수충 스무 명이 와도 떡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이곳은 링 위가 아니었기에 마이크는 하단부 급소를 마음껏 걷어차 버렸다.

같은 격투기 선수의 다리도 부러뜨리는 무시무시한 킥력.

어린아이에게 맞아도 아픈 곳을, 1톤 트럭이 들이받는 충격량으로 사정없이 강타한다.


문신은 전투력 상승 버프가 아니다.

그걸 믿고 격투기 선수에게 나댔다간 말 그대로 피오줌을 싸게 된다.


“2인 이상 모이지 마라.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자 목표물들은 마이크의 법칙을 이해했다.

홀로 돌아다니다 마이크와 마주쳐도 마이크는 본체만체 했으니까.

다만 둘이라도 모이면 마이크는 악마로 돌변했다.


마이크는 목표물들을 철저히 고립시키며 뭉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처단자 100명 대 목표물 1의 상황을 강제하는 것.

목표물들은 철저히 혼자인 채 처단자들을 맞이해야만 했다.


···


레슬링 선출, 정신과 의사였던 톰은 목표물들 여럿을 동시에 고문하고 있었다.

고문 방법이란 목표물들을 나무에 묶어 놓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눈꺼풀은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선마저 통제할 수 있을까?


목표물 하나가 영상으로부터 눈을 돌린다.


“눈깔 여기에 고정하라고!”


톰이 목표물을 향해 리모컨 버튼 [집중]을 누르자 머리통에 연결된 장치에서 전기가 흘러 나온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주 고통스럽지만 기절할 정도는 아닌 교묘한 전압과 전류.

톰이 실험 일지까지 기록해 가며 찾은 최적의 임계점이었다.


망망대해 외딴섬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티비.

풀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민망한 교성이 울려퍼진다.


그곳을 지나던 목표물은 수풀 뒤에 숨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살펴본다.


그 때 제리가 목표물 뒤에서 속삭였다.


“무슨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있어?”


제리는 목표물을 어깨에 둘러메고 톰에게 간다.


“닥터. 여기 실험체.”

“오, 제리. 고맙네.”


톰은 일부러 목표물을 느슨하게 묶는다.

목표물들은 나무 기둥에 묶인 손을 열심히 비벼대지만 톰은 보고도 못 본 체한다.


다만 자극적인 영상을 보고서 신체 일부분에 피가 몰린다면?

그 때는 톰의 격노를 피할 길이 없었다.


“이 더러운 새끼! 이 상황에서조차 꼴리냐! 꼴려!”


톰은 가차없이 리모컨 버튼 [처벌]을 누른다.

그러면 하단부 급소에서 탄내가 날 정도로 강한 전기충격이 일어난다.


“끄아아아아아 아아아! 컥! 꺼럭, 컥! 끄어어얽···윽.”


이건 임계점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극형이므로 목표물들은 기절하게 된다.


그러나 도망칠 곳을 만들어주지 않는 톰.

기절한 목표물에게 [기상]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조금 약한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아악! 악! 씨발! 차라리 죽여 이 개새끼야아아아!”


기절했던 목표물은 전기충격의 고통 때문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다.



오랜 시간 동안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목표물들은 반격을 꾀하기로 했다.

최대한 입을 움직이지 않으려 애쓰며 작게 속삭이는 목표물들.


“야. 저 새끼 진짜로 한국말 못 알아들어.”

“잠깐만. 나 거의 다 풀었거든. 아, 됐다.”

“준비는 다 됐고. 저 개새끼 뒤돌면 바로 한꺼번에 덮치는 거야.”

“오케이.”


그 때 빌리가 등장했다.


“닥터. 이 귀염둥이들이 반란을 꾀하고 있나 본데요.”

“오, 빌리. 자네 왔는가. 알고 있네.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 둔 것 뿐일세. 유령의 방식대로.”


“닥터도 참. 짓궂기도 해라.”


빌리는 목표물들에게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나 한국말 잘 해. 너희들은 잘 해? 도망치든 싸우든 나는 좋아. BUT! 제발 포기하지만 마. 그러면 정말로 화낼 테니까.”


도망친 녀석들은 제리에게 잡혔고, 싸우기로 한 녀석들은 톰한테마저 개발렸다.

밖에서 모여 대항하려는 녀석들은 마이크한테 맞고 피오줌을 싼 뒤에 뿔뿔이 흩어졌다.


···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전리품들은 대부분 빌리의 차지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말끔하게 면도하고 헤어스타일이 세련된 최인충은 빌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냥감이었다.


그는 절망의 전도사.

친절히 한국말로 목표물들의 귓가에 대고 지옥의 환영 인사를 갈겼다.


“여기는 내 낙원이야. 한국 남자 좋아요.”


끔찍한 지옥은, 면접에서 떨어질 뻔했던 빌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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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7 1 11쪽
35 전세 사기 사건(8) 24.08.19 21 0 12쪽
34 전세 사기 사건(7) 24.08.18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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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세 사기 사건(5) 24.08.16 21 0 11쪽
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9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9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1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2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3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4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8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6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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