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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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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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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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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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처단 임무(1)

DUMMY

교실 맨 뒷줄에는 책걸상 세 개가 추가되었다.


유영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열받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다.

정말 쉽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봐도 쟤네 학생 아니야. 나이도 에반데 웬 양아치가 왔음.”

“아니, 옆 반이 숫자 더 적은데 왜 우리 반에만 셋이나 몰렸대?”

“전학생은 잘생겨야 국룰 아님?”

“그니까. 저 빡빡이 아저씨 좀 봐. 마흔은 돼 보인다.”

“난 오히려 빡빡이는 좀 친근한데 저 음침해 보이는 놈이 싫어. 시체 같아.”


속삭이긴 하지만 대놓고 들으란 얘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게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변장까지 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K-화장술의 대가들이 모인 분장 팀에서도 본판불변의 법칙은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이것보다 더 어리게 보이려면 가면을 쓰셔야 돼요···.’


피부야 어떻게 해도 이목구비를 재배치할 수는 없으니까.

셋이 온몸에서 뿜어내고 있는 기운은 명백히 군필 아저씨니까!

냄새부터가 홀애비 냄새니까.


결국 셋은 어찌할 도리 없이 분노를 꾹 눌러 참고 있다.

목표물 외에는 건드릴 수가 없었기에.



유영은 교실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피해자의 책상.


다른 책상들은 모두 새것처럼 말끔한 와중.

피해자의 책상만 더럽고 지저분하고 상처입었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조금 의아했던 점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의외였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할 듯한 금수저.

그게 유영이 느낀, 가해자 서규원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심지어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다.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서규원이 무슨 말만 하면 빵빵 터졌다.


유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피해자는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해자는 희희낙락하는 꼴이라니.



그 때 서규원이 유영을 쳐다보고 피식 웃었다.


‘마침 잘 됐네. 장난감도 망가진 참에···.’


그러더니 새로 찍은 먹잇감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 나는 서규원이야. 너는··· 유영석이라고 했던가?”


유영은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서규원을 쳐다봤다.

최대한 띠꺼운 표정으로.


옆에 있던 다른 가해자가 굵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명찰에는 우재광이라고 적혀 있다.


“너 혹시 말을 못 해? 벙어리야?”


서규원이 호리호리하니 귀공자 같은 느낌이라면, 우재광은 운동 선수 같았다.

셔츠 위로도 골격과 근육이 드러나 이쪽도 다른 의미로 학생 같지는 않았다.


벙어리냐는 비하발언이 대체 뭐가 웃긴지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깔깔댔다.



유영은 기분이 심히 좋지 않았다.

본인의 학창시절은 괴롭힘조차 없었던지라 괴롭힘당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벌써부터 괴로웠다.


‘많이 힘들었겠네··· 이렇게 잘난 놈들이 왜 남을 못살게 굴어서 안달일까.’


자신이 학교생활했던 때와는 많이 달랐다.

옛날에는 딱 봐도 양아치같은 놈들이 일진 짓을 했다.

공부도 못 하는데다 가정은 가난하고 불우하여 학대받고 자란 놈들이.


그런데 지금은 이게 뭔가.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놈들이 남을 괴롭힌다.

집도 잘 살고 잘난 놈들이.


이유가 대체 뭘까. 우월감을 느끼려고?

괴롭힘 그 자체를 즐기는 사이코패스라서?

그것도 아니면 폭력적인 게임이나 만화 때문?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같잖은 이유를 꼽는다.

하지만 유영의 생각은 단순하다.


그래도 되니까.

이건 어딜 갖다 붙여도 정답인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실제로도 유영의 판단은 옳았다.

만 14세가 넘으면 소년부 재판을 받긴 하나 소년원에 가더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애초에 거기까지 가는 경우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학교폭력위원회는 예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처벌권한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안을 조사해야 하는 교사부터가 약자니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옛말이고 학폭 담당교사가 고소를 당하는 일도 많다.

아동학대 관련으로 고소당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 그딴 건 없고 바로 징계.

학대로 해석하는 폭 또한 매우 넓어서 말 한 마디 잘못 하면 정서학대.

솜방망이라도 얻어맞으면 아동 관련 범죄로 취급돼서 교육계 취업이 제한된다.


과거의 교사들이 학교폭력에 무관심했다면, 지금 교사들은 학교폭력에 무력하다.



그렇게 순수하게 무력으로만 승부보던 낭만의 시절은 죽었다.

지금은 재력이 곧 무력이고 부모의 직업이 깡패다.

이젠 없는 놈이 있는 집 자식 건드렸다간 그야말로 집안 기둥이 뿌리채 뽑히니까.


결국, 그래도 되니까.

아무 처벌도 받지 않으니까.

‘미래가 창창한 청소년’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였다.


약자의 편은 누구도 없었다.

이수정이 사립 교도소를 세우기 전까지는.



“너는 지적 장애인이거나 귀머거리구나. 우재광.”


유영은 정말이지,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악을 상대하려면 더한 악이 되어야만 했다.


갑자기 교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우재광이 유영의 책상을 팍 내리치며 위협적으로 나왔다.

유영이 보기에는 자신의 손만 아플 뿐인, 바보같은 행동에 불과했지만.


“아···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걸 보니 청각장애인이었구나. 미!안!하!다!”


입모양을 정확히 하고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말하는 유영.

손으로는 수화 비슷한 것까지 했다.


확실히 코치는 사람 보는 눈이 탁월했다.


유영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인가.

벌써부터 코치의 도발 실력을 바로 베껴 오지 않았나.

그건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오토와 렉스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재광은 얼굴이 시뻘개졌고.


혈기왕성하다는 건 뇌로 피가 덜 간다는 뜻.

낮은 판단력을 지닌 우재광이 다짜고짜 유영의 얼굴에 대고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복싱 오래 배운 코치의 주먹도 맞지 않은 유영.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 한들, 한낱 고등학생인 유재광의 주먹을 맞을 리가 있겠는가?

코치의 복싱 경력만 18년, 유재광 나이 정도였는데.


유영은 앉은채로 우재광의 주먹을 종이 한 장 차로 피했다.

단순한 우연이었다고 생각한 우재광은 연이어 주먹을 날렸지만 유영은 슥슥 움직이며 모두 피해냈다.


‘느려···. 일부러 맞아줄래도 힘들겠네. 이거 뭐 좆도 아닌 새끼가 누굴 때리고 다녔어.’


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재광은 본능적으로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렇다. 쫄은 것이다.

바람잡이 오토가 때마침 킥킥대며 혀를 나불댔다.


“쫄았네. 패션 근육.”


겨우 일곱 글자에 불과한 오토의 한 마디는 효과가 상당했다!

우재광이 뒷목 짜릿할 정도로 열받아 이성을 잃고 말았으니까.


모두의 이목이 오토에게 집중된 사이 유영은 마술을 부렸다.

무나미 153 볼펜 끝으로 우재광의 급소 다섯 군데를 찌른 뒤 태연히 볼펜을 숨기고 뻔뻔하게도 손날을 치켜든 것.


남들이 보기에는 비리비리한 전학생이 불가사의한 무술로 우재광을 간단히 쓰러뜨린 듯 보였다.


“미친··· 저거 봄?”

“뭐야? 뭐 한건데?”

“전학생이 엽문 찍음. 손날로 파바박.”

“그게 실제로 되는 거야?”

“됐잖아. 지금.”


뛰어난 피지컬과 타고난 격투 센스.

고교생 레벨에서 우재광을 이길 자는 없었다.

실제로도 곧 데뷔를 앞둔 격투기 선수 지망생이었으니까.


하지만 유영은 정정당당하게 주먹 싸움으로 이길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쓰레기들에게는 필히 비겁하고 치사한 방법을 써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

그것이야말로 가해자에게 억울함과 절망을 안겨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겼다.



오른팔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싱겁게 누웠는데 서규원은 침착하다.

어차피 우재광은 서규원에게 소모품 같은 것이었으므로.

액받이 무녀, 죄를 뒤집어 써줄 용역 깡패에 불과했으므로.

우재광이 지면 진 대로 서규원에게는 이길 방법이 있었으니까.


“어이. 괜찮겠어? 우리 아버지가 장학사야. 학폭위 열어야 되겠다.”


역시 왕의 DNA를 가진 자다운 좆같은 발언.

오토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애비가 공무원이면 공무원이지 자식 새끼가 떵떵거릴 게 뭐냐?”


오토의 촌철살인에 지금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서규원마저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를 빠드득 갈며 서규원이 오토의 멱살을 잡으러 가까이 다가오려 했을 때.


여태 가만있던 렉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저벅저벅 걸어가 커다랗고 못생긴 얼굴을 서규원에게 들이밀었다.


“친구가 안 먹히니까 이번엔 느그 애비가 대신 싸워준다 이 말이야? 이게 유휘왕이냐, 푸켓몬이냐. 그것도 아니면 고스트 바둑대장이냐. 안 쪽팔려?”

“너네 강제 전학 온 애들인가 본데, 우재광이 먼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사과하면 넘어가 줄게. 또 학교 옮기면 부모님이 힘드시지 않겠어?”


“나는 전학 가는 게 취미라서 괜찮아. 어디 해 봐. 근데 법보다 주먹이 빠르단 말, 들어 봤어?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게.”

“... 수준 떨어져서 대화를 할 수가 없네. 너야말로 하굣길 조심하고,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헤어지려니 벌써부터 아쉽다, 야.”


유영은 어떤 의미로는 서규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시종일관 침착하고 안하무인일 수가 있을까.

마치 자기가 서민들보다 상위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렇게 폭풍전야같은 기묘한 긴장감 속에서 하루 일과가 끝났다.



···


교문에는 검정색 차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것은 바로 서규원의 필살기인 무서운 삼촌들 소환하기!


“법보다 주먹이 빠르다고 했었나? 네가 뼈저리게 느끼게 되겠네.”

“븅신. 나 좋아하냐? 왜 이렇게 줄줄 따라다녀. 확 따먹어 벌라.”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나 보자. 최낙지.”


서규원은 명백히 선을 넘고 말았다.


오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감히 렉스 형님을 낙지라고 부르다니.


“야, 야야야야야! 빨리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이 병신 새끼야!”

“좆까. 어이 대머리, 긁?”


렉스는 폭발하는 대신, 유영에게 정중히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형님. 제가 정의로운 폭력배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합니다.”


오토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표정을 구겼다.

진짜 범죄자 새끼들은 사람 말을 듣는 법이 없어···!


서규원은 얼굴이 시뻘개진 렉스가 웃겼나 보다.

마침 무서운 삼촌들도 차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었으니 자신 있게 도발을 감행했다.


“야. 대머리. 너는 무슨 씨발, 어디 생활하다 온 늦깎이 고교생이냐? 어, 긁혔어? 잘 익은 돌문어 색깔이 됐네. 어이, 타코야끼. 머리 빡빡 밀면 대머리인 거 감출 수 있을 줄 알았나. 하하하. 요 연포탕같은 새끼야.”


···오토는 서규원의 명복을 빌었다.

다음 생에 태어나거든 꼭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 겸손히 살도록 하거라···.


분노 한계치를 돌파한 렉스는 온화한 부처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마치 폭풍전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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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7 1 11쪽
35 전세 사기 사건(8) 24.08.19 20 0 12쪽
34 전세 사기 사건(7) 24.08.18 19 0 11쪽
33 전세 사기 사건(6) 24.08.17 21 0 11쪽
32 전세 사기 사건(5) 24.08.16 20 0 11쪽
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8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7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0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1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2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3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8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5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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