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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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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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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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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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DUMMY

[유서]


엄마. 미안해요.

자꾸만 용돈을 요구해서요.


참고서 사야 한다, 학원비 내야 한다, 특별활동비 내야 한다, 유행하는 패딩 사야 한다, 체육복 새로 사야 한다, 운동화가 찢어졌다, 지금 용돈으로는 간식비도 못 충당한다···.

모두 거짓말이에요.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 사준 건 다 어디로 갔냐.

화가 많이 나셨지요.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는 항상 저를 믿어 주셨죠.

혼내실 때마저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지금껏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저, 괴롭힘당하고 있어요.



아버지. 죄송해요.

공부는 소홀히 하고 게임만 해서요.


사실 저는 게임 싫어해요.

원래는 좋아했지만 싫어졌어요.


억지로 뭔가를 하면 아무리 좋아했던 일이라도 싫어지게 되네요.


공부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처럼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저는 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이곳을 떠날 생각을 백 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

무섭기도 하고··· 부모님께 불효라는 생각에 계속 참아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


그놈들이 우리 가족 사진을 보면서 하나하나 욕을 하는데도 저는 비굴하게 웃었습니다.

그게 저는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너무 미워서···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랑해요. 엄마, 아버지.

죄송합니다.


추신: 집 비밀번호는 바꿔 주세요. 꼭.



***



처음에 첨부파일명을 봤을 때.

정신이 아득해지고 손발에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절망감, 의심, 먹먹함···.


떨리는 손으로 유서를 읽다 보니 소장님이 쓰신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챘다.

그러나 순간 조금이나마 안도했던 내가 싫어졌다.


이건 누군가 실제로 쓴 유서였으니까.


내용으로 짐작해 보건대 작성자는 학생.

학교폭력에 시달려 남긴 유서 같았다.


심장이 쿵쿵 울리고 뒷목이 뜨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의 부모님이 이 글을 읽었을 때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식 없는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 비통함이 짐작은 간다.

아마도 내가 소장님을 존경하는 마음보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 훨씬 크겠지.


소중한 아들이 자기혐오로 가득찬 채 남긴 유서···.

그걸 부모로 하여금 읽도록 만든 죄는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



···


“소장님. 첨부파일 읽어보았습니다.”

-쉬는 중에 미안해. 급한 사안이라서, 그리고 네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괜찮습니다. 무슨 상황이죠?”

-일단 유서를 쓴 학생은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주르륵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 옥상 앞을 서성이며 한참 동안을 망설였대. CCTV를 보던 아파트 경비원 분이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서랑 소방서에 신고해서 학생은 다행히 살았어.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천만다행이지. 하지만 구조된 학생은 ···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봐.

“.......”


-영아. 어려운 일이겠지만··· 부탁 하나 해도 될까?

“제게 연락하셨을 때 어느 정도 짐작은 했습니다. 바로 잡아다 바치겠습니다.”


-음··· 이번에는 사냥꾼 일이 아니라, 처단자 역할을 맡아줘야 되겠는데.





낙원에는 정말 다양한 보직이 존재한다.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나도 모른다.

나는 그저 소장님의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


하지만 처단자는 ··· 내겐 절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다.


조용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냥꾼과 달리 처단자는 뭐랄까.

오토 형이 탭댄스를 추듯이 쇼맨십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비유를 해야 하나?


존재감이 희미한 나와는 상극이라고 봐야겠지.

그림자가 밝게 빛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런데 학교폭력 임무는 처단자 임무 중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에 속한다.

흔히 학교폭력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협박.

사립 교도소 설립 이전부터 존재했던 방식이다.

문신 조폭들이 가해자를 찾아가 협박을 하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나.


경찰도, 학교폭력위원회도, 선생님도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를 조폭이 해결한다.

폭력을 더 큰 폭력이 해결한다는 원리다.


이상적인 방식은 절대 아니지만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나와 협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렉스 형이나 오토 형이라면 모를까.


왜냐? 나는 항상 좆밥 취급을 당해왔기 때문에.


비웃지 마라.

그게 사냥꾼으로서는 최고의 장점이니까.


사냥 임무에서는 목표물이 설령 내 존재를 알아챘다 하더라도 방심한다.

방심한 적은 내게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거고.


하지만 협박 임무에서는 내 희미한 존재감이 최악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니까 협박 임무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냥 안 되는 거다.

토끼가 사자를 겁먹게 만들 수 없듯이.



그리고 학교폭력 임무의 두 번째 유형은 바로 ‘거울 치료’다.

이것 역시 내가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유형인데···.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거울 치료는 일종의 역할극.

처단자들이 가해자의 학교로 전학 수속을 밟아 학교 생활을 하는 방법이다.


··· 이게 첫 번째 난관.

서류작업은 어찌어찌 한다 쳐도 얼굴이 동안이어야 된다.


선생님! 오늘 온 전학생 무슨 마흔 살처럼 생겼는데요?

이딴 소리가 나오면 안 되니까.


학교폭력 처단자들의 직업 수명이 괜히 짧은 게 아니다.

근데 이건 어찌저찌 얼굴에 철판 깔고 비빈다 쳐.


그러나 가장 큰 문제.

거울 치료 임무를 수행하는 처단자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게 두 번째 난관이다.


매력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카리스마.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결정짓는 뛰어난 외모.

그게 아니면 운동을 겁나게 잘 한다든지 엄청 웃긴다든지.


그래··· 씨발. 나한테는 해당사항 없다.


그런데 대체 왜 매력이 필요할까?

학교폭력은 단순 물리적인 폭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전문용어로는 동류집단 압박.

쉬운 말로는 친구따라 강남간다.

또래집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 학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단자가 학교를 먼저 휘어잡아야 한다.

그래야 물리적인 폭력 뿐 아니라 사회적인 폭력 또한 되갚아줄 수 있을 테니까.


혓바닥이 길었지만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소장님. 못 하겠는데요.”

-뭐?


“싫다, 안 하겠다가 아니고 못 합니다.”


유영의 단호함에 소장도 놀랐다.


-아니···왜?

“그걸 제 입으로 말하게 만드시다니. 잔인한 사람.”


-아니야. 영아. 너는 뭐든 할 수 있어.

“다시 태어나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흐음··· 분명 사냥꾼 훈련 전에도 너는 그렇게 말했었지.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못 합니다.’ 라고. 그런데 누구 말이 맞았지?

“그거랑은 다르죠···. 싸움은 기술이고요. 동안이나 매력 같은 건 어떻게 노력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듣고 있던 오토가 참지 못하고 유영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만하지 마, 이 새끼야. 듣는 사람 짜증나게.”


렉스 역시 오토의 의견을 거들었다.


“허. 씨바. 아니, 죄송합니다 형님. 저는 걍 나가 뒤지겠슴다. 형님 정도 되는 얼굴로 자책할 정도의 세상이라면, 노안에 존못인 저는 뒤지는 게 맞습니다. 다시 태어나러 고고고!”


렉스와 오토는 술에 취해서 그런지 실언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날 대가리 박고 사죄할 거면서.


-아··· 렉스랑 오토도 같이 있어?


“안녕하세요 소장님! 집 진짜 좋아요! 엄마한테 유령 님 집에 왔다고 자랑도 했어요!”

“흐···흐허! 소장님께서 내 이름을 기억해 주셨어! 발할라로 가즈아아아아!”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유영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뭐야. 내가 선물한 집인데···.


취한 오토렉스에 질투하는 소장까지 한스푼 더.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상황.

유영은 우선 주변을 조용히 만들기로 했다.


‘검지 송곳.’


어딜 눌러야 하는지만 안다면 큰 힘은 필요 없다.

유영은 렉스와 오토를 손쉽게 재워 버렸다.



“소장님. 조용한 곳으로 왔습니다. 이어 말씀하십시오.”


정확히는 조용한 곳으로 ‘만든’ 거지만.


-집에는 나를 제일 먼저 초대해야 경우가 맞지 않아?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 텐데요.”


-...씨이. 아무튼 피해자가 콕 집어 너를 골랐어.

“말씀드렸듯 저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다른 훌륭한 직원들도 많은데요.”


-나도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꼭 ‘유령’이어야 한다잖아.

“그러니까 그게 넌센스라고요. 제일 큰 문제가 있잖아요. 제가 학교에 가 봤자··· 여태 그랬듯 공기 취급이나 당할 거라고요!”


억울한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렇다. 유영 역시 학교는 유쾌한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장 아픈 부분을 제 입으로 크게 소리쳐야만 하다니.


“제가 가면 알아보기나 할 것 같아요?”

-일리는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한 법이야. 괜히 헐리웃 스타들이 슈퍼 히어로 분장을 하고 어린이 병동을 돌겠니.


“투명인간 히어로를 찾는 사람은 없잖아요. 보이지를 않는데 어떻게 가요!”


울분이 가득 담긴 진실된 호소.

소장은 전화기를 살짝 떼고 끅끅대며 웃음을 참았다.


법무부장관도 혓바닥으로 패던 소장조차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소장이 괜히 소장이겠는가.


설전에서 졌을 때 소환하는 유서 깊은 비기.

권위 소환술!


-의뢰인이 요청했고 소장인 ‘내가’ 부탁을 하는데 거절부터 하고 보시겠다?

“아···아니, 소장님. 거절이 아니옵고···.”


-영이 네가 하는 말 다 알아. ‘내가’ 그런 대비도 안 했을까 봐? 내가 그리도 계획 없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니?

“아니···아닙니다. 소장님. 죄송합니다.”


-이번 임무에 필요한 훈련을 도와줄 트레이너 섭외해 놨으니까 내일 만나러 가. 착하지, 우리 영이?


유영은 어느새 공손히 무릎까지 꿇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그래야 착한 우리 영이지. 그리고 이번 임무 끝나면 나랑도 한 잔 해.


“....”

-대답.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장님.”

-아싸! 초대해줘서 고마워!


‘이걸 초대라고 할 수가 있나···?’


유영은 속마음을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 대단한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되고 마는 것이다.



***


“안녕하십니까. 유령 님의 트레이닝을 도와 줄 인간 훈련사입니다. 코치라고 불러 주십쇼.”

“인간···훈련사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할 때 그런 의미의 인간 훈련사? 를 의미하는 것일까.

대체 낙원의 직원들 중 정상인 사람이 있기는 할까.

소장님은 인간 훈련사라는 직업을 대체 어떻게 섭외한 걸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시발. 낙원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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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8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9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0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1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3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3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8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5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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