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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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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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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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DUMMY

“소재지 파악이 안 되는데 수배를 때리는 경우는 또 드물지 싶습니다.”

“렉스 형님. 소장님도 다 생각이 있으셨겠죠. 그러니까 유령 님께 맡긴 거 아니겠습니까?”


렉스와 오토는 한 명만을 남겨놓고 미궁에 빠진 이 상황에 안달이 난 듯 보였다.


일부러 마지막에 최인충을 남겨둔 것은 아니었다.

소재지 파악이 안 되는 유일한 목표물이 최인충이었으니까.


렉스의 말이 맞다.

보통은 사냥 명령을 내리기 전에 소재지 파악부터 하는 게 우선이니까.


하지만 오토의 말도 맞다.

소장님이 생각이 있으시니까 그렇게 하셨겠지.


최인충 하나 때문에 수배를 미룰 수는 없다.

20년이나 된 사건 아닌가.

피해자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어서 빨리 개막식을 올려야 한다.

지옥문이 열렸음을 알리는 개막식을.



“아무래도 죽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됩니다. 정보 팀에서 소재지 파악을 못 하는 경우도 드문데.”

“그런 놈이야 맞아 죽었어도 진작에 몽둥이로 맞아 죽었어야 하긴 하는데··· 유령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래 사냥꾼의 임무는 검거만이 아닙니다. 유인, 수색, 추적도 임무에 포함되죠. 정보 팀은 우리를 도울 뿐이지 정보 팀에 의존만 해서는 안 돼요.”


렉스와 오토 형은 아주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불을 발견한 원시인같은 표정 혹은···.


이런 비유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다.

현대인의 문명을 찬양하는 미개한 이세계인 같은 표정이다.

이게 딱 들어맞는 비유다.


“역시 형님···. 솔직히 마음 속으로 정보 팀을 탓하고 있던 제 자신이 밉습니다! 나는 쓰레기야! 이러니까 사냥꾼도 못 되고 만년 운전수 신세지!”


렉스 형은 머리를 나무에 꽝꽝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니··· 렉스 형. 사냥꾼이 최고의 직업은 아니에요. 운전수도 얼마나 소중한 역할인데요. 저야 경력이 짧아서 이번에 처음 같이 팀이 됐지만···.”


갑자기 렉스와 오토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입을 다물었다.

말실수를 했나? 아닌데.


렉스 형이 느닷없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나보고···형이라고 하셨다. 유령 님께서. 나는 평생 운전수로 살아도 좋아. 형님의 바퀴가 되어줄 수만 있다면.”


이젠 내 나이가 더 어리니 형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하기도 지쳤다.

그래, 렉스 형. 내가 졌다. 형의 형님 할게. 됐지?


오토 형은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양아치처럼 생겨서는 울기 시작했다.

형은 또 왜···? 왜 지랄들이야!


“어흐흑. 우리 엄마가 너는 언제 사냥꾼 될 거냐고 매일매일···. 유령 님. 다시 한 번만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운전수도 소중한 역할이라고요. 녹음해서 우리 엄마 들려주게요.”

“제발 진정들 좀 하세요. 아직 최인충 못 잡았습니다. 이럴 때에요?”


이번엔 말실수를 한 것이 분명했다.

왜냐면 더 큰 지랄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나는 쓰레기야! 피해자는 지금도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데 형이라고 불러줬다고 기뻐하는 꼴 좀 보라지! 아직 임무도 완수하지 못했는데!”

“엄마! 죄송해요! 나 같은 놈 낳고 미역국을 드시다니. 엄마 미안해! 미역아 미안해!”


나는, 형들의 궁둥이를 송곳으로 쑤셔주고 싶다는 생각을 억눌러야만 했다.



···


“형님. 아까 결례를 범했던 일은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는 거점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가 검거한 진양시 목표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너무 과합니다. 이러면 다음부터는 일 같이 못 해요.”


갑자기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 렉스.

제발. 제발. 호들갑 좀 떨지 마세요.

이 덩치 큰 빡빡이 아저씨야.


“자중하겠습니다. 다음에도 꼭 지명해 주십쇼.”


다음 임무도 함께하길 기대하며 자제를 했구나.


···조금은 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다음이라는 말을 꺼냈었으니.



오토 형은 미리 거점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 급히 담뱃불을 비벼 끄고 연기를 손으로 날렸다.


“마저 피우셔도 되는데요.”

“제 담배 냄새가 묻을까 봐서요. 그럼 발각될 염려도 있고요.”


“그런 생각은 못 했네요. 배려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사실 임무를 시작한 이후로 담배 생각 해 본적이 없었어요. 유령 님이랑 같이 다니면 금연··· 성공할지도?”


“끊으세요. 저희는 몸이 재산인데 좋을 것 없잖아요.”


부모님이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담배를 끊지 않던 오토.

하루에 세 갑 씩 피워 대던 미친 골초 오토.

가끔은 두 개비를 동시에 물고 피우던 또라이 오토.


“혹시···. 유령 님. 제가 금연하면 다음에 또 지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죠 뭐. 이번에 형들이랑 다니면서, 솔직히 왜 운전수랑 안 다녔었나 싶어요. 이렇게 편하고 듬직한데.”


“꼭 약속 지키십시오.”

“저는 사람이랑 한 약속은 어기지 않습니다.”


오토는 중학생 때 시작한, 기나긴 흡연 인생 처음으로 가장 미친 짓을 했다.

무려 19개비가 들어 있는 꽉찬 담뱃갑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은 것이다.


오토는 정말 그 이후로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


“안녕하십니까. 진양시 임시 거점 담당자입니다. 닥터라고 불러 주세요.”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옷차림과 깔끔한 그의 외모.

거점의 풍경과 심각하게 대비됐다.


목표물들은 병상에 묶여 재갈을 문 채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

밝은 빛을 보고 모여든 벌레가 사방천지를 돌아다니고 냄새는 지독하다.


“보통 거점과는 다르지요? 이번은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제가 특별히 신경 썼습니다. 직업이 의사다 보니 일부러 불쾌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지독한 냄새의 정체는 목표물들이 흘린 오물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렇구나. 똥오줌 따위 갈아줄 리가 없는 거구나.


자세히 보니 눈을 감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고정시켜 놨다.

의사가 이래도 되나?


“반갑습니다. 말로만 듣던 유령 님을 처음 뵙게 되었네요.”

“아하하. 저는 사냥꾼이 아니고 운전수에요. 오토입니다.”


이런···이런 씨발, 닥터! 이러기야?

닥터는 내가 눈앞에 있는데도 오토에게 인사했다.


“예? 분명 유령 님이 오신다고···.”

“저 여기 있습니다.”


“기아아아아아아악!”


닥터가 뒤로 놀라 자빠졌다.

세상이 나를 가지고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만 같구나.


사냥꾼이 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내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한데 유령이라는 이름값만 커지다 보니 이런 억울한 일이 생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닥터. 우리 대장은 큰 소리를 싫어하셔.”


렉스 형. 쫌 그러지 말라니까.

에휴···이젠 나도 모르겠다.


닥터는 소리죽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처음에 두 분만 오신 줄 알았습니다. 진짜 명불허전이네요. 계신 줄도 몰랐답니다.”


주르륵. 마음 속에 빗물이 내린다.

그 칭찬, 나한테는 상처라고.

어떻게 면전에 대놓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할 수가 있어.


“현재 상황 보고드리겠습니다. 타지에 있는 목표물 스물 셋을 제외. 현재 진양시 거점에 있는 목표물은 총 일흔 여섯 명입니다.”

“딱 심문하기 좋은 상태로 놓여져 있군요. 덕분에 수월하게 정보를 캐낼 수 있겠습니다.”


밝은 불빛 아래 눈꺼풀조차 감지 못한 채 최소한의 수액으로만 연명 중.

대소변은 찝찝한데 움직이지도 못 해서 정신은 극한의 상황까지 치달아 있을 거다.


내가 할 일은 아주 작은 희망을 보여 주는 것.


“이 중에 최인충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발가락을 까딱여. 따끈한 빅맥 세트랑, 샤워할 기회를 주지. 원하면 세트 사이즈 업도 시켜 줄게. 콜라는 제로.”


...


내가 낙원의 훈련을 받을 때 실제로 동물을 사냥하는 것도 배웠었다.

지금 적용하려는 전략은 들개 사냥.


개는 충직한 반려지만 통제를 벗어난 개들은 유해조수로 전락한다.

금세 본능만이 남아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변하지.


들개는 범죄자와 닮지 않았는가?

애완견과 들개는 분명 같은 종이다.

그러나 질서와 규율을 벗어던진 들개는 늑대보다도 큰 골칫거리가 된다.

법과 도덕을 무시하는 범죄자가 사회를 좀먹는 것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작정하고 도망가는 들개를 잡을 수가 없다.

들개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예민하며 인간을 잘 아니까.


동족의 앞잡이가 동족에게는 제일 위험한 법.

그래서 들개를 사냥할 때는 꼭 개가 필요하다.


...


의리의 가치는 아무래도 빅맥 세트 하나와 샤워할 기회보다도 낮은가 보다.


수십명이 발가락을 필사적으로 까딱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지네 다리 움직이는 것만 소름끼치는 게 아니다.


이놈들이 어제까진 친구였던 녀석을 싼값에 팔아치우기 위해서 애를 쓰는구나.


“어 느 놈 을 고 를 까 요 알 아 맞 춰 봅 시 다.”


행운의 주인공이 당첨됐다.

닥터는 눈치껏 다가와 재갈을 풀었다.


“그새끼 코인에 돈 다 꼬라박고 자연인 됐어요! 제가 위치도 압니다!”


옆 병상에 누운 녀석이 몸을 비틀며 발작을 한다.

왜, 너도 아는 정보인데 기회가 돌아오지 않아서 아쉬워?


그나저나 그렇게 됐구나.

그러니까 목격 정보가 없었지.


아마 자기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밑바닥 밑에 반지하 있고, 지하 밑에 나락 있다는 걸 알려 줄게.


“좀 기다려. 정보의 진위가 드러나면 바로 씻겨서 빅맥 세트 주문하라고 닥터한테 전해 둘게.”


나는 고마운 배신자에게 자세한 위치 정보를 얻었다.


닥터는 병실 밖까지 따라와, 떠나려는 내게 조금 찜찜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유령 님. 정말로 씻겨서 햄버거 세트 시켜 줍니까? 사이즈업도 하고 콜라도 제로로 준비해서요?”

“제가 연락을 드리면 곧바로 바디백에 넣어서 본부로 보내 주세요. 범죄자랑 한 약속을 왜 지킵니까.”


닥터는 곧바로 내 말뜻을 이해하고 방긋 웃었다.


“치킨도 한 마리 추가로 시켜 준다고 해야겠네요. 다른 놈들 부러워 죽고 배신자는 더 큰 절망에 떨게끔요.”

“좋은 생각입니다. 닥터.”


“유령 님.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


깊은 산 속 계곡이 흐르는 황량한 공터 모닥불 앞.

웬 원시인 같은 놈이 앉아 있다.

제대로 된 움막도 없고 야윈 모습.

눈빛은 넋이 나간 듯 흐리멍텅하지만 살고는 싶은가 보다.


“최인충 씨?”

“으아아악! 저 돈 없어요!”


“강인범 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최인충 씨의 빚은 대신 갚아 주셨고 정중히 모셔오라 하시던데요.”


활짝 피는 최인충의 얼굴.

그래. 얼마든지 웃어라.

네 희망은 곧 절망의 양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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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7 1 11쪽
35 전세 사기 사건(8) 24.08.19 21 0 12쪽
34 전세 사기 사건(7) 24.08.18 19 0 11쪽
33 전세 사기 사건(6) 24.08.17 21 0 11쪽
32 전세 사기 사건(5) 24.08.16 22 0 11쪽
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9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9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1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2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19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5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3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4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9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6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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