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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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작품등록일 :
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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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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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처단 임무(3)

DUMMY

이야기는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무부장관과 소장의 10분토론 직후.


여론 뿐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법무부장관의 실언에 대해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시청률의 여왕 이수정, 황금알 낳는 거위가 방송 출연 보이콧을 선언했으니.


방송계 사주를 받은 기자들이 법무부장관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 기사를 써댔다.

그리고 근거 없는 비난에는 법무부장관보다 기자들이 훠얼씬 재능이 있었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최대한 자극적으로 가!”


고삐 풀린 기자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법무부장관에게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요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여성을 억압하는 기득권 남성의 표본]

[무능한 장관보다 범법자 이수정이 나은 이유 20가지]

[법무부장관에게 쏟아지는 ‘미투’ 운동. 장관의 추악한 사생활]

[눈 가리고 칼 휘두르는 법무부. 정의의 여신 아니고 묻지마 흉기난동]


팩트 체크도 하지 않는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비난과 낭설에 불과했지만 사람 세 명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 있는 법.

결국 토론에서 이겼지만 싸움에서 패배한 법무부 장관은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소장님. 법무부 장관입니다. 유선으로 연락드리게 되어 비통한 심정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연락처는 어떻게 아셨어요? 소름 끼쳐.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연락드릴 길이 없어 무례를 무릅쓰고 낙원의 직원을 통해 선물과 사과 편지를 전달합니다. 제발 전화 한 통만 주십시오.]

“명품백에 주얼리···. 필히 불태워 버리시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도로 전해주시겠어요?”


결국 법무부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실언했음을 인정하며 무릎 꿇고 절까지 했다.

그러나 여론은 전혀 잠잠해지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수정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사죄가 무슨 소용이냐며.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요구한다!”

“요구한다! 요구한다!”

“법무부장관은! 사퇴해라!”

“사퇴해라! 사퇴해라!”


국회의사당 앞 시위가 거세지자 정말로 인사청문회까지 열릴 위기였다.

통화, 편지와 선물, 기자 회견··· 삼고초려를 실패한 장관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정말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마음 푸시겠습니까.]


결국 법무부 장관은 낙원 교도소 게시판에 글을 썼다.

그런데 장관은 불법 유해 사이트로 지정된 낙원 게시판에 어떻게 접속했을까?

누구나 그렇게 하듯 VPN 서비스를 이용했을까?


아니었다. 아예 불법 유해 사이트 지정을 해제해 버렸다.

이것이 바로 법무부장관이 가진 권력의 힘이자 장관이 저지른 최악의 실책.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는다는 철학이 만들어낸 국가 재난급 스노우볼의 시초였다.


[이수정 소장, 너그럽게 용서하기로. ‘나쁜 분은 아니에요.’]

[방송 출연 보이콧 선언 철회한 낙원 소장. 방송계 환희]

[법무부장관 인사 청문회 취소]


달리 방도가 없어 언 발에 오줌을 눈 탓.

법무부장관은 소장의 개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


“보자. 아마도 이 봉투겠지.”


[권력자가 나타났을 때]라고 적힌 봉투를 꺼낸 유영.

안에는 스마트폰 하나만 달랑 들어 있었다.


‘뭐지? 일단 켜 보자.’


전화기를 켜자마자 득달같이 벨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유령 님. 법무부 장관입니다. 무슨 곤란한 일이 있으신가요?

“어··· 안녕하세요. 법무부 장관님. 여기 교육감하고 감사관? 하고 학교폭력 가해자 애비가 찾아와서 저희를 협박하는 상황입니다.”


유영은 앞뒤 상황 다 잘라먹고 딱 억울한 부분만 얘기했다.

본인 일행이 저지른 잘못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보통의 가해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법무부 장관이라는 말을 듣자 교육감 일동이 뻣뻣하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락에 빠져 역대 최저점을 찍었던 장관의 주가는 반등하여 연일 상승세였다.

이수정이 은근슬쩍 지지해주며 ‘인신공격을 했던 부분을 제외하면 장관의 발언은 틀림없는 정론이었다.’고 했을 뿐인데도.


-학교폭력 가해자의 부모가요? 흠··· 교육감에게 전화 좀 바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먹에는 주먹으로, 권력에는 권력으로.

교육부와 법무부는 속성이 다르긴 하나 장관 급 정도 되면 찍어누를 수 있다.


전화를 넘겨받은 교육감은 두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아···예. 예. 아휴, 오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직원 자녀가 폭행을 당했다기에···. 예. 예. 확실히 징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예!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은 교육감의 표정은 비굴에서 냉소로 180도 바뀌었다.


“서 장학관. 근신 처분 내리겠습니다. 자식 교육 좀 똑바로 하시고.”


고작 근신 처분이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확실히 징계하겠다는 말과 달리 너그러운 처사였다.


“잠시만요, 교육감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생활부장이 외쳤다.


아아,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흘러도 늦지 않는다 했던가.

생활부장은 품 속에 검을 감추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내민 생활부장.

거기에는 서 장학관이 저지른 갑질 전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한 쪽 눈썹을 올리고 생활부장의 핸드폰 갤러리를 넘겨보던 교육감.

이내 의심의 표정은 사찰의 사천왕같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이게··· 서 장학관이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보낸 메시지란 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 선생님들께서 마음 고생 많으셨겠군요. 알겠습니다. 감사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무관련자에게 도 넘은 청탁을 했네요. 명백히 청렴 서약 위반. 갑질 사례의 표본입니다. 감사실에서 철저히 털도록 하겠습니다.”


감사관의 별명이 먼지털이인 이유.

성인군자도 감사관에게 걸리면 먼지가 나올거라 하는 비아냥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상대는 적의 적이 되었을 때 무엇보다 든든한 법.

교사들에게 먼지털이라는 별명이 주는 느낌은 순식간에 비호감에서 신뢰감으로 거듭났다.


감사관의 집요함과 무자비함을 아주 잘 아는 서 장학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잿빛으로 물들었다.


“학부모로서 담임 교사에게 할 수 있는 당부의 말 아닙니까? 이런 걸로 징계라뇨, 교육감님! 우린 교육 가족 아니었습니까?”

“... 서 장학관. 마냥 잘못을 감싼다고 가족이 아닙니다. 훌륭한 아비라면 자식이 잘못했을 때 꾸짖을 줄 알아야죠. 난 장학관에게 개인적인 감정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죄하시고, 겸허히 죗값을 치르고, 깊이 반성하신다면 돌아올 자리 정도는 마련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유영이 렉스에게 귓속말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절망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니까.”

“예. 형님.”


그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

학생들과 교사들은 내심 쇼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내용이 짜릿할수록 그 끝을 바라지 않는 법이니까.


그 때 투타타타타타타 하고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휴전국인지라 누구에게나 익숙한 소리건만 유영은 긴장했다.


‘설마···? 아, 안 돼!’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헬기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운동장의 쓰레기들을 깔끔하게 치우며 착륙했다.


“도련님! 모시러 왔습니다!”


소장의 지시를 받은 쵸퍼가 왔다.

유영이 미리 알았더라면 결사반대했을 테지만.


헬기가 운동장에 착륙한 일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충격이었다.

이 지역에서 제일 주먹이 강한 우재광이 쓰러진 일도.

서규원의 삼촌들이 빡빡이 한 명에게 처참하게 발린 일도.

서 장학관이 교육감의 철퇴를 맞게 된 일도 잠시 잊어버릴 만큼.

그만큼 헬기가 주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은 강렬했다.


“아니··· 전학생 뭐임?”

“아까 전화하는 거 들어보니까 법무부장관한테 말 존나 가볍게 하던데.”

“와··· 아예 클라스가 다르다. 헬기 뭐야. 손홍민임?”

“서규원 좆됐네. 꼬시다 맛동산.”

“다시 보니까 전학생 좀 잘생기지 않음?”


이걸로 유영의 존재감 문제는 완벽히 해결되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임무에 한해서지만.


코치의 특훈을 받은 덕에 좆밥 취급을 받는 데 성공.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 이후로 이제 ‘유영석’의 존재감은 지울래야 지울 수가 없게 됐다.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게 됐으니까.


유영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련님이라니! 헬기라니! 누가 헬리콥터로 등하교를 해요, 소장님!


너무 부끄러웠던 나머지 헬리콥터로 잽싸게 도망가는 유영.

그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전 YOUNG하고 MZ한 행동이었다.

엄청난 일들을 해놓고 쿨하게 쓱 사라져 버리다니.





“...너는 집에 가서 보자.”


헬기를 구경하다가 자기 자신이 좆됐다는 사실조차 잠시 망각했던 서 장학관.

현실로 돌아오자 자기 잘못보다는 못난 아들이 먼저 보였다.

아직 정신 못 차린 것이지.


서규원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집에 가면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이젠 찬란했던 학교 생활도 안녕이다.


서규원은 처참히 패배했다.

무력으로도, 권력으로도, 재력으로도.

비벼볼 생각조차 들지 않는 압도적인 차이를 느꼈다.


그렇게 유영은 전학 온 첫날, 학교의 명실상부한 왕으로 등극했다.

그것도 서규원처럼 억지로 된 왕이 아니었다.

교사들까지 포함해 모두가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어하는 진정한 왕.


하지만 복수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


-소장님! 부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소장은 전화기 너머로 배꼽을 잡고 깔깔깔 웃었다.

범죄자들 처분으로 고민하며 하루종일 찌푸리고 있다 유영 덕분에 처음으로 웃은 거였다.


책상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대신 처리하겠다고 나설 직원들이 많은데도 이렇게 일이 밀리는 이유는 순전히 소장의 똥고집 때문.

꼭 최종결재권자가 실무자보다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는 철학이 과로의 원인이었다.


“딱 한 번이었어. 그 정도면 충분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아서 미안해. 하지만 미리 알았으면 반대했을 것 아냐.”

-진짜··· 못됐어요. 도련님이라고까진 안 했어도 됐잖아요!


“그게 핵심이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렉스와 오토가 소장의 편을 드는 말들이 들려왔다.

유령 님은 복에 겨워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형님은 낭만과 로망을 모르네, 헬기 출퇴근은 모든 직장인들의 꿈인데 어쩌고 저쩌고.


그 뒤로도 한참을 웃고 떠들다 유영이 먼저 피곤하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


서규원은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내서 말했다.


“아버지. 저··· 학교 가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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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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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세 사기 사건(4) 24.08.15 22 0 12쪽
30 전세 사기 사건(3) 24.08.14 28 0 12쪽
29 전세 사기 사건(2) 24.08.13 27 0 11쪽
28 전세 사기 사건(1) 24.08.12 28 0 10쪽
27 사적인 복수는 금지. 24.08.11 27 1 10쪽
26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끝. 낙원의 충격적인 근무 실태. 24.08.10 32 1 11쪽
25 정의의 철퇴가 낙원을 덮친다. 24.08.09 30 0 11쪽
24 학교폭력 처단 임무(8) 24.08.08 31 0 15쪽
23 학교폭력 처단 임무(7) 24.08.07 30 0 12쪽
22 학교폭력 처단 임무(6) 24.08.06 28 0 12쪽
21 학교폭력 처단 임무(5) 24.08.05 32 0 11쪽
20 학교폭력 처단 임무(4) 24.08.04 39 0 11쪽
» 학교폭력 처단 임무(3) 24.08.03 42 1 11쪽
18 학교폭력 처단 임무(2) 24.08.02 34 0 11쪽
17 학교폭력 처단 임무(1) 24.08.01 44 0 11쪽
16 개 패버리고 싶은 코치. 24.07.31 40 0 11쪽
15 유령도 소장 앞에서는 착한 개가 된다. +2 24.07.31 52 1 11쪽
14 비보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24.07.31 48 0 11쪽
13 옳은 말이 항상 좋은 말은 아니다. 24.07.30 50 0 11쪽
12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9) 24.07.30 63 2 11쪽
11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8) 24.07.29 52 1 11쪽
10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7) 24.07.29 59 1 10쪽
9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6) 24.07.28 58 1 11쪽
8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5) 24.07.28 65 1 10쪽
7 진양시 집단 성범죄 사건(4) 24.07.27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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