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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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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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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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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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32)

DUMMY

#32화.




물에 빠져 행방불명이 되었던 아이의 시신을 수습하고 와류 현상으로 깊게 파여 사람과 물체들을 끌어들이는 깊은 못을 메운 최강우는 그제야 스님을 제대로 모셨다.

딱히 섭섭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승으로 대접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고명하신 분임을 몰라뵈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얻어걸린 일이었을 뿐입니다.”

“법명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직 법명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냥 별 볼 일 없는 탁발승이라 아시면 되십니다.”


법명이 없을 리는 없었다.

속세에서 사용하던 이름은 절에 들어가면서 버리고 법명을 받게 된다.

간혹 파계승이 되거나 다시 속세로 환속을 하는 경우에는 법명을 잃어버리고 다시 속세의 이름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니 파계승이나 환속을 한 것이 아니라면 법명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강우는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세상만사 받는 것이 있으면 주어야만 했다.

설령 수양 중인 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의 탈을 쓴 이상 육신의 요구를 거부 할 수는 없었다.


“저희 가문에 제법 경치 좋은 암자가 하나 있습니다. 수양을 쌓기에 나쁘지 않을 만한 곳입니다.”

“최 가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양하는 것도 없이 넙죽 받아들이는 젊은 스님에 최강우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종가의 바깥채에 머무르는 동안 여간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참으로 명당자리입니다.”

“먼 과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주 먼 옛날 선조께서 고명하신 풍수 지리가의 조언을 받아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 확실히 이만한 장소는 대한민국에서도 몇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때문에 업이 좀처럼 힘을 뻗히지 못하는 곳입니다.”

“물 냄새가 나십니까?”

“얼마 전에 꽤나 지독하게 나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젊은 스님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만지작거리고서는 대답을 이었다.


“탄내가 나는군요. 뭐 다 타고 난 재의 냄새입니다만 바람에 막혀 흩어지니 저택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종가의 지기가 워낙에 강하다 보니 업화가 쉽사리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한다는 젊은 스님의 말에 최강우는 얼마 전에 열었던 창고의 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뭐 더 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불길이 주변에 어른거리니 죄 없는 이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입니다.”

“불길을 끄거나 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견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불이라는 것이 물과 만나면 자연히 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탈 것이 다 타고나면 불이라는 것이 자연히 꺼지는 법이라지만 탈 것이 너무 많다 보면 타지 말아야 할 것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니 기왕이면 물과 만나 같이 꺼지고 태워져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옥의 염귀가 청옥의 물귀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었다.


“그렇군요. 고견 감사합니다.”

“잘 대접을 받았습니다.”


며칠 뒤에 최씨 가문의 소유의 암자 수리가 끝나자 여전히 법명을 알려주지 않은 젊은 스님은 그곳으로 떠났다.

물론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최강우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법명은 자법이라 합니다만 지금은 파계를 당해 불교 종파에서 쫓겨 난 상태입니다.”

“알려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군. 파계를 당한 이유는?”

“화문사라는 곳에 있었는데 그곳의 주지와 갈등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승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는가?”

“이름은 최자영이며 평범한 집안의 둘 째로 태어나 대학까지 다니다가 어느 날 신병을 앓고 낭중이 되었다가 부처에 귀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낭중. 박수무당이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종주님.”

“이력이 꽤나 특이하구만. 파계승이라고는 하지만 신기가 있는 이인가 보군. 최씨 가문의 사람인가.”

“워낙에 멀리 떨어져 있어서 최씨의 피가 섞여 있기는 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조선 팔도 얼마나 크고 사람이 많다고 그러는가.”


한국인으로 선대로 몇 단계만 올라가면 대부분의 성씨가 섞일 수밖에 없었다.

최씨가 아니더라도 최씨의 피가 아주 조금이라지만 섞여 있을 것이 분명했다.

조선시대처럼 반상의 법도가 지엄한 것이 아닌 이상 최씨라 하면 최씨인 것이다.

다만 족보에 기록되어 있지 않을 뿐이었다.

더욱이 속세의 인연을 끊은 그라면 성씨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간혹 성씨를 법명의 앞에 같이 붙여 스스로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건 조선 불교의 방식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으니 성씨와 가문은 수행자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교계에서 파계를 당했다 한들 부처가 되고자 하는 수행자라면 스님일 것이었고 파계승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개차반처럼 행동한다면 중놈이 되는 것이 당연했다.


“부족한 것 없이 챙겨 주게나.”

“예! 종주님.”


암자에 종종 생필품과 식량을 챙겨다 주라는 최강우의 지시였다.

그렇게 자법 스님의 말대로 청옥을 꺼내어 홍옥의 염귀와 이어주면 자연히 불길이 꺼지리라는 것에 최강우는 고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자법 스님의 신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확실히 염귀와 청옥 속에 갇혀 있는 영혼이 누구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족히 수백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밝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물이 만나면 자연히 둘 다 사라질 것이라 여겼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최강우는 화재를 당한 윤씨 가문의 사람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두 명이 늘었다.”


윤씨 가문의 사람들을 전부 다 태워 죽일 생각인 듯이 화재에 의한 사고가 계속 되고 있었다.

물론 전국적으로 수많은 화재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런 사건에 죽거나 다치는 이들도 많았기에 어떤 연관성을 떠올리기는 어려울 터였다.


“최씨 종가의 기세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꽤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도 보이고 있어. 정말 염귀는 청옥이 목적인가?”


청옥을 노리는 듯한 움직임이 없었다.

최강우는 다시 한번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자신이 빠트린 것이 없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윤자영에게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예. 최강우입니다.”

-또 그렇게 전화 받네! 누군지 알면서!-

“무슨 일이시죠?”

-약혼녀가 전화 거는데 무슨 일은! 하아! 내가 화를 내 봐야 무슨 의미겠냐만은 아무튼 내가 집 안에서 뭔가를 찾은 것 같은데 홍옥인가 그 보물을 넣어두었던 상자인데. 그 상자 안에 한자로 적힌 편지 같은 것이 끼워져 있더라고.-

“건들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갈 테니.”


차로 세 시간은 가야 할 거리였지만 최강우는 곧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자신의 차를 몰고 윤씨 종가에 도착한 최강우는 종가의 입구에 한 사내가 아내와 두 명의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여기가 윤씨 종가입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저희 좀 구해 주십시오!”


윤씨 종가가 맞다는 말에 남자는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다.

초췌하게 안색이 좋지 않은 남자의 모습은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최강우는 무언가 짐작이 되는 것이 있어서는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윤씨이십니까?”

“예. 맞습니다. 윤정우라고 합니다.”

“윤성개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

“윤성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지요.”


7대조까지 올라가야 하니 가문의 역사에 대해서 깊게 알고 있는 이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렇게 네 명의 식구들도 최강우를 따라 윤씨 종가집 안으로 들어섰다.

최강우를 기다리고 있던 윤자영은 왠 낯 선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들어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야?”

“윤씨 가문의 사람들입니다.”

“우리 가문 사람들?”


그녀도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아 왔지만 종가의 제사를 지내며 가문의 어른들을 많이 봐왔기에 대부분은 안면은 있었다.

전혀 처음 보는 경우는 아주 먼 일가이거나 할 터였다.

그리고 그 정도의 먼 일가라면 딱히 가문 사람이라는 친밀감도 없었다.


“손님들에게 식사라도 대접해 주십시오. 쉴 곳도요. 그리고 상자와 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랜만에 약혼녀 만났는데!”


쪽!


최강우는 히스테리를 부리려는 윤자영의 뺨에 입술을 대고서는 다시 물었다.


“어디에 있습니까. 부인.”

“······.”


급작스러운 최강우의 기습 뽀뽀에 윤자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윤자영은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최강우가 성큼성큼 윤자영의 방으로 향하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서는 한마디 하려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윤씨 가문 사람들에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오세요.”

“감사합니다.”


일단 다들 지쳐 있었기에 쉴 곳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다들 뭔가 불안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최강우는 윤자영의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반 쯤 타다 만 상자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상자와 마찬가지로 불에 타다 만 한지를 볼 수 있었다.

한지는 오래되어 보였지만 한자가 적혀 있었다.

홍옥과 전혀 무관할 수도 있었지만 최강우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연서로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강우는 편지를 쓴 이의 이름을 확인해 보기 위해 편지를 훑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름은 불에 타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연인에게 보내는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홍옥에 갇혀 있던 염귀가 청옥에 갇혀 있을지 모를 이에게 보내는 연서일 가능성이 있었다.

가문의 결정으로 두 가문의 남녀가 맺어지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원한을 가지게 된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런 원한으로 윤씨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최강우는 다른 단서가 더 있는지 확인을 해 보다가 더 이상은 확인을 할 것이 없다는 것에 윤자영의 방에서 나왔다.

방을 나가려고 하자 윤자영이 밥상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밥 안 먹었지?”


의문스러운 윤씨 남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이제야 식사 시간일 터였고 최강우 자신도 식사 전이기는 했기에 윤자영과 함께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당연히 윤자영의 질문들을 받아야만 했다.

종가였다면 당연히 부부여도 남녀가 식사를 따로 해야 했지만 요즘 세상에 그러자고 하면 당장 파혼을 하겠다고 할 터였고 최강우도 마냥 전통을 따지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연서라. 그럼 역시 사랑하는 남녀를 억지로 헤어지게 만들어서 원한이 생긴 건가? 그래서 막 사람들 공격하고 청옥을 노리는 거야?”

“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높습니다.”

“하! 그러면 청옥 꺼내서 홍옥하고 영혼 결혼식 같은 거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원한을 풀고 성불하지 않을까?”


영혼 결혼식을 이야기 하는 윤자영에 최강우도 그렇게 원한이 풀린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재하고 아버님은 괜찮으십니까?”

“어? 영재하고 아빠? 어. 별일 없는데. 그나마 요즘 아빠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어.”

“건강이 좋아지셨다구요?”

“어. 병상에서 못 일어나셨는데 엄마 때문인지 요즘 일어나서 재활 치료 받고 계셔. 어머니를 지키겠다고.”


최강우는 윤씨 가문의 가주가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내심 윤자영의 어머니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떠오르기는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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