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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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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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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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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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장손의 절대 권력(45)

DUMMY

#45.




고대부터 한반도에서는 활쏘기와 함께 매사냥도 국기라 칭할 만큼 권력층의 기예로 자리 잡아 왔었다.

중국에서는 조선의 매를 해동청이라 부르며 조선의 특산물로 여겼고 고려시대 원나라에 공물로 매를 보내기 위해 응방이라고 하는 매를 키우는 기관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매는 한민족과 무척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새였다.

물론 이제는 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쇠락해 가고 있었다.


“이번에 태어난 보라매들입니까?

“예! 아직 길이 들기 전입니다만 올해는 꽤나 튼튼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다 종주님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은요. 아무튼, 다들 건강하다고 하니 다행이군요.”


해동청은 본래 황해도 해주목에서 나는 매로 깃털이 청색인 매를 칭했다.

보라매는 그런 해동청이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의 손에 의해 길들여진 새끼매를 의미했다.


“이 아이는?”

“송골입니다. 색이 아직 연하기는 합니다만 다 자라게 되면 송골이 될 것 같습니다.”

“귀한 아이군요.”


깃털이 청색 빛을 띠면 해동청이라 칭하고 하얀색을 띠면 송골이라 칭하며 송골매라 한다.

황해도 해주는 현재는 북한에 있고 북한에서도 이 해동청들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남쪽에서도 해동청인 송골매를 기르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최씨 가문은 이 송골매 번식을 지원하고 있었다.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신경을 써야 할 것도 많았지만 먼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때 최강우의 눈에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작고 연약해 보이는 아이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아이는?”

“아! 장애가 있는 아이입니다.”

“장애라.”


이번에 태어난 보라매들 중에 한 마리가 유독 약해 보였다.

장애가 있다는 말에 살펴보자 두 개여야 할 다리가 하나뿐이었다.

인간도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었으니 다른 짐승들이라고 해서 장애가 없을 리는 없었다.

다만 장애가 있다 보면 자연에서는 도태가 되어 살아남기 어려웠다.

어미도 장애뿐만 아니라 다른 새끼보다 약해 보이면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는 했다.

물론 인간이 사육을 해서 기를 때면 좀 더 살아남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장애가 있는 경우는 새끼 때 살 수 있어도 조금 더 크면서 폐사를 하기 마련이었다.


“이 아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최강우는 비틀거리는 보라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종주님께서 말씀이십니까?”

“예.”

“더 좋은 아이가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아이로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에 최강우가 데리고 가서 죽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물론 송골매는 천연기념물이어서 민간에서 함부로 사육할 수 없었지만 최씨 파종가는 해동청 매사냥 자격증과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송골매 사육시설을 운영하고 있기도 했기에 파종가의 종주인 최강우가 데리고 가는 것에 문제를 삼을 이는 없었다.

그렇게 올해에는 어린 보라매들이 다수 부화되어 송골매의 숫자가 제법 늘어날 듯 보였다.

사육시설에서 챙겨 준 사육 장비들을 챙기고서는 종가로 돌아왔다.

장애로 인해 어미에게도 버림을 받은 어린 보라매였다.

사육사가 치료와 함께 먹이를 주고는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폐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최강우가 어린 보라매를 가지고 종가로 돌아오자 종가의 관리인이 다리가 하나인 보라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삼두응입니까?”

“머리는 하나인데. 삼두응처럼 다리도 하나이기는 합니다.”

“상스러운 새로군요.”


삼두응이라는 새는 머리가 세 개 달린 매를 의미했다.

정확하게는 삼두일족응이라고 해서 머리가 세 개이고 다리는 하나인 매로 삼재를 쪼아서 없애는 신성한 새를 의미했다.

고구려 시대의 삼족오가 시대를 가며 변화되어 삼두응이 생겼다는 설이 있었다.

까마귀인 삼족오처럼 삼두매는 꽤나 신성하게 여겨져 조선시대의 군기나 부적 그리고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물론 삼족오처럼 상상 속의 동물이었으니 야생에서 삼족오나 삼두매가 있다면 오래 살지 못하고 폐사를 했을 터였다.

머리가 세 개가 아닌 하나이고 다리도 하나인 일두일족응이었지만 관리인은 상스러운 새라 했다.


“이름은 정해 주셨습니까?”

“이름이라.”


최강우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싶다가도 이름이 있어야 존재로서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지매로 하지요.”

“하하하! 아주 어울립니다.”


일지매는 중국 소설 속에 매화 가지 하나를 남기로 가는 도둑을 의미했다.

매화 가지를 다리로 치환해 일지매로 정한 것이다.

일지매의 매는 매화를 의미하는 것이지 송골매의 매와는 무관한 의미였다.

그렇게 최강우는 어린 보라매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서는 애써 돌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인 최원락이 송골매 매사냥을 자주 해서 최강우도 송골매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일족매에 청색도 백색도 아닌 자색이 나니 해동청도 송골도 아니고 자응이라 칭해야겠구나.”


최강우는 일지매에게 먹이며 돌보았다.

그런 최강우의 돌봄 덕분인지 폐사를 하지 않고 성장을 해나갔다.

종종 해동청 사육시설에서 사육사가 종가에 찾아와 일지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건강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이대로라면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잘 자라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식사를 많이 하게 되면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서 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식사량을 줄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 달 정도면 날 수 있겠습니까?”

“예. 큰 문제만 없다면 날개 상태도 나쁘지 않으니 하늘을 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다리가 하나뿐이라 사냥도 쉽지 않을 것이며 착지를 할 때도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자칫 다리가 버텨주지 못하면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리가 두 개인 경우보다 하나이니 여러모로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최강우는 일지매가 다른 송골매들과 다를 바 없도록 정성을 다해 키우기로 했다.


“그거 안 쪼지?”

“쪼아요.”

“하!”


윤자영은 꼿꼿하게 서서는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매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정상적인. 아니 일반적인 애완동물을 키우면 안 될까? 그 있잖아! 강아지나. 고양이!”

“저 털 알러지 있습니다.”

“아! 강아지하고 고양이 털 알러지 있어? 새는 없고?”

“예. 없네요.”


최강우가 일지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윤자영도 슬쩍 손을 내밀어 보았다.

까악!


“어머! 어머!”


자신의 손길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날카로운 부리를 들이미는 것에 윤자영은 움찔하며 손을 빼야 했다.


“얘 나 물려고 한 것 같은데!”

“얘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자주 보게 되면 친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친해···져야 해?”

“매의 수명이 20년 정도 되니. 친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 이거 키우는 거 불법 아니야? 그 천연기념물.”

“저희 집안에서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송골매가 생각보다 똑똑해서 친해지면 애교도 제법 잘 부립니다. 참 사냥도 잘하고요.”

“나를 사냥할 것 같은데.”

“······.”


최강우는 윤자영에게 일지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본래대로라면 죽을 아이를 자신이 데리고 와서 간신히 살렸다고 하니 윤자영도 별수 없었다.

약혼녀이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하지 말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정상적인 새도 아니고 장애까지 있는 아이이고 지금 최강우를 부모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니 키우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윤자영의 눈에는 다 큰 것 같은데 아직 어려서 날지도 못한다고 했다.


“혹시 날게 되면 획 하고 날아가 버리기도 하나?”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지요.”

“아! 너 언제 나니? 훨훨! 훨훨! 한 번 날아 봐. 저기 자유를 찾아서.”


윤자영은 날 때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제법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뭔가 멋있네.’


일지매가 최강우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모습은 꽤나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윤자영은 일지매의 눈빛에서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저거 지금 나를 경쟁자로 여기는 듯 한데.’


왠지 앞으로도 친해지지는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윤자영이었다.


“그! 생일날은 안 바쁘지?”

“저녁때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전에는 광복절 행사 참여를 해야 해서요.”

“바쁘네.”


진짜 생일은 아니었지만 최강우가 기억하고 있는 생일을 잊어버렸다고 하니 그날 생일 파티를 하고자 했다.

물론 주민번호에 적힌 생일 날짜는 있었지만, 해당 날짜는 진짜 생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재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 인맥이 많다 보니 광복절 날에는 워낙에 바빠서는 제대로 생일을 챙기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저녁에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대해.”

“예? 뭘요?”

“아니. 후후!”


뭘 기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웃음을 짓는 윤자영이었다.

그래도 일지매와 친해져 보려는 생각인지 두툼한 장갑을 끼고 고기를 내미는 윤자영의 모습을 본 최강우는 순간 영감을 얻었다.

그 영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책상 위에 화문지를 펼치고서는 붓에 먹물을 묻혔다.


“뭐해?”


“그대로 있어 보세요.”


최강우가 뭘 하려는 듯하자 뭘 하는지 물어보던 윤자영은 하얀 한지 위에 거침없이 붓을 놀리는 것을 보았다.


“어? 나 그리는 거야?”


최강우가 한지에 글을 쓰거나 난을 치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초상화를 그리거나 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이내 밑그림도 없이 붓으로 윤자영과 일지매가 함께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지매도 고개를 이리저리 굴리기는 했지만, 최강우의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 기다렸다.

그림이 완성되고 최강우는 한자로 알 수 없는 글과 낙관까지 찍더니 두루마기를 꺼내 와서는 족자로 만들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그림 족자가 완성되자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윤자영에게 내밀었다.


“어? 왜?”

“선물이에요.”

“나 준다고?”

“예. 본래 삼두일족응은 삼재를 없애주는 상서로운 새입니다. 물론 일지매는 삼두매가 아니지만 부정한 재앙을 막아 줄 겁니다.”


윤자영이 보기에도 꽤나 잘 그려진 그림이었다.

물론 모델이 자신인 듯했으니 남에게 줄 그림도 아니었다.


“어! 고마워.”

“오히려 제가 바빠서 죄송해요. 다음 달부터는 저도 조금은 여유가 있을 겁니다.”


조립 블록 행사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물론 다음 제사도 얼마 남지 않아 준비를 해야 했기에 마냥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자신에게 그림 족자를 선물로 준 최강우에 윤자영은 얼굴이 붉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고 왠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디 아프신가요?”

“어우! 덥다! 더워! 올여름은 유독 덥네. 아무튼, 나는 더워서 이만 가 볼게!”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나오지 마! 나 간다!”


윤자영은 자신이 그려진 족자를 들고서는 마당을 가로질러 나갔다.

풍경 소리가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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