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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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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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천유화

DUMMY

HG 중공업, 다르게는 하이그레이드 중공업. 업계에서는 알아준다는 중견 기업.

철강, 정유,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제치고 여러 수주를 따올 정도로 뛰어난 기업이었지만 유화가 기억하는 HG는 이상한 기업이었다.

정확하게는 부사장이라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유화가 프로팀을 창단했을 때, 아니 창단이라는 말도 모자랐다. 그냥 아마추어들을 데리고 한국 2부 리그에 도전했을 때 뜬금없이 찾아와 스폰을 맡아주고 부산이라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이어준 고마운 기업이었다.

커리어도 없고 실력도 뛰어나지 않은 팀을 뜬금없이 스폰한다는 것이 팀장이었던 유화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지만 덕택에 월드 챔피언십까지 진출했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연은 파일럿 시절까지 이어졌다. 초기 메카의 엔진을 담당해 생산한 기업. 그 당시에 거수와 맞먹는 체급의 수천 톤짜리 강철 괴물의 심장을 만들어 낸 건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홀로그램 폰이면서 시계로 변형까지 할 수 있는 물건이라니.

HG가 어떤 기업인지 아는 유화로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기술이든 때려 박고 보는 곳.’


수십만 톤의 수에즈맥스급 화물선에 쓰이는 엔진이 1세대 메카의 심장이 되었다. 1.5세대에 들어서는 원자로에 쓰이는 기술을 융합해 도시를 통째로 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엔진을 만들었다. 여전히 메카를 개발하고 있다면 이 홀로폰을 만든 기술을 메카에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설마 변신 로봇 같은 걸 만들려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메카는 그닥 효율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다만 필요하기에 효율과 별개로 만들어진 것일 뿐. 아무리 HG가 온갖 기술을 집어넣는다고 해도 효율과 동떨어진 변신 기능 따위를 집어넣지는 않으리라.

삼성 다음 가는 기업이 되었다고 하니 메카와는 별개로 홀로폰을 위해 만든 기술일 수도 있었다.


한참 생각을 이어나가던 유화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들면 아무렴 어때.’


현역으로 복귀할 생각을 접지 않았던가. 변신하는 메카가 있다면 효율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열광하기는 할 테다. 유화는 그걸 멀리서 민간인의 입장으로 지켜보기만 해도 될 테고.

생각을 고쳐먹고 손목시계가 된 홀로폰을 다시 한 번 변형시켰다가 장착했다. 그러는 사이 발걸음은 금세 본부 2층에 위치한 검사실에 닿았다.


서예나가 검사실의 입구에서 아이디 카드를 대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렸다.

입구와 검사관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검사실 내부 사이의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실험복 차림의 수석검사관이 나타났다.


“후. 퇴근 시간 전까지 오랬다고 진짜 퇴근하기 직전에 오다니, 완전 매너가 꽝이시네요.”


퇴근 직전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방금 전까지 일을 하다가 온 사람의 분위기였다. 눈이 퀭한 것이


“퇴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혹시 저 때문입니까?”

“네 맞아요. 그쪽이 주신 물건 덕분이에요. 이건 혁명이니까.”


검사실 내부의 연구원들은 모두 퇴근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청소부로 보이는 노년의 여성이 쓰레기통에 수북하게 쌓인 도시락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으니까.

밥도 이곳 안에서 해결하면서 분석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전부터 우리가 사람 없다, 사람 없다 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오늘 그걸 절실히 느끼네요. 언제 이런 게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어디 대학 연구실 만큼도 사람이 없으니.”

“성과를 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탁드린 물건은요?”

“따라와요.”


수석검사관을 뒤따라가자 연구실 구석에 설치된 휴게실에 다다랐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죽은 듯이 자고 있는 한 연구원을 지나쳐 커다란 박스 하나를 꺼냈다.

서예나는 그 연구원이 걱정되는 듯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잠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몸이 들썩이는 것을 보자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수석검사관이 박스를 열었다. 각기 다른 생김새의 온갖 물건들이 튀어나왔다. 먼저 하얀 유리 안에 들어간 주사기를 꺼낸 검사관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마나-아드로핀 화합물이에요. 군인 출신이니까 신경작용제는 알죠? 그걸 응용한 거에요. 그래서 형태도 주사 형태. 몸에서 마나 회로로 이어지는 혈관의 아드로핀 순환을 빠르게 만들죠. 대신 이건 과용하면 죽어요. 헌터들은 보통 아드라고 불러요.”


“이 녀석은 암페타민 가공물. 마약인 건 똑같아서 헌터들만 쓸 수 있어요. 대신 효과는 직빵. 마나-아드로핀 화합물보다 훨씬 쎈 놈이에요. 물론 부작용도 똑같아서 신체 건강한 헌터도 조금 쓰다 보면 코 박살 나요.”


“이건 마나-아드레날린 화합물. 암페타민이랑 다르게 중독될 가능성은 적은데, 남용하다가 훅 가요. 대신 성능은 괜찮아요. 신체 능력이 폭증하거든요. 헌터들 기준으로는 한 등급은 높여준다나?”


“마지막으로 마나-모다피닐 화합물. 앞에 있는 것 중에서 제일 부작용이 적죠. 대신 정신 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좀 멀쩡한 건 없습니까?”


내놓는 물건들 중에 하나 같이 정상적인 게 없었다.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은가. 죽음, 마약, 죽음, 정신병.

포션을 막 들이킨 것과 비슷하다는 마나 중독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리스크가 너무 높았다.


모르핀을 맞았을 때의 끔찍한 기억이 남아 있기도 했다.


“당연히 있죠. 여기 있는 건 헌터들이 현장에서 ‘급하게’ 사용하는 거에요. 물론 이것보다 더한 것도 있지만 그런 건 나라에서 관리하니까 제 선에서 구할 수 없고요. 엄청 심각한 상황은 아닌가 봐요?”

“예. 심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멀쩡한 것들 좀 보여주시죠.”

“그러면 먼저 이것부터.”


수석검사관이 꺼낸 것은 벨트 형태의 물건이었다. 통상적인 벨트와 다르게 가죽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기계로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건 마나 추출기. 착용자의 마나를 흡수하고 방어막을 펼쳐요. 주로 육탄전을 벌이는 헌터들이 접근하는데 애용하죠.”


“이건 안경 형태에요. 방어막 대신 마나를 감지해서 렌즈에 투영해주는데 보통 수색대에서 써요.”


“얘는 페이스 마스크. 평상시에는 목에 차고 있다가 위급할 때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머리를 보호해줘요.”

“···약품 쪽은 너무 리스크가 크고 이런 장비는 필요가 없는데, 다른 건 없습니까?”

“나는 신체 강화를 해주는 쪽이라고 말해줘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따지는 게 참 많네. 단순 마나를 태울 생각이라면···이런 거?”

“이건 뭡니까?”

“생긴 거랑 똑같아요. 담배.”


손바닥만 한 종이 상자. 무기질적인 디자인. 담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긴 했다. 심지어 종이를 감싼 비닐의 재질도. 설마해서 물으니 역시나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담배라.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썩 내키는 물건은 아니었다.


“체내에서 마나에 반응해서 각성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녀석. 그냥 담배로도 각성자들이 많이 쓰고, 각성제로도 쓰고. 이건 부작용도 적은 편이에요. 코어를 자극하긴 하는데, 그쪽이 숨 쉬듯이 마신 가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거, 검사관님 그 가스 위험한 거에요···? 많이···?”


아무 말도 않고 있는 유화의 뒤에서 서예나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헛웃음을 터뜨린 뒤 유화를 흘겨보고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진짜 마나 억제 효과가 있나 해서 실험용 마수한테 써봤는데 10분 만에 죽었어. 마나 코어가 붕괴됐거든.”

“네?!”

“평범한 사람이 쓸 물건은 절대 아니지. 이 정도면 웬만한 헌터들도 순식간에 폐인이 될 것 같은데.”


잠시 유화를 미심쩍은 눈으로 노려보던 검사관이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뭐 그쪽만 그런 건 아니니까. 귀환자면 이상한 일도 아닌데.”

“비정상적인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예나 씨처럼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은 아니라서 모르죠. 근데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온몸이 쇳덩이라던가,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나온다던가.”

“저는 정상적인 쪽입니까?”

“겉보기에 사람이면 매우 정상적인 축에 속하죠.”


다른 귀환자에 대한 정보는 검색으로 얻지 못했다.

군 시절, 파일럿에 대한 정보를 군에서 통제했던 것처럼 귀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이곳 귀환자 관리 본부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이미 사회로 나온 귀환자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끝마친 극소수였다.

매우 정상적이라고 말할 정도라면 대부분의 귀환자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대강 짐작이 갔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아마 이건 마음에 들 거에요.”


검사관은 그렇게 설명하고서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네모 납작한 물체. 가만히 책상 위에 올려둔 상태임에도 붉은빛이 흐르는 심상치 않은 물건.


“귀환자들이 대부분 보통은 아니니까 저도 나름대로 짐작은 해봤죠. 그쪽이 고생할 만큼 마나 양이 막대한 거면, 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하고.”

“어느 정도 일 것 같습니까?”

“글쎄요. 알파 등급 거수 정도?”

“그게 말이 됩니까.”

“아, 너무 갔나? 아무튼, 웬만한 물건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정말 마나 양이 많으면 사실 아티팩트 같은 걸로는 모자라지 않을까. 어디 발전소나 연구소 정도는 되야 소비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게 뭡니까?”

“인공 마나 코어.”


마나 코어. 각성자들이 가진 또 다른 심장.

심장에서 피가 흐르고 그 피를 통해 몸에 산소를 공급하듯, 마나는 회로를 타고 코어를 통해 몸에 흐른다. 피를 흐르게 하는 심장이 없는 마수는 코어가 파괴되면 숨이 끊기는 것에서, 코어는 심장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


“···마나 코어? 인공?”


인공 코어라는 것은 인공 심장과 큰 차이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가 아는 인공 심장은 병원에서 쓰이는 거대한 기계장치였다.

도대체 그 사이에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기에, 코어를 고작 이런 손바닥만 한 물건으로 만드는 건가.


“네. 인공 마나 코어. 귀한 거에요. 아직 시제품이기도 하고요. 마나를 주입해서 배터리처럼 쓸 수도 있고 어디 한적한 곳에서 방출해도 되고. 사용법은 간단해요. 맨손으로 만지면 주입, 코어에 가까운 신체 부위에 갖다대면 흡수.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방출.”

“···이런 걸 저한테 줘도 됩니까?”


주입과 방출이 자유로운 마나 코어. 지금 시대에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유화의 기준으로는 꿈 같은 물건이었다.

그 당시에는 각성의 방법도 없었고, 마나 포션 같은 것도 없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각성자도 마나의 한계에 다다라 그 능력을 채 발휘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남한테 넘겨주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본인이 쓸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됐어요. 가져가요.”


자신이 아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무게감과 그립감이었다. 손에 쥐는 것과 동시에 몸의 마나가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유화가 얼떨떨한 눈으로 바라보자 검사관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파일럿이라고 하길래 알아봤는데, 제가 그쪽한테 신세를 조금 졌더라고요. 속초랑 동해에서.”

“신세, 말입니까?”

“네.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아무튼. 고마워서 그래요. 받아가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유화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유화를 바라보는 수석검사관의 눈동자 속에서는 사지로 내몰렸던 기억과 굉음과 진동을 울리며 나타났던 거대한 메카의 기억이 동시에 겹쳐서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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