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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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 천유화

DUMMY

헌터. 각성을 겪고 마력을 다루어 이능을 발휘하는 이들.

전쟁 초기에는 파수꾼이라 불렸으나, 전황이 인류에게 유리해지기 시작해지며 헌터라 불리기 시작했다.

사냥꾼. 그런 호칭으로 불릴 만큼 공격성이 높은 이들.


‘초기 각성자인가.’


수석이라는 꽤 높은 직급. 중년의 나이. 공무원. 전쟁 초기 파일럿들을 잘 모른다면, 그 시기에 각성하여 군에서 활동하던 헌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던 시기에 활동했다면 눈앞의 위기에 예민하게 구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속으로 계산을 끝마친 천유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있었던 세상에선 그걸 아셰온이라고 불렀습니다. 가스의 일종입니다.”“아셰온? 잠깐 기다려봐요.”


검사관이 주머니에서 손가락만한 크기의 금속 조각을 꺼냈다. 딸깍 누르는 소리와 함께 금속 위로 올라오는 푸른 화면. 파일럿 시절, 연구 단계에 있었던 홀로그램 기술이었다.

이젠 상용화까지 완료된 걸까. 검사관은 익숙한 듯 홀로그램 액정을 조작했다.

한국어, 영어 그리고 일본어나 중국어처럼 보이는 언어들까지. 액정을 통해 온갖 언어로 검색을 하더니 의심스러운 눈치를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


“일단 학계엔 보고된 게 없네요. 그럼 귀환자분이 최초라는 건데, 위험하지 않다고 증명할 수 있어요?”

“못합니다. 위험한 물건이라서요.”

“···예?”

“마나를 억제하는 가스입니다. 헌터들이 마시면 이능이 봉인될 겁니다.”


검사관과 서예나의 눈이 커졌다.

이능의 봉인. 헌터들이 활약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기되어 온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

강재구의 말에 의하면 헌터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더욱 높아졌으니 이능을 봉인당하는 건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하리라.


“마나 억제제라니···세상에 그런 물질이···.”

“위험한 건가요? 검사관님?”

“예나 씨, 이걸 테러에 쓴다고 생각해봐. 요즘은 경찰도 현장 인력 대부분은 헌터들인데, 만약 국가주요시설에 이런 걸 쓰면···대처할 방법이 없어.”


아까보다 시선이 훨씬 더 날카로워진 것이 느껴졌다. 경계심.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 깊숙이 깔려있다.

그는 오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으나 되려 역효과만 불러일으켰다.

경계심이 조금 더 강해졌다. 까딱하면 이능을 쓸 기세였다.


“그, 그 정도로 위험한 걸 선생님은 왜 쓰고 계셨던 건가요?”


서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탑에서 발견되어 이곳, 귀환자 대책 본부로 올 때까지 천유화는 계속해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능을 봉인한다는 가스가 나오는 가면을.

헌터의 존재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독가스쯤 되는 위험한 물건으로 여겨질 터, 하지만 유화에게는 아니었다.


“제 몸에 흐르는 마나가 좀 많습니다.”

“···그래서요?”


검사관의 날카로운 목소리. 말의 이면에 흥미가 깃들어 있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저는 비각성자라서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쓸 수가 없습니다. 쌓이기만 하고 배출을 하지 못해서 그걸 억제하기 위해 썼습니다.”

“그래도···너무 위험한데.”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 너머에 무슨 의도가 숨어 있는지 알아차리기 쉬웠다.

헌터들이 마나를 사용하는 것처럼, 헌터들의 적인 마수들도 마나를 사용한다. 어떻게 연구하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물건.

검사실이라고는 하나 연구실에 가까운 시설의 풍경을 보면, 이곳이 단순한 검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그럼 가져가세요. 어차피 양도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

“대신.”


천유화가 검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아직 마나를 억제하는 물질은 연구는커녕 존재조차 하지 않는 모양. 테러에 쓰일 수도 있지만 마수를 무력화 시키는데 쓰일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물질.

그런 걸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들어는 볼게요.”

“제가 게이트를 넘어가기 전에 마나로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젠 흔한 기술이에요. 헌터들이 많이 찾죠. 여전히 헌터들은 마수 코앞에서 싸워야 하니까.”

“그걸 구해줄 수 있습니까? 아니면 구할 방법이라도.”


수석검사관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보랏빛 가스가 흘러나오는 나무 가면을 슬쩍 보더니 호의적인 기색을 담아서 말했다.


“내일까지 샘플을 준비해 놓을게요. 가능한 많이.”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나름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




볼일이 끝난 두 사람은 곧장 검사실에서 나왔다.

귀환자의 초기 수속 절차 중 3분의 2가 끝났다.

나머지는 사회로 복귀할 때까지의 적응 훈련, 임시 숙소 배정, 시설 안내 등이었다.

이 모든 절차를 서예나가 대신 맡아준다고 해서 유화는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유화가 건물 1층 로비에서 기다리는 사이 서예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또 전화를 걸면서 유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했다.


“다 해결됐어요. 우주군 사령부에서 기존 신원 정보들을 협조해주셔서 되게 금방 끝났어요. 주민번호도 예전 주민번호로 사용하시면 되고, 내일 새 주민등록증에 쓸 사진 한 장만 찍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아, 그건···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그게, 법령상 충분한 기간 동안 정신 검진을 거치고 안전하다는 진단이 있기 전까지는 승인을 받아야 해서···.”

“예나 씨가 저 검진하는 거 아닙니까? 저 멀쩡하다면서요.”

“제, 제 눈에는 그런데···그, 진단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저는 검진 진행이랑 결과만 상부에 보고하고 결정은 상부에서 내려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유화의 물음에 서예나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검지손가락을 펼쳤다.


“일주일?”

“한 달 정도···?”

“허.”

“그리고 이런 진단을 두 번 받고 또 최종 승인까지 있어야 해서···.”

“그 최종 승인은 또 얼마나 걸립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한 달에서 두 달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네요.”


강재구 녀석이 2주가 어쩌고 하길래 금방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절차가 꽤 복잡한 모양이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를 향해 서예나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으세요?”

“제가 있을 때랑 달라진 게 많은 것 같은데 알아보고 싶어서요. 아니면 인터넷이라도 쓸 수 있습니까?”

“배정받은 숙소에 가시면 인터넷이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있어요. 개인 통신 기기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첫 진단을 받아야 하고요···아, 그게, 으음···.”

“말씀하세요.”

“제가 동행하면 본부 근처에는 갈 수 있어요. 같이, 외출, 하실래요?”

“예.”

“무, 물론 선생님께서 불편하시면 괜찮···네?”

“좋다고요. 외출. 같이 가는 거.”


그냥 예의상으로 한 말인가? 내가 눈치가 없었나?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서예나의 시선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수하는 것도 잊었으니 이 말이 예의상 한 말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한 말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당연히 없었다.

조금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 말을 정정하려던 순간이었다.


“네, 가요. 외출.”


예의상으로 한 말이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유화가 속으로 안도하는 사이 서예나는 몸을 홱 돌렸다.


“이쪽이에요···.”


내가 눈치가 없었던 게 맞구나.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유화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




귀환자 관리 본부의 정문에 도착한 서예나는 자신의 아이디 카드를 출입 확인기에 가져갔다.

출입이 가능하다는 초록색 불빛을 확인한 그녀는 정문의 출입 사무소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유화는 밖에서 그녀를 기다려야 했다.


“······.”

“······.”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던 유화는 무표정한 얼굴의 경비원과 시선을 마주쳤다.

탑에서 마주친 헌터들과 비슷한 복색을 하고 손에는 커다란 총을 들었다. 정문은 차량이 가속할 수 없게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담벼락엔 아예 철조망까지 쳐져 있었다.

거의 군부대 수준으로 경비가 삼엄했다.


“출입 허가받았어요. 대신 정말, 진짜 여기 바로 앞. 저기 보이는 상가까지만이에요. 저 너머에 있는 아파트 단지쪽으로 가면 저희 처벌받아요···.”

“예. 그런데 검진관님, 여긴 왜 이렇게 경비가 삼엄합니까?”

“아···.”

“귀환자들 때문입니까?”

“······네.”


정문 밖보다 안을 지키는 경비원의 수가 더 많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긴 했다.

바리케이드 사이를 요리조리 걸어 빠져나가면서 서예나가 설명했다.


“혹시라도 정신이나, 아니면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요소가 있는 귀환자분들이 사회에 풀려나면···위험 하거든요.”

“선례가 있었겠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예전에, 제가 여기로 발령받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들었어요. 달을 보면 이성을 잃는 귀환자가 한밤중에 본부를 탈출해서···주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다고.”

“······허어.”

“그분은 또, 낮에는 되게 친절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밤에 갑자기 돌변해서 그렇게 된 거라···그 후로 경비가 삼엄해졌어요. 관련된 법령도 생겼고요. 혹시라도 허가 없이 빠져나가면 안 돼요.”

“예.”


고개를 끄덕인 유화는 어쩐지 본부 안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빨리 외출을 나갈 수 있습니까? 저 여기 들어온 게 아직 만으로 하루도 안 됐는데.”

“원래는 안 돼요. 선생님이 되게 희귀한 경우에요. 선생님 지인분께서 신원 확인을 도와주셨고, 또 검사관님도 도움을 주셨어요. 최소한의 신체, 정신 검진이 끝나야 하는데 하루 만에 1차 검진이 끝나는 일도 별로 없고요.”

“그건 또 왜 그런 겁니까?”

“보통은 결과가 정상적으로 안 나오거든요.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신 상태가 아주 폭력적이거나 아주 우울하거나 아주 불안정하거나···웬만한 귀환자들은 그랬어요. 저는 선생님 같은 분이 이제 두 번째에요.”

“한 명은 있었네요.”

“네···그렇죠. 한, 분은 있었어요. 네.”


목소리가 어두운 것이 말 못 할 사정 같은 게 있는 모양. 한숨과 함께 굳어진 표정을 풀어낸 서예나가 다시 밝은 분위기로 돌아와서 말했다.


“아무튼! 귀환자 적응 훈련 프로그램 중에는 사회 복귀 훈련도 있거든요. 거기에는 외출이나 외박도 포함되어 있어요. 외출은 보통 담당자랑, 외박은 신원이 확실한 지인이 있는 경우에만 허락되지만요. 저기 보이는 아파트는 관리 본부 직원들이랑 가족들, 그리고 아파트의 상가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살아요. 오늘 저희가 갈 수 있는 곳은, 딱 여기 상가까지만이에요.”


사람이 사는 곳과 아닌 곳을 구분하는 듯 했다. 아직 검진이 덜 끝난 유화는 사람이 사는 곳까지는 들어가지 못하는 모양이고.

다만 거기에 큰 제한이 느껴지진 않았다. 왜냐하면 당장 자신이 서 있는 상가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 유화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커피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아 조금 있으면 밤이라서 조금 그런가요? 아니면 스무디나 프라페···.”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 그것을 쥔 어린아이의 손보다 조금 큰 유화 자신의 손바닥만 한 물건.

저 나이의 어린 남자애가 좋아할 법한 로봇 장난감.


“선생님?”


아무 대답도 없는 유화를 향해 다가온 서예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

엄마가 음료수를 사는 사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꼬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에게서 불안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예?”

“휴···그, 스무디 드실래요 프라페 드실래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다행히 꼬마는 유화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유화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카페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 딸기 스무디로 할게요. 그런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개발한 1.5 세대 메카닉.

바다 거인이라 이름 붙여진, 유화의 전용기 중 하나.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보니 마음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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