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조상신이 도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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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8.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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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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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

DUMMY

“안녕하세요, 우진 쌤.”

“···!”


멜로디라는 연예인이 나를 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녀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둘이 아는 사이예요?”


정시은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 찔리는 게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 질문에 대답을 몰라서였다.


“우진 쌤··· 유명하잖아요. 욕쟁이 강사로.”

“아.”

“요즘 인터넷 하는 사람 중에 우진 쌤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멜로디의 말에 드디어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이러면 말이 된다.

상대는 알지만 나는 모르는 상황.


멜로디가 아무리 천상계 연예인이라고 해도 인터넷은 하겠지.

그러면서 내가 쌍욕 박았던 짤을 어딘가에서 봤을 거다.

원래 인터넷에서 봤던 짤에 나온 사람은 친근하게 느껴지기 마련.


그래서 도와준 거구나?

그래서 나를 아는 거고.

그래서 내가 몰랐던 거다.


“멜로디 씨라고 했죠?”

“네, Penn 작가님.”

“반가워요.”

“저도 반가울 뻔했어요.”

“뻔?”

“원래 제가 작가님 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근데 오늘부터 안 그러려고요.”


묘하게 분위기가 딱딱했다.

작가와 팬의 만남이라기엔.


“제 실물을 보고 실망하셨나요?”

“아니요.”

“그럼요?”

“그냥요.”


‘그냥요’라는 말과 함께 나를 노려보는 멜로디.

내가 왜?

무슨 뜻이지?


“우진 쌤. 제 이름 어때요?”

“예?”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다.

갑자기?

그것도 지금?


“이름이요?”

“네. 제 이름. 멜로디. 어떤가요?”

“예··· 쁘네요.”

“그래요?”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비수처럼 날카로웠던 눈빛은 화사한 봄을 연상시키듯 따뜻하고 아름다워졌다.


“고마워, 우진 오빠.”

“···.”

“Penn 작가님. 앞으로는 작품 못 읽겠지만. 많은 작품 활동 부탁드려요.”

“네···.”


그렇게 멜로디는 사라졌다.

아닌 밤중에 폭풍이라도 지나간 듯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우리는 한동안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오빠?”

“예?”


먼저 그 고요를 깬 건 정시은이었다.


“멜로디 씨랑 잘 아시는 사이인가 봐요?”

“그럴 리가요. 저도 오늘 처음 봤는데.”

“그래요? 멜로디 씨 눈빛은 처음 본 사람을 보는 눈빛이 아니던데?”

“···.”


다들 그렇지 않나?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경찰만 보면 뭔가 찔리는 느낌이 드는 그런 기분.

지금이 딱 그랬다.


뭔가 잘못한 거 같지 않지만.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질투하시는 거?”


농담이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타파하고자.

그냥 던져본.


“예, 예? 제, 제가요?”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이렇게까지 당황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진짜 질투하는 건가?


“그, 그그그그럴 리가요?”



*



주말은 Penn 작가이자 정시은으로 인해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

파티가 끝나고 스케쥴이 꽉 찬 탓에 더는 만날 순 없었지만.

다음 주에 꼭 만나자는 약속을 받고 헤어졌다.


그렇게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우진아.”

“예, 형.”


미영이한테 막말로 사이다를 날려준 뒤로 강태준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속으로 욕을 하긴 했지만 싫지 않으니까 밑에서 일도 하고 따로 만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냥 사람이 재수 없고 짜증 날 때가 가끔 있을 뿐.

본성이 아예 나쁜 사람은 아니다.


“너 평일 중에서 하루 빠지게 해줄게.”

“예?”


노예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로 수업이 더 생기면 생겼지 줄어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무슨 수작이지?

쫌생이에 돈의 노예인 강태준이 갑자기?


“너도 좋잖아?”

“그건 사실인데. 월급이 줄어들어요? 대신 휴가가 없나? 너튜브에 더 집중하려고요?”

“아니. 아니야. 내가 무슨 돈귀신인 줄 아냐?”

“아니에요?”

“맞아. 그건 맞는데! 아무튼! 크흠. 원래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줄일 필요가 있어.”

“왜요?”

“그래야 희소성이 생기니까. 그리고 네 수업 들으려고 온 사람들이 실패해서 다른 수업 들으면 학원 홍보도 되고 좋잖아. 우리 강사들. 어벤져스잖아. 안 그래? 나 자신 있어. 애들이 오기만 하면 확 휘어잡을 수 있지.”


자신감 하나는 기가 막힌다.

저 자신감으로 항상 리더가 되고 작긴 하지만 입시학원도 차린 거겠지.


“뭐. 저는 나쁘지 않은데요? 적게 일하고 똑같이 돈 받는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치? 흐흐.”

“음?”


잠깐.

방금 함정카드가 발동된 거 같은데?

넌 지금 내 함정에 걸려든 거시여.

이런 표정으로 나를 음흉하게 바라보는 강태준.


“한국인은 정이잖아. 그치?”

“뭐요. 또 뭘 부탁하려고요?”

“역시. 우리 우진이가 눈치가 차암~ 빨라?”

“말해봐요.”


어차피 나도 받았으니 부탁 정도야.


“과외 하나 할래?”

“···.”

“평일에. 비는 시간에. 어때?”

“씨발, 태준이 형!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오?”

“너한테도 좋다는 거에 내 손모가지 건다.”

“워디 패 한 번 까뒤집어 봅세.”

“회당 500만.”

“예?”

“어때? 크으~ 끌리지?”

“회, 회당? 월 500만이 아니라?”

“끌릴 줄 알았지.”

“근데··· 무슨 과왼데요?”


강태준은 내가 흥미를 보이자마자 속사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학업에 치중하지 못해서 고졸이나 중졸로 활동하잖아. 근데 또 대졸이라는 타이틀이 고급스럽잖아?”

“지금 연예인 과외를 저한테 시킨다고요? 누구? 날 뭘 믿고?”

“야. 너 한국대 국어국문에 스타 강사잖냐.”

“형, 나 국어영역이나 잘 알지. 다른 건 기억도 안 나. 수능 친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괜춘. 너한테 받고 싶다고 딱 찍어서 얘기했다니까.”

“근데 이런 건 어떻게 물어온 거예요?”

“아~ 나 아는 군대 후임 중에 방송국 FD로 일하는 애가 있거든? 그 애가 원래 화음 엔터에서 매니저로 있던 애야. 걔 아는 매니저 후배에 후배가 아이돌 로드매니전데 너랑 접점이 있는 사람을 딱 찾고 있지 뭐야?”


뭐가 이렇게 복잡해?

결국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나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소리랑 다를 게 뭐야?

마침 내가 강태준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옳다구나 싶어서 얘기한 거잖아.


“국영수 각각 1시간. 쉬는 시간 10분씩 30분. 총 3시간 30분. 회당 500만 원.”


고작 3시간 30분 일하고 500만 원을 받는다고?


“단! 소문나면 안 되고. 연애하면 안 되고.”

“연애는 무슨. 저 같은 노땅을 아이돌이 왜 좋아해요.”


일주일에 500만 원.

한 달이면 2천만 원.

수능 전까지 대략 과외 한다고 쳐도 1억은 족히 벌 수 있는 고수익 알바잖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요. 누군데요?”

“놀라지 마.”

“벌써 놀랐어요. 500만 원에서.”

“멜로디.”

“아, 멜로··· 예? 누구?”

“그 유명한 여돌 멜로디! 완전 대박이지? 야. 사인 좀 꼭 받아와라. 알겠지?”


미친.

하고 많은 아이돌 중에 하필이면 멜로디라고?

도대체 왜?


“너튜브 봤겠지, 뭐.”


Penn 사인회에서 보지 않았다면 그렇겠거니 하고는 넘어갔을 거다.

그런데 그때 정시은이 있을 때 했던 비장한 말들이 생각나면서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닌 거 같았다.


혹시 원한이라도 있나?

내가 모르는, 혹은 가족의 원한으로 몰래 접근하려고 한다든지.

는 너무 나갔고.


“어쨌든. 과외 좀 부탁한다?”

“예. 강의 하루 빼는 거 맞죠?”

“당근빠따지.”

“콜.”



*



띵동.


한강이 보이는 뷰를 한강뷰 아파트라고 한다.

보통 집값도 어마어마한 건 마찬가지지만 이 한강뷰가 보이는 건 프리미엄이 붙어서 시세가 더 높은 편.


멜로디 숙소는 이곳에 있다고 한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벌어야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계산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까 봐.

지금 있는 아파트도 대출이 잔뜩 끼어 있고 그나마 싼 아파트 축에 속한다.

재산분할 및 위자료로 받은 아파트라 실제로 내가 장만한 것도 아니었다.


철컥.


문이 열리고.

어떤 소녀가 마중을 나왔다.

처음엔 얘가 누구지? 싶었다.


그런데 꾸미지 않은 수수한 멜로디라는 걸 곧 깨달았다.

화장할 때는 화려하게 예쁘고 귀엽지만, 꾸미지 않으니 수수하고 순수했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뇨.”


까칠하게 나오는 걸 보니 멜로디가 확실했다.

기본적으로 까칠함을 깔고 가는 모양이다.


“들어와요.”


아이돌 숙소는 어질러진 경우가 많다던데.

깔끔하게 정리된 숙소는 좋은 향기마저 났다.


“매니저분은?”

“내 집에서 매니저는 왜 찾아요?”

“에?”


집?

내 집?

분명 내가 설명 듣기로는 이곳이 숙소라고 했는데?


“아, 매니저 오빠가 여기가 숙소라고 했어요?”

“네···.”

“그건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게 편해서 그런 거예요. 보통 아이돌이 지내는 곳이 숙소라고 하니까. 전 여기가 집이에요.”

“이 넓은 집을··· 혼자 써요?”

“그럼? 우리 둘이 쓸까요?”


날 도와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날카롭진 않았는데.

정시은을 만난 뒤로 멜로디의 반응이 묘하게 차가워졌다.


“그럼. 앞으로 저희 둘이서만 과외 하는 겁니까?”

“왜요? 잡아먹기라도 할까 겁나요?”

“누가 누굴 잡아먹어요.”

“내가. 오빠를.”


조금 거슬리는 게 있었다.

왜 자꾸 오빠라고 하지.

그런데 이 오빠라는 말이 딱히 낯설지 않아서 더 이상했다.


“전 상관없는데 매니저가 주의사항으로 연애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그냥 형식상 하는 말이에요. 저 멜로디예요. 5세대 여돌 탑.”


본인 입으로 저렇게 뻔뻔하게 자랑하다니.

이런 자신감이 있어야 연예인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과외는 3시간 30분. 10분씩 휴식 맞죠? 국영수. 1시간씩 총 3시간.”

“연장하셔도 돼요. 전 오케이.”

“돈 더 주실 거 아니면 시간 맞추겠습니다.”

“돈이요? 저 멜로디예요, 쌤.”

“그래서요?”

“얼마면 종일 있어 줄 거예요?”

“예?”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던데.

대한민국 국민 여동생이란 별명과 함께 여돌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연예인은 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나보다.


쪼금 부러웠지만.

티 내지 않고 침착하려 노력했다.


경제적 자유를 가진 저 여유로움은 겪어본 적 없는 무언가였기 때문에.

신비롭기도 하면서 흥모할 만했다.


“농담. 쌤도 참. 진지해지기는 설레게.”

“쿨럭. 자, 일단 그럼 공부는 어디서···.”

“제 방에서요.”


멜로디가 연 문에는 이 집에서 가장 작아 보이는 공간이 보였다.

침대와 책상이 있는.


“환영해요. 차우진 쌤.”

“아, 네. 저기··· 과외 할 땐 제가 보통 반말하는 편이거든요? 혹시 괜찮으세요?”

“예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예? 그게 무슨···?”


마치 나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진짜 섭섭하네.”

“나 알아요?”

“차우진.”

“인터넷에 보고 안 거 아니에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죠.”

“어떻게요?”

“계속 존대하실 거예요? 벌써 과외 시작 시간인데.”

“아. 그럼 양해 좀 구하겠습니다. 나 어떻게 알아?”

“어떻게냐면···.”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모르는 인연이 있다는 생각에.

특히 이런 유명인의 인연이라서 더 긴장되었다.


혹시나 나쁜 인연이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하면서.


“안 알려주지!”

“뭐?”

“기억해 봐요. 멜로디. 저 멜로디예요.”

“아니, 자랑스러운 이름은 잘 알겠고.”

“제가 왜 제 예명을 자랑스러워하는지 알아요?”

“왜 그런데?”

“그것도 안 알려주지!”


옛날에는 체벌이 합법이었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것도 내가 어린 시절의 얘기지만.

문득 그날이 그리워졌다.


아무튼.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던 멜로디라는 여자 아이돌을 과외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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