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조상신이 도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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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8.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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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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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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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는 승리한다(3)

DUMMY

“올랐다! 올랐어!”


태준이 형은 뛸 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투자한 종목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태준이 형이 잃은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전진이었지만.


어쨌든 청신호는 맞았다.

이제 계속 오른다면 말이다.


“봐봐. 존버는 승리한다! 내가 얘기했지?”

“그렇네요.”


요즘 존버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를 생각하던 차였다.

당장은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 좋은 일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마음.

그 생각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면 어떤 방식으로든 방법이 생기는 듯했다.


“익절할까?”

“존버는 승리한다매요, 방금.”

“또 떨어지면? 지금 조금 복구한 상태로 익절하면···.”

“형, 그건 익절이 아니라 손절이잖아요.”

“아니지. 1억 2천에서 시작해서 지금 3천 조금 넘으면 익절이지!”


이게 말로만 듣던 정신 승린가.

2억이 1억 2천으로 떨어졌다가 1억 3천이 됐는데 어째서 익절인 거지?


“잃은 8천은요?”

“그게 뭔데? 먹는 건가? 난 8천이 있었던 적이 없는데?”

“형···.”

“우진아. 1억 3천이라도 땡길 수 있으면 땡겨야 하는 거 아니냐?”


어쨌든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긴 했다.

본인이 하고 싶다면.

손절치는 거지 뭐.


그런데 일단 신령님 믿어보기로 한 이상은.

난 끝까지 믿고 가리라 생각했다.

익절하는 포인트는 1,000%.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목표긴 하다.


1억 정도 넣었으니 10억이 되는 기적.

과연 가능할까?


어쨌든 그건 내 사정이고.

태준이 형은 이미 잃은 돈이 있기 때문에 굳이 존버하라고 말은 못 하겠다.

내가 형 인생을 책임져 주는 건 아니니까.


“형이 알아서 해요. 전 존버하려고요.”

“존버? 네가?”

“네. 요즘 존버가 답이구나 싶어서요. 인생도 그렇고. 뭐든 게 열심히 하면서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는 거 같아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강의실로 향했다.

마음도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수능도 다가오니까 학생들 마음도 들떠 있을 게 뻔하다.

이럴 때는 원래 썰풀이가 도움이 된다.


“다들 힘들죠?”


눈이 풀렸다.

이렇게 수업해서는 귀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을 거다.

정신이 번쩍- 들만한 썰을 풀어야 한다.


얼마나 썰을 잘 푸느냐에 따라서 강사의 인기도가 달라질 정도로 사실 강사에겐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강사에게 다시 집중하게 만들 방법의 하나니까.


“무서운 얘기 해줄까요?”

“예!”

“아싸!”


반응이 온다.

역시 무서운 얘기라면 군대썰이지.


“쌤이 군대에 있었을 때. 선임이 해준 얘긴데.”


말년 병장으로 전역이 얼마 안 남은 선임이 본인 상꺾, 즉 상병 3호봉쯤에 겪었던 일화였단다.


야간근무를 갓 들어온 신병과 함께 가게 됐는데.

그날따라 출출해서 오네스를 주머니에 몇 개 숨겨 갔단다.

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짬 좀 차면 다들 그런 식으로 야간근무 나가서 과자를 먹곤 한다.


근무지에서 교대하고 신병한테 누구 오는지 망 보게 시킨 뒤에 자리에 앉아서 오네스를 하나 까서 먹고 있었다.


그런데 신병이 갑자기 뒤돌더니.

하는 말이.


“오네스 저도 먹어도 되겠습니까?”


상꺾도 몰래몰래 숨겨서 눈치 보면서 근무지에 과자 가져오는데 이제 갓 들어온 신병 나부랭이가 감히 하늘 같은 선임한테 오네스를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군대를 안 다녀온 너네들은 모르겠지만.

이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임.

애초에 이 신병이 고문관 기질이 조금 보였기 때문에 초장에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 선임이 쌍욕을 박으면서.


“이 씨발 개새끼가 존나 빠져가지고. 뭐라고? 방금 뭐라고 했냐? 다시 한번 말해봐라.”


그랬더니 화들짝 놀란 신병이 벌벌 떨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더래.


“넌 끝나고 가서 뒤졌다. 돌아가자마자 네 맞선임 깨워서 나한테 델꼬 와라. 알겠냐?”

“···.”

“야. 관등성명 안대냐?”

“예?”

“예? 예에에? 예에에에에? 이게 진짜 돌았나.”

“이, 이병!”

“됐고. 알겠냐고.”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근무 들어간 지 30분이 지날 때쯤이었어.

힐끗 쳐다보니까 꼿꼿이 서서 경계 잘 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한 선임이 오네스 하나를 더 까서 일부러 신병 들으라고 더 부스럭대면서 먹었대.


배도 좀 찼겠다.

노곤노곤하니 잠도 오는 거야.


“야. 나 잘 테니까 누구 오면 깨워라. 알겠냐?”

“···.”

“대답.”

“예··· 알겠습니다.”


대답이 약간 흐리멍텅해서 거슬리긴 했는데 아까 혼나서 그랬나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졸았대.

그렇게 한창 자고 있는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신병이 막 혼자 중얼중얼 거리더래.


아까 분명 확실하게 말했는데도 내 말 쌩까고 오네스 먹는 걸로 착각해서 얼른 일어나서 신병을 불렀어.


“야. 야 이 새끼야!”

“··· 다. ··· 스 ··· 있다.”

“야. 뭐라는 거야.”


아무리 불러도 신병이 대답은 안 하고 경계 서는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려.

그게 그냥 오네스 계속 처먹는 걸로 보였던 선임이 개빡쳐서 돌려세웠더니.


“오네스··· 맛있다. 오네스··· 맛있다.”


이러면서 자기 손을 질겅질겅 깨물고 있었어.

입에서는 피가 주르륵- 나고.

눈은 맛이 가서 회까닥 뒤집힌 채로.


기겁한 선임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신병 뺨을 후려치면서 소리쳤대.


“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정신 차리라고!”

“오네스··· 맛있다. 오네스 맛있다.”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치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린 신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임을 바라봤어.

자기는 기억이 안 난대.

오네스 맛있다고 했던 것도, 손을 질겅질겅 씹어먹던 것도.


“꺄악!”

“소름.”

“진짜 미쳤다. 이거 실화 아니죠, 쌤?”


놀랍게도 이건 내 자대에 있었던 일로 그 신병은 정신병원으로 이송돼서 다른 부대를 갔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대박.”

“허업.”

“오네스 맛있다··· 오네스 맛있다.”

“꺄악. 그만해.”


그 이후로 나를 비롯한 우리 자대에 있던 사람들은 오네스는 쳐다도 안 본다.

특히 난 아직도 오네스를 그때 들었던 썰 때문에 무서워서 꺼리게 됐을 정도니까.


“아무튼. 이제 정신 바짝 들지? 이때까지 다들 정말 고생했어. 참고 참았지? 이제 곧 있으면 수능이다. 수년간의 노력이 딱 하루 만에 결판 나는 게 어떻게 보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근데 그런 걸로 멘탈 갈리지 마라. 결국 끝까지 노력하고 집중했던 사람이 더 좋은 점수 받는 건 사실이야. 끝까지 존버해라. 존버는 승리한다.”

“쌤! 주식 어디 물려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죠?”

“야, 내가···.”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

너희들이 기다린 만큼 건승하라는 말이 곧 나에게도 하는 말처럼 느껴져서.

나도 정말 오래 참고 오래 기다렸잖아.


이제 존버는 승리할 때도 됐다.

비단 주식만이 아니다.

내 인생.


더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다.



*



“김 교수. 이거 정말 너무한 거 아냐?”

“···.”

“해도 너무하잖아. 총장님 등에 업고 기고만장해서는.”

“이거 누구한테 시켰다고요?”

“차우진 선생 말이야. 백도현 교수 골로 보냈던 놈.”


김 교수는 차우진을 기억해 냈다.

조용하고 자기 일 확실히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백도현 교수 제자로 착실히 삼인방의 뒤치다꺼리를 잘하던 조교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삼인방의 치부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대로 두기에는 껄끄러운 상대.

하지만 딱히 건드릴 방법도 없었다.


조금 더 알아봐야 한다.

결국 사람은 실수하게 되어 있고.

무언가 치부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그 차우진 선생. 이혼하지 않았습니까?”

“맞아. 크흠. 내가 남사스러워서 얘기 안 했는데. 백도현 교수 부인. 그 여자가 차우진 전처지.”

“하, 하하하. 아니 막장 드라마도 쓰려고 해도 이건 너무 막장이잖아? 싶을 거 같은데요?”

“인생이 원래 그래. 이래서 내가 드라마 같은 거 안 봐. 너무 밋밋하잖아? 인생이 더 다이나믹하고 믿을 수 없는 일들 투성인데 말이야.”


가닥이 보인다.

그냥 내쫓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건 본인이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부끄럽고 창피하면.

스스로 나가게 되어 있는 법이다.


“백도현 교수랑 같이 미국으로 갔답니까?”

“아니~? 그쪽은 애도 있고. 한국에 있다던데?”

“흐음. 그렇군요? 그쪽도 한국대 출신이라죠?”

“그렇지. 같은 국어국문이었어.”

“그래요?”


김 교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차우진 전처를 잘만 활용하면 차우진을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어쨌든 말이야. 정시은이랑 차우진. 내가 좀 혼꾸녕을 좀 내도 될까?”

“아니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조용히. 그냥 계십시오.”

“그래? 아이~ 내가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지. 그래도 내가 여기 거의 원로급인데.”

“···.”


김 교수는 하늘하늘한 검고 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상기된 얼굴과 훤한 이마가 드러나며 매서운 눈빛이 임동규 교수를 집어삼킬 듯 노려보았다.


“임동규 교수님.”

“어? 어어.”

“적당히 하시죠. 지금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어울려 주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하죠.”

“하, 하하. 맞아. 그렇지. 내가 경솔했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김 교수는 주름이 잔뜩 팬 미소를 드러냈다.


“교수님은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되는 겁니다. 이제 정년도 얼마 안 남았잖습니까? 불명예로 쫓겨나시면 차암~ 좋겠다 그쵸?”

“아, 하하. 아냐아냐. 난 김 교수 밑에서 조용히~ 있다가 갈 거야.”

“그렇죠? 우리 임동규 교수님은 차암~ 눈치도 있으시고. 권력의 흐름을 잘 읽으시는 분이시니까.”

“내가 좀 그렇지. 우리 김 교수 덕에 내가 편하게 교수 생활하지. 암.”

“감사합니다, 교수님. 협조해 주셔서.”

“아닐세.”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업이 있어서요.”


김 교수가 떠나고.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쉬기 시작하는 임동규 교수.


“허우~ 참.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 공경도 모르고 말이야. 쯧. 내가 더러워서 피한다. 퉷!”


김 교수 앞에서는 고분고분했지만 임동규 교수의 속내는 달랐다.

아무리 김 교수가 처리한다고 해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과 남이 시켜주는 것은 그 손맛부터 다르니까.


“내 이 년놈들을 그냥···.”


똑똑.


“누구요?”

“안녕하셨습니까, 교수님?”

“오, 이게 누구야?”


정시은에게 치이고.

차우진이 가진 폭탄에 조마조마하며.

김 교수의 권력에 굽신대기만 하던 임동규 교수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김희진 선생.”

“···.”


입술을 질끈 깨문 김희진은 어두운 낯빛으로 연구실로 들어왔다.

반면에 임동규 교수는 김희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색이 돌았다.


“집안일은 잘 처리했고?”

“예? 아, 예··· 덕분에요.”

“아이고. 고생이 많았겠어? 그래. 다시 학교 다닐 맘이 생긴 건가?”

“그게··· 혹시 지도교수님을 바꿀 순···.”

“없지. 우리가 했던 정이 있고 과정이 있는데.”

“아.”

“코스웍도 얼마 안 남았지? 같이 힘내서 졸업도 해야지. 그래야 집안 일으켜 세우지 않겠어?”


김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긍정의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임동규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희진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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