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조상신이 도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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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8.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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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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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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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의 정체

DUMMY

이게 문제다.

강태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이유.


“봤지? 성장했지?”


너튜브 내에서 구독자와 조회수, 그리고 각종 지표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게 있다.

사실 내기를 할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했었기 때문에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딱 지나고 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나에게 이걸 보여줬다.

기준이 모호했기에 어쨌든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는 게 강태준의 지론.


딱히 딴지를 걸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태준이 요즘 해준 게 너무 많아서 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 사람이다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지는 게 내 지병 같은 거다.

착한 사람 증후군처럼.

사실 증후군에 속한 지병이 아닐까 싶다.


너튜브가 성장은 했지만.

딱히 성공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잡탕 느낌이 난다.

컨셉을 하나 잡아서 그걸 밀고 가야 하는데 우리 너튜브는 너무 이것저것 다 해본다고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강했다.


원래라면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겠지만.

솔직히 어릴 때부터 알던 형이기도 하고.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리 단점이 있는 형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은 태준이 형이 유일했다.


“그렇네요.”

“내가 이겼쓰.”

“네. 뭐.”

“기억나지?”

“뭐가요?”


아차.

내기를 했었다.

그리고 내기 내용이 기억났다.


그랜절하기로 했는데.


“그랜절.”

“형···.”

“할 거지? 응? 하자? 응?”

“다,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든 그랜절은 피하고 싶었다.

될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이 볼 수도 있는 너튜브에 그런 요상망측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쪽팔렸다.

그리고 그랜절은 도대체 언제적 밈인 줄 아는 걸까?


“다른 거? 흐흐. 우진아. 그랜절보다 어그로 더 끌릴 자신 있으면 어디 제안해보거라.”


태준이 형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음··· 그, 차라리 게스트를 불러서 조언하면서 제 컨셉도 살리는 건 어때요?”

“게스트? 컨셉?”

“욕쟁이 강사. 인생을 가르치면서 팩폭 날리고 욕하고 뭐 그런 상황이요.”

“흐음. 괜찮긴 하네. 근데 중요한 건 게스트잖아.”

“그렇긴 한데···.”

“오! 오오옹!”


순간 두려워졌다.

갑자기 저리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이면.

무언가 무시무시한 작당을 꾸미는 것 같잖아.


“있다. 우진아. 그런 게스트. 어그로 쫘악- 끌릴만한 사람.”

“누군데요?”

“멜로디.”

“미친.”

“야, 형한테 미쳤다니?”

“형, 아무리 그래도···.”

“너 멜로디랑 안 친해?”

“당연히 안 친하죠! 그냥 과외 하는 건데요.”

“원래 과외 하면서 사랑도 싹트고 우정도 싹트고 이것저것 싹트잖아.”


멜로디한테 게스트로 나와달라 제안하라고?

무슨 미친 짓이냐고 뺨 맞을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요즘 멜로디가 과외 외적으로 친해지려고 해서 난감했었다.

그런데 게스트로 나와달라고 하면 덜컥- 나오겠다고 할까 걱정이었다.


“그런 일 없는데요.”

“쩝. 아쉽네. 아~ 멜로디가 딱인데. 야,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랜절 해야지.”

“아, 형.”

“아님. 멜로디. 둘 중 하나만 골라.”



*



“쌤. 오셨어요?”


멜로디는 오늘도 수수한 복장에 그렇지 못한 화장을 했다.

머리까지 세팅했네.

과외 끝내고 일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요?”

“오늘 진도 빡세게 나가야 하거든? 잡담은 다음에.”

“칫.”


입이 삐죽 튀어나온 멜로디가 토라진 모습으로 있었다.

원래라면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겠는데.

태준이 형이랑 했던 얘기 때문에라도 더 차갑게 굴었다.


“책 펴.”

“흥. 알겠거든요.”

“너 수능이 쉬운 줄 아냐? 너보다 훨씬 간절한 애들이 밤새워 가며 노력해도 원하는 점수 못 받는 게 수능이야.”

“예~ 예~”

“야, 멜로디.”


항상 이렇게 얘기할 때 조금 어색했다.

활동명이 참 예쁘긴 한데.

멜로디라 부르면 어딘가 모르게 낯부끄럽달까?


그렇다고 본명 쓰자고 하기도 그렇고.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저 민지예요.”

“민지?”

“넵.”

“···.”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민지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왜 멜로디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집착하는지.

왜 나와 친해지고 싶었는지.

그때 나를 왜 도와줬는지까지.

모두 설명이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이었다.


빠듯한 삶을 이겨내기 위해서 짬을 내서 과외를 했다.

그때 가르쳤던 여학생 중 하나도 이름이 민지였다.


그 당시에는 어린애였다.

머리도 깐 채로 질끈 묶었고.

여드름도 나고 안경에 교정기까지 끼고 있던 녀석.


수줍음도 많아서 나랑 대화도 거의 안 했다.

그저 수업만 하고 진로 상담만 해줬었다.


아직 고등학생도 되지 않은 녀석이었기에 꿈이 뭐냐고 물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오디션도 보러 다닌다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꿈을 저리도 당차게 말하는 걸 보면서 나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뭐 그런 철학적인 질문까지 떠오를 정도로.


아무튼.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다.

좋은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라 여겼었다.

진짜 아이돌이 되기야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던 게 생각났다.

이때까지 바쁘게 살고 정신없는 삶이라 잊고 있었다.


민지라는 이름을.


“진짜 아이돌이 됐잖아?”

“네?”

“송민지.”

“기억이··· 나요?”


송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연히 기억하지.

오래 가르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인연이었는데.


거기다 내가 너무 바쁠 때는 양해를 구해서 우리 집에서 과외도 여러 번 했었다.

주희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이 송민지를 얼마나 귀여워했는데.


요즘도 가끔 그 얘기를 하신다.

그때 참 귀여웠던 애가 있었다면서.


예전에는 이렇게 까칠한 타입은 아니긴 했는데.

지금 찬찬히 송민지의 모습을 보니 그때 그 모습이 남아 있었다.


“미안하다. 이제야 기억해서.”

“와아. 쌤. 감동이야. 그냥 잊은 줄 알았어요.”

“야. 너 우리 집에서도 과외 했었잖아. 그런 애를 어떻게 잊냐?”

“저 말고 다른 애들도 그랬던 거 아니에요?”

“너만 집이 멀어서 내가 도무지 시간이 안 나서 양해를 구했던 거지. 넌 또 그걸 기꺼이 해줬고.”

“그럼··· 멜로디. 이름 어때요?”


송민지는 다시 그 질문을 했다.

멜로디라는 이름이 어떠냐고.

내가 추천했던 활동명.


연관성이 없어서 매치가 되지 않았을 뿐.

기억하고 있다.

마치 흩어진 조각일 때는 이 직소 퍼즐이 뭔지 모르지만.

다 맞추고 나니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처럼.


“예쁘네. 진짜.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쵸?”

“야. 넌··· 어떻게 된 거야? 날 알고 과외 하자고 했어?”

“당연하죠. 제가 미쳤다고 모르는 사람한테 과외받겠어요?”

“야. 아는 사람이면 돈도 안 받았지.”

“쌤. 저 멜로디예요.”


마치 과시하는 듯한 건방진 표정이었지만 송민지라는 걸 알고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손에 꼽히는 스타가 되었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뿌듯함이 느껴졌다.

기특하기도 하고.

그저 어린 시절에 잠깐 과외 했었던 인연일 뿐인데도.


“쌤이 응원해 준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어?”


이건 금시초문이었다.

내가 응원을 해줬다고?

그냥 형식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나긴 하지만.


“오디션에서 다 떨어졌던 날에. 그때 진짜 슬펐거든요? 근데 쌤이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아직 어리니까 상심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주변에서 비웃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내가··· 그랬나?”

“네.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쌤은.”


분명 그저 착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했던 말이었을 것이다.

물론 진심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나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세월이 지나 보니.

이 응원을 받은 송민지는 어느새 그 꿈을 이뤘고.

나는 꿈을 접어버렸다.


“민지야.”

“네?”

“꿈을 이루니까 어때?”


정말 궁금했다.

간절히 원했던 일을 이뤘을 때의 그 기분.


“아.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데뷔할 땐 진짜 정신없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았어요.”

“그랬구나.”

“근데··· 3년 차에. 팬미팅도 하고 콘서트도 하면서. 팬 앞에서 노래 부를 때 깨달았어요. 나 정말 아이돌이 됐구나.”


세상 누구보다 반짝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물론 송민지 자체가 예쁘고 아름다웠던 것도 있겠지만.


원하는 꿈을 이룬 사람의 모습은 이리도 빛나고 아름답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수.

언제가 꿈으로만 생각했던 그 꿈을 이루고 싶어졌다.


“그리고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게 첫 정산에서였어요.”

“그랬어?”

“살면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금액이 통장에 찍히니까 비현실적이면서도 뭐랄까? 나 정말 연예인이 되었구나 싶었죠. 그걸로 부모님 차도 뽑아드리고 집도 사드렸어요.”

“그러고도 남아서 여기 집을 산 거야?”

“그뿐이겠어요? 저 차도 있고. 면허는 장롱이지만요! 암튼 건물도 있어요.”

“와아.”


연예인 얘기를 이렇게 상세히 듣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소문이나 루머로나 들어봤지 실제로 이런 식이라고 들은 적은 처음이니까.


“훗. 어때요? 그때 저 차버린 거 후회되죠?”

“내가? 푸핫. 야. 그거 무슨···.”

“어라? 쌤! 여친 있다고 저 찼잖아요.”

“야, 넌 그때 꼬맹이였어. 나 철컹철컹할 일 있냐?”

“흥. 암튼. 저 이제 어때요?”

“멋지다. 진심으로.”

“그래요? 그럼··· 저한테 장가오실래요?”

“뭐? 야. 내가 그때 뭐라 했냐?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 많을 거라고 했지?”


그런 철없는 고백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미영이랑 사귈 시점이고 삶에 여유 자체가 없던 터라 여자친구가 없었어도 웃으며 넘겼을 거다.


“지금은 별천지지? 막 남돌이랑 다른 배우들 보면 엄청날 거 아냐.”

“아니요? 전 우진 쌤이 제일 좋던데요?”

“하! 잘도.”

“쌤. 이혼하셨죠?”

“어떻게 알았어?”

“우리 매니저가 일 참 잘하거든요.”

“야야. 그런 건 왜 캐낸 거야. 쪽팔리게.”

“이제 다시 싱글이니까. 저한테도 기회가 있겠죠?”


송민지의 저 반짝이는 눈을 보니 농담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됐거든.”


가장 푸르를 나이에 연예인의 정점을 찍은 애다.

앞으로 훨씬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데 나 같은 오점을 묻힐 필요는 없지.

그리고!

설사 저게 진심이라도 지금뿐이다.


결국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애잖아.


“흥! 제 맘이거든요?”

“야! 우리 진도 빼야 하는데. 너무 잡담만 했네.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걱정하지 마요. 저 똑똑하거든요? 과외도 내가 억지로 넣어달라고 해서 그런 거고.”

“어?”

“제가 원하는 대학은 충분히 갈 실력이라구요.”

“뭐야. 그 근자감은?”

“저 멜로디예요.”


안다.

너 멜로디인 거.

그건 그거고 시험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모의고사에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다가 수능에서 망치는 애들 한둘 본 것도 아니고.


잠깐.

송민지는 멜로디잖아.


뜬금없이 태준이 형이 했던 부탁이 떠올랐다.

근데 이건 아니야.

아무리 친하다 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걸 물어볼까.


“민지야. 혹시 내 너튜브에 게스트로 나올래?”


몰랐네.

내가 미친놈인 줄.


“당연하죠! 언제 얘기하나 했어요!”


근데 얘는 더 미쳤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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