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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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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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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8.0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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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생존자 채널 #1

DUMMY

눈을 뜨자마자 오한이 몰아쳤다. 몸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띵하다.

지독한 몸살에 걸린 몸 상태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 감각이 없다.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오후다. 금방 저녁이 될 것 같다.


303호와 이어진 302호 원룸은 미니 지옥 같았다.


가재를 닮은 기갑병과 할아버지의 시신, 그리고 저 너머의.......

나는 302호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지?


오른손에 감각이 살아있다.

잘려 나간 손목에 검은색의 손이 새로 달려있었다.

힘을 주어보았다.


끼릭. 약간의 마찰음이 들렸으나 정상 작동한다.


“아!”

퍼뜩 드는 생각에 후다닥 셔츠를 벗었다.

가슴 부위의 구멍도 검은 금속으로 메워져 있었다.

그것은 매끈한 손목과 달리 숙주에 들러붙은 암세포처럼 우둘투둘 힘줄이 붙어있다.

약간 징그럽다.


나는 창을 열어 로그기록을 살폈다.


내가 기억을 잃은 시점 이후로 몇 개의 메시지가 추가로 있었다.


[시전자와의 융합이 해제됩니다.]


[시전자와의 융합이 해제됩니다.]


[시전자와의 적합도가 상승합니다. 융합을 재개합니다.]


[융합 완료.]

[융합 적응도 70%. 주의. 불완전 융합으로 시전자가 오염될 수 있습니다.]

[융합으로 인해 [기갑체] 상태가 되었습니다.]

[융합으로 인해 [기갑권]을 익혔습니다.]

[융합으로 인해 100스톤을 사용하였습니다.]


분명 융합이 풀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적합도가 상승했다.

갑자기.


나를 살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문득 삶과 죽음의 몽롱한 경계에 등장했던 누나가 떠올랐다.

떠올리기 싫은 누나의 마지막이 모습이 계속 튀어나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나였을까.

충분히 말이 되는 추론이다.


그것은 누나를 먹어버렸다. 먹었다는 말은 즉, 누나의 신체가 놈의 몸에 흡수되었다는 뜻이다. 적합도가 올랐다는 건 누나의 신체, 작게 보자면 DNA 일부가 같이 내 몸에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누나.”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아프다. 가슴을 메운 금속 덩어리에 손을 얹었다.


“미안, 이제 안 운다. 나, 살아남을게.”


나는 방을 한번 훑고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을 빠져나왔다.



빅 아이 네트워크.


점유율 1위로 우주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성간(星間) 채팅, 화상회의 외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 ‘이벤트’를 주관하는 기본 프로그램으로 채택되었다.


‘원주민’은 ‘방어권’이 발동되어 이벤트가 종료될 때까지 무료로 ‘빅 아이 가이드’를 구독할 수 있다.

가이드 프로그램은 시각화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원주민의 생존율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한다.

또한 이벤트에 대한 기본 설명이 들어있어 원주민의 이해를 돕는다.


라는 믿을 수 없는 설명이 설명서에 들어있었다.


이 무슨 미친 소리인지.......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우주 메신저라는 건가.”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원룸을 빠져나와 근처 편의점까지 오는 100m 거리에 인간의 숨소리라곤 들리지 않았다. 내가 사는 종암역은 대학가 인근으로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런데 지금은 널브러진 시체 말고 살아있는 인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다 죽어버린 걸까?

아니면 어딘가로 대피한 걸까?

정부는, 군대는 제 기능을 하는 것일까?


나는 우선 편의점에 들러 가방에 생필품과 먹을 것을 담았다. 그리고 붕대를 챙겨 금속으로 변한 오른손을 감았다. 혹시 생존자를 만났을 때 이상한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금속 괴물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 곤란해진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빵을 씹으며 프로그램을 켰다.


나의 상태 창을 켰다. 화면에는 나로 추정되는 인간 형태의 이미지가 있었다. 나라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오른쪽 손과 가슴의 구멍이 다른 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였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박정열

칭호: 유의미한 전과가 없어 부여된 칭호가 없습니다.

기본기: 기갑체(LV1)

파생기: 기갑권(LV1)

특수기: 코스모스AI[해킹(LV1), 융합(LV1), 방화벽(LV1), 채팅(Locked)]

퀀텀스피릿: 획득한 스피릿이 없습니다.

은하력: 55


퀀텀스톤: 0S


**


이게 지금의 나다. 전부 그때 벌어진 사태로 얻은 것들이다.


거리는 세계대전이 벌어진 듯 처참했다. 몸이 찢긴 시체가 거리에 뒹굴고 있다. 산 자들은 쉬이 보이지 않았다.


나를 습격했던 금속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어, 저기!”

그때 거리 건너편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에 그림자가 보였다.

모녀 사이로 보이는 둘이 있었다.


그들은 내 등장에 도망가려 했다.


“잠깐, 저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나는 겁주지 않는 선에서 따라붙었다.


휙! 그런데 웬걸? 내 몸이 뭔가 다르다. 빠르다. 가볍다. 날렵해졌다.

살짝 따라붙으려 한 것인데 순식간에 모녀의 앞을 막는 형국이 됐다.

아마 이것은 융합의 결과일 것이다.


“사, 살려주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같은 사람끼리 왜 그래요.”


같은 사람끼리. 이런 해괴한 문장을 써 본 적이 있었나? 그런데 무심코 나간 우스꽝스러운 말이 의외로 모녀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다.


“혹시 ‘방장님’이세요?”

“방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아니구나. 정말로 사, 사람은 맞으시죠?”

“하, 민증깝니다. 여기.”


나는 지갑을 열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소녀가 내 민증을 채가더니 세관원처럼 대조했다.


“엄마, 이 아저씨, 사진이랑 다른데?”

“같은 사람이라고!”


풉. 아이의 말에 엄마가 입술을 훔치며 웃었다. 아이의 말은 다행히도 긴장의 수위를 낮춰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기절한 기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날, 전 세계를 문지방 넘듯이 쏟아져 들어온 그것들은 인간과 모든 문명을 쓰나미처럼 쓸어버렸다.


기습적인 첫 공격에 정부는 힘을 쓰지 못했다. 군대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저항이 있었으나 미약했다. 인간은 가두리 양식장의 생선처럼 손쉽게 사냥당해 잡아먹혔다.


인류는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살육의 밤을 보내고 한순간에 사라졌다. 정확히 24시간 만에 말이다.


그렇게 13일이 지났다.

13일.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다. 그동안 쭉 기절해 있었다는 건가, 내가?

아마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융합한 이 신체 때문이 아닐까.

지금으로선 일단 가정일 뿐이다.


아이의 엄마는 집안의 음식으로 버틸 만큼 버텼다. 하지만 음식이 다 떨어져 아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를 만난 것이다.


나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빵을 꺼내 모녀에게 주었다.


“그래서 두 분은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죠?”

“우리는 ‘생존자 채널’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갈 생각이에요.”

“생존자 채널?”

“네, 정열 씨는 채널에 대해 모르시나요?”


채널.


빅 아이 프로그램에는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 소위 ‘채널’이라 불리는 그것을 통해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정보를 공유, 혹은 연합을 이루기도 한다.


처음 이 사태가 벌어졌을 때 시민들은 빅 아이에 대해 완전 무지한 상태였다. 나처럼. 하지만 13일이 지난 시점에 이르면서 생존을 위해 빠르게 시스템에 적응했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 봐야 이 아포칼립스는 벌어졌고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계속 기절해 있었어요. 아, 그래서 아까 방장이냐고 물어본 거군요.”


나는 그녀에게 적의 습격을 받았고 기절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이상의 말을 하진 않았다.


“네, 맞아요. 저희는 음식도 찾고 채널 사람을 만나려고 나왔어요.”

“그거 어떻게 보는 거죠?”

“네, 그, 잠시만요.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그녀가 알려준 방식으로 활성화 기능을 열었다.

그러자 엄청난 수의 채널이 등장했다.


[종암. 힘 좀 쓰는 사내들의 모임. 성장 위주 모임.]

[캠퍼스모임. 생존 대학생들은 여기 모여라.]

[2030 젊은 남녀들의 아포칼립스 커뮤니티. 남자 마감]

[종암동 돌싱 모임. 여성 환영. 비율 맞추는 중. 가드 있음.]

[성북구.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법 친절히 알려드립니다. 여성 환영.]

[은하력 30↑ 고수방. 성장 위주 모임. 블러핑 사절. 대련 인터뷰 있습니다.]

[종말에서 더욱 불타는 4050 중년들의 밤.]

[.......]


채팅방은 외견상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모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컨셉의 방이 있었고 정렬과 검색 기능도 있어 원하는 카테고리로 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불타는 밤’이라니. 나는 헛웃음이 났다. 세상이 개박살 났는데도 종족 번식의 본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제목만 보아도 그 방의 욕망과 목적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들어가면 되나요?”

“아니요. 방에 들어가는 데는 보통 스톤을 지불해요. 보통 1이나 2스톤 정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 세상이다 보니 오프라인 면접도 있어요. 꽤 까다로워요. 면접에서 떨어지면 방에서 강퇴돼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형식이 같다고 해도 상황은 전시, 그 이상의 엄혹함이 세계를 덮고 있다. 어느 방에 가입하는가에, 누구를 모임원으로 받는가에 목숨이 걸려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제목이라도 ‘생존’이라는 대전제는 대다수가 같을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강퇴당하면 스톤은요? 그냥 허공에 날리는 건가요?”

“그게, 어쩔 수 없어요. 시스템이 그러다 보니. 그래도 그냥 1스톤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죠.”


안일한 생각이다. 이 여자는 스톤의 가치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1스톤이 모자랐다면 나는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98도, 99도 아닌 100이어야만 가능했다.


입장을 위해 지불한 스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 이 구조상으로는 소위 ‘방장’이 압도적 ‘권력’을 갖는다.


하지만 그녀가 이해된다. 그녀에겐 당장의 1스톤보다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이 절실할 것이다. 이 상황에선 더욱더.


사실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는 그런 관념이 잘 없다. 게다가 스톤도 없다. 융합을 위해 모든 스톤을 쓴 상태다.


“그래서 어디로 가시게요?”

“저는 ‘성북동 돌싱 모임’에 가려고 해요.”


나는 그녀가 알려준 데로 검색해 보았다.


[성북동 돌싱 모임. 자녀 동반 환영. 가드 있음.]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제목.

제목에서 꺼림칙한 건 없다. 하지만 인원이 9명이라.......


너무 조촐하다.


거기다 자녀 동반이라면 실제 활동이 가능한 성인의 수는 더 적을 것이다. 가드가 있다는 말은 은하력, 즉 종합 능력이 좋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만나기로 했죠?”

“저 앞 사거리에서요. 이제 곧 올 거예요.”


내가 갈 곳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접속을 시도 했다.


[입장을 위해 스톤을 사용하겠습니까? 2스톤 Y/N]


흐음. 확실히 장삿속이 다분하다. 제목뿐인, 정체도 모르는 방에 입장하는데 2스톤이라.


응? 그런데 옆에 작은 창이 추가로 떴다.


[해킹을 시도하시겠습니까? Y/N]


해킹. 이것이 빅 아이의 메뉴가 아님은 명확하다.

나의 기술에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거 꽤 유용한걸?


나는 Y를 외치며 해킹을 시도한다.

그러자 메인 화면 옆에 다른 창이 펼쳐지며 목록이 떴다.


[나 짐 마트 털고 가는 길인데 한 명 물었다며?]

[어. ‘부방’이 픽하러 갔어.]

[아, 씨. 첫 타가 아니네. 나 3시 넘어서나 도착인데. 근데 왜 부방이 가?]

[부방이 얼굴 좀 먹어주잖아.]

[꽝은 아니겠지? 저번에도, 아우, 씨. 생각하기도 싫다.]

[방장이 믿어보래. 그 여자 BJ 출신이래. 맞죠, 방장?]

[어. 내가 탈탈 털어봤지. 아무튼 철규 빨리 와라. 배고프다. 나 부방간데 다녀올게. 그 전에 와라.]

[네! 지금 갑니다! ㅋㅋ]


대화에서 하수구 악취가 확 올라왔다. 이 내용이 뭘 의미하는지는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저기요.”

“네?”


만난 지 10분밖에 안 된 생면부지의 모녀다. 그녀를 도와줄 의무 따윈 없다. 특히나 이런 판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혹시 전에 BJ 활동 하셨어요?”

“네? 네? 어, 어떻게.......”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딸의 귀를 막는 시늉을 한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이 여자는 ‘먹잇감’이다.


작가의말

어떤 것이라도 의견 주시면 소중히 반영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 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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