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AI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54
추천수 :
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8.05 23:20
조회
35
추천
3
글자
12쪽

생존자 채널 #2

DUMMY

“아, 미안합니다. 놀라게 하려고 한 건 아니고요.”

“예, 옛날에요. 어렸을 때. 그, 죄송한데 그 이야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애가.......”

“네, 그만하죠. 할 생각도 없었어요.”

“고마워요.”


그녀는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매우 놀란 눈치였다.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바뀌었다.


“희주 씨, 제 생각에는요.......”


그때 사거리 너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30대로 보이는 남자로 균형 잡힌 체형에 순둥순둥한 인상이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사람을 찾는 눈치였다.

채팅창 내용이 맞으면 저 녀석이 아마 ‘부방’일 것이다.


“아, 온 것 같아요! 저 잠깐만 아이 좀.”

“아, 저기.......”


그녀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아이를 맡기고 남자 쪽으로 향했다. 반 박자 빠른 걸음걸이에는 이 지옥에 한 줄기 안식처를 찾은 사람의 그것이 담겨 있었다. 내 말도 못 들은 것 같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멀리서도 느껴진다.

그들의 ‘사냥’은 순조로워 보였다.


나는 남겨진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말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 톡톡 잘 쏜다. 내 주민등록증 이야기할 때 알아봤다.


“아이야, 이름이 뭐니.”

“민서요. 김민서.”

“몇 살이야?”

“12살이요.”


12살. 어린 나이다.


아이의 엄마 희주는 관리를 잘해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30대 중반 같다. 평범한 일자 청바지에 헐렁한 반팔 티셔츠를 입었으나 몸매가 좋은 것이 티가 난다.


민서가 엄마의 손을 잡고 저 모임을 따라갔을 때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한숨부터 난다.


그들의 말투와 대화 내용으로 보면 저곳은 개미지옥이다. 이 모녀에게.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저기요, 이분도 생존자인데 같이 어떻게 안 될까요? 세상이 이런데 서로 돕고 살아야죠. 그 모임에 강한 분도 계신다면서요, 그렇죠?”


그녀는 부방장을 데리고 와서는 나를 가리켰다. 부방은 생글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훑어보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저희가 함부로 사람을 받지 않거든요. 특히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요. 저희 숙소 자리도 희주 씨 오시면 딱 맞아서요. 아이랑 해서요. 어른 남녀 비율도 딱 5:5거든요.”


썩은 남탕인데 남녀 5:5라. 기도 안 차는 거짓말이지만 그는 구렁이 담 넘듯이 술술 썰을 풀었다.


“아, 그런가요. 그래도....... 이분 친절하신데.”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내가 지어야 할 표정을 그녀가 짓고 있다.


“보니까 이분은 혼자 살아남으신 모양이네. 스타일도 왠지 그럴 것 같고요. 혹시 소속된 모임 있으세요?”

“아니요.”


나는 간단히 대답하며 그의 프로필을 해킹했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고진호

칭호: 미소의 사냥꾼

기본기: 단련된 육체(LV1)

파생기: 태권도(LV1)

특수기: 매혹(LV1)

퀀텀스피릿: 획득한 스피릿이 없습니다.

은하력: 15


퀀텀스톤: 175S


**


미소의 사냥꾼이라니 그야말로 적확한 표현이다. 칭호가 생긴 것으로 보면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고작 13일 만에 말이다.


실제로 그의 얼굴은 사람 속이기 딱 좋게 생겼다.


거부 반응 없이 편하고 순한 이미지. 얼굴만 봐서는 나쁜 인간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실제로 희주도 그를 보더니 그나마 있던 의심의 벽을 완전히 허문 표정이다. 지금 그녀에게 이 모임은 생존과 안식을 위한 유일한 해답지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봤다. 보름 전 누나에게 전세 사기를 친 공인중개사의 얼굴을. 그의 얼굴도 이 남자의 느낌과 같았다. 법 없이 살 것처럼 순하게 생겨서 일이 터지니 법 운운하며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렇게 악마의 이끌림에 계약서를 쓴 10명이 전부 전세금을 못 돌려받았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에게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 법이 그랬다. 사전에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를 전부 없애버린 탓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그리고 피해자 10명 중 1명은 결국 자살했다. 뭐,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릴 걸 알았다면 오히려 편하게 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자에게도 이자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이제는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번지르르함.


순진하고 편안한 느낌에 더해 번지르르함이 있었다. 마치 화장을 한 것처럼.


남자는 희주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희주 씨, 제 생각에 이분은 더 잘 맞는 데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임마다 ‘색깔’이란 게 있어서요. 하하. 정 뭐 하시면 그냥 이분과 같이 하시는게.......”

“네? 아, 아니요. 그 말이 아니라요. 저, 저는 가야죠! 혹시나 해서 여쭤본 거예요. 저, 정열 씨. 어쩌죠. 저희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희주는 남자의 떠보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교활한 자다. 이놈은 훤히 알고 있다. 그녀가 절대로 자신을 거부하지 못할 거란 것을. 그냥 장난감을 손에 쥐고 농락하는 거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던하게 말했다.


“네, 저는 가야죠. 그런데 운동하셨나 봐요? 태권도 뭐 그런 거?”

“네? 아, 뭐, 예. 어떻게 아셨어요?”


남자는 내 질문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경계 지수가 확 올라간다.


“몸이 테가 좋아서요. 운동하신 것 같아서요.”

“아, 소싯적에 몸 좀 썼습니다. 그런데 태권도를 어떻게 아시고, 와, 점쟁이시네.”

“발차기를 잘하실 것 같아서요. 여성들도 잘 후리고. 마스크가 좋으시잖아요. 그렇죠?”

“네? 아, 그, 그게 무슨....... 당신 혹시 ‘종암 돌싱’에서?”


무너진다. 그의 ‘탈’이.


순간 경계를 넘어선 적의가 느껴졌다. 그는 아마 내가 ‘경쟁 모임’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업계의 돌아가는 꼴을 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희주 씨, 제 생각엔 다른 모임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네? 정열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따라가서 그다지 좋을 게 없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정열 씨, 갑자기 왜 그래요! 부방장님 당황하게!”


희주가 날을 세운다. 그녀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내 ‘능력’을 알려 설득할 수는 없다. 믿지도 않을 거고.


나는 그녀의 앞에 섰다.


“희주 씨.”

“왜, 왜 그러세요.”

“민서를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대신 다른 좋은 모임에 갈 때까지 제가 보호해 드릴게요.”

“정열 씨.......”


나는 일부러 ‘다른 좋은 모임’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고진호가 들으라는 듯이.


그리고 그는 반응한다.


“이 봐!”


탁. 그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는다. ‘사냥감’을 빼앗기는 것이 분하겠지. 보여라, 너의 본성을.


고진호가 가진 은하력 15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테스트하기에 좋은 기회다.


그는 내 몸을 잡아 돌린다. 괜찮은 악력이다.

하지만 확실히 내 몸은 전과 달랐다. 단순히 몸에 땜빵만 한 게 아니라 반응 속도가 월등히 상승했다.


동체시력도 마찬가지다. 집중 상태가 되자 그의 동작이 느리게 보였다. 나는 손바닥으로 그를 밀쳤다.


“어엇!”


퍽! 하는 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고진호가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이 실험은 의미가 크다.

언뜻 봐도 그는 상당히 단련된 사람이다. 셔츠 너머로 비치는 근육들은 싸움에 잘 맞게 발달 되어 있었다. 이렇게 쉽게 제압할 줄은 나도 몰랐다.


“정열 씨.”

“일단 가죠. 사정은 내가 설명할게요.”

“그, 그래도.......”

“희주 씨.”


나는 쓰러진 고진호를 흘끔 바라보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녀에게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믿어달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진심이 통했다.

그녀가 수긍하며 민서의 손을 잡는다.


“일단, 머물 곳을 찾아봐요. 근처에.......”


키-잉.


[근거리에서 공격이 감지됩니다.]


귀를 곤두서게 하는 날카로운 울림 뒤 경고 메시지가 떴다.

순간 뒤편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나는 모녀를 감싸며 팔을 들었다.


탕!


총격이다. 손등을 맞춘 탄환이 벽에 박힌다. 뚫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금속의 경도는 생각 이상. 하지만 통증은 상당했다.


탕! 탕! 연이어 날아오는 탄환. 나는 모녀를 벽 뒤로 숨겼다.


근처의 고진호가 엉겁결에 소리친다.


“나 여기 있어, 방장! 쏘, 쏘지 마!”


방장? 이 채팅방의 주인일 것이다. 총은 어디서 구한 거지? 군인인가?

총알의 위력은 나에게도 위협적이다. 오른팔은 아직 얼얼한 상태로 마비된 것 같다.


탕!


한 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그런데 방향이 엉뚱하다.


“억!”


퍽! 고진호의 비명. 무언가를 꿰뚫는 소리. 털썩하며 몸이 쓰러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방장이라니, 이 병신이. 모임 작살내려고 작정했나.”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녀는 긴장감에 입을 막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정신적 충격도 클 것이다. 자신들이 들어가려던 모임의 방장이 헤드샷 날리는 걸 목격하는데 어련하겠나.


나는 해킹을 시도했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민국

칭호: 잔인한 사냥꾼

기본기: 단련된 육체(LV2)

파생기: 특공무술(LV1)

특수기: 사격(LV2), 장전(LV1)

퀀텀스피릿: 획득한 스피릿이 없습니다.

은하력: 65


퀀텀스톤: 385S


**


범죄자 소굴이었군. 이 여자는 정말 골라도 최악을 골랐다. 하지만 그녀의 부주의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들은 철저하게 계산된 사냥꾼 집단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없네, 이 새끼.”


툭. 툭. 민국이 고진호의 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은하력은 65. 강하다. 아마 총기류를 포함한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총 하나 들었다고 저런 수치가 나오는 걸까?


물론 특공무술을 하는 것을 보면 아마 특수부대 출신. 탈주병일 수도 있다.

의문이 있지만 어쨌건 능력치가 높다는 것은 수긍은 간다.


민국이 소리친다.


“야! 안 죽일 테니까, 나와. 여자랑 애 데리고. 보니까 싸움 좀 하던데 같이 하자고.”


따를 생각도 없지만 동료를 헤드샷으로 날리는 놈을 믿는 게 말이 되는가. 저놈은 이 미친 세계에서 피 맛을 알아버린 살인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 씨벌 놈. 튕기긴. 알겠어. 그 여자 너 줄게. 그 여자 잘나갔던 BJ야. 보면 사이즈 나오지? 우리도 한 놈 죽어서 충원해야 해. 희주 씨?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까고 이야기하자. 안 죽여. 안 죽인다니까? 같이 잘 지내자고. 우리가 지켜줄게.”


나는 읍! 읍! 하며 눈물을 흘리는 희주를 진정시켰다. 덜덜거리는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나저나 사격 실력이 수준급이다.

밖으로 몸을 디미는 순간 이마에 구멍이 날 것이다.


저놈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


방법이라면.......

나는 쭈그리고 숨죽이는 희주를 보았다.


나는 ‘뭐 좀 있게’ 살지는 않았지만 십 대 때부터 불평 없이 독립해 살아왔다. 굶으면 굶었지 타인에게 손 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려니 어색하다.

쪽팔린 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나야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이 모녀를 두고 갈 수는 없다.


나는 희주에게 속삭였다.


“희주 씨?”

“네.”

“5스톤만 빌려주실래요?”




작가의말

어떤 것이라도 의견 주시면 소중히 반영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 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코스모스 AI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메가타워#3 24.09.15 7 1 13쪽
17 메가타워#2 24.09.14 12 1 12쪽
16 메가타워 #1 24.09.09 19 2 11쪽
15 전야제 #10 24.09.02 15 2 13쪽
14 전야제 #9 24.08.27 20 2 11쪽
13 전야제 #8 24.08.22 24 2 14쪽
12 전야제 #7 24.08.19 29 2 12쪽
11 전야제 #6 24.08.17 28 2 14쪽
10 전야제 #5 24.08.15 27 2 14쪽
9 전야제 #4 24.08.14 27 3 13쪽
8 전야제 #3 24.08.11 23 3 11쪽
7 전야제 #2 24.08.11 26 3 13쪽
6 전야제 #1 24.08.10 33 3 13쪽
5 생존자 채널 #3 24.08.06 58 3 13쪽
» 생존자 채널 #2 24.08.05 36 3 12쪽
3 생존자 채널 #1 24.08.05 63 3 13쪽
2 인스톨 24.08.05 46 3 14쪽
1 19:30 24.08.05 62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