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최근연재일 :
2024.09.19 19: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937,292
추천수 :
19,227
글자수 :
325,309
유료 전환 : 5일 남음

작성
24.09.19 19:20
조회
5,149
추천
192
글자
16쪽

그 앨범 회의는 언제 한다고 했죠?

DUMMY

생각해 보니, 작업실에 식탁으로 쓸 만한 테이블을 하나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손님들이 와서 뭘 먹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그냥 나 혼자 컴퓨터 책상에서 먹으면 됐거든.


그래서 우린 바닥에 엉덩이 깔고 앉아 식사를 해야만 했는데.

이런 옥탑방 바닥에서 짬뽕을 먹고 있는 이정빈과 주정원의 모습이 내게는 참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되게 낯설고 생경하겠지?

그래도 밖에 나가면 인기 절정의 걸그룹인데, 이 모습은 좀 너무 소박하고 친근하지 않은가.


그녀들은 활동 중인 걸그룹인데도, 살찔 걱정은 하지도 않는지 잘도 먹었다.

이정빈은 후루룩 후루룩 아주 흡입을 하고 있고, 주정원도 깨작거리지만 쉼 없이 먹고 있다.


“작곡가님, 봐도 봐도 이쁜 거 알겠는데, 그러다 저희 얼굴 뚫어지겠어요.”

“정빈 님이 너무 맛있게 드셔서요. 활동 중인 걸그룹 맞죠?”

“···이 정도론 안 쪄요.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활동하는데.”


요즘 너무 바쁜 활동기를 보내고 있긴 하지.

이런 한 끼 정도론 살이 찔려야 찔 수가 없을 만큼 힘든가 보다.

아니면 조금은 쪄도 여전히 이쁠 거란 자신감의 발로인지도 모르지.

뭐, 그럴 것 같긴 했다.


‘여기서 좀 더 찐다 해도 이 미모가 가려지겠냐고.’


아무튼 그렇게 전체적으로, 걸그룹답지 않은 광경들을 지켜보며 묘한 감흥을 느끼고 있던 덕분일까?


“정우야, 근데 프로듀싱 앨범 만들고 있는 거, 어떤 컨셉이야?”


-라고 묻는 주정원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대조.”


원래 이 앨범의 컨셉을 정해 놓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프로듀싱 앨범을 만들기로 한 것 자체가, 유지현에게 ‘Neon Pulse’를 주고 싶어서 방법을 모색하다가 튀어나온 임기응변이었으니.


“대조?”


주정원은 순수한 아기 고양이 같은 얼굴로 의문을 가득 띄웠다.

입술에 짬뽕 국물이 번들거리는데, 그 모습마저 여간 귀여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네. 그 뭐냐···.”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설명을 이었다.


“제가 지현 님한테 줄 곡은 80년대의 향수가 느껴지는 신스 웨이브 장르거든요. 이건 지현 님의 어린 나이와는 아주 대조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죠.”


내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말하자, 이정빈의 눈이 가늘어졌다.


“쓰읍. 혹시 지금 실시간으로 컨셉 짜고 있는 거 아니죠?”


난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오토튠을 쓰기는 할 건데, 지현 님이 깔끔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부르시면 오히려 그 보컬이 더 돋보일 거예요. 이것도 대조죠.”

“오토···튠?”

“지현이 같은 보컬리스트가 오토튠을 쓴다고요? 아니, 그보다 이게 대조라고?”


당황했는지, 그녀들의 젓가락질이 동시에 멈췄다.

아니, 이정빈은 벌써 면을 다 먹었구나?

나도 아직 반밖에 못 먹었는데.


“그리고 제가 뮤비 기획서 제출한 게 있거든요? 거기서 어떻게 적었냐면, 병원에서 심장박동 체크하는 거 알죠? 삐- 삐- 하다가 삐이이이- 하고 죽는 장면들 영화에 많이 나오잖아요. 그 그래프를 보라색의 쨍한 네온사인으로 넣는 거예요. 정적인 병원이랑은 완전히 대조적이겠죠?”

“씁. 이건 좀 억지 같은데.”


이정빈의 태클을 씹고 말했다.


“그리고 지현 님은 그 병원에서 의사를 하다가 병동 조명이 갑자기 네온사인으로 바뀌면서 스타일도 바뀌어요. 선글라스와 정장 차림으로. 그리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펼쳐진 밤거리를 걷는 거죠.”

“흐으음. 역시 대충 퉁 치는 것 같지 않나?”

“그리고 또 뭐가 있지?”

“역시 실시간으로 짜는 거 맞았네요.”


이정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주정원은 벙찐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지현이랑은 이미지가 조금 안 맞지 않나···?”


그녀의 말에 바로 그거라며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요. 지현 님의 순수한 이미지랑은 대조되는 성숙한 느낌이죠? 마치···.”


나는 말끝을 흐리며 이정빈을 바라봤다. 과연 어디까지 가나 궁금하다는 듯, 실소와 조소 사이의 어딘가, 살짝 묘하게 열 받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엔 주정원을 바라봤다. 머릿속에서 과연 생각을 하고 있긴 한지, 그냥 의문만 가득 띄운 얼굴로 내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눈은 살짝 아래로 내려가 짬뽕 그릇을 훑었다.

이정빈은 면을 다 먹었는데, 주정원은 진짜 조금···은 아니구나? 꽤 적당히 먹긴 했네. 아무튼.


주정원은 순수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강한 반면, 이정빈은 강렬하면서 선을 살짝 넘나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하다.


이렇게 둘의 이미지도 서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정우야 뭐 해?”


주정원의 물음에 이정빈이 대신 답했다.


“지금 우리 스캔하시는 듯. 눈빛이 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어쩐지 흡음재가 너무 잘 깔려 있긴 하더라. 그리고 심지어 옥탑방이야. 옆집이 없어서 도움을 청할 데도 없어.”


정신나간 소리에, 영감이 나오려다가 뚝 끊겼다.


“아 쫌. 조용히 좀 해 보세요.”


이정빈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하하! 작곡가님, 지금 저희한테 영감 얻고 있는 거 맞죠? 대조나 반전, 뭐 그런 거?”

“네.”

“그럼 간단하네요.”


이정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걸그룹의 순진무구한 베이비 페이스. 그리고···.”


뒷말을 흘리며 등을 꼿꼿하게 세운다. 난 시선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인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까딱거렸다.


“···알죠?”


물론, 뭔 말인지 알지.


“정원아, 너도 뭐 하나 해 봐. 이왕 온 거, 작곡가님한테 곡 좀 뽑아 보자. 지금 영감 받고 계시잖아.”

“네? 아, 음···.”


주정원은 입술을 뗐다 붙였다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나도 말이 많이 없어서 겉으로는 무심해 보이는데, 속은 안 무심해.”

“에이. 너무 약하다. 그리고 정원아, 넌 겉으로 보면 까칠한 고양이야. 그런데 사실 속도 고양이야. 이 반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그 착한 주정원의 미간이 살짝 모아졌다.

이정빈의 놀리는 솜씨가 수준급이었기 때문이다.

저 심정 나도 잘 알지. 맥주 때문에 애 취급할 때 부들부들대는 것밖에 못 하겠더라.


주정원은 발끈한 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도 속에는 뜨거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주정원이 말을 맺음과 동시에 날 슬쩍 쳐다보는데.


“······!”


순간 선명한 멜로디들이 머릿속에 파도처럼 출렁였다.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느낌에, 난 헐레벌떡 몸을 일으켜 컴퓨터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


이정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탄성을 흘렸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



OMG엔터의 대표실.


스피커에서는 믹싱이 되지 않았는지, 사운드가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데모곡이다.

허나, 데모곡임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로 보든 뭘로 보든, 곡의 퀄리티가 상당하는 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어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황태영 대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드는지 조용히 함박미소를 머금고 있다.


반면, 소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최 본부장은 감탄사를 쏟아내느라 바빴다.


“허! 이걸 오늘 바로 만들었다고? 와아. 역시 다르네요?”

“거, 좀. 네?”

“아, 네. 대표님 조용히 듣는 거 좋아하시죠? 허허. 근데 진짜 어린 분이 참 실력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 거 참. 정말!”


황태영 대표의 눈이 매섭게 떠지자, 최 본부장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는 둘.

황태영 대표의 입이 열린 건, 곡이 2번쯤 더 반복 재생된 뒤였다.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좋네요. 과감하고 독창적인 천재성이 돋보여요.”

“그럼요. 그분이 만드신 곡인데 어련할까. 그리고 보컬이 우리 노바 애들이잖아요.”


A&R팀에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신곡이었다.

주정원과 이정빈이 가이드 보컬을 녹음한, 임정우 작곡가의 새로운 곡.


황태영 대표는 다시 물었다.


“이게 프로듀싱 앨범에 실릴 곡이라고 했죠?”

“네, 노바 애들 전체는 아니고, 정원이랑 정빈이만 듀엣으로 넣고 싶다더라고요. 앨범의 컨셉이 ‘대조’, ‘반전’, 뭐 그런 거라나 봐요. 뭔 느낌인지 아시죠?”


최 본부장이 짙게 웃으며 하는 설명에 황태영 대표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흠. 솔직히 말하면, 컨셉이 좀 빈약하기도 하고 올드하기도 하네요? 그 작곡가님답지 않게.”

“하하. 그건 그렇죠. ‘영원한 멜로디’ 때는 곡 설명이 아주 환상적이었잖아요. 작곡가가 무슨 소설가처럼 영감을 받는다니까요? 이건 좀 다르긴 하지만, 곡만 좋으면 됐죠.”


황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곡만 좋으면 됐죠. 앨범을 관통하는 컨셉 설명 같은 거야 A&R팀이 어떻게든 짜맞추면 되는 거니까.”

“그럼요.”


앨범 설명이나 해석 같은 거야, 상의해서 만들면 되는 문제일 뿐.

중요한 건 음악이다. 그리고 앨범을 아우르는 분위기.


“그런데 대표님, 지현이한테 줄 곡도 들어보셨죠?”


최 본부장의 물음에 황 대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떠셨어요?”


짧지만 굉장히 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이다.

둘의 위치와 경력,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지현의 상황, A&R팀의 의견과 분석, 또한 앨범의 또다른 곡에 대한 것과, 노바의 입지, 회사의 전체적인 투자 계획의 흐름 등,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받았음에도.

황 대표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 앨범 회의는 언제 한다고 했죠?”


이 또한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



“정우야, 일어나. 다 왔어.”

“어? 벌써요?”


단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비비며,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떴다.

차창 밖에 보이는 건 인천국제공항.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했는데, 아직까지도 하늘은 푸르른 새벽빛을 머금고 있었다.


“내리자. 형, 이제 30분 뒤면 도착할 거야.”

“네···.”


나는 부모님을 따라 차에서 내려 털레털레 걸음을 옮겼다.


내 발걸음이 힘없이 축축 처지는 건, 방학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잠을 별로 못 잤기 때문일까.

형이 영국의 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완전히 귀국을 해서 같이 살게 됐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유지현의 미니앨범 활동이 이제 거의 다 끝이 났기 때문일까.


그런데 앞을 보니, 부모님의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다.

나보다 더 못 잤고, 부모님에게는 방학도 없는데.


“정환이, 가고 싶은 과는 정했나?”

“알아서 하겠지. 유학까지 보낸 놈이 그 정도 자립심도 없으면 헛돈 쓴 거야.”

“그냥 물어볼 수는 있잖아. 가는 길에 살짝 물어봐.”

“첫날엔 좀 쉬게 내버려둬. 생각 정리하면 알아서 말하겠지.”


부모님의 얼굴엔 기대와 설렘이 스며들어 있었다.

장남이 유학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완전히 집에 들어오기 때문이려나? 방학에 귀국했을 때보다 더 신나 보이신다.


그리고 잠시 후.

출국장 문이 열리자 형이 피곤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환하게 웃는 부모님을 향해 형도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도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절대로 반가워서 그런 건 아니고, 형이 입고 있는 옷이 아스날 유니폼이었기 때문이다.


“야, 별 일 없었냐? 곡 좋더라?”

“내가 만든 것들 좀 들었나 보네?”


형은 부모님과 포옹을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내게는 툭, 던지듯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도 툭, 던지듯 무심하게 답했을 뿐인데.


대답은 무려 한 박자씩이나 늦게 나왔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듯 내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뭐, 그렇지···.”

“······?”


유니폼도 그렇고, 이 한 박자 늦은 대답도 그렇고.

그 모든 것이 복선이었다는 것을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한자리에 모인 식탁.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빠가 눈치 주듯 말했던 것도 무색하게, 엄마는 첫 숟가락을 뜨자마자 형에게 물었다.


“정환아, 진로는 정했니?”


이에, 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나중에 대한축구협회 들어가려고요.”

“······.”

“······.”

“······.”

“제가 어떻게든 월드컵 4강까지는 올려 놓을게요.”


내가 해 줄 말은 딱히 없겠다.

알아서 잘 해 보라고 해야지, 뭐.

나는 속으로만 형을 응원했다.


식사가 끝난 뒤, 형은 나를 따로 방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어울리지도 않게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어색하게 말을 꺼낸다.


“네가 만든 곡 들어보려고 뮤비도 보고··· 그러다가 무대도 좀 보다 보니까··· 노바의 박성희 님··· 되게 귀여우시더라. ‘비밀의 발코니’ 무대 하는데 진짜 잘하시더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야.”

“······.”


수줍어하며 말하는 형의 표정에 방금 먹은 음식이 올라올 것 같다.

아무튼 내가 만든 곡들 좀 살펴보다가 팬이 됐다는 모양인데.


“그럼 박재현은?”

“장난하냐? 형이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데.”


형의 표정이 대번에 찌푸려지며, 거북했던 속이 살짝 편안해졌다.

하지만 형이 말을 이으며 금세 다시 역해졌다.


“아무튼 내가 요즘 박성희 님 챙겨보는 게 제일 큰 낙인데-”

“아스날은?”

“그 새끼들 알 바야! 말도 꺼내지 마. 개빡치니까.”


살짝 물었는데 반응은 아주 격렬하게도 터져 나왔다.

내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배어 나왔다.


‘이즐링턴으로 보내길 잘했지.’


다시 거북해졌던 속이 순식간에 편안해지며, 뿌듯한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그래서 말인데, 동생아. 혹시 나, 박성희 님이랑 언제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 보면 안 되냐?“

“알았어.”


안 어울리게 조마조마했던 형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하지만 내 말은 아직 안 끝났다.


“월드컵 4강 올리면 찍게 해 줄게.”


진짜다. 형 걸고.



***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고, 형도 돌아왔으니.

유지현의 미니앨범 활동도 마침내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마침내, 내 프로듀싱 앨범에 관한 회의가 열릴 때가 왔다는 뜻이었다.


“정우 님, 오늘 푹 주무시고 오셨어요? 컨디션 어때요?”


OMG 사내 1층 카페.

유지현은 산뜻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저야 방학해서 컨디션 최고죠. 지현 님은 어때요? 활동하느라 피로 쌓였을 텐데.”


사실, 내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술 처먹고 새벽에 돌아온 형이 내 방 문을 따고 들어와, 복수라며 얼굴에 방구를 뀌고 간 탓이다.

열 받아서 잠을 못 잤다.

진짜 독립할까? 저딴 집구석보단 옥탑방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저도 괜찮아요. 바쁘긴 했는데, 그래도 음방 돌아다닐 때보단 훨씬 여유 있었거든요.”


유지현의 맑은 미소를 보니, 간밤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아니, 피로가 녹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주 힘이 샘솟는다.


카페에서 그녀와 단둘이 마주보며 앉아 있고, 테이블 위에는 커피와 조각 치즈 케이크가 놓여 있으니.

대체 어떤 팬이 이런 상황에서 힘이 안 날 수가 있겠냔 말이다.


유지현은 치즈 케이크를 오물오물 먹으며 말했다.


“A&R에서 단단히 벼르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회의에 임해야 할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하는데,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에선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아무래도, 전쟁에서 한 번 이겼던 상대를 다시 상대하는 셈이기 때문일까?


“정우님, 이 치즈 케이크 진짜 맛있지 않아요? 활동할 동안 이게 너무 먹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냥 치즈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짓는 표정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말

유료화 공지를 올렸습니다!

날짜는 9/25 수욜 저녁 7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료화 공지입니닷. NEW +4 13시간 전 1,012 0 -
» 그 앨범 회의는 언제 한다고 했죠? NEW +15 10시간 전 5,150 192 16쪽
47 좀 금사빠거든요 +17 24.09.18 10,101 332 17쪽
46 원대한 꿈 +13 24.09.17 11,935 355 19쪽
45 그분이 역시 보물이긴 하구만? +22 24.09.16 13,289 352 20쪽
44 연극영화과 1학년 강세영이라고 합니다. 가 보겠습니다. +14 24.09.15 13,791 359 16쪽
43 재현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29 24.09.14 14,635 425 16쪽
42 이 재미지 +29 24.09.13 14,925 454 19쪽
41 진짜 모르겠네···. +24 24.09.12 15,502 409 15쪽
40 ······너였구나? +20 24.09.11 15,935 380 14쪽
39 금시계, 금목걸이, Cash(검은) +23 24.09.10 16,175 385 15쪽
38 회사를 차리라는 소린가? +13 24.09.09 16,640 401 18쪽
37 너 목······ 갈라졌어. +33 24.09.08 16,891 411 18쪽
36 [ 나의 천재 PD ] +23 24.09.07 16,833 466 13쪽
35 진짜 문제와 더더욱 큰 문제 +12 24.09.06 17,554 377 18쪽
34 아름다운 구너들의 밤 +11 24.09.05 17,641 401 14쪽
33 혹시 방송에 얼굴 나와도 되나요? +15 24.09.04 17,671 395 14쪽
32 <비밀의 발코니> +15 24.09.03 18,065 360 14쪽
31 R&B계의 거물 +16 24.09.02 18,558 379 16쪽
30 제발 저희 버리지만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14 24.09.01 18,790 380 15쪽
29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16 24.08.31 18,826 405 13쪽
28 그 곡이면 달랐을 수도 있었는데 +16 24.08.30 18,742 406 15쪽
27 나만이 알고 있는 우리들의 멜로디 +15 24.08.29 18,992 416 14쪽
26 <Dancing In The Breeze> +11 24.08.28 19,263 407 15쪽
25 내 고백을 차버린 남자가 너무 잘나감 +10 24.08.27 20,048 392 19쪽
24 이걸 작곡한 애가 진짜 천재거든요 +9 24.08.26 19,594 404 13쪽
23 <Top Of Top> +13 24.08.25 19,877 379 15쪽
22 확실히 어려서 그런가, 낭만이 있어 +15 24.08.24 19,810 373 15쪽
21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22 24.08.24 20,295 363 16쪽
20 원하는 게 있으면 투쟁하여 쟁취하라 +12 24.08.23 20,485 359 15쪽
19 투자에 대한 확신을. +18 24.08.22 20,639 378 15쪽
18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싫다 이거지 +21 24.08.21 20,809 365 13쪽
17 설마 진짜 그 엘라겠어? +9 24.08.20 21,186 405 13쪽
16 재회 +13 24.08.19 21,266 411 12쪽
15 실리보단 신의 +23 24.08.18 21,491 399 15쪽
14 유지현은 대체 왜 저런대? +11 24.08.17 21,661 397 12쪽
13 강동 6주까지 되찾은 서희처럼 +13 24.08.16 21,839 405 13쪽
12 누굴 고르는 게 더 이득일지는 명백하잖아 +14 24.08.15 21,819 430 13쪽
11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19 24.08.14 22,284 406 16쪽
10 곡은 제대로 뽑히긴 했네 +10 24.08.13 22,569 417 12쪽
9 혹시 아스날 좋아하세요? +14 24.08.12 23,037 407 14쪽
8 혹시 직접 연주해도 될까요? +13 24.08.11 23,242 413 12쪽
7 그냥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8 24.08.10 23,571 416 14쪽
6 그 바람막이 +18 24.08.09 24,224 412 15쪽
5 재혼으로 가자 +14 24.08.08 24,906 438 14쪽
4 화선예술고등학교 +19 24.08.07 25,414 471 12쪽
3 혹시... 제 팬이에요? +15 24.08.06 26,720 482 15쪽
2 하니까 되던데? +25 24.08.06 29,514 478 15쪽
1 스물여섯 임정우, 개 같이 부활 +34 24.08.06 35,044 58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