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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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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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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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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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금사빠거든요

DUMMY

비로의 뮤직 비디오 기획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향하는 중, 등 뒤에서 거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캬아! 차트 콘크리트고 뭐고, 그냥 내자마자 1위를 찍어 버리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넙데데한 얼굴이 유들유들하게 웃고 있었다.


“유환석 피디님.”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형.”


새삼스럽게 나이가 몇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저 사람은 그냥 형이라 불리고 싶은 거지, 나이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닐 테니까.

내가 청소년인 걸 저 사람이 모르지도 않을 텐데도 저러지 않은가.

···그런데 설마 저 얼굴에 20대는 아니겠지?


아무튼 유환석은 진짜 귀신 같은 사람이다.

대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나는 건지 모르겠네.

설마 날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 텐데.


“축하해 동생.”

“아, 네.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의 말대로, ‘영원한 메아리’는 1위를 차지했다.


[1. 영원한 메아리 – 유지현]

[2. I’m In My Bed – 유지현]


선공개곡, ‘I’m In My Bed’를 꺾었다.

회귀 전엔 이 곡이 몇 주간 1위를 유지하며 대박이 터졌는데, 내가 만든 곡이 이걸 밀어낸 것이다.


나는 그녀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 곡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녹음 중에 ‘I’m In My Bed’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게 진짜로 될 줄이야.’


나도 놀랐다.


요즘 날아갈 듯이 행복한 건 비단 그런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음방을 다니고 그녀의 무대를 보면서 자꾸 상상하게 돼서 그렇다.


‘첫 콘서트에서 내 곡이 울려 퍼진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면서, 음방 다니는 맛도 배가 되는 기분이다.

역시 다른 사람들 곡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내 곡을 부를 때가 제일 좋단 말이지.


“대형 아이돌 곡들이 차트 최상위에 버젓이 있는데, 기세가 압도적이야 아주!”

“감사합니다. 하하.”


이 사람의 입에선 무슨 소리가 나올 지 모른다.

당장 좋은 얘기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저번처럼 다른 사람 뒷담화를 시작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슬슬 멀어지기 위해,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제가 지금 회의가 있어서···.”

“아, 그래? 무슨 회의?”

“비로 형 뮤비 기획 회의요.“


비로의 정규앨범을 통째로 맡아서 그런지, 이런 자리에도 껴 주더라.


“캬아! 맞다, 비로도 있었지? 컴백 언제래?”

“그것도 이따 회의에서···.”


명분을 다 쌓았으니, 말끝을 흐리며 이제 슬슬 몸을 돌리려 했는데.

딱 그때, 반쯤 돌아간 몸을 제자리로 돌리게 할 만한 말이 흘러나왔다.


“너, 업계에서 지금 기피대상 1호 됐어.”

“기피대상 1호요?”


뜻밖의 말에 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환석은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설명을 이어 갔다.


“생각해 봐. 이 어려운 시기에, 박재현, 노바에 이어서, 유지현까지, 네가 낸 곡들이 싹 다 1위 했잖아. 한 번이면 운일 수 있고, 두 번은 실력이지. 그런데 세 번 연속 1위를 찍으면? 그건 괴물이거든.”


아, 그래서 기피대상 1호라고?

내 입꼬리도 절로 말려 올라갔다.


“이런 말도 슬슬 퍼지더라고. ‘진지하게 차트 1위를 노릴 거면 임정우는 피해야 한다.’”


뒷담화도 잘하는 사람이 칭찬도 잘한다.


“크흠. 제가 잘한 게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잘한 거죠.”

“에이! 내 앞에선 겸손 떨 필요 없어. 아, 그리고 너 그거 알아? 이번에 연습생들 월말 평가 때 네 얘기 나왔대.”

“제 얘기요?”


정말로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걸까?

전용 프로듀싱 룸도 있으면서, 온종일 남의 이야기를 주워듣고 다니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내 얘기라니 귀가 쫑긋 기울여지며 집중이 확, 되긴 한다.


유환석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걸그룹을 런칭하려는데, 메인 보컬감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대. 그런데 너 같은 작곡가라면 그런 그룹에도 곡이랑 컨셉을 기깔나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는 거야.”


아, 그래서 그때 정선혜가 나한테 물어봤던 거구나.


‘아, 그게요···. 이제 걸그룹 데뷔조 뽑으려고 하거든요. 그거 혹시 작곡가님한테 언질 있었어요? 그냥··· 맡으실 의향이 있는지 조금 궁금해서요. 작곡가님이 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어본 이유가 이제야 이해됐다.


“표정 보니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떠보는 듯한 어조에, 난 황급히 표정 관리를 하며 답했다.


“없었어요.”


묻는 대로 답했다간, 내일이 되기도 전에 사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흐음. 뭐, 그렇다 치고, 조만간 너한테도 언질이 있을지도 몰라. ‘영원한 메아리’까지 3연속 홈런 치면서 기피대상 1호가 됐으니, 월말평가 때 나왔던 말들에 더 무게가 실리겠지. 어떻게 생각해? 관심 있어?”


또 은근슬쩍 물어오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쿨하게 답할 수 있겠다.


“아뇨. 당분간은 집중해야 할 게 있어서요.”

“프로듀싱 앨범?”

“네.”

“그래? 쓰읍. 그럼··· 내가 한다?”


혹시, 애초에 말하려던 게 이거 아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내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자 유환석은 씩,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이름까지 생각해 놓은 게 있었거든. ‘루나리스’라고, 이름 이쁘지 않아?”


내 입에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 그 망한 그룹?’이라고.

이름을 들으니까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데뷔가 이때쯤이었구나?’


난 회귀 전 이 당시에 영국에서 공부하며 축구에만 빠져 있었다.

그래서 루나리스 멤버들의 얼굴도, 음악도 들어본 적 없다. 그냥 ‘그런 그룹이 있다’ 정도만 들어봤을 뿐.


‘그게 OMG에서 나온 그룹이었구나?’


그것도 몰랐네. 이쪽엔 하도 관심이 없었어서.

하여간, 참 안 됐다.

역시 난 하던 거에나 집중해야지.



***



“안녕하세요···.”


회의실에 들어서기 전, 복도에서 A&R팀의 양 팀장과 비로를 마주쳤다.


“어, 오셨어요? 근데···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그래?”


아니다. 유환석 피디에게 아주 힘겹게 빠져나온 탓이다.

진짜 기가 쭉 빨리네.


하지만 비로의 물음도 틀린 건 아니었다.


“뭐,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긴 하죠.”


이제 진짜 곧이거든.

딱히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진 않지만.


“그래, 음악도 중요하지만 학교 성적도 챙겨야지.”

“네.”

“1위도 축하해. 곡 진짜 잘 들었어. 역시 네가 만든 거라서 그런지 너무 좋더라.”

“지현 님이 워낙 잘하신 덕분이죠.”


내가 겸손하게 답하자, 비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니앨범, 4곡 아니야? 그중에 네 곡이 1위 한 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냥 네가 잘한 거야.”


사실 그 말이 맞긴 했다.


‘아까 분명 기피대상 1호랬지?‘


새로 얻은 타이틀에 어깨가 쫙 펴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지현 님도 천재고 나도 천재이니, 우리의 시너지는 그야말로 천하무적.

설령 저스틴 비버가 한국어로 앨범을 내서 한국에서 음방 활동을 한다고 해도 우리 둘의 조합이라면··· 아니, 이건 좀 무린가? 아무튼 국내에선 누가 와도 자신 있었다.


비로는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근데 네가 만들고 있다는 프로듀싱 앨범 말인데.”


그 말에, 지금까지 지켜만 보던 A&R 양 팀장의 어깨가 흠칫했다.

그리곤 눈매가 꿈틀대는 게, 유지현에 주려는 곡, ‘Neon Pulse’를 반대하는 입장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나 보다.


“그거, 나한테도 하는 거 맞지?”

“네, 나중에 말씀드리려 했어요.”

“다행이네. 지금까지 별 말 없어서 나 빼고 하는 줄 알았거든. 곡 나오면 바로 불러 줘. 어떤 곡이든 할 테니까.”


난 비로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양 팀장을 티 안 나게 흘끔거리며 살폈다.

헌데, 그의 입술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프로듀싱 앨범에 관해선 유지현의 활동이 끝난 후에 회의할 예정이었으니, 지금 말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여기서 괜히 말해 봤자 긁어 부스럼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

일단은 나도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기로 했다.


이 말을 끝으로 회의 전의 가벼운 담소가 끝이 나고.

우리는 회의실에 들어가, 뮤비 감독을 비롯해 다른 직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뮤비 기획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동안, 나는 다른 건 다 잊고 여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 바닥에서 인맥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깨달은 건, 결국 중요한 건 실력이라는 것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수록,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그래도 실력이 최고라는 걸 나도 어느 정도 피부로 느끼게 됐거든.


‘정진해야지, 끝없이.’


아무리 기피대상 1호가 됐다지만, 난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마음껏 할 수 있을 때까지, 내 앞에 어떤 장애물도 없을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위를 바라볼 것이다.



***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중간고사가 끝난 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기말고사까지 끝났다.


“후후. 이 몸을 숭배하라.”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너 맨날 지현님 공방 다녔잖아.”


구창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이번에도 훌륭한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현 님한테 자랑하기엔 살짝 부족한 것 같네.’


내 앞에 있는 구창식이나 박재현 같은 놈들에겐 이렇게 자랑할 수 있었지만, 유지현에게 이 성적표를 자랑할 수는 없겠다.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아주 잘 본 것이 맞지만, 중간고사 때보단 점수가 살짝 떨어졌으니.

지현 님의 머릿속에선 조금이라도 더 똑똑하게 인식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사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측을 하긴 했다.

다만, 유지현의 음방을 놓칠 수 없었을 뿐.


‘음방을 한 번도 안 놓친 것 치곤, 진짜 잘한 거긴 하지.’


하지만 난 이제 기피대상 1호의 괴물 천재 작곡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향상심이 끓어 넘치는 밸런스 파괴자.

하늘도 회귀까지 시키면서 돕는 불합리한 존재.


[1. 영원한 메아리 – 유지현]

[2. I’m In My Bed – 유지현]


‘영원한 메아리’로 3연속 홈런을 치고,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덕분일까.

내가 음방을 다니든, 공부를 하든 말든, 이제 부모님도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


하지만 박재현은 애초에 싹수가 노랗기 때문일까.

과연 미래의 논란에 휩싸이는 놈답게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저런 성적 같은 게 뭐 대수라고.”


내가 좋은 성적을 받은 게 마뜩잖은 모양인지 얼굴을 와락 찡그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도 마주 혀를 차줬다.


“쯧쯧. 내가 잘 보면 축하를 해줘야지. 못난 놈들이 꼭 남 좋은 일에 아니꼬워하더라.”


박재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반격했다.


“나도 좋은 사람이 좋은 성과 거뒀으면 축하해줬겠지···.”

“···?”


오랜만에 시비를 털어와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도 살짝 드는데, 그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블랙원 녹음 끝났다고 태도 싹 바뀌는 거 봐라?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야.”

“너, 내 곡으로 작곡가 데뷔했는데? 그럼 내가 거둬준 거 아닌가?”


비열하게 씩, 입꼬리를 올리며 반격하는데, 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들었다.


“안 되겠다. 두한이 형한테 전화해야겠-“

“아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축하해! 이 개자식아!”

“···안 되겠다. 영한이 형한테 전화해야겠-“

“이 씹! 알았다고!”


이제, 이놈은 내 손바닥 안이다.


난 씩씩대는 놈을 향해 픽,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까 오늘부터 작업 들어갈 거야. 프로듀싱 앨범. 거기에 블랙원도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되지?”


내 물음에, 씩씩대던 놈의 얼굴이 사르르 풀렸다.

비로의 뮤비 회의 때, 비로는 내가 말 안 해서 안 하는 줄 알았다고 했으니, 이놈에게도 곡을 만들기 전에 미리 언질을 줘야지.


“어? 우리?”

“그래.”


이젠 입꼬리가 씰룩대며 크흠, 목을 가다듬기까지 한다. 하여간 알기 쉬운 놈이다.


“우리도 미니앨범 곡들이 다 준비되면 바쁠 거야.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만들어와.”

“제일 늦게 만들어야지.”

“이런 개···. 후우! 늦게 만들어와도 곡 들어보고 좋으면 시간 빼서라도 해줄 의향은 조금 있을지도 모르니까, 잘 만들어오고.”


난 낄낄 웃었고, 지켜보던 구창식도 실소를 흘렸다.


아무튼 기말까지 끝난 마당이니.

이제 진짜 프로듀싱 앨범을 만들어야지.


나는 집도 안 들른 채 바로 작업실로 왔다.

그리고 얼마 전 회의했던 비로의 곡을 한 번 써 볼까, 아니면 블랙원에 맞춰서 곡을 써 볼까, 그도 아니면 노바 멤버들로 곡을 써 볼까 고민하던 찰나.


우우웅- 마침 고민의 대상 중 한 명이 연락을 해왔다.

이정빈이었다.


“네, 여보세요.”

-작곡가님! 뭐 하세요?


이정빈의 목소리는 평소에도 밝은 편이었는데, 오늘은 유독 더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이 생겼나?


“저 지금 작업실 왔어요.”

-시험 끝났는데 바로 작업실 갔다고요? 친구 없으시구나? 하하. 프로듀싱 앨범 만들고 있어요?

“이제 막 써 보려고요.”

-오! 설마 우리 곡이에요?

“노바 곡도 당연히 써야죠.”

-아, 그럼 잘됐다! 그럼 저희랑 같이 파티나 할까요? 그러다 영감이 나올 지 또 어떻게 알아요?


어째 핑계라는 느낌이 다분하게 들긴 하는데.

파티라니?


“갑자기 무슨 파티요?”

-어··· 작업실 얻은 기념? 저희 활동이랑 겹쳐서 작곡가님 작업실엔 한 번도 못 갔잖아요. 이참에 작업실에 모여서 파티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작곡가님 또 1위하셨으니까 1위 기념하는 의미도 있겠고, 또··· 기말고사 끝난 기념도 있겠네요!


억지로 명분을 늘어놓는다.

그냥 놀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떠올랐다.


“아, 오늘까지는 단체 스케줄 없으시죠?”


회사에서는 노바의 행사 스케줄을 빼 놨다.

저번 중간고사 때도 그랬듯이, OMG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학교 시험은 챙겨 주지 않나.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행사 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기말고사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빼 놨다고 한다. 이른 시간에 끝나서 저녁에 바로 스케줄을 돌려도 될 텐데.

이런 걸 보면, 그래도 회사는 나쁘지 않단 말이지?


-민혜랑 성희는 개인 스케줄 갔는데, 정원이랑 저는 스케줄 없어요. 저희, 작업실 가도 되죠?

“네, 오세요.”


흔쾌히 수락했다. 너무 밝고 기분 좋은 목소리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이렇게 된 거, 나도 오늘은 그냥 놀아야겠다.

그리고 이정빈의 말처럼 영감이 나올지 또 어떻게 알겠나.


그렇게 잠시 후.

택시를 타고 작업실에 도착한 그녀들은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오.”

“아···.”

“여기가 옥탑방이긴 한데요. 그래도 작업실로 쓰기엔 썩 나쁘진 않아요.”

“오···.”

“···아.”


됐다 말을 말자.

이정빈은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웃으며 물었다.


“작곡가님! 사실 숨겨진 기념이 하나 더 있는데, 뭐게요?”

“···뭔데요.”

“왜 이렇게 심드렁해요···. 우리 반응 때문에 삐졌죠?”

“아닌데요?”

“이 작업실도 좋은데, 전 그냥 작곡가님 명성에 비하면 좀 소박한 것 같아서 놀란 거예요. 작곡가님이 어디 보통 작곡가도 아니고, 내는 것마다 대박 터뜨리는 천재 작곡가잖아요.”


열심히 뒷수습을 하는 이정빈의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 웃으셨다. 하하!”


이정빈은 애교 부리듯 배시시 웃고, 주정원도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나서야 이정빈이 말을 이었다.


“저 오디션 합격했어요!”

“···네? 설마···.”

“네! ‘사내 연애 금지랍니다’에 조연으로 합격했어요! 작곡가님이 추천해 주셨잖아요. 제목부터 느낌이 빡! 온다고. 작곡가님 삘을 믿고, 제가 그것만 연습했거든요. 그리고 결과는? 당당히 합격!”


그래서 목소리가 그렇게 신나 보였구만?

난 잔뜩 기뻐하는 그녀에게,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축하를 보냈다.


“진짜 축하해요. 아마 대박날 거예요.”


진짜로 엄청 축하할 일이긴 하다.

‘사내 연애 금지랍니다’는 대박이 터지는 드라마니까.


“아! 그런데 거기 단역에 정원이랑 작곡가님 학교 학생도 있다더라고요? 이름이··· 강세영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역시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구나?

내가 선선히 받아들일 때, 주정원이 눈을 동그랗게 키우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어? 강세영?”


주정원은 나를 보며 물었다.


“정우야, 네 친구가 좋아하는 애 아니야?”

“아, 구창식이요?”


맞다, 구창식 이름 팔았었지?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떠올랐다.


“오! 진짜요!?”


이정빈의 눈이 커다래지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저 반응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대비를 해 놔야겠다 싶다.

혹시 촬영장에서 이정빈이 이상한 말을 할지도 모르지 않나.


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말했다.


“걔 이제 다른 애 좋아해요. 걔가 좀 금사빠거든요.”


이러면 굳이 말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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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름다운 구너들의 밤 +11 24.09.05 17,462 396 14쪽
33 혹시 방송에 얼굴 나와도 되나요? +15 24.09.04 17,497 39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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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Top Of Top> +13 24.08.25 19,702 377 15쪽
22 확실히 어려서 그런가, 낭만이 있어 +15 24.08.24 19,641 371 15쪽
21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22 24.08.24 20,121 36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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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실리보단 신의 +23 24.08.18 21,335 397 15쪽
14 유지현은 대체 왜 저런대? +11 24.08.17 21,502 395 12쪽
13 강동 6주까지 되찾은 서희처럼 +13 24.08.16 21,682 403 13쪽
12 누굴 고르는 게 더 이득일지는 명백하잖아 +14 24.08.15 21,662 427 13쪽
11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19 24.08.14 22,127 404 16쪽
10 곡은 제대로 뽑히긴 했네 +10 24.08.13 22,414 414 12쪽
9 혹시 아스날 좋아하세요? +14 24.08.12 22,882 405 14쪽
8 혹시 직접 연주해도 될까요? +13 24.08.11 23,089 410 12쪽
7 그냥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8 24.08.10 23,425 411 14쪽
6 그 바람막이 +18 24.08.09 24,075 409 15쪽
5 재혼으로 가자 +14 24.08.08 24,752 435 14쪽
4 화선예술고등학교 +19 24.08.07 25,263 467 12쪽
3 혹시... 제 팬이에요? +15 24.08.06 26,560 479 15쪽
2 하니까 되던데? +25 24.08.06 29,340 475 15쪽
1 스물여섯 임정우, 개 같이 부활 +34 24.08.06 34,818 5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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