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모바일 메신저 (2) (feat. UZooTalkTalk)

***

9월 한 달 내내, 유/무선 통합 작업에 매달렸다. 

중간중간 항상 사고를 꾸준히 쳐주시는 Crise형님이 인천에 가서 두들겨 맞고 온다던가, VisionM과 함께 하는 마이박스 모바일 홍보에 일주일 정도 투자한 것을 빼면 뭐 그냥 밥 먹고 이것만 했다고 봐도 될 듯

오늘도 야근 중인데, 우주인이 옆에서 한숨을 쉰다.

“야 이거 뭐 악산에 맞춰서 Riders.club.net은 짰더니, 다 다시 만들었어. 이런 씨!

“우주인, 우리가 뭔 계획하고 했냐? 그냥 했지.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 근데 이거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것 같은데?

“엉, 해적 형이 어제도 밤새고 들어가시면서 Beta 테스트해 보자고 하셨잖아. 그럼 구동은 된다는 말이지.

“와- 역시 실무 아는 분이 오니까, 순식간이네

메신저 자체야, 멀티미디어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텍스트만 왔다 갔다 하기에 이전에 만들어둔 틀로 형님이 금방 손 보셨다.

근데 Site 간 통합하려니 문제가 좀 있었다. 물리적으로 서버는 같은데 데이터 누적을 나눠서 해뒀더니, 형식이 영 안 맞아서 둘을 통합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 하는 방식으로 하나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하고 했으면 한 달 만에 마무리하는 건 이 작은 규모에서도 답 안 나오는 일

황해적 형이 함께 해줘서 참 다행이다.

“그럼 이거 도메인은 그대로 유지 할 거야? Riders.club.net이 UZoo.com 밑으로 들어가면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음, 그렇긴 한데 저기 쇼핑몰을 보니까. 판매자용, 소비자용 나눠둔 곳이 있기는 하더라구. 관리는 합쳐서 하더라도 이름은 살려두자. 또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하긴 얼마 안 하니까, 그래. 형 오늘 엄청나게 오래 잘 것 같은데 우리끼리 해볼까?

“그럴까? 한 달 내내, 네시간도 안 자셨으니 몰아서 좀 주무셔야지. 그러면 일단 통신사에 등록이 안 돼 있으니까. 데이터 케이블로 다운받아서 설치

“오키.

우주인 휴대폰은 삼승이고 난 헬지. 각각 메신저를 다운로드 해 본다. 통신사는 둘 다 유플이라 일단 유플용으로 컴파일된 녀석을 쓰면 될 듯

처음에는 주인이가 엄청 다 걷어내 버려서 0.4Mb 뭐 이랬는데, 지금은 UI가 조금 들어가고 연동하는 기능들이 늘면서 1.0Mb가 살짝 넘는 크기로 커졌다. 

“일단 가입 동의 받는 거 되냐? 뭐가 이렇게 길어, 이거 읽어 보는 사람 있을까?

“모르지, 필요하다던데? 표준규약에 몇 가지만 고쳤어. 그것도 줄인 거야.

“으···법, 법, 법. 머리 아프네. 대충 넘기고 인증요청 누르면 UZoo.com 쪽으로 메시지가 와야 되는데··· 어?

“사이온은 되는데? 가입은 했어.

“뭐지? 다시, 아 된다. 삼승이랑 또 뭐 다른가 봐? 형 오면 좀 물어봐야겠다. 우주톡톡 사용자로 추가됐고, 다음

우주인 녀석과 기존에 만들었던 기능들을 쭉 테스트해 본다. 

대부분의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 삼승 휴대폰은 초기 요청 시 충돌 발생. 재요청하면 진행됨.

2) 악산 보험사 신규 가입을 위해 홈페이지를 간소화해서 불러오게 해두었는데, 화면 해상도가 다 달라서 깨져 보이는 문제.

3) UZoo.com에서 지원하는 일부 글자체를 휴대폰이 지원하지 않는 경우, 글씨가 깨져나오는 문제 

3) 번 문제의 경우는 공통으로 지원하는 폰트로 변환해주면 되는 일이라, 우리 선에서 처리했다. 1), 2) 번이 좀 어렵다.

“이햐, 이 정도면 편하겠다. 그치?

“엉, SMS 함에서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고 꽤 쓸만할 듯. 근데 이거 문자 우리가 장난으로 잠깐 대화했는데도, 나 벌써 24건 썼어.

“너도? 나는 ‘ㅋㅋㅋ’ 뭐 이런 거 썼더니 벌써 41건. 이거 메신저라 생각하고 막 쓰다가 요금 폭탄 맞겠다.

“형 오면 이거 SMS 사용 건수 제한도 걸게 좀 바꾸자. 그러면 이제 데이터 통신 켜고 해볼까? 그럼 뭐 문자 요금 폭탄은 없을 건데, 텍스트라서

“굿! 이햐, 이 폰 사고는 처음으로 데이터 써보네. 

벌써 11시가 넘어가는데 형이 오시려나 모르겠다. 데이터 통신 모드로 메신저를 테스트해 보려는데, 오랜만에 사라 씨가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 사라 씨! 사무실에서 본 게 얼마 만이에요?

“헤헤, 본청 쪽에 불려가서 고생 좀 했어요. 내일부터 복귀랍니다. 뭐 하세요?

“사라야, 우리 메신저 만들었는데 너도 써볼래? 핸드폰 줘봐.

“응, 핸드폰으로 메신저가 돼? 여기

사라 씨 휴대폰에도 메신저를 설치하고 우리가 테스트로 거래 중인 방에 사라 씨도 들어 왔다. 바로 옆에 앉아서 메신저를 쓰고 잠시 놀아 본다.

*Mark Sara : 주인 씨 안뇽?

*우주최강 : 방가방가

*고인물 : 안냐세여

*Mark Sara : 우리 바로 옆에서 메신저 하네요? 

*고인물 : 네, 그것도 지금 SMS로···

*우주최강 : 돈이 썩어 난드아으아!

*Mark Sara : 이거 돈 나가요? 메신전데?

*우주최강 : 모양만 이렇지, 인터넷 아니라 건당 30원?

*Mark Sara : 안돼에에에!

*Mark Sara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우리 메신저가 당연히 무료인 줄 알았나 보다. 사라 씨가 씩씩거리며 화를 낸다.

“아니, 메신저니까 공짠 줄 알았잖아요! 알려 줘야죠. 아이 아까워.

“하하, 미안해요. 이게 나중에는 다 데이터로 연결해서 쓸 건데 지금은 일단 SMS로도 되게 해뒀어요. 이거 원래 문자는 받으면 돈 안 나가잖아요?

“당연하죠!

“근데 SMS로 송/수신하면, 우주 커넥트가 다른 사람이 채팅해도 한 사람당 10원씩 내고 있어요. 완전 어이없죠? 푸하하.

“네? 뭐 그런 게 다 있어요. 문자 완전 사기야!

사라 씨 휴대폰의 데이터 통신을 켠다. 당연하겠지만 주변 사람 대부분이 데이터 = 요금 폭탄이라 생각하기에 거의 안 쓰는 분위기다. 

데이터 요금제도 말도 안 되게 비싸긴 한데, 문자 기준으로 0.5KB, 그러니까 약 512 bytes(= 1 패킷) 당 6.5원 정도 한다.

근데 문자 SMS는 90 bytes에 30원이니 단순 비교하면 같은 용량에 150원꼴···당연히 문자로 메신저를 돌린다는 발상은 좀 멍청한 짓이다. 근데 우리는 했다. 똥 멍 청이지. 푸힛.

“이거 요금 폭탄 나오는 것 아니에요?

“안 나와, 사라야. 이게 더 싸다니까. 나오면 저 썩은 물 녀석이 낼 거야. 걱정하지 마.

“···쩝. 제가 낼게요. 그러니 메신저 좀 켜주세요. 네?

“힝, 아까운데 그럼 꼭 내주는 거예요.

“네, 네.

겨우 설득해서 한참을 떠들어 본다. 문자로 할 때보다 부드럽게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참의 대화를 나누었지만 데이터 요금은 200원 정도 나온 듯하다. 

사라 씨에게 데이터 사용량을 보여주면서 확인시켜주자.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휴, 신기하네요. 어떻게 데이터 요금이 더 싸지? 그런데 좀 불편한 게 있어요.

“뭔데요?

“이거 평소에는 안 보고 있으면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 없어요? 문자도 오면 소리 나잖아요. 이건 그게 없네

“어, 맞네? 기능 쪽만 생각하다 보니까. 알람을 빼먹었어. 딩동, 이러면 되나?

“그런 거 말고, 이거 이름이 뭔데요?

“우주톡톡(UZooTalkTalk)이요. 왜요?

“그럼 오면 막 ‘톡! 토옥!’ 뭐 이렇게 귀엽게 하기는 어려워요? 

“되겠는데, 뭐 용량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잖아. 사라 씨 잠깐만요. 여기 녹음 좀 해봐요. 

사라 씨가 톡톡! 하고 외치는 소리를 몇 번 녹음해 본다. 그중에서 제일 깔끔해 보이는 녀석을 컴퓨터로 보내고, 해당 파일을 출력하게 다시 한번 짜본다. 

휴대폰으로 넣으려니 wav 포맷이라 용량이 커서 일단 컴퓨터 쪽에서 테스트해 본다. 사라 씨가 메신저에 

*Mark Sara : 톡톡 소리 나요?

라고 쓰자.

/톡! 토옥!

하며 자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생각한 게 바로 눈앞에서 되니, 사라 씨가 좋은지 폴짝거린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다. 미이슬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듯···

그 외에도 공돌이와는 다른 시각으로 내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해 두고 일단 오늘 일은 마무리!

***

황해적 형님은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왔는지, 거의 이틀을 자고서야 깨어났다. 평소에도 이런 식이라시며 허허 웃는데 큰일 난 것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형님이 다시 합류하고 우리끼리 해본 테스트에서 나온 문제들을 해결한 첫 ‘우주톡톡(UZooTalkTalk) Beta 버전’이 나왔다. 

우주인 녀석은 첫 아이를 낳은 마냥 모니터 화면을 쓰다듬으며 오버한다.

“이햐- 내 새끼가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장하다!

“뭐래냐? 해적 형, 그럼 이거 우리끼리만 쓰는 게 아니라. 통신사 통해서 COD(Compile On Demand) 된 녀석이 뿌려져야 될 것 같은데

“음, 그건 통신사와 이야기해보면 될 거야. 근데 아마 이용료가 있을 텐데 이 부분은 어쩔 생각이니?

“어? 저번에 유플 쪽에서는 그냥 해줬는데 다른가요?

“글쎄, 보통 011 향으로 많이들 만들지. 그래서 내가 알기로는 비용이 발생하는 걸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당 얼마를 구매자가 부담하는 식이야. 물론 데이터 요금도 내야하고

“허, 그렇다고 전 국민 상대로 지금까지 하던 식으로 USB로 설치하라고 하기도 그런데···쩝. 그럼 뭐 많이 파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우리 쪽 마진은 없는 걸로 해서 최대한 싸게 올려봐요.

“일단 그렇게 해보자. 

우리가 프로그램을 심는 방식은 원래는 휴대폰 내부의 프로그램 유지 보수용으로 배포되는 툴을 이용하는 것인데, 내부적으로 쓰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곳에 이런 방식을 오픈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긴급위치전송의 경우도 유플을 통해서 뿌렸는데, 이번엔 011, 016도 포함 할 생각이다. 우주 커넥트 회원들이 유플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마켓 등록 요청을 각 통신사로 보내고, 3일 정도 지나자 비용이 정해졌다. 

011은 데이터 포함 1,500원, 016은 1,000원, 유플은 데이터 비용만 받는 것으로 했는데, 역시 유플이 우리를 많이 밀어주는 것 같다. 

우주 커넥트와 UZoo.com, Riders.club.net 등에 공지를 올리고 통신사 무관으로 30,000 다운로드로 한정해서 배포해 본다. 

대략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인데 회사 명의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처리했다. 나 좀 돈 많은 남자니까? 하하. 그게 아니고 Beta 버전이라 돈을 받기가 힘들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난 지금 우리는 개고생 중이다.

“아이 씨! 휴대폰 베터리 떨어졌어. 충전기 잭!

“안 가져왔냐? 나도 지금 충전 중

/참피온! 쏴리 질르는 니가!

“네, 우주 커넥트입니다. 아 네···저희가 Beta 테스트라 3만 다운로드 한정으로 배포했습니다. 예, 예. 정식 버전 나오시면 다운로드 받아주세요. 네-

/동해- 물과 백두- 산이

“흠,흠. 우주 커넥트 입니다. 네. 배포 끝났습니다. 기다려 주···아이씨 끊었어! 누가 내 휴대폰 번호 등록해 놨냐! 또 우주인 네 놈이야?!

“저 같이 좀 해요! 아- 여보세요. 아 네, 문자가 공짜인게 아니라, 데이터 요금이 나가요. 네네. 휴대폰에서 보내면 문자 아니냐구요? 아니죠! 데이터를 쓰는데···아니···메신저라고 다 공짜가 아니고 통신을 해야 한다니까요. 몇 번을 말씀드려요···네. 네. 데이터 켜야, 메신저 작동되는 겁니다. 네-

완전 난리다. 사람들 인식이 메신저는 공짜라고 생각하고 휴대폰에서 글자를 주고받으면 문자라는 인식이 있어서 이상하게

우주 톡톡 = 휴대폰 메신저 = 문자 공짜 

뭐 이런 공식이 성립돼 버렸다. 그래서 데이터를 안 켜고 프로그램 오류 났다고 전화가 계속 오고, 메신저를 썼는데 데이터 요금이 나온다고 계속 뭐라고 한다. 

공지글에 그렇게 썼지만, 역시 사람들은 그림만 보고 글자는 안 읽는다. 한동안 우리 전화기에 불이 나서 고생하는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