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혼 당했더니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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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투샷
작품등록일 :
2024.08.19 07:59
최근연재일 :
2024.09.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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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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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디션(2)

DUMMY

- 9 -


"성함이······ 백지훈씨 맞으시죠? 메소드엔터 소속이고요."


백지훈 씨의 짧은 연기가 종료되자, 입을 벌린 채 가만히 보고 있던 카메라 감독님이 조심스레 물었다.


"네. 맞습니다."


그가 이상할 정도로 덤덤하게 대답했다.


분명 긴장하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

약간 뭐랄까.

의욕 자체가 없는 느낌.

마치 자신이 연기를 못하는 걸 인지하고 의욕을 잃은 것 같은, 딱 그런 표정이다.


"알겠습니다. 잘 봤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으으윽!"


백지훈씨가 조심스레 오디션장 밖으로 나가자 촬영감독님이 손을 깍지 끼고 기재개를 쭉 켰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유피디님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형준아. 너 메소드엔터 실장이랑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 정도면 너 맥이는 거 아니냐?"

"흠······."


유피디님도 이해가 안 되는 지 턱을 괸 채 프로필만 뒤적거리실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게, 메소드 엔터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다.

오래된 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업계에서의 입지는 탄탄하다.

유세은 말고도 나름 유명한 배우들이 소속된 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방금 백지훈이 한 연기는 보는 눈이 없는 내가 봐도 너무 형편없었다.

전혀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대사만 암기해서 나열하는 듯한 느낌.

어딘가 어색한 표정.

소속사 이름에 먹칠을 할 정도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사람 프로필을 보낸 거야?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 친구 제가 기억하기로는 몇 년 전에 연기 잘해서 살짝 유명세도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 그런 사람이 저따위 연기를 해? 재밌네. 그냥 웹드라마 하기 싫은데 억지로 오디션 본 거 아냐?"

"그니까. 형준아. 너 이제 메소드엔터 실장이랑 손절해야겠다. 약간 깔보는 것 같기도 한데."


감독님들 중 몇 분이 이 살짝 기분이 언짢았는지 몇 마디 거들었다.


"나중에 한 번 물어보긴 해야겠네요. 일단 이 친구는 제외하겠습니다. 다음 참가자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그 뒤로 약 1시간 정도 오디션을 보니, 남자 주인공 오디션이 완료되었다.


'하······. 좀 아쉬운데.'


물론 이 드라마는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받는 드라마가 아니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배우의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웹드라마다.

JSBC나 NBS의 드라마 주연과 비교하면 당연히 안 된다.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건 사실이다.

맘 같아서는 최영식 배우님같은 거물 배우가 연기해줬으면 싶을 정도니까.


"어땠어요? 오디션 심사하는 것도 힘들죠?"


여자 주연 오디션을 보기 전 쉬는 시간.

유피디님이 캔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물었다.


"심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쵸?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가 체력 소모도 엄청 심해요."


취익-

딱!


피디님이 캔커피를 따더니 벌컥벌컥 마시며 나에게도 한 캔 건네셨다.


"원래 이런 캔커피 잘 안 먹는데 당 떨어질 때는 이것만 한 게 없더라고요."

"잘 마시겠습니다."

"아 작가님. 마음에 들거나 조금이라도 괜찮아 보이는 분 있었어요?"

"어······. 아뇨. 뭔가 제가 너무 기준이 높은 건지 모르겠네요."

"하하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TV 드라마로 전문 배우들이 하는 수준 높은 연기에 길들여져 있으니까요. 웹드라마 오디션에서 저희가 해야 할 건 잘하는 배우가 아닌, 가능성을 찾는 겁니다."

"그렇겠죠? 그런데 오디션 심사는 처음이라 판단이 잘 서진 않네요."

"아! 작가님이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작가님은 그냥 좀 괜찮아 보이는 배우가 있다 싶으시면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괜찮아 보이는 배우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일단은 오늘 퇴고할 때 다시 한 번 제대로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들 중에서라도 제일 나은 사람을 뽑아야 하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자 이제 여자 주인공 오디션 시작하시죠!"


유피디님은 나에게 싱긋 웃음을 지어 보이시더니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여주 오디션 장면은 남주 오디션과는 살짝 다르다.

남주 오디션은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두 역할을 스위치 해가며 하는 연기였다면 지금 이 연기는 대화 일절 없이 혼잣말과 표정으로 모든 걸 다 표현해야 하는 연기다.

주관적으로는 여주 오디션 장면이 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으윽... 졸리다.'


뿜어져 나오려는 하품을 애써 참았다.

예상대로 여주 오디션도 남주 오디션과 비슷하게 무난무난 했다.

백지훈같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못한 실력의 소유자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중에서 빼어난 실력을 갖춘 배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연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



오디션 중반이 넘어가면서 체력에 슬슬 한계가 올 때쯤.

정채윤이라는 참가자가 씩씩하게 들어오더니 고개를 숙였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안녕하세요. 정채윤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바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유피디님도 지치셨는지 눈을 비비며 말했다.

확실히 오디션도 뒤 순서가 앞 순서보다는 좀 불리할 수도 있겠어.


"넵.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흐르는 정적.


또각- 또각- 또각-


정채윤 참가자가 걷는 걸로 연기가 시작됐다.

마치 누가 뒤에 따라오는 것처럼, 그녀의 발걸음이 서서히 빨라지고 있다.

빨라지는 발걸음에 맞춰 그녀의 표정에 점점 빠르게 두려움이 퍼진다.

잘근잘근 씹고 있는 아랫입술.

그리고 불안한 듯 좌우로 굴리는 눈동자.

대사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말하지 않아 더욱 그녀에게 몰입되는 듯한 느낌.


"허억-- 허억-- 도대체 왜······ 왜 따라오는 거야?"


가빠지는 호흡 중간중간 섞는 독백.

살짝 눈물로 젖은 눈동자와 커진 동공은 마치 누군가로부터 몰래 도망치는 것 마냥 리얼하다.


'와······.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그녀의 연기에 집중했다.

영화적인 기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생 연기이기에 오히려 더욱 실감이 난다.

확실히 이전 참가자들보다는 한 수 위임이 분명하다.

알고 보면 저 사람이 진짜 메소드엔터 소속 아니야?


"감사합니다!"


연기를 마무리하고 인사하는 정채윤 참가자를 보고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쳐버릴 뻔했다.


"잘하시네요. 특히 표정과 호흡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피디님과 감독님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 마디씩 그녀를 칭찬했다.


'정채윤······ 정채윤······. 여깄다.'


급히 앞에 놓인 프로필을 뒤적여 이름을 찾아냈다.

소속은 없고 열 아홉살.

겨우 열 아홉살인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손동작에 조금 신경을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정과 목소리에 비해 손은 너무 편안하게 걷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온몸에 신경을 써서 연기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촬영 감독님의 조언을 끝으로 정채윤 참가자의 연기가 끝났다.


슥슥-


내 앞에 놓인 백지의 노트에 처음으로 이름 하나를 적었다.


'정채윤.'


남녀 통틀어서 오늘 본 참가자 중 가장 끌린다.


"오. 드디어 이제 마지막이네요. 마지막 참가자분 들어오세요!"


유피디님이 오디션 명단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어?

마지막이라니.

그렇다면······?


"안녕하세요. 배우 지망생 한지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순서는 걸즈온키치의 멤버 한지연이었다.

하필.

하필 다크호스 다음이라니.

괜히 내가 마음이 다 아프다.


"네. 준비되셨으면 시작하시면 됩니다."


유피디님은 다른 참가자를 대할 때와 같은 태도로 무미건조하게 말씀하셨다.

메소드엔터 실장과 아는 사이라고 하시길래 한지연의 긴장이라도 조금 풀어주려나 했는데.

역시 칼같다.


'제발 얼른 하고 끝내주세요······.'


진태에게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전에 사무실에서 한 번 인사를 한 사이여서 그런지.

괜히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된다.

무대에서 감정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데, 여기서 이 전 참가자보다 연기를 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테니까.



또각- 또각-


앞선 정채윤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구두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한다.


점점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일단 절대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잘하는 축에 속하는 것 같은······.


'어?'


다르다.

정채윤 참가자가 두려운 걸 눈빛과 입술 떨림, 가쁜 호흡 등을 통해 엄청나게 겁에 질린 걸 표현했다면, 한지연은 정채윤과 정반대의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절제된 표정.

두려움이 노골적으로 표정에 드러나 있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태연한 얼굴.

그리고 그사이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두려움과 공포.

오히려 현실적인 연기라면 정채윤 참가자보다는 이쪽이 훨씬 공감이 간다고 할까.


똑같은 장면.

상반되는 매력.


나도 모르게 노트에 있는 정채연의 이름 밑에 한지연의 이름을 적었다.

도대체 무대에서 감정표현을 잘 못한다는 건 무슨 소리인 거지?


"고생하셨습니다. 노골적인 감정이 아닌 절제된 감정이라 더욱 공감이 갔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감정이 절제되어 있으면 자칫하다가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잘 안될 수도 있거든요. 이 점은 좀 유의하면서 연기하시면 더욱 좋은 연기가 될 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이돌이라 그런지 인사도 정말 칼각이 잡혀있다.


'하... 큰일이네.'


정채윤 참가자의 연기만 볼 때도 여주는 잠정적으로 확정됐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지연의 선전에 고민이 된다.

누굴 캐스팅하지?


한지연의 오디션을 마지막으로 장장 7시간의 오디션이 종료됐다.


"긴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님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감독님들이랑 피디님이 고생 많으셨죠."

"누구 캐스팅할지 어렵죠?"

"마지막 두 분이 정말 잘하시네요. 남주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2차 오디션은 언젠가요?"

"모레 다시 이야기하시죠. 오늘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




"으아! 진짜 피곤하네."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위로 힘없이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연기하는 참가자들만 본 것뿐인데 기가 아주 쪽쪽 빨린 느낌이다.


'아······. 누굴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야 하나'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아까 하던 고민을 이어 나갔다.

몰입도의 정채윤이냐.

절제미의 한지연이냐.


'퇴고 좀 해볼까?'


[ 퇴고하시겠습니까? ]


생각만 했는데 시야에 시스템 창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YES.


[ 6부 퇴고를 시작합니다. 퇴고에 특정 배우를 적용하시겠습니까? ]

[ 알고 계신 배우를 적용할 수도 있고, 사적으로 아는 지인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

[ 배우나 지인의 이름과 적용할 역할을 말씀하시면 퇴고에 반영됩니다. ]


"정채윤. 한지연."


두 배우의 매력은 퇴고에서도 용호상박이었다.

6부 장면 이외에 다른 장면 퇴고도 했지만, 서로 다른 매력이 더욱 부각될 뿐이었다.

고민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혼란만 가중됐잖아.


그때.


이 고민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였다.


띠링-!


[ 등장인물을 추가하여 새로운 내용으로 각색하시겠습니까?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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