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혼 당했더니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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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투샷
작품등록일 :
2024.08.19 07:59
최근연재일 :
2024.09.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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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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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27 -


"결국 계약 해지했어요. 작가님."

"그래. 기사 봤다. 후회하진 않겠어?"

"네. 적어도 그 그룹에서는 더 이상 활동을 이어나가기는 힘들겠더라고요."


한지연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가뿐함이 살짝 느껴지는 건 내 기분탓일까.


[ 걸스온키치 한지연. 멤버들과의 불화가 사실이었나? 소속사와 전격 계약해지 발표... 향후 활동은? ]

[ 걸즈온키치 한지연 계약해지... 이유는 건강 악화? 걸즈온키치 다음 활동부터 4인 체제 돌입 ]


김미주와 나, 그리고 김진우 대표가 삼자대면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이는 결국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협희 하에 계약해지를 마쳤다.

다행히 한 번에 끓어올랐던 한지연과 걸즈온키치, 더 나아가 소속사와의 갈등에 대한 논란은 김진우 대표와 실무진들의 발빠른 대처에 의해 점점 사그라들었다.

김미주가 이간질을 시도했다는 걸 밝히는 건 이 사건에 연루된 모두에게 하등 이득이 될 것이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일절 발설하지 않았다.


"미주 언니가 연락을 했더라고요. 한 번 보자고."

"아 그래? 미주씨가? 갑자기 왜?"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서는 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요. 근데 뭔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뭔가...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고나 해야할까요?"

"그래?"

"네. 일단은 미주언니를 만나러 갔어요. 그런데 하... 참... 어이가 없어서."


한지연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김미주가 지연이에게 연락을 했다는 건, 아무래도 사과를 하려고 연락했을 확률이 높다.

당연히 이마에 피가 터지도록 머리를 박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이긴 하지만 지연이 성격에 이렇게 화를 내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 뭐 다른 말을 했나?


"왜? 미주씨가 뭐래?"

"자기가 언론에 거짓 제보했다고, 그건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 그럼 미주씨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거야?"

"네.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 중에 기자들의 신뢰를 얻을 만한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었거든요. 그런데 설마 멤버중에 있을 줄이야......"


그녀가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 지 앞니로 아랫잎술을 세게 깨물었다.


듣기로는 김미주와 연습생 때부터 오랜 기간동안 같이 해왔던 걸로 알고 있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이없었던 게 있어요. 이게 진짜 제가 정이 뚝 떨어진 점이거든요."

"뭔데?"

"자기 입장도 좀 생각해달래요. 리더로서 그룹의 분위기를 생각한 건 진심이었다고. 너가 너무 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아닌 것 같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이돌이 무슨 연기를 하냐며 되려 화까지 내더라고요."


아니다.

일단 미주가 아이돌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건 같이 일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자명한 사실.

게다가 요즘 연예계에서는 직업간 벽이 거의 허물어져있다.

배우가 노래를 하고, 가수가 코미디를 하고, 아이돌이 배우를 하는 그런 시대다.

아이돌이 무슨 연기를 하냐고?

시대에 뒤떨어진 머저리같은 소리일 뿐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언론사에 자기 맘대로 찌라시를 퍼뜨린 건 김미주 잘못이야."

"다른 멤버들한테는 너무 미안하네요...... 저 잘 선택한 거 맞겠죠?"

"그럼. 이렇게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이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어. 너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응원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그만 두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느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마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더욱 늪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김현주와 이혼하고 나서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한지연도 마찬가지겠지.


"너. 이제 연기 할거지?"

"그럼요!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까 오히려 좋다라고 생각하려구요."

"강하네. 너."


디렉팅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한지연.

이 애는 천재다.

내 입에서 나오지만 나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디렉팅을 스펀지마냥 쑥쑥 흡수했다.

만약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아닌 배우를 준비했다면 이 애는 지금 어떤 배우가 되어있었을까.

감도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요 작가님."

"응?"

"차기작 주연은 정해졌어요?"

"아니? 아직 정해지진 않았어."

"진짜요?"


수화기 너머로 벌써부터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김미주에게 느낀 배신감 따위는 저 멀리 날려버린 듯이.


"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무서울 정도다.

나조차 화딱지가 나서 씩씩댔는데.

정작 당사자인 이 애가 이런 상황에서도 웃다니.

일류다 일류.


"왜 웃으세요? 혹시 제가 캐스팅 해달라고 할까봐요?"

"아니."

"그럼요?"


어리둥절해 하는 지연에게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이 상황에도 웃는 너가 무서워서 그런다 무서워서."






******





방송국 MBN 12층 회의실.


새로운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기획회의가 막 열리기 시작한 참이었다.


"자자. 편성 회의 시작합시다."


MBN 드라마 국장 이형식이 책상을 두어번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편성팀장. 저희가 지금 편성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살짝 문제가 있다고 보고받았는데."

"네. 하반기에 예정된 드라마 두 개 사이에 공백이 생길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로요."

"음... 그렇군요. 제작팀장. 예산은요?"

"저... 회당 최대 1억 5천까지는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 놓인 종이를 황급히 뒤적거리더니 제작팀장이 급히 대답했다.


"1억 5천? 2억도 안돼요?"

"예......"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듯이 제작팀장의 목소리는 이미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회당 2억도 안되는 예산 가지고는 턱도 없이 부족한데. 허허......"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이형식이 머리를 매만진다.


이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유는 알고 있었다.


지난 분기에 방영된 TV 월화 드라마 [조선암행어사].

MBN에서 야심차게 300억 이상을 투입하여 압도적인 스케일로 제작한 드라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시청률은 1퍼센트 미만으로 저조했고, 본래 16부작을 타깃으로 만들어졌지만 단 3화만 방영된 채 조기종영 되었고 나머지 회차는 모두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었다.


그 여파로 자연스럽게 후속 작품에 할당되었던 제작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지금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형식이 할 수 없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원래는 공백 이전에 편성된 드라마의 분량을 좀 더 늘려서 편성 공백기를 채울 심산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이 정도 밖에 없으니, 추가적인 예산을 더 투입하여 드라마 분량을 늘리는 건 좀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혹시 기획쪽에서는 미리 생각해 둔 기획안이 있으세요?"


현식이 기획팀장쪽을 바라보며 묻자, 기획팀장이 안경을 한 번 쓸어올린 후 대답했다.


"예. 현재 두 가지 기획안이 있긴 한데...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 때문에 추가 제작은 좀 버거워 보입니다."

"다른 의견은요?"

"무난하게 기존 인기있었던 프로그램을 재방송 하거나, 공백기 직전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스페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그렇군요. 기획팀장님 말대로 아무래도 무난하게 가는 게 제일 좋겠죠?"


이형식 국장에게 있어서 리스크는 지금으로서는 가장 멀리해야 할 단어다.

이미 한 번 [조선암행어사]로 대차게 말아먹은 뒤라 자칫 잘못하다간 국장 자리에서 내려와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때.


"저기... 제가 한 가지 제안 드릴 것이 있습니다."


기획팀의 막내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가만히 안 있어?"


기획팀장이 막내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라 낮은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회의 중에 막내가 발언을 한다는 건 이 업계에서는 왠지 모르게 금기시 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형식 국장은 방송계의 암묵적 룰을 그대로 따를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기획팀장님. 괜찮아요. 일단 들어나봅시다. 어떤 제안이죠?"

"웹드라마의 판권을 사서 방영하는 건 어떻습니까? 1달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웹드라마요?"

"그렇습니다."


기획팀 막내의 눈에는 모종의 확신이 담겨있었다.


"혹시 국장님. 요즘 살짝 이슈가 되었던 웹드라마가 뭔지 아십니까?"


'웹드라마?'


형식의 머릿속에서 웹드라마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웹드라마라는 게 경험이 없는 신인 배우, 신인 작가, 그리고 신인 감독들이 경험을 쌓는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하니까.

TV드라마와는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


"모릅니다. 어떤거죠?"

"『도플갱어』라고 최근에 유행한 웹드라마가 있습니다. 유형준 피디가 제작했고요."

"유형준 피디라면 그 『상승욕구』피디 아닙니까? JSBC에 있었던?"

"맞습니다. 벌써 구독자가 60만명이 넘었습니다."


기획팀 막내가 마치 자신이 만든 웹드라마인양 뿌듯해하며 이야기했다.


'그 실력 좋은 피디가 왜 웹드라마를 한 거지? 벌만큼 벌었다 그건가?'


하지만 그닥 내키지는 않았다.

아무리 편성에 펑크가 났다고 해도 웹드라마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더 나아 보였다.

기존에 방영된 드라마 관련 특전 영상을 방영만 해도 광고비를 더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지금 현재 저희 상황으로 봐서는 웹드라마 판권을 사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좀 더 재정에 도움이 되는 선택지가 있을 것 같거든요."

"알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팀 막내가 예의바르게 그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일단 편성 공백은 특전 영상을 방영하는걸로 합시다. 구체화 되면 보고 주세요. 이상으로 회의 마치겠습니다."





******



"어우..... 배고파."


MBN방송국 임원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져 이형식 국장이 집에 돌아왔을 땐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었는지 집 안은 어둡고 고요했다.


너무 출출한 나머지 형식은 씻는것도 잠시 미뤄두고 냉장고 문을 부리나케 열었다.

낮에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었는지, 먹다 남은 닭강정 몇 조각이 보인다.


'오. 이거면 딱 적당하겠네.'


디링-


살짝 데운 닭강정과 맥주 한 캔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티비 리모컨의 전원을 눌렀다.


화면 위쪽 상단에는 조그맣게 'JSBC DRAMA NET'이라고 써져있다.


JSBC DRAMA NET.


경쟁 방송사 JSBC 소속의 드라마 전문 채널이다.


형식이 눈을 가늘게 뜨고 TV화면을 주시한다.

드라마 채널, 특히 경쟁사 채널만 볼 때 나오는 그의 특유의 버릇.

상황이 상황인지라 형식은 경쟁사가 어떤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지, 반응은 어떤지 눈에 불을 켜고 볼 수 밖에 없다.

국장직 목숨이 위태로우니까.


'처음 보는 배우들인데...... 웹드라마인보군.'


마스크가 생소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장르는 평범한 멜로물.


그러나 TV 드라마와는 다른 짧은 호흡 덕분인지 보는데에 부담도 적었고 연출에 있어서 참신한 시도들도 돋보여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생각보다는 괜찮네?'


경쟁사에서 이렇게 웹드라마를 편성해놓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

새삼 자신이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이형식 국장이었다.


문득 회의에서 기획팀 막내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러브데스 필름이라고 했었지?'


너튜브 앱을 열고 채널로 들어가자 드라마 한 편이 눈에 띈다.

배도 부르겠다, 피곤하겠다, 바로 잠 자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욕구를 꾹 참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내친 김에 봐야지, 나중에 찾아서 보려면 힘드니까.


장르는 이국장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스릴러 장르.


살짝 표정을 찡그리고는, 이국장이 영상의 재생버튼을 살며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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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질투 24.09.02 1,048 31 14쪽
16 촬영 시작 24.09.01 1,000 30 14쪽
15 신인 작가가 말아주는 연기 디렉팅 24.09.01 1,044 34 13쪽
14 PPL은 아무나 따오나 (2) - 完 24.08.31 1,008 32 13쪽
13 PPL은 아무나 따오나 (1) 24.08.30 1,031 36 13쪽
12 내 작품에는 당신이 필요해 (3) - 完 24.08.29 1,058 35 13쪽
11 내 작품에는 당신이 필요해 (2) 24.08.28 1,077 35 11쪽
10 내 작품에는 당신이 필요해 (1) +1 24.08.27 1,095 35 12쪽
9 오디션(2) +1 24.08.26 1,098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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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배우와의 조우 +2 24.08.24 1,200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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