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혼 당했더니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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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투샷
작품등록일 :
2024.08.19 07:59
최근연재일 :
2024.09.14 10:2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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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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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

DUMMY

- 20 -


"오늘 마지막 화야?  뭐야 너무 아쉽다!"


다음 스케줄을 향해 달리는 걸즈온키치 승합차 안.

예리가 업로드 된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이는 아쉬운 감정보다는 한지연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의도가 훨씬 더 큰 말이었다.


"......"

"언니. 요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러니까. 지연아 너 요즘 왜 그렇게 다운되어있어? 드라마도 잘 되고 신곡도 잘 되고있는데...... 무슨 고민 있어?"


민지와 예리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지연을 바라보았다.


"아니...... 별 거 아냐."


지연은 대충 얼버무리고 창 밖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살짝 고인 눈물을 없애기 위해 눈을 크게 서너번 깜빡였다.


저번 주.

걸즈온키치의 소속사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진우가 따로 한지연을 호출했다.


"저를요? 왜요?"

"나도 모르겠다. 실장님 팀장님 다 건너뛰고 나한테 다이렉트로 말씀 하신게 처음이라...... 내일 스케줄 끝나면 8시니까 9시쯤 뵈러간다고 말씀드릴게."

"알겠어요."


그녀의 매니저도 잘 모르는 일인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



"지연아."

"네. 대표님."


김진우 대표의 방.

항상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던 김진우의 표정은 어찌된 일인지 다소 차겁게 굳어있었다.


"혹시 나한테 할 말이나 그런 거 없니?"

"할 말이요?"


그녀에게 있어서 김진우 대표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일 뿐이었다.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줬고, 아이돌 생활에 있어서의 고민도 매니저만큼이나 조언도 많이 해줬으니까.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대표님 덕분에 연기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허리를 숙이며 씩씩하게 인사했지만 김진우의 태도는 평소 그녀를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평소라면 미소지으면서 더 필요한 거나 부족한 게 없는지 물어봤을 터.


"그래 다행이네. 아이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지?"

"그럼요. 이번 신곡 연습도 얼마나 많이 했는데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알겠다."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신건가요?"


확연히 다른 대표님의 태도에 한지연은 살짝 불안해졌다.

혹시 연기를 하는 게 맘에 안드신건가?

아니면 무대에서의 모습이 맘에 안 드셨나?


"아냐 아냐. 너 연기 때문에 아이돌 활동 할 시간이 좀 부족한가 해서."

"한 번도 연습시간에 늦은 적 없어요. 몸은 좀 힘들지만 괜찮아요!"


당당한 지연의 대답에 김진우는 살짝 망설였다.


연예부 기자에게서 그에게 걸려온 전화.

이 능구렁이 같은 기자가 말한 게 사실인지 맘 같아서는 하나하나 캐묻고싶었다.

하지만 괜히 물었다가 괜히 사기가 떨어질까 섣불리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일단 그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알겠어. 그냥 노파심에 한 말이야. 나가봐도 돼."


마음 한 켠이 불편한 지연에게 그는 애써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지연은 왜 김진우 대표님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남겼는지 알 수 있었다.


[ 걸즈온키치 내부 갈등? 엔터는 전면부인... 무슨 일이? ]

[ 5년차 아이돌 걸즈온키치 불화설 점화... 신곡 활동에 타격 있을 수도 ]


기사의 내용은 연기하는 멤버 한 명이 분위기를 흐리고 아이돌 활동을 소홀히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뭐야? 우리가 불화설? 그리고 지연이가 신곡 준비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활동에 소홀하다니. "

"도대체 어떤 놈이 뭘 안다고?"

"언니! 이게 말이 돼?"


멤버들이 기사들을 보고 저마다 한 마디씩 불평을 내뱉었지만 지연은 그들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런 내부 불화설의 근원지가 멤버들 중 한 명일 수 있으니까.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충분했다.


지연은 그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신곡 무대에서는 잦은 실수를 범했고, 스케줄이 끝나도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기 일쑤였다.


[ 한지연 왤케 실수많음? ]

[ 원래 존재감 없었는데 실수하니까 존재감은 있네ㅋㅋㅋㅋㅋㅋㅋ]

[연기하더니 저럴 거면 그냥 탈퇴하고 배우나 하지]


이럴수록 팬들과 대중들은 진실도 모른 채 그녀를 비난했다.

말 그대로 '나비효과'.

미주의 책임 없는 제보 한 마디는 대중들의 비난이라는 태풍이 되어 지연의 마음을 온통 뒤집어놓았다.


'어떡하지? 나 진짜 어떡해...'


이를 악물고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이 야속하게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쫑파티가 끝나고 난 후.

나와 유피디님은 시내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유피디님. 그게 정말이예요?"

"어떤 거요?"

"웹툰화 제의가 들어왔다는 거 말이예요."


분명히 작품이 끝났기에 홀가분해졌어야 할 마음 한 켠이 살짝 무겁다.

웹툰화라니.

아직 웹툰화를 할 만한 볼륨도 아니다.

10분 남짓한 영상 6개로는 아무리 각색하고 스토리를 잡아 끌어도 50화 수준에서 완결 날텐데.

그런데 웹드라마도 웹툰화가 된 적이 있나?


"그렇다니까요."

"웹소설이 웹툰이 되거나, 웹툰이 드라마화 되는 건 많이 들어봤어도 거꾸로 되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

"에이. 작가님이 모르셔서 그래요. 요즘 웹드라마나 드라마가 거꾸로 웹툰이 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요?"


피디님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그 화면을 내 눈 가까이 들이밀었다.


[ 드라마.영화 ⇒ 웹툰... '거꾸로 콘텐츠'제작 늘어난다. ]

[ 본격화되는 '드라마의 웹툰화' ... 애정하는 주인공들의 또 다른 모습]


'드라마 웹툰화'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뉴스들이 포탈 사이트의 뉴스란에 좌르륵 떴다.

이렇게나 많구나.


"그래서 여쭤 본 거예요. 혹시 시리즈물로 갈 생각 있냐고요."

"하... 아직 생각 해 본 적이 없네요. 시리즈물이라니."


처음에 유피디님이 제안하신 건 5~6부작 완결의 짧은 웹드라마였다.

나는 몇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최대한 6부작 드라마에 최적화된 스토리라인을 구상하고 캐릭터를 조형했다.


정한을 죽인 정한의 도플갱어가 유리를 미행하기 시작하는 초반부 스토리.

정한을 남몰래 짝사랑했던 승희가 도플갱어임을 눈치채고 유리와 정한을 이어주려고 하는 중반부.

미쳐버린 유리가 결국 도플갱어와 승희를 모두 죽인 채 끝난 결말까지.

모두 6부에 딱 맞는 기승전결 구조다.


웹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초반부터 마지막 결말까지 어둡고 절망적인 스토리라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열연일 것이다.

하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해주는 질질 끌지 않는 스토리라인,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캐릭터의 입체감 또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놔주지 않은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즉, 6부작 이상으로 길게 늘어뜨리면 안된다는 거다.


그러나 차기작을 제작하기 위한 제작비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임금까지 고려하면 이를 거절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어떡하지?


"작가님."


내가 한 동안 땅을 보고 생각에 잠겨있자 피디님이 조용하게 나를 불렀다.


"네?"

"지금, 작품 말고 다른 거 생각하고 계시죠? 제작비라던가, 차기작이라던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웃음.

방송물을 20년 넘게 먹었으니 신인 작가의 고민 정도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건가.

왠지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아...... 그게......"

"그럼 제 의견을 그럼 먼저 말씀드릴까요? 제가 먼저 말하면 뭐든 동의 하실까봐 말 안하고 있었는데."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불안했다.

제작비와 인건비가 부족하니 이번 작품을 좀 더 늘릴 수 없겠냐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하지만 역시 유피디님은 유피디님이었다.


"저는 웹툰화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 왜요?"

"아무리 봐도 이 스토리는 여기서 딱 끝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이렇게 최고의 결말로 마무리 지은 채 시즌2가 시작된다고 하면 뭔가 시즌 1때 받았던 그 몰입감과 감동이 틀림 없이 반감될 것 같거든요."


내가 느낀 그대로를 말로 잘 풀어 설명해 주시는 우리의 피디님.

안 그래도 샘솟고 있던 존경심이 마치 새로 뚫린 온천마냥 펑펑 쏟아진다.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진짜로."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작가님도 그냥 맞장구 치시는 거 아니죠?"

"하늘에 맹세합니다."

"그러고 보면 작가님은 참 대단해요."

"뭐가요?"


갑자기 나를 추켜세워주시는 피디님.

쫑파티때도 그렇게 비행기를 태우시더니 또?


"메소드 엔터테인먼트 알죠? 지훈이 소속사."

"네. 알죠."

"그 쪽 실장이 제 지인인데 전화가 왔더라고요. 도대체 작가님이 누구냐고. 한 번 만나볼 수 있겠냐고요."


피디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갑자기 저를요? 왜요?"


지훈이 이외에 단 한 번도 메소드 엔터 사람이랑 접촉한 적은 없다.

지훈이 이 녀석.

내 이야기를 메소드 엔터에 좀 한 건가?


"궁금하대요. 지훈이가 연기 디렉팅을 작가님이 해주셨다고 했다고. 제가 알기로는 메소드 엔터 지금 드라마 제작쪽 사업도 확장하는 걸로 알거든요. 그거의 일환이지 않을까요?"


메소드 엔터라니.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그리고 소속 배우들도 하나같이 실력이 좋은 회사다.

이런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 날이 오다니.

물론 아직 정식으로 받진 않았지만 감개가 무량하다.


"그 쪽 소속으로 들어가면 제작비 걱정 없이 작가님이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을 겁니다. 소속 배우들도 엄청나게 실력 좋구요. 참고로 제가 연출한 드라마 [상승욕구]의 주연이었던 유세은도 그 소속사예요."

"피디님은요?"

"하하! 저요? 저는 이 채널을 계속 키울 생각이예요. 그럴 각오로 나온 거고요."


역시.

피디님은 어디 소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컨텐츠 제작을 추구하시니까.


좀 생각은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가 내세울 만한 작품은 이 웹드라마 한 개.

필모도 너무 없고, 경험도 너무 없다.

게다가 그 성공의 어느 정도는 퇴고 시스템도 한 몫 했고.


치정물이라는 건 장르라기보다는 소재 중 하나다.

『도플갱어』와 같은 치정스릴러가 있을 수도 있고, 치정 로맨스나 치정코미디가 있을 수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려면 아직 여기서 경험을 더 쌓는 것도 좋은 방법.


"아직 정식 제의가 온 것도 아니니 좀 더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

"한 번 만나 보실래요? 얼굴이라도 꼭 좀 보고 싶다고 하던데."

"음..."


만나는 것 자체는 괜찮지 않을까.

그 쪽에서 제시한 조건으로 내가 얼마나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도 있을테고.

일단은 수락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 때.


위이잉- 위이잉-


오른 쪽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거칠게 부르르 떨어댄다.


[ 한지연 ]


"지연이한테 전화 왔는데요?"

"이 늦은 밤에 갑자기 무슨일로...? 일단 받아보시죠."


나와 피디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


"여보세요?"

"작가님....흑흑... 저 너무 힘들어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지연이가 거의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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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새로운 기회? 24.09.04 958 29 12쪽
18 호사다마(好事多磨) +1 24.09.03 1,004 32 12쪽
17 질투 24.09.02 1,048 31 14쪽
16 촬영 시작 24.09.01 1,000 30 14쪽
15 신인 작가가 말아주는 연기 디렉팅 24.09.01 1,044 34 13쪽
14 PPL은 아무나 따오나 (2) - 完 24.08.31 1,008 32 13쪽
13 PPL은 아무나 따오나 (1) 24.08.30 1,031 36 13쪽
12 내 작품에는 당신이 필요해 (3) - 完 24.08.29 1,058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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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작품에는 당신이 필요해 (1) +1 24.08.27 1,095 35 12쪽
9 오디션(2) +1 24.08.26 1,097 34 12쪽
8 오디션(1) +1 24.08.25 1,149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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