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가 작곡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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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송
작품등록일 :
2024.08.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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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촬영 시작

DUMMY

아직은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

하지만 초여름의 태양은 벌써 서둘러 하늘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이미 사방이 환했다.


“흠~ 흠~.”


정진우 변호사는 어쩐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근데. 처남은 어째 첫 촬영인데 긴장한 구석이 하나도 없네.”


분명 호칭을 형이라고 바꿨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정진우 변호사는 태훈을 처남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창밖의 풍광을 보고 있던 태훈이 정진우 변호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변호사님? 호칭 정리를 바르게 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정확하게.”


정진우가 빙긋 웃었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근데 어쩐지 좋다. 처남이라는 호칭. 꼭 동생 같고. 내가 혼자 커서 좀 심심했거든.”

“......”

“그래서 보라 씨 하고 태훈이 너하고 서로 아끼는 모습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래.”


정진우 변호사의 기막힌 가족사.

태훈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에 농담으로라도 반응하기가 어려웠다.


태훈의 침묵에 정진우 변호사가 밝게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넌 어떻게 그렇게 긴장을 하나도 안 해? 촬영 처음이라면서.

나 같았으면, 어후, 엄청 떨릴 것 같은데. 나 처음에 법정에 섰을 때 말이야, 아휴,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리거든.”


떨림이라. 촬영장에서 그런 걸 못 느껴 본지는 꽤 되었다. 그래도.


“설레긴 해요.”


지난 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처음 해 보는 드라마 촬영인 까닭이었다. 하지만 태훈의 감정이 단순한 설렘만은 아니었다.


태훈은 오늘 평소답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었다.


송연수의 사고.


오늘 그 상황을 직면해야 했으니까. 태훈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진우에게는 태훈의 그런 속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그냥 ‘설렌다’가 끝인 거야? 하여튼 강심장이야.”


정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천천히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다. 차량이 부드럽게 나들목으로 진입했다.



**



“어서 와라. 태훈아.”


김규용 피디가 현장에 도착한 태훈을 직접 반갑게 맞아주었다.


읍내에서 한참 들어온 한적한 시골.

푸른 논밭 사이, 물가를 끼고 자리한 소박한 집이 드라마의 주 배경이 될 주인공의 집이었다.


“여기! 여기! 이쪽 좀 봐줘!”


촬영팀이 집 주변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와 조명 장비들, 어지럽게 늘어진 전선들이 태훈의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드라마 촬영이 처음일 뿐, 태훈도 뮤직비디오나 예능에서 야외 촬영을 종종 했었으니까.


정진우가 김규용 피디에게 넙죽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김규용 감독님. 저는 태훈이의 일일 매니저 정진우라고 합니다.”

“오. 일일 매니저요?”

“아, 아는 형님인데요. 촬영 장소가 멀다고 일부러 따라와 주셨어요.”

“오, 그래요? 잘 왔어요. 이쪽으로 와요.”


김규용 피디가 안내한 간이 천막.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자리한 곳이었다.


대부분 중견 배우들인 이들이 대본을 살피거나, 작게 담소를 나누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어머, 얘. 잘했다. 한 번쯤은 그렇게 하는 게 좋아.”

“그러니까. 하고 나니까 잘했다 싶어.”


김규용 피디와 오랜 인연을 맺었던 배우들이 출연료나 배역의 비중과 관계없이 함께 한 자리.


그런 탓에 그냥 촬영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쩐지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같은 포근한 느낌.


이곳에 모인 배우 중 다수가 어제저녁에 들어와서 함께 숙박하며 김규용 피디의 마지막을 기념하기도 했으니. 거장의 마지막은 조촐하지만, 따뜻했다.


“여러분, 우리 주인공께서 오셨습니다.”


차분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김규용 피디의 넉살에 배우들의 시선이 전부 태훈에게 모여들었다.


“태훈아. 인사드려라.”

“안녕하세요! K예술고등학교 연기과 1학년 성태훈이라고 합니다!”


태훈이 최선을 다해 십대다운 푸릇함을 연기하며 힘차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아이돌 데뷔 초기가 생각나는 인사였다.


“그래. 어서 와.”

“이야, 인사 한번 씩씩해서 좋다. 허허.”


다들 한마디씩 덕담을 하는 가운데, 한 중년 여배우가 일어나 태훈에게 다가왔다.


“반가워. 나 류승애라고 해. 네 엄마 역이야.”

“네. 말씀 들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래. 이제부터 엄마와 아들인데 너무 딱딱하게 하지 말고. 편하게 해. 편하게.”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여배우. 류승애.

그녀가 태훈을 향해 따뜻하게 웃었다.


“미리 대본 리딩 모임이라도 한 번 했으면, 그때 봤을 텐데. 우리 감독님이 단막극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가시는 바람에 아들을 이제야 처음 보네.”


장난스럽게 나무라는 류승애의 말에 김규용 피디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했다.


“허허. 승애야. 그게 나 위해서 그랬냐? 다들 바쁘신데 힘 빼지 마시라고 내가 배려한 거지. 단막극이고, 어차피 거의 합숙인 마당에 대본 리딩이야 지금 잠깐 하면 돼지.”


“어휴, 우리 규용 감독님은 항상 저런 식이라니까. 얼렁뚱땅. 근데 또 결과물은 잘 나오니까 할 말은 없고. 옛날에도 그랬어.”


실제로 김규용 피디는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른 감독으로 유명했다.


캐스팅에는 까다로웠지만, 그것만 넘어가면 촬영 준비 과정이나, 촬영 과정 모두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그런데도 그런 엄청난 결과를 냈으니, 또 전설인 거고.


“아무튼, 안 그래도 너무 궁금했어. 배우 보는 눈 까다로운 우리 감독님 마음에 쏙 들었다는 애가 누군가하고.”


류승애가 김규용 감독을 흘깃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니, 이번 작품은 꼭 신인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다니까. ‘아이고 감독님. 신인 중에서 감독님 눈높이 맞출 주인공 아역이 어디 있겠어요.’ 조연이면 또 몰라도.”


마치 연기를 하듯 말을 하는 류승애였다.


“아니나, 달라? 한참을 지나도 확정했다는 얘기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기존 아역 중에 하시지 그랬는데. 진짜로 완전 신인을 캐스팅하신 거야. 어찌나 궁금하던지.”


거기까지 말을 하자, 김규용 피디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왜 태훈이를 캐스팅했는지.”

“어련하시겠어요. 졸업 작품인데. 나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류승애가 태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잘해 보자.”

“네. 잘 부탁드립니다.”


빙긋, 웃음을 남기고 돌아서려던 류승애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첫 촬영이니까. NG 좀 냈다고 주눅 들지 말고, 편하게 해. 여기 봐서 알겠지만, 다들 좋은 분들이야. 충분히 이해하니까. 알겠지?”


태훈을 기대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는 신인 연기자의 실수는 예상하는 듯했다.


아무리 단막극이라고 해도 첫 연기에 첫 주연.

게다가 상대가 이렇게 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이라면, 긴장하는 것이 당연할 테니까.


“네, 감사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훈이 꾸벅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정진우 변호사를 찾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하하하! 그러니까. 우리 주인공 매니저님이시구만요.”

“내일까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야, 근데 우리 주인공 학생이 능력이 좋네. 변호사를 다 매니저로 두고.”


정진우 변호사가 배우들에게 명함을 싹 돌린 참이었다.


“우리 태훈이도 잘 부탁드리고, 혹시 법적으로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십시오!”

“에이, 살면서 변호사님은 안 보는 게 좋지.”

“하하하. 그렇죠. 근데 세상일이라는 게 늘 혹시란 게 있지 않습니까. 제 입으로 이런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제가 제법 실력은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정진우가 저렇게 소탈해 보여서 그렇지, 대학재학 중에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까지 수석으로 마친 최고의 엘리트였다.


게다가 연예계 쪽과는 특별한 연이 있었기에, 이쪽 소송이라면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과 견주어도 실력 면에서 손색이 없을 인물이었다.


“으하하. 실력은 둘째치고, 싹싹해서 마음에 쏙 들어요. 내 혹시 주변에라도 변호사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꼭 소개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세련된 외모에 싹싹하기까지 한 정진우 변호사가 중견 배우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모양이었다.

모두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



“자, 그러면 간단하게 주요 장면들만 리딩 한번 가봅시다.”


천막 아래 둘러앉은 배우들이 저마다 대본을 들고 장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태훈이 처음으로 리딩 하게 되는 장면은 이번 극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였다.


알코올 중독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어린 아들을 놔두고 집을 나갔던 엄마.

그녀가 남편이 죽고 몇 년 뒤, 아들의 집에 찾아온 장면이었다.


집 밖을 서성이던 엄마가 몇 번이고 주저하던 걸음을 고쳐 잡고. 겨우 집안에 발을 디딘다.


“......”


빨래를 널던 아들과 마주친 엄마.


태훈의 첫 번째 대사가 시작되는 장면이었다. 모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대본과 태훈을 번갈아 보았다.


태훈이 깊은 몰입에 빠져들었다. 선명한 한 줄기의 자의식만을 남겨둔 채.


대본 리딩이었지만, 태훈의 몰입은 실제 연기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윽고 주인공 성호가 된, 태훈의 입에서 첫 대사가 나왔다.


“어... 엄마?”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태훈이 모든 연기자를 놀라게 하는 것은.


태훈의 단 한마디 대사에서, 믿기지 않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을 때의 그 떨림과 긴장이 고스란히 전해진 까닭이었다.


“성호야...”


엄마가 힘겹게 아들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꿈에도 그리던 엄마.

가장 그리운 사람. 하지만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 날 버리고 떠난 엄마.


태훈의 눈빛과 표정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다.


“어, 엄마가 어떻게... 어떻게...”


카메라 클로즈업에만 보일 법한 미묘한 눈동자의 떨림,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이 저 깊은 곳에 있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정으로 끌어냈다.


“캬...”


어느 중견 배우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쏟아냈다. 그 옆의 배우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까이 둘러앉아 리딩을 하고 있는 탓에 태훈의 표정이 화면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된 까닭이었다.


“몰입 죽이네.”

“그죠?”

“얘 신인 맞아요? 몰입도 몰입인데. 저 표현력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잖아.”


엄청난 몰입으로 누구보다 깊게 주인공의 감정에 닿을 수 있는 태훈.

그 주인공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태훈은 강찬호 원장과 함께 수백 번 같은 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엄마를 증오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한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계속되는 대본 리딩.


장면이 바뀌어 갈수록, 태훈의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감탄이 더해가고 있었다.


“성호야. 엄마가...”

“엄마.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죽었어요.”


엄마를 받아주기는 했으나,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생각과는 달리 모진 말들이 되어 엄마를 향해 내뱉어졌다.


“며칠만이에요. 그냥 며칠만 계시는 거니까.”

“미안하다. 엄...”

“아, 진짜! 왜! 왜 그러는 거예요!”


밥을 먹던 주인공이 벌떡 일어나는 장면.

대본 리딩이니 만큼 그대로 앉아 있는 태훈이었지만, 표정은 실제 연기 그대로였다.


젖은 목소리, 파르르 떨리는 입술. 떨리는 잔근육 하나도 감정과 상관없이 움직이지 않는 듯한 기막힌 표정 연기.


어느새 대본이 아니라, 관람하듯 태훈과 류승애를 번갈아 보던 배우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어이구. 저러다가 승애 딸려 가겠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 거기다가 겨우 열일곱.

그의 상대는 자기 인생 전체보다 많은 연기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그런데도 태훈은 류승애의 연기에 끌려가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끌고 갈 판이었다.


그때였다.


“잠깐만! 잠깐만! 쉬었다 갈게요!”


류승애가 다음 대사 대신 손으로 X표를 그렸다.


“에이, 승애야. 여기서 항복이야?”

“아휴, 오빠. 뭐가 항복이야. 잠깐 쉬었다 가는 건데.”

“그게, 그 얘기 같은데. 허허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농담이었다. 이내 동료 배우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류승애가 혀를 쏙 내밀었다.


“한 번만 모른 척하고 넘어가요. 창피하니까.”


류승애가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곤 태훈을 향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태훈아. 이거 대본 리딩이야. 살살해.”

“아. 알아요. 엄마. 어? 아니, 선생님.”

“허. 얘 좀 봐라.”


아직 몰입과 현실을 오가는 태훈의 표정을 보며 경악한 류승애가 소리쳤다.


“아니, 감독님! 감독님은 어디서 이런 애들 데려오신 거예요. 아휴, 나 무서워서 같이 못 하겠어!”


이유 있는 호들갑을 떠는 류승애를 향해, 김규용 피디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승애야. 내가 말 안 했냐. 내 졸업 작품에 사람 대충 안 부른다고. 허허.”

“감독님 졸업시키다가 내가 졸업하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바짝 긴장하고 하라고. 허허허.”


대본 리딩만으로도 존재감을 입증한 태훈 때문에 더 화기애애 해지는 분위기.


그때였다.

류승애가 천막 바깥쪽으로 고개를 쭉 빼는가 싶더니, 누군가를 발견하고 밝게 웃었다.


“와! 우리 공주님 오셨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송연수가 이곳저곳을 향해 꾸벅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런 연수를 바라보는 중견 배우들의 입가엔 아빠, 엄마의 미소가 걸렸다.


“어휴, 우리 공주님은 뭘 먹고 이렇게 갈수록 더 예뻐져?”

“참나. 언니. 얘는 5살 때부터 안 예뻤던 적이 없었어요.”

“호호. 그건 그렇지.”


5살 때부터 왕성하게 활동했던 송연수는 이곳에 있는 모든 배우의 딸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배우들의 이런 반응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너도나도 흐뭇한 얼굴로 송연수와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뒤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쿠, 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어? 김 기자님이 여긴 어떻게?”


연예부 기자인 남성. 얼굴을 아는 몇몇 배우들이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을 의아해하던 순간이었다.


“제가 불렀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중년의 여성이 말했다.

태훈이 전에 학교에서 보았던, 송연수가 이모라 불렀던 그 매니저였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 김규용 감독님 은퇴 작인데, 기자 한 명 안 붙어서야 되겠습니까.”


송연수의 매니저가 배우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연수도 그야말로 의리로 여기까지 와서 촬영하잖아요. 우리 연수 지금 앨범 준비에, 밀린 CF 일정에, 드라마 준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거 잘 아시잖아요.”


어쩐지 송연수가 여기에 와 있는 게 탐탁지는 않다는 말투였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도 다 바쁘신 중에 온 거 저도 알죠. 그러니 기사 정도는 멋지게 나가야지요. 우리 김 기자님이 현장 스케치 잘해서 멋지게 기사 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말인즉, 송연수가 어려운 걸음 했으니, 의리 있는 배우라는 미담으로 언플 하나 정도는 박아야 하지 않겠냐는 뜻.

그 속뜻을 모르는 사람은 여기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김 기자라는 사람의 평판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니 저 깐깐한 송연수의 매니저가 데리고 오긴 했겠지만.


“제가 인사가 늦었네요. 인사드릴게요.”


송연수의 매니저가 뒤늦게 배우들에게 허리를 굽혔지만, 마음으로부터의 호의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태도였다.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그대로시네요.”

“실장님도 그대로십니다. 허허.”


뭔가 허공에 떠도는 듯한 의례적인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런 공기가 살짝 불편한 듯, 눈치를 보는 표정으로 서 있던 송연수가 태훈과 눈이 마주쳤다.


“어?”


놀란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태훈을 향해 걸음을 떼고는.


“그, 맞죠? 전에 학교에서...”


커다란 눈을 태훈에게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저 안 좋아하시던 분...”


태훈이 피식 웃으며 송연수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도 말했던 것 같은데요.”


송연수와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춘 태훈이 남은 말을 마저 내었다.


“저 송연수 씨 광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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