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가 작곡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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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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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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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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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는 건, 뿌린 대로

DUMMY

“응? 이게 뭐야?”


보라가 태훈이 내민 서류를 막 확인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형님! 형님, 접니다-.”


대문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라가 대번에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알아들었다.


“자치회 김 씨 아저씨 같은데?”

“그러네. 김 씨가 웬일이래?”


보라가 살펴보려던 서류를 내려놓고 대문으로 달려갔다.


“어?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어이, 보라구나. 그냥 뭐. 내가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잖냐. 동네 순찰차 돌다가 마당에서 소리가 들리길래 들러봤어. 이야, 뭐 좋은 냄새가 나네?”


태훈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비호감인 인물이었으니까.


성규명이 김 씨를 향해 대답했다.


“어, 우리 삼겹살 먹었어.”

“그래요? 좀 남은 거 있어요? 어휴, 내가 순찰돌다가 보니까, 밥을 못 먹었네.”

“그래? 고기 좀 남은 거 있는데, 구워줄까?”

“그러면 좋죠. 형님. 흐흐.”


김 씨가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반찬이 그대 있는 밥상이었기에 보라가 밥 한 공기를 떠서 김 씨 앞에 올려놓았다.


“고기는 지금 구워드릴게요.”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놓기 시작하는 보라. 김 씨가 성규명에게 물었다.


“근데, 웬 고기야. 형님 생일인가?”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태훈이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지 뭐야. 허허허.”

“장학금? 뭐야. 태훈이 무슨 딴따라 하는 고등학교 간 거 아니었어? 거기서도 공부 잘하면 장학금 주나?”


보라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저씨. 딴따라가 아니고 예술고등학교에요. K예술고등학교.”

“그러니까. 그게 딴따라 되고 싶은 애들 가는 데라며.”

“아니, 그게 아니고... 참.”


어차피 말해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보라가 입을 닫았다. 대신 아버지 성규명이 입을 열었다.


“우리 태훈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교장 선생님이 특별히 주신 장학금이야. 이 사람아. 뭘 알지도 못하면서.”

“아, 난 또. 공부 장학금이 아니고만. 그럼 그렇지.”


성규명의 말에 김 씨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형님은 뭘 내가 알지도 못한다고 그래요. 내가 명색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요. 내가.”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라는 건 사실 대단한 것 없는 감투 직이었지만, 김 씨에게는 평생의 유일한 완장이었다.


그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김 씨는 요즈음 말끝마다 위원, 위원하곤 했다.


“그 요즈음 하도 연예인 연예인 하고 추켜세우니까, 애들이 전부 헛바람 들어가지고 딴따라 한다고 난리를 치는 거 아니요.

그래서 그 예술고등학교인지, 딴따라 학교인지 해서 순 돈 벌어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뭔, 형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순간 성규명의 인상이 구겨졌지만, 규명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김 씨가 말을 쏟아냈다.


“거기 딴따라 학교가 그렇게 돈도 많이 든다더만. 태훈이 이놈도 순 공부할 생각은 안 하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형님하고 보라도 그래, 애가 헛바람이 들었으면 그걸 말려야지. 어휴.”


김 씨의 시선이 태훈에게로 향했다.


“얀마, 너는 인마 집이 이렇게 어려운데 공부를 하든지, 기술을 배우든지, 집에 도움 될 생각을 해야지. 뭔 딴따라를 한다고 비싼 돈 처발라 가며 거길 다니냐.”


김 씨가 강한 어조로 딴에는 훈계라고 생각할 말을 주르륵 내뱉었다.


“정신 차려 인마! 연예인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공부보다 100배는 어려워. 니가 인마, 인물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뭐가 내세울 게 있냐. 쯧.”


태훈이 피식 웃었다.

뭐 맞는 말도 있었다. 이 시절 태훈의 머리가 꽃밭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소중한 꿈이었다. 인생을 걸 정도로.

그래서 정말 미치도록 노력했다. 다시 살아도 더는 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너무도 감사한 희생이었다. 아버지와 누나의 희생은. 헛바람에 장단 맞춰준 거라고 모욕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태훈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보라가 고기를 굽던 집개를 탁 내려놓았다.


“아저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가난하면 꿈도 못 꿔요?”


분노한 얼굴의 성보라. 김 씨가 피식하고 웃었다.


“꿈은 무슨... 하긴 개꿈도 꿈이라면 꿈인가? 하여튼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연예인 한다고.”

“아니, 이 사람이, 근데?! 가! 이 사람아! 고기는 얼어 죽을. 보라야, 상 치워라.”

“아이고야 무섭네. 무서워. 내 참, 누가 거지인 줄 아나. 삼겹살 가지고 생색은. 안 먹어요. 안 먹어.”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김 씨가 오히려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때였다.

태훈이 김 씨를 향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왜!”

“저하고 내기 하나 하실래요?”


이번 생 들어 내기가 잦은 태훈.

뜬금없는 태훈의 제안에 김 씨가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을 구겼다.


“무슨 헛소리야. 뭔 내기를 해. 너하고.”

“제가 올해 내로 TV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못 나오면, 지금 다니는 학교 그만둘게요.”

“뭐?”

“대신 제가 주인공으로 TV에 나오면 아저씨가 우리 가족에게 정중하게 사과하시고,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사임하세요.”


태훈의 말에 김 씨가 이게 무슨 말인지 방귀인지 하는 표정으로 태훈을 쳐다보았다.


“TV 드라마 주인공?”

“네.”

“허! 아주 정신이 나갔네. 나갔어. 그래, 오냐, 좋다. 네가 TV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오면 아주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아뇨. 장을 지지실 필요까진 없고요. 똑바로 사과하시고, 자치위원만 사임하시면 돼요.”


자치위원 사임.

김 씨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평생에 유일한 감투. 지금 그에게 자치위원 자리는 가족 이상으로 소중했다.


하지만.

이깟 놈이 TV 드라마 주인공이라니. 그것도 올해 내로?

하! 위원직뿐만 아니라, 손모가지를 걸라고 해도 걸지.


태훈을 다시 한번 훑어본 김 씨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TV 주인공은 얼어 죽을. 그래, 좋다. 너 똑바로 약속해. 올해 내로 주인공! 그거 안 되면 너 딴따라 학교 그만두는 거다?”

“네. 그럼요. 아저씨도 약속 지키세요.”


태훈이 스마트폰을 흔들며 말했다.


“여기 약속 다 녹음했어요.”

“어이구. 남자가 모양 빠지게. 인마, 내가 넌 줄 알아? 난 한번 말하면 꼭 하는 사람이야!”


네. 네. 모양 빠지는 거 죽기보다 싫어하는 거 알죠. 그리고 증거가 있어야만 꼼짝 못 할 거라는 것도요.


“허! 드라마 주인공? 아이고, 내가 앓느니 죽지.”


김 씨가 다시 한번 실소를 터트리고는 대문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


태훈의 황당한 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보라가 그제야 태훈에게 입을 열었다.


“야, 태훈아! TV 드라마 주인공이라니! 너 미쳤어? 어떻게 그런 내기를 해! 그것도 학교를 걸고!”


보라는 흥분으로 얼굴이 벌게져 있었지만, 태훈은 여유로운 미소로 보라를 향해 눈짓했다.


“누나. 내가 준 서류 그거 보고 얘기해.”

“아니, 지금 서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김 씨 아저씨 찾아가서. 그 내기 취소한다고 해!”

“어휴, 누나. 서류부터 보고 얘기해.”


태훈이 몸을 굽혀서 보라의 옆에 있는 서류를 집고는 다시 보라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뭔데...”

“읽어 봐.”

“그러니까. 이게... 어? 출연계약서?”


보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란 보라를 본 아버지 성규명이 다가갔다.


“왜 보라야. 뭔데? 뭔데 그렇게 놀라?”


성규명이 보라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아 살피는 동안, 보라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뭐야 태훈아?”

“뭐긴. 말 그대로 출연계약서잖아.”

“그, 그러니까 무슨 출연계약서냐고.”


태훈이 태연하게 말했다.


“하나는 TV 단막드라마 주인공 계약서고, 다른 하나는 영화 조연 캐스팅 계약서인데...”


태훈이 찬찬히 캐스팅 내용에 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보라와 아버지의 눈이 점점 더 커지는가 싶더니.


“범죄의 시대?”

“해가 떠오르는 땅?”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각기 다른 작품의 제목을 말했다. 먼저 흥분한 건 아버지 성규명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무려 [해가 떠오르는 땅]을 만든 선생님이 우리 태훈이를 주인공으로 점찍으셨다는 거야?”


아버지 세대에게 [해가 떠오르는 땅]은 말 그대로 전설이었다. 모르면 간첩. 아니, 간첩도 이북에서 보고 내려온다는 전설의 드라마.


“아이고야! 이거는 가문의 영광이다! 영광이야! 으하하!”


성규명이 거의 만세를 부르듯 손뼉을 쳤다.

보라는 아직도 얼떨떨한지 멍한 표정으로 다시 집어 든 계약서와 태훈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태훈이 그런 누나에게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그거 출연료도 꽤 돼. 한번 봐봐. 그리고 나 이번에 데뷔하면, 진짜 장학금 나와.”

“장학... 금?”

“어. 큰 작품으로 데뷔하게 되어서, 전액 장학금 나올 거래. 앞으로 등록금 안 내도 돼.”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니...”


다시 한번 계약서를 한 장 한 장 살펴보던 보라의 눈이 흐려졌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들어찬 보라의 눈.


“하... 이게 진짜야? 너무 현실 같지가 않은데. 태훈아. 이거 꿈은 아니지?”

“당연히 꿈 아니지. 누나. 이제부터는 내가 돈 좀 벌어다 줄 테니까. 기대해.”

“아니, 지금 돈이 문제니...”


보라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몇 번이고 계약서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드라마의 주연이라니, 이렇게 큰 영화의 조연이라니. 내 동생 너무 장하다...”


이미 그렁그렁했던 보라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아버지 성규명이 그런 보라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어이구.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울고 그래? 그만 뚝! 에이, 우리 딸 그만 울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들어차 있었다.


“장하다. 장해. 우리 아들 장하다.”


성규명이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는 사이.

연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던 보라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그럼... 아까 김 씨 아저씨하고 내기 한 거는?”

“아. 그거.”


태훈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 뭐. 이기고 시작한다. 그런 말 있잖아. 사과받을 준비나 해.”

“뭐어?”


보라가 어이가 없다는 듯 태훈을 쳐다보았다. 성규명 역시 같은 표정으로 아들을 잠시 바라보는가 싶더니.


“헛! 허허! 으허허!”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으하하! 잘했다. 잘했어. 안 그래도 저 사람 저거 한 번씩 말 함부로 해서, 내가 저러다가 언제 한번 큰코다치지, 했다.”


성규명이 김 씨가 나간 대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거 못된 버릇 한번 고쳐야 해. 속이 다 후련하다! 위원, 위원, 아주 입에 달고 살더니만, 그만두고 나면 코가 쑥 빠지겠네. 으하하!”


아버지를 쳐다보던 보라가, 태훈 쪽으로 시선을 옮겨 잠깐 흘겨보는가 싶더니.


“으이구! 못 말린다. 못 말려!”


태훈을 향해 장난스럽게 주먹을 쥐어 들었다.



**



“......”


교장실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먼저 침묵을 깬 건 박도훈의 어머니였다.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 말씀은 우리 도훈이가 쟤를 협박해서 연극제의 상대 팀 공연을 망치려 했다 이 말씀인 거지요?”

“네. 그렇습니다.”


박도훈의 어머니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김동찬과 태훈 일행들을 흘겨보았다.


“증거는요? 증거는 가지고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엄마의 말에 조금은 초조한 기색이던 박도훈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증거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침착해라. 박도훈.’


김동찬이 자기 아빠 일이 걸려 있는 한, 쉽게 사실을 밝히지는 못 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던가.


박도훈은 녹음이 가능한 전화나, 기록이 남는 메신저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직접 만나서, 그것도 김동찬의 휴대폰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얘길 나눴다. 그런데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도훈의 생각과는 달리 교장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당연히 증거야 있지요. 동찬 학생?”


교장의 말에 슬쩍 눈치를 보던 김동찬이 스마트폰을 뒤져 파일을 재생시켰다.


- 너희 아버지 납품 끊겨도 돼? 내가 우리 아빠한테 한마디만 하면 너희 집 많이 어려워질 텐데. 괜찮아?


- 아, 이 새끼 말귀 못 알아먹네. 지난번에 잘 끝났으면 한 번이었지. 근데 사정이 달라졌잖아! 이번엔 아예 빠지라고 빼도 박도 못하게!


박도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시발, 이게 뭐야! 이게 어떻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도훈의 표정을 보며 태훈이 피식 웃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 박도훈 군.’


물론 태훈도 도민규, 판덕중과 함께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에 대한 증거를 남겼지만, 그걸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뜻밖에도 김동찬이 다른 폰으로 몰래 녹음을 해왔었으니까.

아마도 박도훈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었던 듯했다.


녹음 재생이 끝나자, 박도훈의 엄마가 도훈을 째려보았다.


‘증거 같은 건 없을 거라면서!’

‘아니, 엄마. 그게...’


입을 열지 않았어도 익히 그 내용이 짐작되는 두 사람의 눈빛.

교장이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도훈의 엄마가 선수를 쳤다.


“이, 이건 불법 녹음이에요! 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요!”

“허허. 아니지요. 이해 당사자의 녹음은 충분히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늘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교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여긴 법정도 아닙니다. 학폭위에서도 저게 증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하, 학폭위요?”


도훈의 엄마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쏟아 놓았다.


“아니, 교장 선생님. 애들끼리 장난 좀 친 거예요! 이런 걸로 학폭위 징계받으면, 우리 도훈이 앞날은 어쩌고요? 요즘 학폭 걸린 연예인들 줄줄이 깨지는 거 못 보셨어요?”


흥분한 도훈의 엄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지만, 교장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거지요.”

“교장 선생님! 애들이에요. 애들! 애들이 한번 실수한 걸로 애 앞길을 막으시겠다는 겁니까?”

“애라뇨. 고3입니다. 도훈 학생은 생일도 지나서 만 18세가 되었군요. 충분히 사리 분별할 수 있는 나이지요.”


이제 손발까지 바들바들 떨던 도훈 엄마가 소리쳤다.


“제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교장 선생님도 잘하신 거 하나도 없어요!”

“허허. 갑작스럽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대답할 수가 없네요. 무슨 말씀이실까요?”


도훈의 엄마가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아니, 주성찬 감독, 교감 선생님 동생이라면서요?”

“아, 그렇지요.”

“그리고. 김규용 PD님은 교장 선생님 절친이시고요?”

“네.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씀이군요.”

“어떻게 알았겠어요. 제가 학부모회 부회장인 거 모르셨어요? 엄마들 정보력 무시하지 마세요.”


교장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회장님이신 거야 잘 알지요. 그런데, 주 감독님과 김 PD님이 어쨌다는 말씀이신지?”

“아니! 그걸 모르세요? 그 대단한 분들이 ‘비상’ 공연 때는 안 오시고, 왜 저녁에만 오셨을까요? 그분들은 여기 동문도 아니시잖아요!”


도훈의 엄마가 교장과 태훈 일행을 번갈아 보며, 생각만 해도 분하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쟤들을 이렇게 편파적으로 감싸셨는데. 이번 연극제 결과, 우연이라고 생각하세요?

도훈이가 비상 회장으로서 얼마나 마음에 압박감을 느꼈으면 이런 행동까지 했겠어요?”


박도훈이 쾌재를 불렀다.

편파 때문에 주눅 들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사실관계는 아니었다.


교장도 꼬투리 잡힐 행동을 했다는 게 중요했다. 이때가 기회다 싶었던 박도훈이 말을 덧붙였다.


“저희도 정말 서운했습니다. 교장 선생님. 그런 분들에게 연기를 보일 기회란 게 흔한 기회는 아닌데, 저희도 공평하게 기회를 주셨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두 사람의 말에도 교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어머니들의 정보력이 아직은 조금 부족하신가 봅니다.”

“교장 선생님!”

“그 두 분이 저녁에만 오신 건 저나 교감 선생님 때문이 아닙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교장이 말을 더 들어보라는 듯 손을 저었다.


“연극제 심사 촬영본을 두 분에게 보내드렸지요.”

“네?”

“아시다시피 이번에 3팀이 지원을 하는 바람에, 사전 심사가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 촬영본을 보고, 두 분이 선택해서 오신 겁니다. 바쁘신 분들이라 시간을 많이 내시기 어려웠거든요.”

“... 아니!... 그게!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린 박도훈의 어머니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교장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일주일 뒤에 학폭위 열겠습니다. 그럼, 인제 그만 나가 보시지요.”



**



교장실 밖 복도와 연결된 로비.


“고개 들어! 도훈아! 네가 무슨 큰 죄 졌어? 학폭? 그깟 연예인 안 하면 그만이야.”


고개를 숙이고 분한 마음을 곱씹고 있는 박도훈의 등을 그의 엄마가 두드렸다.


도훈 엄마의 시선이 저만치 지나가는 태훈 무리를 향했다. 정확히는 김동찬에게로.


“쟤가 그 구멍가게 사장 아들이야? 허. 애가 무슨 친구들끼리 장난 좀 친 걸 고자질이나 하고! 얘, 너 이리 와봐.”


도훈의 엄마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김동찬이 움찔했지만, 태훈이 그녀와 동찬의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그만하시죠?”

“뭐? 넌 또 뭐야. 야, 이리 안 와? 너 이런 짓을 하면 너는 무사할 줄 알아? 내가 가만 있을 것 같아?”


녹음을 의식해서인지,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알 만한 뜻이었다. 김동찬 아버지 사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태훈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저기 아주머니. 제 생각에는 가만히 계셔야 할 것 같아요.”

“뭐?”

“제가 동찬 선배에게 사실대로 고백하면 해주겠다고 약속한 게 있어서요.”


도훈의 엄마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태훈을 바라볼 때였다.


“맞아요. 걔 말이. 아주머니, 그냥 가만히 계셔야 할 거예요.”


어느새 나타난 노서현이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도훈의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아니, 이 학교 애들은 다 왜 이 모양이야? 넌 또 뭔데 끼어들어!”

“저요? 아, 피자집 딸인데요.”


서현의 말에 태훈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맞지. 피자집 딸.


국내 최대 피자 프랜차이즈가 속한 종합 식품·외식기업 KPC. 그러니까 박도훈 아버지가 근무하는 바로 그 회사.


오너 가의 외동딸. 노서현.


뭐. 태훈이 돌아온 미래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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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내가 연기 천재라고? +6 24.08.24 9,511 206 16쪽
6 걸음을 내디뎠다 +8 24.08.23 9,531 210 14쪽
5 아이돌은 안 합니다 +7 24.08.22 9,936 224 16쪽
4 이 녀석은 진짜다 +4 24.08.21 9,935 223 15쪽
3 깜짝 오디션 +6 24.08.21 10,308 216 16쪽
2 가벼운 걸음으로 +5 24.08.20 11,214 210 12쪽
1 다시 만났던, 그날이었다 +28 24.08.19 13,363 2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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