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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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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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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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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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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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이 미친놈 했다(1)

DUMMY



링크의 영상은 초자연현상을 파헤치겠다는 과거 암사동 영상과는 사뭇 달랐다.



영상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 한 여성. 그녀는 영상의 도입부터 이곳 도봉동도 암사동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입을 떼며 등장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진한 화장. 그리고 땋아올린 머리. 그녀의 외모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여러분, 제가 암사동에서 말했었죠. 어지간한 기운이 있는 곳이 아니니까 오지말라고···. 이 동네도, 마찬가지예요. 아니, PD양반은 도대체 이런데를 어떻게 알고 자꾸 나를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온 데?”



영상 속 배경은 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그곳에서 새벽 시간 촬영이 된 것이었다.



“암사동 말고도, 요새 이곳에서도 낯선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많다고···. SNS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더라고요. 보살님이 암사동은 절대로 안 가신다고 하시니까···.”



앵글 밖 PD의 대꾸에 선녀 보살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아! 말도 마! 거긴 진짜 안 가! 여기는 거기보다 좀 덜 하기는 한데······.”




영상 속 주인공은 선녀보살이었다. 다시는 암사동 근처에 얼씬도 안겠다던 그녀. 그런 그녀의 얼굴이 커다랗게 클로즈업 되는 순간. 나는 영상을 멈췄다.



그 얼굴이 어딘가 낯설지가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간 사람이 아니라, 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 무렵. 갑자기 한 여성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신의 딸 ‘청옥’을 애타게 찾아 부르던 그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



그녀는 ‘청옥‘이라는 꼬마 아가씨의 엄마였다.



그녀는 분명히 나와 눈을 마추고 서로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영상 속 여성은 화장이 너무 진해서 좀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다시 보고 또 봐도 청옥의 엄마가 맞았다.




제법 규모가 큰 유튜버이자, 무속인인 그녀.



신통한 그녀는 영상의 말미에서 이 동네에도 커다란 어둠의 기운이 있으니, 사람들에게 방문을 자제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의 실력이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운 제단이나 악령의 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다음화 예고는 내 예상을 뛰어 넘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예고편의 선녀보살 그녀는 수풀이 무성한 공원의 길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걸음을 걷다 말고 자리에 멈춰섰다.



“미쳤어··· 요새 왜 가는 곳마다 왜 이렇죠?”


선녀 보살의 미간이 완전히 구겨졌다.


“왜요? 여기도 뭐가 또 있어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PD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잠시 어둠 속 한 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도 더러운 기운이······ 가득해.”




영상은 미스터리한 배경음악과 함께 거기서 끝났고, 마지막에 자막 한 줄이 나타났다.



-다음 화. 선녀보살 홍은동 미스터리에 다가가다.




다수의 동의를 얻은 댓글이 주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예고 영상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두 곳에서 숨겨진 제단이 등장한다면, 도봉동에 이어 홍은동까지 틀림없이 구원자가 연관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빈 노트에 도봉동, 홍은동 추가 조사라고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 문득 악령으로터 대한민국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SNS를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선녀보살 채널의 PD를 영입하던가.







“안녕하셨습니까!”



아침 일찍 만난 김 신부는 조수석에 올라타면서부터 기운이 넘쳤다. 게다가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청바지에 검은 가죽자켓. 사제복은 다 챙겨서 다닌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 그의 패션은 어딘가 지나쳤다.



“오늘 어디 약속있어?”



나는 의아함에 그에게 물었다. 만약 그가 입의 상의에 신부의 상징인 로만칼라 마저 없었다면, 영락없이 야외에 놀러가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 오늘 저희 액션 영화 찍으러 가는 길 아닌가요?”



생각지도 못한 그의 대답.



“···영···화?”



내 기억에 그런 일은 없었다. 사제가 배우도 아닌데, 영화라니···.



“아, 참! 신부님, 오늘 암사동 비닐 하우스 가신다면서요? 저는 안 데려 가실거예요?”



물론, 그를 데려가기는 하려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렇게 입었다고···?”



“그럼요! 무조건 기세입니다! 오늘은 악령하고 싸울 일은 없을 거 아닙니까. 상황에 맞게! 딱! 형사처럼···.”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큰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것의 정체는 선글라스.



짧은 머리를 세워 올린 것이나. 검은 잠자리 선글라스를 쓴 것까지 아마 김 신부도 영화를 꽤나 본 모양이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딱 근처까지 가면 아무도 건들지 못 할 겁니다. 형사 같지 않아요?”



일에 지친 나를 웃기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일을 도우려고 이렇게 입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김 신부···. 지금 한 여름인데? 괜찮겠어? 형사도 여름에는 가죽자켓은···.”



그러나, 에어컨이 작동중인 차안에서도 땀을 훔쳐가며 그는 열의를 불태웠다.



“이따가는 신부라는 말 대신, 미카엘이라고만 불러주십시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나는 그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함께한 지난 2주가 그에게는 말도 못한 스트레스였나···?





다행히 김 신부는 의뢰인의 집에까지 가죽자켓을 입고 가는 만행은 벌이지는 않았다. 그는 알아서, 상식이 있는 사람답게 반팔 카라티만 입고 오늘의 업무를 끝냈고, 우리는 소영 자매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신부님 말씀대로라면,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겠네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구원자인가 하는 그 놈, 왜 세상을 뒤엎고 싶을까요?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나도 계속 했던 고민이 김 신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도대체 구원자의 동기를 알 수 없었다. 대신 5사도의 말을 빌려, 대답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미친 놈이 이유를 말해주고 미치겠어?”



내 대답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 신부의 눈이 반짝였다.



“아! 그런 정답도 있었군요···. 몰랐어요. 아니, 생각도 못했네요. 말 그대로. 미친놈이 미친놈 했다! 맞죠?”




나는 그의 대답에 옅게 미소 지으며, 차를 몰아 소영자매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가는 동안 우리는 앞으로의 발생할 수 있는 일과 그에 따른 상황 정리에 대해 의논했고 영상 속 새로운 지역 두 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진짜 바빠지겠네요?”



“뭐, 제단이 없길 바라야지, 아니면 선녀보살, 그 사람이 틀렸기를 바라던가···.”



어느덧 소영자매를 만나기로한 장소에 차량이 도착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아직 영업을 하는 암사동 인근의 카페.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강 신부님 여기예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녀. 그녀의 의상이 범상치 않았다. 하얀색 딱 달라 붙는 티셔츠와 청바지, 검은 색 워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녀 자리 옆 한 쪽 의자에 걸쳐진 검은 자켓이었다.




“어!!?”


“어머!?”



한 순간 눈이 마주친 김 신부와 소영 자매 둘은 묘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고, 그 순간 카페 안쪽의 주방을 청소 중이던 한 여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와! 대박! 저 또라이 한 소영이랑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이 또 있다니···.”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이곳은 소영 자매의 친구가 운영하는 곳.



원래는 일찍 문을 닫지만, 오늘만큼은 친구의 부탁으로 조금 더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영업보다는 친구와의 밀린 수다가 목적인 듯 보였다.



“강 신부님! 이쪽은 제 친구이자 이 카페의 사장인 채린이에요. 저희 작전 본부를 무상으로 대관해준 고마운 친구죠.”



장난 섞인 소개에 카페 사장인 그녀는 손사레를 치며 인사를 해왔다.



“앞으로 오다 가다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많이 찾겠습니다. 강 무범입니다.”



“아휴···. 아니예요. 편할 때 와 주세요.”



서로 간의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소영 자매가 본격적인 일 이야기를 꺼냈다.



“아! 신부님, 조금 전까지 제가 5사도?! 그분이랑 통화는 했거든요. 안경도 잘 작동되는 것도 확인했고요. 아직은 근처에 모여 있나 보더라구요. 구원자인가 그 사람이 안 왔다네요. 11시쯤 되어야 그쪽으로 이동할 것 같다고 하던데···.”




나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내려보았다.



지금 시간. 오후 22시 33분. 약 30분 가량 시간이 남았다.



여유 있다면 여유 있는 이 시간.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구원자라는 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물론 그녀가 가진 장치의 성능도 궁금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능한 일인지.



“영상은 어디서 볼 수 있어요?”



내 물음에 그녀는 가게 밖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주차장 저기 한쪽 옆으로 딱! 신호가 오는 위치가 있더라구요. 고생 좀 할 줄 알았는데···. 확인 해 보실래요?”




주차장 한 켠,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은 어두운 그늘 아래 그녀의 차량이 주차 되어 있었다.



그녀의 차량은 구형 스태랙스. 그녀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량으로 나와 김 신부가 살짝 당황하는 사이 그녀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이래 보여도 취재할 때만 타고 다니는 비밀 차량입니다.”



소영 자매가 뒷문을 열자 각종 통신장비와 컴퓨터 그리고 여기저기 기계장치에서 들어온 노랗고 빨간 불빛이 바쁘게 깜박였다.



“아니, 이게 전부······.”



김 신부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먼저 차에 올라탔고,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한 뒤, 한 편에 연결된 모니터에 이것저것 클릭을 시작했다.



“이 정도는 해야죠. 특종을 하려면 별의 별 걸 다 해야 한다니까요. 자! 다 됐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모니터에는 창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무색하게 화면 속 영상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어···? 이게 왜 이래···?”



소영 자매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젖어 들었고, 다시 이것저것 기계장치를 세팅한 뒤에도 모니터에는 검은 화면만 출력 될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일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잘 안돼요?”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5사도 하고 연락을 했었거든요? 영상도 제대로 출력 되는 것까지 전부 다 확인 했는데, 이상하네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계속된 시도에도 영상은 출력 되지 않았다. 나는 급하게 5사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두두두, 뚜두두두, 연결이 되지 않아···.’



그러나 몇 번의 시도에도 응답이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여분 정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별일을 없을 터, 나는 가만히 소영 자매를 바라보다 결정을 내렸다.




“우리 둘이 먼저 가 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할 테니까. 자매님도 영상 복구 되거나 5사도한테 연락오면 연락 줘요. 알겠죠?”



이곳에서 의식이 진행 될 비닐하우스 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나는 차에 올라타며 김 신부에게 소리쳤다.



“뭐해! 빨리 가자고!!”



당혹스러워하는 소영 자매를 뒤로 하고 나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을 차를 몰았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의식은 23시에 시작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제물을 바치는 절차는 의식이 클라이막스로 향하거나, 클라이막스로 도입하는 순간일 것이다. 우리가 계획한 일은 인간을 제물로 삼으려는 ‘구원자’ 그 놈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니,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기만 해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김 신부!? 김 신부가 촬영을 좀 해줘야겠는데?”



본래 촬영은 소영 자매의 일이자 담당이었으나, 영상이 나오지 않는 지금은 맡길 사람이 김 신부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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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보자(3) 24.09.11 14 1 12쪽
20 제보자(2) 24.09.10 13 1 12쪽
19 제보자(1) 24.09.08 17 1 12쪽
18 제단으로(4) 24.09.07 12 1 12쪽
17 제단으로(3) 24.09.06 14 1 12쪽
16 제단으로(2) 24.09.05 16 1 12쪽
15 제단으로(1) 24.09.04 14 1 12쪽
14 암사동 미스터리(6) 24.09.03 17 1 12쪽
13 암사동 미스터리(5) 24.09.01 16 1 12쪽
12 암사동 미스터리(4) 24.08.31 22 1 13쪽
11 암사동 미스터리(3) 24.08.30 23 1 13쪽
10 암사동 미스터리(2) 24.08.29 22 1 12쪽
9 암사동 미스터리(1) 24.08.28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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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암사동에서(1) 24.08.24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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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마사제 강무범(4) 24.08.22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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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마사제 강무범(2) 24.08.20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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