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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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최근연재일 :
2024.09.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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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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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 미스터리(3)

DUMMY



하루의 시간은 나와 김 신부에게 힘들고 지친 육체와 정신에 꿀같은 휴식이 되었다.


정시에 퇴근한 직장인의 삶.


김 신부는 저녁 기도를 마치고 바로 수면에 들었다고 했고, 나도 마찬가지. 이제 곧 40이 되는 몸은 김 신부 보다 더 피로에 취약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자, 암사동 성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화가 왔다.



“네!? 뭐라구요? 진짜예요?”



상대방의 말이 확실한지. 김 신부는 눈이 빠질듯이 놀라 되물었다. 그리고 돌아 온 몇 마디 대답에 그의 놀란 감정은 바로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바뀌었고, 서둘러 전화을 끊고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강 신부님, 이게, 일이 좀 커졌는데요? 그······, 거기 사는 세대 대부분이···. 그러니까, 90% 정도가 심방을 원한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선동 마을에 사는 주민의 대다수가 자신들을 그리고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위한 기도와 축복을 원했다는 것이다.



나도 놀란 마음에 그저 김 신부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한국사회의 천주교인은 약 10% 정도. 대략적으로 생각해도 30%~40%만 되어도 그 수가 놀랄만 한데, 90%라니 6블럭 크기의 작은 마을이라고는 해도 그 수치는 놀라웠다.




기도와 축복이라는 말, 그리고 사제가 직접 그 의식을 행해준다는 말이 준 파급력 때문일까? 아니면, 절대적인 존재의 힘을 빌고 싶어하는 마음? 그것도 아니라면 뭐라도 좋으니, 작금의 이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서 였을까?



뭐가 어쨌든 한가지는 확실했다. 어떤 절박한 심정이 담겼다는 것. 기도와 축복으로 이 이상한 사건들이 멀어지고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 다시 일상을 되찾고 싶음 간절한 소망.



“강 신부님······. 조사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은 얻은 것이 맞겠죠?”



나는 김 신분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넘칠 정도로 충분했다.




그리고 우리가 암사동으로 향하는 그 사이 김 신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 신부님, 와!! 이 사람들 벌써 영상을 올렸어요. 어제 그 난리가 있었는데도, 새벽에 바로 업로드를 했나 본데요? 조회수도 장난아니예요.”



김 신부가 재생한 영상의 첫 장면은 진한 화장의 선녀보살이 경색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며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다들 잘 들어, 나는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다시는 여기 안 올 거야. 알아들어? 이곳에 오려는 놈들이 있다면, 진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여기는 어지간한 사람이 올 곳이 아냐!”



그녀의 발언이 대본에 없던 것이었는지, 촬영중인 PD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보살님 아직 아무것도 끝난게 없는데,저희한테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약간의 당황과 짜증이 섞인 그의 말에 카메라가 아닌 PD를 째려본 보살이 그를 야단치듯 성을 냈다.



“이곳에 있는 놈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냐! 어쩌려고 그래? 응? 나는 더 못해! 사람이 목숨내놓고 장사하라고!!?”



“······혹시 뭐가 있었어요?”



“아주 어두운 안개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떡하니 나를 노려봤어! 그 놈한테서 풍겨지는 그 더러운 기운······.”



말을 줄인 그녀가 그때의 생각을 하는지 ‘으으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진저리를 쳤다.



“문제는 그 놈은 고작 잡귀라는 거야! 그 놈 뒤에는 더 큰 놈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이런 큰일에 괜히 끼어들면, 나만 다쳐! PD 양반도 이쯤해 둬···. 이 일은 쉽게 보고 덤빌일이 아냐, 진짜······.”



다시 한 번 말을 줄인 그녀는 천천히 카메라를 향해 걷어 오는 가 싶더니, 카메라가 아닌 PD의 얼굴 앞에 앉아 얼굴을 그에게 가져갔다. 이미 그녀의 눈빛은 사람이 아닌 맹수의 그것과 흡사했다.



“내 말 진짜야. 농담이 아니라고, 당신, 그리고 당신 가족들까지 다 위험 할 수 있어.”



그렇게 짧은 인터뷰는 끝이 났고, 그녀가 뭘 봤는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의 영상이 다음 장면에 계속되었다. 쥐를 오해한 사람들과 그 뒤에 방울을 흔들면서 호통을 치는 선녀보살, 그리고 그곳으로 빠르게 모여든 사람들까지.




말 그대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김 신부는 나를 향해 물었다.




“강 신부님, 저 사람 말이 진짜일까요? 이제는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도통 구분이 안 되는데요.”



“뭐, 맞는 말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겠지? 다만, 확실한건 저 사람 완전히 돌팔이 사이비는 아냐, 오히려 좀 용한 무속인 같아.”



“신부님이 그렇게 말하실 정도면······.”



이번에 김 신부는 운전을 하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기에 진짜, 뭐가 있는게 확실 하군요. 저도 정신 똑바로 차려서 뭐가 있는지 샅샅이 확인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쉽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뭐? 아냐, 김 신부. 김 신부는 그냥 집에서 주민들을 위해 기도를 해줘, 그 사이 내가 주변을 샅샅이 살필테니까. 그리고 사제가 둘이나 가는데 그렇게 역할분담을 해야 여러 집을 확인 가능하지. 안 그래?”




김 신부의 답이 있고, 다시 여러 대화가 오가는 사이 우리는 암사동 성당에 도착했다.






* * *




암사동 성당의 사제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우리는 서로가 맡은 구역과 그 구역을 안내해 줄 신자분들을 소개 받고 바로 자리를 옮겼다. 해야 할 일도 많았거니와, 조금이라도 빨리 기도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이런···. 어째 어제보다 사람이 더 많은데요?”



김 신부의 말처럼 마을 입구에선 사람들은 어제보다 그 수가 배는 많았고, 훨씬 소란스러웠다.



“어휴···. 신부님 말도 마세요···.”




우리를 안내해준 50대의 중년의 자매님은 손에 꽉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저녁에, 하여튼 엄청크게 경찰하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새벽녘에는 좀 조용하다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해가뜨기 무섭게 사람들이 몰려들더라고요?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무슨 무당하나가 어제 그 난리를 친 것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여기서 사람 못살아요. 도대체 왜 이렇게 남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싸우고 난리들 떠는지, 아휴······.”



그녀의 구겨진 얼굴과 속에서부터 나오는 긴 한숨에 그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이고, 정말 힘드셨겠어요. 자매님···.”



김 신부는 곧바로 신자의 손을 잡고 어깨를 토닥이며 따듯한 위로를 해주었다. 우리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그정도 였지만, 그녀의 표정이 금세 좋아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가 먼저네, 네가 먼저네 지들끼리 싸워대는 통에 얼마나 짜증이났다구요. 우리집 아저씨가 조용히 좀하라니까, 오히려 눈을 위아래로 부라리던데요. 나도 얼마나 놀랐다고, 진짜 잡아먹으려고 했다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그간의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서로간에 더 좋은 자리랍시고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과 대치하는 주민들, 그리고 어제의 사건과 함께 터져버린 갈등에 나선 경찰들까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평화롭던 동네가 순식간에 시끄럽고 불안한 곳으로 바뀌어 버렸으니까. 게다가 외부인들은 점점 주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했고, 그 갈등은 언제터질지 모르게 커져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게 자매님의 하소연을 들으며 우리는 마을로 접어 들었고, 내 눈에는 길 곳곳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수는 어제보다 더 늘어났지만, 놀라운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한가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길 곳곳에 보이는 경찰들이었다.



“그래도, 오늘이라도 경찰들을 보내줘서 다행이지, 혹시 저놈들이 또 싸워봐요. 싸움이 커지기라도 해봐!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데···. 우리가 매일같이 경찰서에 항의하고 전화하고···. 아휴······.”




나는 그녀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갈등이 언제터질지 몰라 불안했던 마음이 경찰의 존재로 인해 조금은 가라앉은 것이리라.



“그러게요. 지금이라도 경찰들이 보이니까 다행이네요. 걱정하실 일은 없겠어요.”


“그러니까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요. 요새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워, 우리 딸은 저 놈들이 무서워서 집에도 못오겠데, 그래서 며칠째 친구네 집에 있다니까요. 나도 무서운데 오죽하려고, 안 그래요? 신부님?”



“그렇죠.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말이예요.”


그녀는 나에게 그렇다고 맞장구를 하면서, 카메라를 세팅해 놓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헤치고 파란색 대문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30년 전에 지어진 다세대 주택으로 반지하와 1층 2층이렇게 3새대가 거주하는 집이었다.



“자, 이 집부터인데, 일단은······.”



그녀는 말꼬리를 늘리면서 대리석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크고 화려하게 생긴 철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송이엄마! 나야, 진아엄마! 집에 있어!?”



그렇게 두 번을 더 문을 두들겼을 때, 끼이익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며 얼굴이 푸석한 한 중년의 여성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피곤에 찌든 기색이 역력했다.



“어···. 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아니, 신부님들이 빨리 해주신다는데, 뜸들일거 있나···. 그럼 우리 들어가요?”



우리를 안내 해준 자매님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럼···? 뭐, 차라도 내와야 하나?”


집 주인인 여성분은 우리 자매님을 향해 물었으나, 그녀도 절차를 잘 모르기에 시선을 우리를 향해 돌렸다.



“자매님 일단 짧게 설명해드릴게요.”



김 신부가 두 여성을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 혹시 다른 분들이 더 있나요?”


“아뇨···. 송이 아빠는 아직 퇴근하기 전이고, 송이도 오늘 늦는다고 했는데···.”


“일단 저희 사제가 둘이 왔잖아요? 저는 어머님과 기도를 드릴거고, 그리고 우리 다른 신부님께서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축복을 해주실겁니다. 저희가 돌아 다닐 곳이 한 두 곳이아니라서···. 괜찮겠죠?”



약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송이 엄마는 우리 자매님을 한번 바라봤다. 아마도 이게 맞느냐고 묻는 눈치였다.



“이 집 말고도 오늘 스무 집은 더해야 해···. 이해 좀 해주라. 괜찮지?”


“이 늦은 시간에?”


“그래, 우리 마을 90%가 해달라고 했다니까! 경식이 엄마알지? 그 깐깐한···. 그 엄마도 해달라고 했다니까···.”



“그래···?”



두 사람이 수다꽃을 피우려 하는 사이 김 신부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각 방마다 성수 뿌리고 축복만 하는게 다예요. 크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우리 애 방은 더러운데···.”



“에이, 어머니 요새 애들이 다 그렇죠. 얼른 기도만 하고 나오겠습니다. 걱정하실 것 하나도 없어요.”


결국 사람 좋아 보이는 김 신부의 미소에 송이 엄마는 허락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옥상에 가려면 어떻게 하죠?”



그러자, 밖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된다고 그 방법을 이야기해 준 그녀는 옥상까지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냐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하는 김에 전부 다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 나으실 거예요.”


“그래! 송이엄마 신부님 말씀 들어, 그냥 해주신 다는데, 다 좋자고 하는 거지!”


그렇게 그녀를 설득한 나는 김 신부를 바라봤다. 이제 자신의 일을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였다.



“자, 어머님들 그럼 시작할게요. 이쪽에 와서 앉으세요. 그런데 어머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송이 엄마의 이름을 묻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김 근화라고 이야기했다.


“그럼, 기도하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김 신부는 성호경을 긋는 것으로 기도를 시작했고, 나는 김 신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수를 뿌리며 축복의 기도문을 읊었다.



“한 분이신 하느님께 청하오니, 오늘 김 근화 자매의 집에 축복을······”



세개의 방과 한 개의 화장실을 돌아보는 데는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들을 두고 옥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진짜 나의 할 일을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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