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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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최근연재일 :
2024.09.15 20: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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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461

작성
24.08.2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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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구마사제 강무범(1)

DUMMY



악마, 마귀나 사탄 등 그것들을 지칭하는 말은 다양하다. 또 기독교적 관점 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그것을 지칭하는 말들이 수 없이 존재한다.



말과 단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의미가 나타내는 본질은 동일하다.



악은 존재하며, 악의 존재들은 인간의 삶에 고통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수많은 문명과 종교는 이러한 악의 존재와 그 영향을 기록해 왔다.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 하는 동시에 악을 퇴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다양한 의식과 기도, 신성한 물건들을 사용해 악을 물리치고자 했고, 그 가운데 기독교의 구마세제들은 언제나 그 최전선에 서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구마사제다.


내 임무는 악의 존재들에 맞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악령따위는 미신이고 정신병이라고 치부하는 이 사회에서 나는 여전히 믿음을 가지고 악령과의 싸움을 계속해 가고 있다. 끊임없이 기도하며 신의 힘을 빌어 악을 물리치고 있다.



구식의 3층짜리 연립의 지상 주차장에서 오래된 SUV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오전 10시밖에 안됐는데도 흐릿한 하늘은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주님 오늘 하루도 무사히···.”



차안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마친 나는 휴대전화로 네비게이션 어플을 실행시켰다.



오늘의 목적지는 남양주. 구마를 의뢰한 한 교우의 집이었다.




전 세계의 구마사제가 몇이나 될까? 또 그들이 처리해야 할 일은 얼마나 되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구마사제는 약 300명 정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구마사제는 셋이었다.



그렇다고 그 셋이 각각 전국을 돌아 다니느냐? 그것도 아니다. 구마의식은 두 명의 사제가 담당한다. 직접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와 그를 보조하는 보조사제. 그러니까 둘이 서 한 팀이 되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나는 직접 의식을 주도하는 사제이고, 지금 내가 데리러가는 김 신부는 보조사제가 되겠다.



그럼 남은 한 명은?



이제 60세가 가까워 오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며, 후임자를 구해 놓고 한 발 물러나 계시는 나의 선배님이 되겠다.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쳐 줬다고 하시는.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대한민국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제 내가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셈이다. 몸이 세 개라도? 네 개라도 모자랄 판. 열개쯤이 된다고 해도 모자라는 게 맞다.



의뢰서의 내용만 가지고 추려내도 천 건이 넘게 일이 밀려 있으니까.




“아이고, 신부님 좋은 아침입니다. 우산은 챙기셨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차에 올라타는 이 친구는 우리 팀의 보조사제 김용진 미카엘 신부.



우람하고 남자답게 생긴것과는 다르게 몹시 곰살 맞았다. 천성 사제가 천직인 듯한 그의 미소에 나도 마주 웃어 보였다.



그와는 이제 손발을 같이 한지 일주일, 그는 해맑게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운전자가 심심하지 않게 보조석에 탄 그는 자신의 소임을 철저히 했고, 덕분에 나는 운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신부님 암사동 미스터리 그거 진짜일까요?”



느닷없이 들어오는 그의 질문. 나는 잠시 답을 망설였다.



나도 사람에게 악령이 씌인 것이 아닌 길거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 봤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구마의식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초보사제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순간 주저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신부는 내 답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봤을 때는 그거 다 누군가 기획하고 벌인 일 같은데, 왜 다들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일 일것 같은데, 다들 난리예요.”



“그래?”



“네, 진짜 요즘 난리가 났어요. 일단 이게 시작이거든요. 한 번 봐 보세요.”



그러면서 그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에 유튜브의 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영상의 나온 내용은 내가 어제 수십 번도 돌려 본, 처음 올라온 영상이었다.



“세상에 이런 게 말이나 될까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로 주목을 받고 싶을까요···? 그래도 돈이 되니까 그러겠죠?”





그는 이미 영상에 대해서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곧 그곳에 조사를 하러 가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선입견은 곤란했다.




“다른 영상들도 다 봤어? 그거 하나만 올라 온 게 아니던데?”



“보나 마나 뻔하지 않겠어요·····?”



“다른 것도 전부 확인해 봐.”



내 단호한 말투에 그는 살짝 눈치를 보다가 바쁘게 손을 움직여 관련 영상들을 확인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암사동에 나와있는 천수보살입니다. 바로 어제 업로드 된 영상이죠···.”



“안녕 오빠들! 애기동자 왔어요. 오늘 제가 나온 곳은 어디냐!? 엊그제 난리 난 바로 그곳!······.”



“형님들! 귀신이 뭐가 무섭다고 다들 난리야, 내가 이 무달이가! 나타나는 족족 다 패줄테니까, 나만 믿고 확인 해 봅시다.”




삼일간 업로드 된 영상이 20개를 넘어갔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비슷한 포멧을 하고 있었다.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주위에 사람들이 얼마가 있건 바람 같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더니 곧 그것은 소리를 바꿔 쿵,쿵 거리며 차례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결국 그 기이한 현상에 모두가 혼비백산을 하며 달아난다.




시청자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쫓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았다.




“에이! 강 신부님 이 사람들은 전부 돈 벌려고 이러는 거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은데요?”





그래 그의 말이 맞다. 돈이면 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린 비참한 사회니까.




그래서 나는 신호에 걸리자 마자 어제 받은 이메일을 김 신부에게 전달했다. 어차피 그도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으로 오늘의 마지막 조사지가 될 그곳에 가는 이유가 담긴 메일이었다.





“그렇지, 돈에 웃음이 아니라 영혼을 파는 시대가 되어버렸어. 그런데 말이야 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네? 그게 무슨······?”



당황한 김 신부의 표정에 나는 검지 손가락을 펴서 하늘을 가리켰다.



“위에서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니까. 이메일 좀 확인해 봐. 우리가 오늘 마지막 방문할 장소니까.”



조용해진 김 신부의 눈이 빠르게 전달 받은 메일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티칸에서 온 메일이라는 초보 사제로서는 감당 할 수 없는 무게의 단어가 김 신부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만들었다. 그는 메일의 내용을 거듭해서 읽으며 손을 떨기 시작했다.



“교·········교황청이요?”



“그렇지 이게 우리 일이야 김 신부, 정확히 우리는 교황청에 속해 있는 사제들이고. 비공식적이지만 말이야.”




한 동안 조용해진 김 신부는 오른손을 들어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눈을 감은 김 신부는 그대로 소리 내지 않고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




무범이 운전하는 차는 남양주 진접의 한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해 있던 한 사내가 무범의 차로 다가왔다.




“여깁니다! 강 신부님!!”



경기도 의정부 성모병원 소속의 이 선식 교수. 그는 가톨릭 신자이자, 서울과 경기의 구마의식을 도와주는 의사였다.



“아! 오랜만이네요. 이 교수님, 잘 지내셨어요? 그나저나 안경 바꾸셨네요. 얼굴도 좋아 보이시고요.”



작은 키에 둥그런 뿔테 안경은 그의 선한 인상에 지적인 이미지를 더 해 주었다. 근 한 달 만에 만나는 그는 표정이 밝아 보였다.



“뭐, 그렇지요. 앉아서 의뢰서만 쳐다보고 있으니, 좀이 쑤시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 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단 괜찮습니다. 마누라랑 운동도 좀 하고···.”




그렇다, 나는 경상도에서 약 보름 그리고 전라도에서 다시 보름을 보낸 후 다시 서울에 돌아온 참이었다.



나는 주차를 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부리나케 김 신부를 그에게 소개했다.



“이 교수님 이쪽이 새로운 우리 보조사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 용진 미카엘 신부입니다. 주님의 평화 안에서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휴! 아닙니다. 김 신부님 앞으로 제가 더 잘 부탁 드려야죠.”



이 선식 교수와 김 신부는 웃으며 악수를 하였고 마주 잡은 두손을 천천히 흔들며 서로 겸양의 인사를 나눴다.



이 선식 베드로. 그와 같은 은퇴 직전의 정신과 교수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귀중한 은인들이다.



구마 의식에 앞서 우리는 의학적 검토를 실시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에는 의학적 검진과 심리적 평가의 과학적 증거가 꼭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미신이나 추측이 아닌 객관적 자료와 분석을 통해, 환자를 파악하는 필수적 절차이자, 구마사제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게다가 일차적으로 의뢰에 대한 서면 평가를 그들이 전부 걸러 주었으니, 대단히 감사하고 큰 힘이 되는 일을 해주고 있었다.



“최 신부님 후임으로 오신 젊은 김 신부님이 아주 밝고 친절한 분이 시네요. 앞으로 즐겁게 일 할 수 있겠어요.”



웃으며 말을 마친 그는 나를 향해 우리가 만나러 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01동 1402호예요. 김 선아라는 아가씨 인데.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여자 애 입니다. 부모가 의뢰를 했는데 이미 근처의 병원에서는 조현병이라고 진단을 받은 모양이예요. 하지만, 부모는 딸이 성수와 십자가에 반응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그녀의 상태에 대해선 나도 이미 서면으로 읽어뒀기에 한 마디 거들었다.


“정신과 치료는 꼭 필요한 상태라는 거잖아요? 일단 들어가서 보고 이야기 하시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오른손을 들어 이마부터 천천히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그 집에 벨을 누를 때까지 마음 속으로 주님의 기도를 외며 걸음을 옮겼다.




‘하늘의 계신 우리 아버지······.’




1402호에 도착한 뒤 김 신부가 나를 한 번 쓸쩍 쳐다봤다. 벨을 누른다는 그의 의미.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김 신부가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가래 끓는 남성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네! 아버님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신뢰감 가득한 따듯한 김 신부의 목소리에 현관문이 열렸고, 동시에 쿰쿰한 냄새가 내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집 안의 작은 오솔길이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들과 위태롭게 탑처럼 쌓여있는 물건들로 인한.




“아이고···.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몰랐는데···. 들어 오시죠. 선아 엄마! 신부님들 오셨어.”



“···아니, 벌써 오셨데?”



런닝차림에 50대 남성은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했고, 쩔둑 거리며 걷는 것으로 보아 그도 분명히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나는 가장 먼저 집안으로 발을 들이며, 소리 낮게 이 집을 위해 기도했다.



“······주님의 이름으로 이 집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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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암사동 미스터리(4) 24.08.31 19 1 13쪽
11 암사동 미스터리(3) 24.08.30 20 1 13쪽
10 암사동 미스터리(2) 24.08.29 19 1 12쪽
9 암사동 미스터리(1) 24.08.28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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