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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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최근연재일 :
2024.09.15 20:5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72
추천수 :
26
글자수 :
135,461

작성
24.08.29 06:05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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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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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암사동 미스터리(2)

DUMMY



“잡귀 따위가, 감히 어떻게··· 막아야 하는데···.”



선녀 보살은 정신없이 손톱을 물어 뜯으며 카메라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살님, 그게 다 무슨 말씀이예요? 알아 듣게 설명 좀 해주세요!”



그녀를 찍고 있던 스탭들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순 없었다. 무려 삼일이나 이곳에 출근해서 교대로 쪽잠을 자며 끈질기게 기다렸기에, 무엇인가가 나타난 것 같은 지금이 그들에게는 큰 기회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선녀보살의 눈이 희번덕하게 돌아가더니 그 표정이 아주 기이하게 일그러졌고, 그녀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다고, 곧 그 놈이 올 거야!!”



그녀의 반응이 가져온 파장은 곧 일대를 뒤덮었다. 지금 이 동네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미스터리한 현상을 찍으려는 사람들. 일부는 카메라와 조명을 키고 선녀보살이 있는 장소로 부리나케 뛰었다.



“빨리가서 자리부터 잡아! 저기 분명히 뭐가 있으니까!!!”



그리고 도처에 있던 무속인들은 자신들도 무언가를 느껴보려는지, 자신의 무속의식에 사용하는 무구들을 꺼내들어 사용했다.




그들 중 지금 내 눈 앞을 막 지나치고 있는 한 사람.



턱이 뾰족하고 얇상하게 생긴 단발머리의 한 여성은 두 눈을 감고, 오른손은 자신의 귀를 막은 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밤이라 더더욱 신경에 거슬리는 휘파람 소리가 어둠속을 가르며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정작 어둠인 검은 뱀은 그 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유유히 자신의 길을 기어갔다. 검은 연기를 남기며.



어느새 사람들은 선녀보살 근처로 전부 자리를 옮겨갔고, 그 덕에 마지막 한 블럭은 본래의 고요함을 찾은 듯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를 찾아가는 한마리 뱀과 그 뒤를 쫓는 내가 전부였다.



쉐에엑, 쉐에엑 입에서 소리를 낼 때마다 녀석은 나를 돌아봤지만, 그 때마다 녀석의 붉은 눈을 확인한 나는 왠지 모르게 어둠의 실체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저 악한 기운만 느껴질 뿐.



그쯤되자 나는 스스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놈은 힘이 미약한, 말 그대로 잡귀이거나, 아니면 악령이나 악마의 하수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놈이 그냥 단순한 잡귀이기를 바랐다.



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신축빌라가 지어지고 있는 현장의 모퉁이를 돌아, 이내 뒷산으로 이어지는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두 세걸음 뒤에서 쫓아가던 내가 수풀에 발을 들였을 때에는 붉게 빛나던 눈빛도 검은 연기도, 어느 것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기묘하게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나는 순간 당혹감을 느끼며 녀석을 찾기 위해 주위를 돌아봤다. 하지만, 주위는 고요했고 녀석의 흔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놈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니면 ‘어딘가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워가며 긴장감을 더했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주변을 돌아볼 때,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전화의 진동이 느껴졌다.



메시지의 주인공은 김 신부.



“강 신부님, 이쪽에는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몰려가던데 괜찮으신가요?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휴대전화 속 시간은 어느덧 저녁 11시를 향했다. 나는 짧은 고민 끝에 메시지를 작성해 내려갔다.



“이쪽으로 오지 말고 우리가 만났던 입구에서 기다려. 그리고 오늘 일···.”



아직 확실한 단서가 아무것도 없는데 늦은 시간까지 체력을 아끼지 않고 조사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이곳을 조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일은 또 내일의 의뢰들이 있기 때문에, 우선은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김 신부에게 메시지를 작성하는 그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생님! 선생님!!”



바로 귓가에 들린 긴박한 목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했다.



“어!? 신부님이었어요?”



나를 불러세운 것은 젊은 경찰관이었다.



“자꾸 이상한 사람이 이 주변을 배회한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혹시 뭘 하고 계셨길래 제가 부르는 소리도 못들이시고···.”



경찰관은 나를 보자마자 긴장한 표정을 지우고 이것저것 물어왔고,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길래, 개인적인 호기심에 이곳에 들어왔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 동네분들이 지금 엄청 예민해서요. 조금만 시끄럽거나 이상하면 바로 신고를 하세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그곳에는 창문 밖으로 인상을 쓰고 쳐다 보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얼른 그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이 동네 주민들은 벌써 며칠 째 이어지는 소음공해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일 테니까.






“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다른 곳에 가서 하세요! 네!?”



“네?! 경찰관 아저씨도 그 유튜브 영상 못 보셨어요? 암사동 미스터리? 여기 말고 어디가서 그걸 확인하라는 거예요···.”





선녀보살이 있던 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들을 해산시키려는 열댓명의 경찰들에게 항의 했으나, 경찰들도 끄덕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나오고 사람 좋게 생긴 경찰관이 나서서 그들을 설득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시끄럽게 하지 말았어야죠. 여러분들 자꾸이러면 시끄럽다고 여기 주민분들이 계속 신고한단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여러분도 생각 좀 해보세요. 여기 주민들은 며칠 째 여러분들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고생하고 있습니다. 밤 뿐이에요? 대 낮에도 인터뷰다 뭐다 자꾸 카메라 들이밀고 하니까 다들 너무 힘드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좀 돌아가세요. 아니면 저쪽 큰길 쪽으로 나가서 하시던가요.”



경찰들도 오늘 선녀보살의 일로 지난 며칠 동안 참아 온 것이 터진 모양이었다.



“자! 다들 저쪽으로 가세요. 빨리요!”



그렇게 사람들을 이동시킬 때, 여기저기 불이 켜진 창문에서도 주민들의 불만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 좀 잡시다! 쫌!!”


“당신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 내가 싹다 고소할까!!? 어!!?”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유튜버들은 선동마을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밀려났다.



“경찰들이 이렇게 개인의 자유를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몇몇 유튜버들의 따지고 물었지만, 경찰들은 완강했다.


“오늘은 마을 밖에서 촬영하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주지 마시고···.”



나는 그들을 뒤로 하고 김 신부와 함께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 * *




다음 날 남양주 일대의 정해진 스케쥴을 마친 우리는 다시 암사동으로 향했다.



“김 신부 어제 별다른 것 없다고 했지?”



피곤한지 눈에 졸음이 그렁그렁한 그의 입에서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다들 여기저기 숨어서 무언가를 기다리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여자 비명소리 들리고 나서는 전부 우르르 그쪽으로 간 게 다였어요.”



“그래? 사람들 말고는?”



내 질문에 그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까마귀가 좀 있었어요.”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내가 생각한 것들 중 하나였다.



“많았지?”



김 신부는 곧장 놀란 표정으로 지금까지 자기가 본 것 중에 가장 많았다면서, 혹시 이 지역의 생태계가 뭐가 잘 못 됐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신부님도 혹시?”



그러나 나는 김 신부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와!! 이게 다 뭐야! 어제 보다 많은데?”



길 위에는 어제보다 많아진 차량과 사람들로 시끌시끌했고, 골목길 곳곳에는 여러분의 소음공해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푸드 트럭까지 와있는데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 차를 돌렸다. 보지 않아도 오늘도 분명히 경찰들과 유튜버들이 한바탕 난리를 칠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골목길 곳곳에서는 경찰과 사람들이 대치중이었다.



“오늘은 안 가요?”



김 신부에게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줬다. 예민하고 날 선 주민들은 오늘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리저리 기웃 거리는 사람은 수상하다고 신고할 것이다. 지금 대치중인 사람들처럼.



“와···. 그렇게 되면 진짜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심할 것 같은데···.”



당연한 일이었다. 사제라고 주민들이 봐줄리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신문이나 방송에 사제들도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가 된다면···.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순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가 더 클 것이 뻔했다. 지금의 천주교 신자들은 신의 존재는 믿어도, 악마나 악령은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성향이 강했으니까.



우리는 달리는 차안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 했다.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은 곳에 무탈하게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시간을 갖고 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몇 가지 말도 안 되는 의견과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튀어나왔다.



잠복을 하며 밤새워 사람들이 없을 시간을 노린다는 둥. 선녀보살 사건처럼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을 끌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잠입한다는 둥. 주민처럼 위장해 마을에 들어간다는 둥.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경찰이 주민의 불편 민원을 들어주고 있는 한 그렇게 오랜 시간 조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포기한 심정으로 풀죽어있던 김 신부의 눈빛이 한 순간에 돌변했다. 어둡고 컴컴한 동굴속에서 마치 한줄기의 빛을 만난 것처럼.



“신부님!! 심방을 하면 어떨까요?”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했다. 심방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내가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 마지막으로 들었던 기억이있다.



신부가 신자의 집을 방문해서 기도해주고 안녕을 빌어주는 일.



과거에는 보통 이사를 하거나 집을 새로 샀을 경우 집에 신부를 초대해 축복을 받는 일은 종종있었으나, 근래에는 신도들도 그렇고 신부도 그렇고 바쁜 생활로 서로 시간이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개인적이 공간이고 사생활을 노출을 꺼려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한 것 중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



다만 그 방법을 실행 할 수 있느냐 가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는 이 구역을 담당하는 사제가 아니었기에 생각보다 일처리가 늦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없던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한 고민을 김 신부는 바로 한 통의 전화로 날려버렸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안부인사로 시작한 통화의 내용은 점점 긍정적으로 진행이 되는 가 싶더니, 마지막에 가서 그는 아주 밝은 목소리가 되었다.



“그러면, 고민 마시고 얼른 주임 신부님께 물어 봐 주세요. 바로 연락 줘요! 기다릴게요.”



그리고 나를 바라 본 김 신부는 아주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강 신부님, 일이 잘 해결 될 것 같은데요? 이미, 선동마을에 사는 신도가 집에 와서 기도를 해 달라고 했대요. 그런데 신도 뿐이 아니고 일이 일이니 만큼 비신도들도 혹시 자기네 집도 해줄 수 없냐고 문의를 했다고 하고요···.”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오···. 주여 이 미천한 종은 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뒤 걸려온 전화에서는 암사동 성당에서 주임신부와 보좌신부가 한팀, 그리고 나와 김 신부가 한 팀이되어 서로 구역을 나눠 동의한 분들에 한해 심방을 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하루의 시간을 차분히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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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암사동 미스터리(5) 24.09.01 13 1 12쪽
12 암사동 미스터리(4) 24.08.31 20 1 13쪽
11 암사동 미스터리(3) 24.08.30 20 1 13쪽
» 암사동 미스터리(2) 24.08.29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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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암사동에서(3) 24.08.27 22 1 12쪽
7 암사동에서(2) 24.08.25 23 1 12쪽
6 암사동에서(1) 24.08.24 23 1 12쪽
5 구마사제 강무범(5) 24.08.23 26 1 12쪽
4 구마사제 강무범(4) 24.08.22 28 1 12쪽
3 구마사제 강무범(3) 24.08.21 34 1 12쪽
2 구마사제 강무범(2) 24.08.20 38 1 12쪽
1 구마사제 강무범(1) 24.08.20 6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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