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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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최근연재일 :
2024.09.15 20:5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82
추천수 :
26
글자수 :
135,461

작성
24.08.2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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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암사동에서(1)

DUMMY




“와······. 진짜 사람들 대단합니다.”



차량이 암사동에 가까워지자 도로의 한쪽을 차지한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차량이 굼벵이보다 더디게 움직였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 손에 들린 카메라와 간이 조명을 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스터리한 영상을 찍어보겠다고 나선 모양이었다.



“놀랍네요···.”



우리나라에 유튜버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한 일.



“저희도 유튜버나 할까요?”



농담으로 흘린 김 신부의 말에 나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럴까? 백만이 아니라 천만도 가볍게 넘을 것 같은데?”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차는 겨우겨우 한 식당으로 향했다.



“두 분이세요? 키는 주시고 가게로 들어가세요.”



그냥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김치찌개집. 그러나 주차장이 마련 된 그곳에는 주차를 해주는 직원이 차키를

받으며 우리를 하차 시켰다. 얼마나 맛집이길래 김치찌개 팔아서 주차요원까지 두는지 너무나 낯선 상황이었다.




“오···. 주여···.”



가게로 발을 들인 김 신부의 입에서 자동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지만 20개가 넘는 원형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대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나 생각할 때, 부리나케 한 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두 분? 삼촌들 두 분이예요? 잠깐만요.”



바쁘게 서빙을 하던 직원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무거워 보이는 뚝배기를 능숙하게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여자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잠시 후 우리를 돌아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삼촌들 자리가 여기 밖에 없는데? 어때? 이 여성분은 합석해도 괜찮다고 하시는데?”



그 여성은 우리 둘을 슬쩍 쳐다보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봐도 남는 테이블은 없었다. 서빙하는 직원은 말 없이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 안에서 빨리 결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나는 사람 좋게 웃으면서 직원이 안내해 준 자리로 슬며시 움직였다. 배도 고플뿐더러 다시 식당을 찾으러 다니기는 여간 귀찮은 일.



“이 집 맛집인가 봐요? 손님이 진짜 많네요?”


“그럼! 우리 집 아주 맛집이지! 김치찌개 밖에 없으니까 그거 드셔, 2인분 맞죠?”



자리를 안내 하자마자, 그녀는 주문서를 작성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바로 주방을 향해 움직였다.



나는 다시 한 번 테이블에 자리를 내어 준 여성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조용히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라고 하니, 조사는 하겠다만 그 범위는 어디까지로 해야하며 관련 사람들은 어디까지 조사를 해야하는 것일까? 우선 이곳에 온 목적인 그 골목길은 필수로 조사를 해야 하긴 할 것이고, 처음 영상을 올린 사람도 만나보고 싶기는 한데···.



한 참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김 신부가 나를 불러왔다.



“강 신부님? 여기 이상해요···.”



뭐가 이상하냐고 눈으로 묻자,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주위에 사람들이 전부, 암사동 미스터리 이야기만 합니다. 그리고 카메라나 조명이 없는 테이블이 없어요···.”



그제서야 내 눈에도 다른 테이블이 들어왔다.



“아씨! 오늘은 찍어야 돼!! 벌써 집도 못 가고 며칠째야!?”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귀에 들어왔다. 악귀를 빨리 찍어서 자기들도 대박이 나고싶다는 말, 처음 그 영상을 올린 사람이 돈 방석에 앉았다는 말, 소문이라면서 그 사람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낭설까지.



한 주제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정보들이 튀어나왔고 또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의심성, 추측성 소문을 없애주는 사람도 있었다.




“에이! 그건 아니야, 내가 삼일 전부터 여기 왔는데. 그 뒤로 영상에 담았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니까. 그러니까 곧 나온다! 진짜로!”




그나저나 이제 영상이 업로드 된지 일주일, 여기 모인 사람들의 돈에 대한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참을 귀를 기울일 때, 앞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던 여성이 입을 열었다.




“신부님, 여기 다 저런 사람들이예요. 실제로 정말 맞는 말인지도 모르고요. 다 돈에 미친사람들이거든요. 아마 본인이 악령에 씌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걸요?”



“에이···. 설마요.”



나는 웃으며 대꾸했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우리 옆 테이블에서 진짜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 민소매 차림의 이쁘장하게 생긴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야! 그냥 내가 악령에 씌면 되는 거 아냐? 그럼 유튜브 각 제대로 나올 거 아냐? 어차피 그런 것만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존나 아프면 빨리 치료해 달라고 하고, 버틸만 하면 쌩까고 조회수 빠는 거지. 내가 생각해도 졸라 기가막힌 발상 같은데. 어때?”



그러나 그녀의 앞에 앉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다가 치료 못하면? 그거 막 피토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그리고 진짜 치료 안되면 병신아 너는! 사탄 들린 채로 살아야 해!”



그 한마디에 다른 둘도 맞다며 맞장구 쳤지만 그녀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깟 사탄보다 조회수가, 돈이, 유명해지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뭐!? 너 사탄 들려 봤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듣기만 해도 딱 철없는 어린 애들의 대화 내용이었다.



“야! 씨발!! 나 졸라 좋은 생각났어···. 와!! 왜 아직 아직까지 이 생각을 못했지. 이리 모여 봐···.”



녀석들은 금세 자기들끼리 진지한 눈으로 머리를 맞대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주 작게 조심스럽게 자기들끼리 하는 대화의 내용이었지만, 세어나오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악령이 씌인 것처럼 연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미신에 환장을 하는 시기이니까, 이 때 조회수를 확 올리자는. 딴에는 아주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의견을 꺼낸 모양이었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고 있던 한 여학생이 고개를 번쩍 들며 주작의 의견을 묵살시켰다.



“들키면? 걸리면? 뒷감당은? 그거 사기 아니냐? 우리 이러려고 모인 거 아니잖아!”



넷 중에 그나마 정상인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그들 테이블로 고개가 돌아갔다. 아무리 어둠이 있더라도 밝은 빛 한 점이 곧 그 어둠을 물리칠 힘이 되는 것이기에, 그리고는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 미숙하지만 친구들과 그들을 바른길로 옳은 길로 이끌려는 친구에게 작은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



‘부디, 주님의 은총이 저들과 함께 하길···.’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나는 그 순간 한 가지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이 내가 매번 성당에서 마주치던 그런 청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갑작스레 민소매 옷을 입은 여성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아저씨!! 왜 웃어요? 우리가 웃겨요!!?”



진한 화장에 양갈래 머리, 아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애라고 부르기엔 그런 애매한 나이대의 학생이었다.



“으···? 응? 학생 뭐라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내가 들은 말이 맞는지 가만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저씨라는 말과 웃기다라는 말, 그리고 나를 비난하는 태도. 도대체 뭐가 잘 못 된 것일까.




“아니, 왜!? 비웃는데요? 가뜩이나 되는 일도 없는데, 왜? 유튜버가 우수워요? 네!? 기분 나쁘면 싫어요 나 눌러요. 대놓고 비웃지 말고! 아니면 영상 하나 시원하게 올려드려요? 네?”



시끌벅쩍하던 식당 안이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로 한순간에 조용해 지나 싶더니, 주위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누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 저 남자! 신부야, 신부라고!”



그들의 본업은 유투버, 게다가 그들이 보기에는 지금 곧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아니, 그들의 승냥이 같은 눈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가장 좋은, 그들이 바라는 상황은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거나, 혹은 여자가 남자를 때린다거나 하는 그런 자극적인 상황이었다. 당상 방송 소재로 쓸 수 있을 만큼 도파민이 터지는 그런 자극적인.



암사동이라는 단어만 붙어도 조회수가 오르는 마당에, 암사동에서 그것도 성직자의 폭행 사건이라니···. 생각만 해도 기가막힌 제목이었다.




나는 잠시 옆구리에 팔을 올린 가엽고 불쌍한 영혼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그 학생의 눈에는 주체 못할 분노가 벌써 가득했다. 속으로 안타깝고 불쌍한 녀석을 위해 기도를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학생, 오해하게 했다면 내가 미안해요. 열심히 회의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정중한 사과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아마도 어느 누구에게도 이렇게 사과 받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화가 안 풀렸는지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아씨···! 아저씨 꼰대야 뭐야!? 남의 말이나 엿듣고, 아니 훔쳐본거 아냐?”



잠깐 옆 테이블을 쳐다 본 것에 대해 사과를 했을 뿐인데 그녀는 졸지에 나를 자신을 훔쳐 본 파렴치한으로 만들었다.



“아!! 완전 변태 아냐!!? 막 시선강간하고 그런거 아니예요!? 아!! 씨발 소름끼쳐!! 으아아! 개싫어!”



되는대로 있는 말, 없는 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낸 그녀는 씩씩대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가 성직자라는 것과 여기 모인 다른이들이 대부분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호사꾼이라는 것.



성직자가 헐벗은 젊은 여자를 훔쳐봤다니, 하나 같이 다른이들의 표정이 요상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급기야 같이 앉아있던 김 신부 마저 이상해지는 분위기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강 신부님, 저희···. 그냥 나갈까요?”



정말 밖으로 나가야 할까? 아니면···. 성직자 생활 9년만에 찾아온 최대의 위기. 여러생각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전부 그렇다할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오해라고 하자니, 진짜 그런 것 같고. 나는 이미 주님과 결혼했다고 하려니 너무 어설픈 변명 같았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기에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누구 하나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터뷰하자고 곧 덮쳐 올 것만 같았다.



“아! 밥 맛 떨어지게······.”



엎친데 덮친격으로 앞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던 여성이 거친 발언과 함께 탁 소리를 내며 거칠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요즘 세상이 이상해졌다더니, 그녀도 아마 내 행동을 비난하려는 모양이었다.



‘아니, 진짜 내 행동이 그렇게 이상했나···?’



다시 한번 그 상황을 떠올려 봤지만, 눈꼽만큼도 이상한 순간은 없었다. 이상한 것은 내가 아니라 아직도 씩씩 거리는 저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를 내며 숟가락을 내려놓은 그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검지 손가락으로 아직도 씩씩대는 여학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야! 너!! 세상이 아무리 거꾸로 돌아가도, 뭐가 어쩌고 어째!? 훔쳐봐? 변태?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마음대로 지껄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여 학생의 이상한 반응으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사건은 조용히 식사하던 여성의 참전으로 더욱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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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암사동 미스터리(4) 24.08.31 20 1 13쪽
11 암사동 미스터리(3) 24.08.30 20 1 13쪽
10 암사동 미스터리(2) 24.08.29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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