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록(驅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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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빠마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00:18
최근연재일 :
2024.09.19 08:05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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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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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146,030

작성
24.09.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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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친놈이 미친놈 했다(3)

DUMMY



차라리 악령이나 악마를 깨울 의식이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제사장이나 의식 자체에 권위를 대중들에거 보여 주기 위해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다고는 하지만···.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 매달린 남성의 발끝이 시야에 들어왔다. 역겨움과 혐오감이 치밀어올랐지만, 다시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이 남성의 상태도 제대로 살펴야 했다. 혹시 그 놈이 무슨 짓을 했을 지도 모르는 일.



발끝부터 천천히 시야를 옮겼다. 이미 몇 번이나 본 곳부터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한 다른 부분까지. 자꾸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으나,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천천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얼굴로 시선이 올라간 순간.



“허······!”



짧은 탄신과 함께 나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겨 버렸다. 그 남자의 얼굴은 말 그대로 으깨진 상태.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까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것인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마주 잡고 겨우 그를 위한 짧은 기도를 시작했다.



‘오···. 주님··· 이 불쌍한 영혼을 부디 굽어 살펴······.’




그러나, 기도를 채 끝맺기도 전에, 반대편에 있던 김 신부가 하얗게 질려 나를 불렀다.



“···강 신부님··· 여··· 여기···.”



그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곳은 매달린 남성의 등이었다.



“뭐가 있···어요···.”



놀랍게도 그의 등에는 칼자국으로 거칠게 새겨진 글씨가 있었다. 벌어진 상처 아래로 붉은 핏방울이 천천히 흘러 내리며 흔적을 남겼지만, 깊게 패인 글자는 더 또렷이 보였다.



“이거······.”



그 글자는 한글이 아니 고대 라틴어. 나는 바로 그 단어들을 읽어 내려갔다.



“프로디···토르?”



“···배···신자? 맞네요. 배신자.”



나와 김 신부는 바로 이 짓을 벌인 놈을 알아차렸다. 고대 라틴어로 이 짓거리를 할 사람.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낼 사람은 자칭 ‘구원자’ 그 놈 뿐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배신하고 제단을 망친 것에 대한 분노가 잔뜩 섞인 메시지가 분명했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네요!!!”



분노한 김 신부의 입에서도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배신자라니!’



구원자에 입장에선 배신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5사도와 4사도 뿐.



‘···설마, 들킨 건가?’



4사도는 작고 왜소한 남성이었고, 5사도는···.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매달린 사람 바라봤다. 비록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어도, 그는 건장한 체구의 사내였다.



그 순간 주체 못 할 분노가 불길처럼 솟구쳤다. 갑자기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 들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구원자 놈의 의도는 뻔했다. 제단을 망가트린 나와 김 신부를 겁주기 위해 배신자를 처단한다는 핑계로 이런 짓을 벌인것이다. 우리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이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분노가 치민 적은 처음이었다. 나와 김 신부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오는 그때, 비닐하우스 안쪽에서 작지만 어딘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빠르게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김 신부. 그는 그곳에서 정신없이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한 지점 앞에 멈춰 섰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커다란 드럼통.



그 소리는 겨울철이면 땔감을 잔뜩 넣어 난로처럼 만드는 그 드럼통 안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강 신부님?”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왜? 꺼내 봐···.”



나는 조용히 말했고, 김 신부는 주섬주섬 드럼통 안에 손을 넣어 물건들을 꺼냈다. 그가 꺼낸 것들은 옷가지와 가방. 그리고 검은 뿔테 안경이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다시 들리는 어딘지 익숙한 소음.



김 신부는 떨리는 손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손 꺼냈을 때, 그의 손 끝에서 지금껏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온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여전히 진동하며 울리는 휴대전화였다.



여전히 거세게 울어대는 휴대전화의 화면을 김 신부가 나에게 내밀었고, 화면에 보이는 발신인의 이름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은 ‘한 기자님’ 이었다. 그 이름이 가리키는 인물은··· 아마도 나와 김 신부가 생각한 사람이 맞을 것 같았다.



“···받···을까···요?”



침울한 목소리의 김 신부의 물음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보세요?! 5사도님!”



그녀의 목소리. 우리가 생각한 소영 자매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



“아니! 5사도님 왜! 연락이 없어요!”



다급히 소리친 그녀. 그녀도 5사도가 연락이 되지 않아 놀라기도 하고 많이 당황하기도 한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왜 대답이 없어요! 말 좀 해봐요. 안경은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시험 방송까지 전부 다 한 거 아니었어요? 네!? 말 좀 해봐요!”



잠자코 듣고 있던 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매님···. 저 강 신부 입니다.”



“······.”



순간의 정적이 흘렀다. 아마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왜!? 왜!? 신부님이 받아요? 5사도는요? 만났어요?”


“그······.”



몇 번이고 말을 하려 시도를 해 봐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 안의 상황을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나 대신 그녀에게 말을 꺼낸 것은 김 신부였다.



“자매······님, 이쪽에 큰 사···고가 났어···요. 빨리 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다음 날, 나는 늦은 점심 시간이 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너무 늦게까지 사건을 처리하는 바람에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스케줄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어제의 일을 잠깐 생각하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경찰의 등장과 사건의 처리, 모든 과정이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결정적으로 소영 자매가 제공한 자료 덕분에 다행히 별탈 없이 경찰서에서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신분을 보장해줄 이 교수님을 부른 것은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살인 사건이었다. 우발적 살인도 아닌, 계획적이고 잔인한 살인. 게다가 사람이 한 둘이 연과 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 건장한 남성을 들어 올리려면 적어도 서너 명, 많게는 열 명 이상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가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경찰은 우리가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우리는 결백을 주장하며 김 신부가 찍은 영상을 보여 주었지만, 경찰들은 미리 일을 저질러 놓고, 빠져나갈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영상 속 나와 김 신부는 누가 봐도 수상하게 바닥을 샅샅이 살피는 행위를 했으니까. 마치 단서가 될 무언가를 떨어뜨려 그것을 찾으려는 것 처럼. 그렇기 때문에 그 행동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을 할 방법이 없었다. ‘소환진을 찾아 다녔습니다.’라는 말이 통할 리도 없거니와 게다가 우리가 처음에 비닐하우스를 찾아간 이유도 사람들의 기도를 해주기 위한 일이었다고 말한 참이었으니.




소환진을 들먹였다거나, 악령이나 악마를 부르려는 미친놈을 막으러 갔다고 했다면 경찰들이 믿었을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미친놈 취급하며 진짜 살인범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심신미약으로 빠져나가려는 핑계로 여겼을 테니까···.



진짜 그 순간 소영자매의 말이 없었더라면, 나와 김 신부는 꼼짝 없이 살인범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경찰들과 분위기가 딱딱해질 무렵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소영자매의 어두웠던 표정이 한번에 밝아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몇 마디의 말이 조금 뒤 우리 모두의 의심을 없애주었다.



“맞다!! 그!! 그 뿔테안경! 그 안경에 USB연결해 보세요. 영상이 전부 저장 돼 있을 테니까!!”



경찰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무시했으나, 소영 자매는 기자인 자신이 그 동안 어떻게 특종을 만들어 왔는지 그 안경이 어떤 장비인지 이야기 하며 설득했다.



“그 안경이 몰카라구요! 제발 제 말 좀 믿어봐요. 거기에 그 안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담겨 있을 겁니다!”



결국, 그녀의 말을 받아들인 경찰은 그녀의 말대로 안경을 확인했다.



안경에는 1시간 이상의 영상이 저장 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지켜보던 경찰들은 잔인함에 결국 인상을 찌푸리며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담당이었던 말단 형사만이 인상을 쓰면서 간신히 끝까지 영상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결국 소영 자매의 말을 전부 믿게 되었다.



“사이비 종교 조사중이었어요. 그곳에서 의식이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두 분의 신부님들한테도 몰래 부탁드린 겁니다. 조사에 힘 좀 써 달라고···.”



결국 마지막에는 신원을 보증해줄 이 교수님과, 아까 밤에 봤던 소영의 친구, 카페 사장이 경찰서로 와서야 그 사건의 일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늦은 새벽 시간, 경찰서 앞 주차장에 남은 나를 부른 것은 소영자매였다.



“강 신부님!”



더 이상 어떤 대꾸도 할 기운도 없는 지라 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아마 누군가 봤더라면 영혼 없는 반응이라 뭐라 했을 수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고갈 된 상태였다.



“그놈들이 누군인지,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궁금해요?”



물론 그녀의 말처럼 궁금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담긴 영상은 경찰서에 있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순순히 보여줄 리는 없었다.



나는 힘빠진 목소리고 대꾸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전부 경찰서에 있는데···.”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에게는 방법이 있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그 구원자인지 개원자인지 그 놈! 알 수 있어요. 심지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죠···.”



그녀는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빠르게 주차장의 한 쪽으로 걸어갔다.



“빨리 와요. 지금 아니면 기회는 영영 없으니까···.”



그녀가 향한 곳은 자신의 승합차량이 주차 된 곳. 나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10분, 아니다. 5분만 딱 기다리세요. 내가 이 자식 상판을···.”



차량의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일전에 봤던 것처럼 PC의 이것저것 만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잠깐 잊고 있던 게 있거든요. 아까 그 안경 엄청 비싼거라 했잖아요? 그 안경의 기능 라이브 캠, 그리고 대용량 저장공간, 마지막으로 자동 백업. 아마 아까 제가 그 비닐하우 스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통신거리가 됐을 테니, 자동백업이 됐을 거예요···.”



“그···그래요?”



기계치인 나는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안경은 나에게 몰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차에 있는 PC에 알아서 저장이···, 여깄다!!!”



그녀는 혼잣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영상······, 틀까요?”



나는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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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놈이 미친놈 했다(3) NEW 19시간 전 6 1 12쪽
26 미친놈이 미친놈 했다(2) 24.09.18 6 1 12쪽
25 미친놈이 미친놈 했다(1) 24.09.15 8 1 12쪽
24 제보자(6) 24.09.14 8 1 12쪽
23 제보자(5) 24.09.13 13 1 12쪽
22 제보자(4) 24.09.12 13 1 12쪽
21 제보자(3) 24.09.11 14 1 12쪽
20 제보자(2) 24.09.10 13 1 12쪽
19 제보자(1) 24.09.08 17 1 12쪽
18 제단으로(4) 24.09.07 12 1 12쪽
17 제단으로(3) 24.09.06 14 1 12쪽
16 제단으로(2) 24.09.05 16 1 12쪽
15 제단으로(1) 24.09.04 14 1 12쪽
14 암사동 미스터리(6) 24.09.03 17 1 12쪽
13 암사동 미스터리(5) 24.09.01 16 1 12쪽
12 암사동 미스터리(4) 24.08.31 22 1 13쪽
11 암사동 미스터리(3) 24.08.30 23 1 13쪽
10 암사동 미스터리(2) 24.08.29 22 1 12쪽
9 암사동 미스터리(1) 24.08.28 22 1 12쪽
8 암사동에서(3) 24.08.27 25 1 12쪽
7 암사동에서(2) 24.08.25 27 1 12쪽
6 암사동에서(1) 24.08.24 29 1 12쪽
5 구마사제 강무범(5) 24.08.23 31 1 12쪽
4 구마사제 강무범(4) 24.08.22 33 1 12쪽
3 구마사제 강무범(3) 24.08.21 40 1 12쪽
2 구마사제 강무범(2) 24.08.20 43 1 12쪽
1 구마사제 강무범(1) 24.08.20 7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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