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속 무림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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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손
작품등록일 :
2024.08.20 04:33
최근연재일 :
2024.08.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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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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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주인 (2)

DUMMY

휘오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숲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장정들이 든 횃불을 흔들었다. 불안한 얼굴들 위에서 숲의 그림자가 거칠게 춤을 췄다.


“수, 숲의 사자들이 여기로 온다고?”


“지금껏 마을로 내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웅성거리는 이들을 향해 촌장이 외쳤다.


“그만!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사자들께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지만 그 주름진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불안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유길은 슬며시 데르빈의 곁으로 다가서서 물었다.


“대체 뭡니까? 그 숲의 사자들이라는 게.”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소. 항상 촌장이 숲속의 약속된 장소까지 들어가서 만나고 오는 식이었거든. 이제 처음으로 보게 되겠군.”


항상 무뚝뚝하던 데르빈도 긴장했는지 목으로 침을 꿀꺽 넘기고 있었다.


유길도 고개를 돌려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숲 쪽을 주시했다.


빠지직- 빠지직-


나뭇가지를 거칠게 비비는 듯한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사람들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이 횃불 아래서 번들거렸다.


이윽고, 덤불을 헤치며 두 개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길에겐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드라이어드?’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어지간한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몸은 나무껍질과 잔가지로 뒤덮여 있고 머리카락 대신에 이끼와 덩굴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채였다. 눈 대신에 뻥 뚫려있는 옹이구멍에선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저것들이 이런 데 있는 거지?’


유길이 의아해하는 사이, 촌장과 마을 장정들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오, 오오···.”


“숲의 사자들이시여···.”


이제 서 있는 사람은 유길과 데르빈 뿐이었다.


잠시 그 둘을 바라보던 드라이어드들이 엎드려있는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우두머리.]


나뭇잎과 가지를 비벼대는 듯한 소음이 어설프게 사람의 말소리를 흉내낸다.


[마을의 우두머리는 어디에 있나.]


“여, 여기 있습니다. 숲의 사자들이시여.”


촌장이 일어나 고개를 조아렸다.


이전의 여유만만하던 태도는 간데없고 벌벌 떠는 쪼그라든 노인네만이 거기 남아 있었다.


[어째서 우리가 전한 말을 지키지 않고 있나.]


“예, 예?”


[밖에서 온 자들을 이곳에 들이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말이었다. 그것이 왜 지켜지지 않고 있나.]


드라이어드의 눈이 노골적으로 유길을 가리켰다. 유길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그, 그게···! 지금 바로 내보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당장 쫓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촌장이 다급히 장정들에게 손짓했다. 장정들이 우르르 일어나 유길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보게들, 정말 끝까지 저것들 말대로 놀아날 건가? 정신들 차려!”


데르빈이 답답하다는 듯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반쯤은 겁에 질리고 반쯤은 흥분한 얼굴의 장정들이 무기를 든 채 유길을 둘러쌌다.


‘···귀찮아지겠는데, 이거.’


다 때려눕힐까 아니면 그냥 경공을 펼쳐서 이 자리를 빠져나갈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드라이어드들이 다시 소리를 냈다.


[그 자가 아니다.]


“예?”


의아한 얼굴의 촌장에게 드라이어드들이 말했다.


[그 자는 제 발로 이곳에 오지 않았다. 다른 자가 이끄는 짐승을 타고서 왔다.]


어느새 드라이어드들의 눈이 유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데르빈이었다.


[우리에겐 새들의 눈이 있고 박쥐들의 귀가 있다. 우리를 속이려 들어선 안 된다, 우두머리.]


“소, 속이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저희는···.”


촌장이 훤히 드러난 정수리를 연신 숙였다. 이젠 유길이 보기에도 애처로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드라이어드들이 선언했다.


[밖에서 온 자는 제 발로 이곳에서 나가도록 하라.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그를 데려온 자는 우리의 말을 어겼다. 큰 잘못이다.]


“하, 하오면···?”


촌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드라이어드가 답했다.


[넘겨라, 우리에게. 숲늑대들의 먹이로 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합당한 벌이라 할 수 있다.]


“······!”


이렇게 나올 거라곤 예상 못 했는지, 촌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장정들의 얼굴에도 동요가 번졌다.


정작 데르빈은 태연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먼. 내 언제고 사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할 줄 알았지.”


“데, 데르빈···.”


마을에 들어올 때 만났던 촌부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데르빈은 잠시 촌부를 마주 보다 드라이어드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이, 나무귀신들. 내가 순순히 따라가면 다른 사람들에겐 손 안 대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다른 자들에겐 벌할 것이 없다. 아직은.]


그 말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린 촌장이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데르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발로 가마.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겐 해코지하지 말라고. 다들 나랑은 달리 마누라가 있고 애들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데르빈···!”


장정 몇몇이 그제야 걱정스럽게 불렀지만 데르빈은 돌아보지도 않고 드라이어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 옆으로 유길이 슬그머니 따라붙었다. 데르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뭐 하는 거요? 당신은 보내준다고 했으니 어서 떠나쇼. 바보같이 되도 않을 일에 목숨 걸지 말고.”


“사실 그럴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유길이 후드 위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그냥 가면 영 뒷맛이 나쁠 거 같아서요.”


데르빈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멍청한 소리 말고 어서-”


하지만 유길은 이미 옆에 없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그 신형이 드라이어드 중 한 놈의 앞에 나타났다.


“······!”


놀란 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드라이어드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순간적으로 깜빡이는 걸 보며 유길이 말했다.


“뭘 놀라냐? 시작도 안 했는데.”


떠엉-!


그 손바닥이 드라이어드의 가슴을 민 순간, 육중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멀리 튕겨나간 드라이어드가 나무토막처럼 바닥을 굴러갔다.


샤아아악-!


다른 드라이어드가 뒤늦게 유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나무줄기들이 쏘아지며 유길이 있던 자리를 꿰뚫었다.


하지만 유길은 이미 거기에 없었다.


높이 도약해 드라이어드를 뛰어넘은 그가 장정들 앞에 착지했다. 그리곤 멍하니 보고 있던 장정 하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어, 어어?”


허공섭물(虛空攝物).


장정이 들고 있던 손도끼가 빨려들듯 유길의 손으로 날아들어갔다. 도끼를 잡은 유길이 곧장 드라이어드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쩌억!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손도끼가 드라이어드의 머리통을 장작처럼 반으로 쪼갰다.


눈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사라지며 나무토막이 된 드라이어드가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그리곤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키이- 키이-


처음 장법에 튕겨나갔던 드라이어드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바닥을 기고 있었다. 피처럼 흘러나온 진액이 주변에 흥건했다.


곧 그 위로 유길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 잠까···.]


콰지직!


듣지도 않고 내리찍은 발에 드라이어드의 머리통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꿈틀거리던 나무줄기들도 이내 축 늘어지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


그리고 찾아온 정적.


순식간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모두가 침묵했다.


장정들은 그저 입만 딱 벌린 채 유길을 바라보았다. 촌장도 경악한 얼굴로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나마 덜 놀란 건 유길의 정체를 알고 있던 데르빈 정도였다.


“···소문이 진짜였나.”


동방인은 손짓으로 땅을 가른다든지, 발길질 한 방으로 아름드리나무를 꺾어버린다든지. 도회지의 여관에 들르면 취객들이 으레 늘어놓곤 하던 잡소리들.


하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그런 소리들이 오히려 얌전한 표현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데르빈은 얼떨떨한 얼굴로 유길에게 다가갔다. 땅바닥을 툭툭 걷어차며 신발에 붙은 나뭇조각들을 털던 유길이 고개를 들었다.


“이놈들 말고도 더 있는 거겠죠?”


“그것까진 모르겠군. 아마 촌장이 잘 알 거요. 놈들을 만나기 위해 자주 숲속으로 갔었으니까.”


“숲의 주인이라는 놈도 따로 있을 거고.”


“그렇겠지.”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뿌리를 뽑아야겠군.


이대로 떠나면 데르빈이나 다른 사람들이 무슨 해코지를 당하게 될지 모르니.


‘정체가 대체 뭔지도 궁금하고.’


유길이 생각하는 사이, 데르빈이 힘 빠진 웃음을 흘렸다.


“어쨌건 구해줘 고맙소. 안 그래도 걸어가던 도중에 다리힘이 풀리기 시작해서 이러다 사람들 앞에서 지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요.”


유길도 키득거리며 농을 받아주었다. 함께 웃던 데르빈이 다시 생각해도 도무지 안 믿긴다는 듯 고개를 내둘렀다.


“그런데 동방인들은 전부 다 당신처럼 강하고 빠른 거요? 당신 같은 사람들만 잔뜩 있는 곳이라니, 동쪽은 대체 어떤 세상인 건지 상상도 가질 않는구먼.”


“···그것까진 저도 잘 모르겠네요.”


“······?”


거짓말은 아니었다.



* * *



폭풍과도 같던 밤이 지나간 후.


날이 밝자 유길과 데르빈은 어제 식사를 했던 그루터기에 다시 앉았다.


아침은 따로 차릴 필요도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새벽부터 가져다 놓은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이거면 한 일주일은 부엌에 안 들어가도 되겠는데.”


“잘 됐군요. 드시죠.”


둘은 간만에 거하게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그놈들이 드라이어드··· 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라는 거요? 그게 대체 뭐요?”


“일종의 인공 정령 같은 겁니다. 엘프들이 자신들의 숲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들이죠.”


엘프들 고유의 술법을 이용해 자연물을 기반으로 빚어낸 인공적인 존재들.


보통 엘프들의 사회에선 말단 병사부터 일꾼까지 사회의 최하층을 떠받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럼 어제 그놈들도 엘프들이 만들어냈다는 거요?”


“아마도요.”


“그렇단 건, 그 숲의 주인이라는 놈도 엘프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요?”


유길은 거기엔 대답하지 않았다. 데르빈이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내둘렀다.


“그럴 리가. 이 근처에 엘프 같은 게 있을 리 없소. 애초에 그 족속들은 저 남부에 있는 세계수인지 뭔지 하는 나무 근처에만 산다고 하던데, 아니오?”


그 세계수는 이미 불타버렸고.


주변에 있던 엘프들의 왕국도 모두 폐허로 변했으며.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대륙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떠도는 상태였지만 유길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 음식만 먹었다.


“······.”


데르빈도 곧 의중을 눈치챘는지 말문을 닫고 먹는 데만 집중했다.


그렇게 조용한 식사가 이어지던 무렵,


“야, 밀지 마!”


“네가 먼저 밀었잖아!”


“쉿, 조용히 해!”


담장 쪽에서 들려오는 새된 속삭임들.


고개를 돌려보니,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담장에 숨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 애들한테도 소문이 다 났나.’


유길은 무시하고 식사에만 집중하려고 했지만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다. 이미 한 여자아이가 겁도 없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젠 정체를 숨길 필요도 없어진 상황. 진작부터 후드를 벗고 있던 유길을 빤히 살피며 아이가 물었다.


“아저씬 정말 동쪽 땅에서 온 거예요?”


“···아저씨 아냐.”


아직 서른도 안 됐다고.


퉁명스러운 대꾸에도 아이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바짝 다가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이랑 머리는 원래부터 그렇게 검은 거예요? 아니면 물들인 거예요? 왜 남잔데 수염은 하나도 없어요? 날개도 없이 막 날아다닌다는 건 진짜예요?”


“······.”


그때 마침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한 아낙이 득달같이 달려오더니 여자아이를 붙들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낙은 계속 죄송하단 말만 연발하며 아이들을 데리곤 황급히 떠났다. 혹시라도 화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듯이.


슬 눈치를 살피던 데르빈이 말했다.


“너무 거북하게 생각하진 마쇼. 다들 속으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을 테니. 다만 좀··· 대하기 어려울 뿐인 거지. 워낙에 촌구석인지라.”


“알고 있습니다.”


한두 번 겪어보는 일도 아니니까.


오히려 편히 식사할 수 있게 됐으니 잘 됐지.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밤에는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동방인님?”


장정들을 대동하고 온 촌장이 다 벗겨진 머리를 한껏 수그렸다.


유길은 그냥 무시할까 하다가 고개만 까닥였다.


“당연히 저희 집으로 모셨어야 하는데 이것 참 송구스럽게도··· 부디 너그럽게 보아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됐습니다. 제가 여기가 편해서 여기서 잔다고 한 거니까.”


어젯밤에도 바로 안면을 싹 바꿔 넙죽 엎드리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었는데.


오늘도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듯했다.


“아! 이 어찌나 자비로우신지. 마을을 착취하던 그 흉악한 숲속의 악적까지 손수 처단해 주겠다 하시니, 이 늙은이는 그 마음 씀씀이에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어제까지 그 흉악한 악적의 앞잡이 노릇을 착실히 하셨던 건 누구시더라.


하지만 굳이 따지기도 귀찮았다. 그냥 빨리 처리하고 떠나고 싶었다.


“됐고. 다른 건 필요 없으니까 안내역으로 한 분만 같이 가주시면 됩니다.”


저 광대한 숲을 일일이 다 뒤지고 다닐 순 없는 노릇이니.


드라이어드들과 만나곤 했었다던 장소에 가보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


촌장이 고개를 조아렸다.


“안 그래도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릴 참이었습니다. 그놈들이 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디서 만났었는지 이 늙은이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없으니까요.”


“······.”


가면서 되도 않는 찬양을 계속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거북해지는 느낌.


그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다른 장정들이 나섰다.


“동방인님과 촌장님 두 분만 보내고 뒷짐 지고 있을 순 없습니다!”


“저희도 따라가게 해 주십쇼!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유길이 뭐라 하기도 전에 촌장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이런 멍청한! 우리 같은 것들이 몇 명이 몰려가 봤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거란 걸 몰라? 동방인님께서 한 명만 필요하다고 하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야지!”


폭풍처럼 몰아친 촌장의 호통에 장정들이 잠잠해졌다. 유길도 그냥 체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데르빈이 나선 건 그때였다.


“그래도 나는 같이 가겠소. 어떻게 보면 나 때문에 저 친구가 엮이게 된 거기도 하니까. 도움은 못 되더라도 동행은 해야겠지.”


“분명 동방인님께서 필요 없다 하셨는데 어딜 건방지게 자네가-!”


다시 눈에서 불꽃을 튀기는 촌장.


그를 무시하고 유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마침 한 사람 정도 더 갔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 자네라면 동행할 이유가 충분하긴 하지. 대신 동방인님께 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도록 하게. 나도 그럴 테니까.”


물 흐르듯 안면몰수를 시전하는 촌장을 보며 데르빈은 물론이고 장정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촌장은 신경도 쓰지 않고 유길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그럼 언제쯤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동방인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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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분수를 모르는 자 (1) 24.08.23 4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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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귀족가의 비밀 (2) 24.08.21 52 2 12쪽
3 귀족가의 비밀 (1) +1 24.08.20 66 1 12쪽
2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 24.08.20 78 1 15쪽
1 동방에서 온 사람 24.08.20 9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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