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쓰러져있던 여자는
잭나이프를 움켜쥔다.
그리고 휘청거리며 몸을 추슬러 세운다.
제대로 서기 힘들어 보이지만 여자는
필사적으로 일어선다.
몇 번이나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일어서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여자는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을 기세다.
남자는 이런 여자의 모습에 주춤한다.
“뭐야, 뭐··· 하자는 거야?”
남자는 슬슬 뒷걸음질 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입안에 고인 피를 흘리며 울먹이듯
말을 토해낸다.
“내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이 개새끼야!···
왜··· 넌···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씨··· 팔!”
당황한 남자는 조금씩 뒤로 걷기 시작한다.
발이 꼬이면서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여자는 괴성을 지르며 남자에게 달려든다.
구르고
밀쳐내고
찌르고!
때리고
잡아당기며
다시 또 찌르는!
둘은
이지러지는 달 아래서 라스트 댄스를 함께 한다.
밤공기가 차다.
비릿한 피 냄새가 골목에 진동한다.
건너편 집 좁은 마당의 개가 담벼락에 올라타
고개를 내밀고 사납게 짖는다.
상현이 흥분해 짖고 있는 개를 바라보며 말한다.
“너도 봤냐? 볼만했지?
높은 곳에서 본 네가 잘 전해.
핫핫핫!
일방적인 게임이라 내가 조금 도와준 것뿐이라고.”
개는 끈적이는 침을 흘리며 계속 짖는다.
사납게, 아주 사납게!
잠자코 있던 하현이 말한다.
‘재미있어?’
“흠, 난 기회를 준 거야.
여자가 억울할 수 있잖아.”
‘저들은···’
“다시 가서 끝까지 확인해?
난 네가 싫어할 것 같아서 중간에 피한 건데.”
‘그만해!’
“훗!”
‘무슨 의미가 있어.’
“힘이 생기면 영원히 자기들 것인 줄 알아.
그런데 재미있지?
힘은 늘 새로운 존재를 원해.
돌고 돌면서··· 새 맛을 원하지.
자기들은 죽어가는 줄도 모르면서···”
힘겨루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더 강한 쪽이 껍데기를 지배하는 것뿐이다.
상현과 하현의 관계에서도
상현이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하현의 죽음으로 그의 영혼이 상현에게 깃들면서
한 육체를 갖게 된 이상.
하현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하현은 양심의 소리를 끊임없이 상현에게 말한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식의 파고가 큰 상현에게 하현은 이성적 밸런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
예고 없이 끼어들거나.
혼란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로 인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
상현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회사로부터 온 문자다.
- 동트기 전. 파주창고 녹색단지 46호
- QR코드
상현이 잠시 주춤한다.
무기한 정직 동안 운영체계가 바뀐 건지.
평소와 다른 오더 문자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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