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아이템 자판기로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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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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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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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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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천경태

DUMMY

22화. 천경태



두 손 두둑하게 짊어진 채로 집으로 들어갔다.


가족 4명이 한 달 동안 먹을 양이다.


어떻게 다 먹을까 생각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웬 블랙홀처럼 음식을 빨아들이는 가족이 하나 생겼으니까.


길어도 1주일이면 전부 동나겠지.


‘직접 가서 장 안 보게 인터넷으로 미리 시켜놔야겠네.’


두둑하게 짊어진 짐을 부엌에 놓아 빠르게 풀었다.


직접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해도 이때가 가장 좋다.


내 돈 주고 샀지만, 선물을 푸는 기분이랄까?


“뀨웅!”

“고마워. 어. 우유는 거기 넣으면 돼.”


해류도 거들었다.


자기가 먹을 거라고 마트에서부터 재료 하나 고르는데도 어찌나 깐깐하던지.


진땀을 뺐다.


그래도 귀여웠으니 봐주자.


신선한 재료들도 얻었고.


해류의 먹성으로 텅 비었던 식량들을 빼곡하게 채웠다.


인스턴트 대신 대부분 재료 쪽이었다.


번거롭기는 해도 해 먹는 게 맛도 더 좋을 테고, 해류가 격하게 싫어했으니까.


말은 직접 하지 않았어도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냉동식품을 카트에 집어넣으면 다시 제자리로 가져둔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삐쭉 튀어나온 입술에 반복되는 행동이 싫다는 걸 표현했다.


집에 항상 두는 게 인스턴트였으니 아침에 먹었을 때 별로였나 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벌써 미식을 아는 모양이다.


하긴, 영물한테 인스턴트 먹이는 건 좀 그렇지.


좋은 걸 먹여도 모자랄 판에.


해류가 도와줘서 정리는 금방 끝났다.


“오케이. 다 넣었네.”

“뀨웅! 뀨웅!”

“알겠어. 잠깐 주변 정리 좀 하고.”


장바구니를 잘 접어서 구석에 뒀다.


손을 깨끗하게 씻어 부엌 앞에 섰다.


따로 빼둔 신선한 재료들이 있었다.


“크으. 때깔 좋네.”

“뀨웅!”


생닭 두 마리가 뽀얀 살결을 드러냈다.


이번에 만들 건 오븐 통닭.


자취만 6년이긴 해도 오븐은 비싸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뭘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에 그나마 만만한 닭이 생각났다.


간단했다.


재료들과 함께 사 온 큰 그릇에 닭 두 마리를 담았다.


소금 후추를 적당히 뿌려주며 안까지 밑간이 되게 잘 버무려줬다.


다른 거 더 넣을 필요 없이 그게 끝이다.


“이대로 오븐에 넣으면 되지.”


뽑은 랜덤 버프 오븐을 살폈다.


전자레인지의 2~3배 크기에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은 유리로 되어있었다.


안에는 트레이 두 개가 위아래 위치했다.


앞에는 복잡한 버튼들이 있는데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


사용해봤어야 알지.


“설명서 같은 거 없었어?”

“뀨웅!”


뭐가 이렇게 불친절한 건지.


하나씩 만져봐야겠다.


“코드가 없네?”


앞뒤, 양옆 다 뒤져봐도 결과는 같았다.


보통은 전기 오븐으로 콘센트 코드가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전기가 없으면 연결이 불가능할 테니까.


대신 오븐 뚜껑 왼쪽 구석에 익숙한 버튼이 있었다.


전원 버튼이 확실했다.


손가락을 뻗어 눌렀다.


“오. 됐다.”


깜깜하던 오븐 안이 빛을 비췄다.


아이템인 걸 잠깐 잊었다.


수많은 버튼을 하나씩 추리했다.


“쓰읍. 이건 시간인가? 오. 그리고 이건 온도네!”


감각이 좋아서 그런가 금방 버튼들의 유무를 찾아냈다.


먼저 20분 정도 예열해줬다.


일반적인 오븐 사용법을 보면 예열을 해줘야 골고루 잘 익는단다.


20분을 쉬면서 기다리고 있자 기분 좋은 알람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딸랑!


“넣으면 되겠네.”


위에 있는 트레이에 닭 두 마리를 적당한 간격을 둔 채로 넣었다.


시간과 온도를 알맞게 조절한 뒤에 시작 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맛있으려나?”


조심히 뒤로 물러나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렸다.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인다.


이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음식이 바로 앞에 있는데 30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한다니?


인스턴트 음식 몇 개라도 사올까 싶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기다렸다가 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지. 괜히 이상한 음식 들어가면 별로야.’


1시간마다 먹는 물보다 4시간 동안 운동하고 난 뒤 먹는 물이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뀨웅....”


해류도 잠자코 기다렸다.


입술과 눈을 모아서 오븐을 쳐다보고 있는 게 상당히 귀엽다.


바로 앞에서 기다리니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른다.


1분이 10분처럼 흘러간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다.


30을 가득 채우던 숫자가 0이 되었다.


딸랑!


뚜껑을 열었다.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집 안 가득 고소한 닭 냄새가 퍼졌다.


냄새 죽여준다.


오븐 장갑을 끼고 꺼내려다가 떠오른 상세 정보에 멈칫했다.


<피로회복 오븐 통닭(F+)>

초보 요리사가 만들어낸 오븐 통닭입니다. 복잡한 비법 같은 건 없지만, 간단한 게 최고라고 소금 후추가 살 안에 잘 배어서 닭의 잡내가 싹 사라졌으며 감칠맛이 돋보입니다.

1. 뛰어난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2. 닭가슴살의 든든함이 피로회복을 돕습니다.

3. 닭의 잡내가 싹 사라졌습니다.

4.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어? 상세 정보라고?”


많이 놀랐다.


버프가 부여된다고는 했는데 등급까지 생겨 아이템이 될 줄이야.


장난 아니다.


아이템이 된 요리 장비들로 만들어도 음식에 등급이 생기지는 않았다.


확실히 맛있어지긴 해도 딱 그뿐.


상세 정보가 나타난 건 시작이다.


랜덤으로 부여된 버프까지.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 딱 알맞은 게 나와줬다.


여기서 더 기다리는 건 죄짓는 거다.


트레이에서 빠르게 꺼내 접시 두 개에 각각 하나씩 담았다.


곧바로 먹방이 시작됐다.


“쩝쩝.”

“쪽! 아그작!”


방 안에는 닭 먹는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크림 파스타만큼은 아니어도 진미인 건 분명했다.


소금 후추만 뿌렸는데도 닭의 잡내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닭 속까지 깊숙하게 소금이 스며들어 적절하게 간이 됐고, 닭가슴살조차 텁텁한 거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껍질은 바삭하니 극강의 고소함을 느끼게 해줬다.


운동으로 피곤해서 축 처지던 몸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꺼억. 뀨웅!”

“어우. 잘 먹었다.”


5분도 안 되어 살로 가득 찼던 닭 두 마리가 뼈만 앙상하게 놓여 있었다.


아마 닭 뼈 발골에 상이 있다면 우리는 대상감 아니었을까?


배가 든든하니 잘 먹었다.


블랙홀처럼 먹어대는 영물이라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더 만들어줄까? 닭 두 마리 더 있는데?”

“뀨웅! 뀨웅! 뀨웅?!”


고개를 저으며 짧은 두 팔로 배를 두드렸다.


엄청나게 배부르다는 거다.


영물이더라도 그만큼 먹었으면 배가 찰 만도 하다.


여기서 더 먹다가는 그건 영물이 아니라, 돼지 아닐까?


해류가 듣고 화낼지도 모르니 그 말은 애써 삼켰다.


성장률을 확인하니 ‘1.13%’로 총 0.12%가 올랐다.


운동한 뒤에 0.02%, 밥 먹은 후에 0.09%.


쭉쭉 잘 오른다.


이대로만 오르면 되긴 할 텐데 이왕이면 골고루 해야지.


먹기만 해서 100%까지 안 찰 확률이 높다.


‘운동도 같이 하고, 몬스터도 상대하면 되려나?’


장비는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낮은 등급의 게이트부터 들어가면 되겠다.


“나도 그만. 오늘 제대로 포식하네.”


해류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딱히 가야 할 곳도 없기에 오늘은 편히 쉬어줘야겠다.


시간이 늦은 것도 아닌데 배가 부르니 잠이 솔솔 몰려온다.


“뀨우왕!”


해류가 입이 찢어지도록 쩍 하품하며 베개에 누웠다.


아기 때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최고다.


싸기도 잘 싼다는데 영물이면 그 정도는 안 도와줘도 알아서 잘 가리겠지?


깨지 않게 조심히 이불을 덮어줬다.


미약한 숨소리만 들려왔다.


나도 옆에서 자려다가 부엌으로 향했다.


“설거지는 하고 자자.”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를 쥐었다.


다시 사용하려면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이템이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못 쓰게 되니까.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지.


한동안 우리의 끼니를 책임지게 될 보물인데.


청소는 순식간이었다.


자취만 6년 차인데 이 정도는 껌이지.


“후우. 나도 자자.”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려다가 시스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뭔 일이 일어났나 살펴도 볼겸, 영물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서다.


영물이 얻기 힘들어 관련 정보는 적어도 쓸만한 게 몇 가지 있다.


휴대폰 보는 것처럼 보다가 자면 되겠다.


꿀팁 몇 개를 읽어보는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쪽지> 배타고여행가지마 – 물약 더 없을까요? 있으면 낙찰 금액의 2배 가격에 사겠습니다.]


“또 오네.”


옆으로 치웠다.


시스템 기능 중 하나다.


익명이든 알려지든 상관없이 지정한 대상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경매 낙찰이 끝나기 전에도 쪽지는 항상 왔었다.


물약 효과가 워낙 좋았어야지.


낙찰이 끝나면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십 배로 늘어났다.

내가 물약을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때문에 알람을 꺼놓아도 커뮤니티만 들어가면 자연스레 켜진다.


“그냥 나머지도 다 팔까?”


고민에 잠겼다.


반을 남겨둔 건 숨겨진 효과 때문이 아니다.


평범한 물약 효과.


하지만 랜덤 버프 오븐이라는 대체재가 생겼다.


웃돈을 얹어주고 산다는데 안 팔 이유는 없지.


해류가 생기면서 돈이 필요할 때가 많아질 테고.


결정은 빨랐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후딱 끝내자.”


옷을 대충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처음 팔 때와 같았다.


다이소에 가서 남은 물약 수에 맞춰 50mL 플라스틱병을 샀다.


하나씩 담아 경매장에 올렸다.


귀찮게 쪽지 하나씩 읽어가며 거래할 여유는 없다.


급한 사람이 비싸게 사주겠지.


커뮤니티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으니 못해도 1.5배는 오를 수 있을 거다.


다 끝났겠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시스템 커뮤니티를 끄기 직전이었다.


[낙찰 금액은 10% 제외 금액임을 공지드립니다.]

[‘천경태’가 ‘30,000,000,000’ 코인으로 ‘회복의 강물(D)’, ‘50mL’ 84개의 즉시 낙찰을 원합니다.]

[즉시 낙찰에 응하시겠습니까?]

[Yes/No]


“....어?”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즉시 낙찰 제안이 왔다.


어차피 올라갈 금액인데 무시하려다가 금액을 확인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300억 코인?!”


입이 쩍 벌어져 붙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에 낙찰된 금액에 3배 가까이 올라간 셈이다.


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얼떨떨하다.


이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수락이지.


금액만으로 입이 벌어지는데 더 놀라는 건 낙찰한 이의 이름이다.


“천경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 어? 그 ‘맹인 궁수’ 천경태 말하는 건가?”


각성자가 되지 않아도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대한민국의 S급 각성자로 두 눈이 보이지 않은 맹인인데도 백발백중 활을 쏘아대는 괴물이니까.


그런데 내 물약을 왜 원하는 거지?


먼눈을 고치기라도 하려는 건가?


태생적으로 눈이 먼 채로 태어난 거라서 그건 불가능할 텐데.


‘뭐 살만 한 이유가 있겠지.’


구매 희망자가 좋은 금액을 제시했으면 난 팔면 되는 거다.


이유 같은 건 굳이 알 필요 없다.


직접 연락이라도 하면 모를까.


Yes를 누르자 정확히 들어온 300억 코인.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 정도라면 식비 문제는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지갑도 두둑해졌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려던 때였다.


[<쪽지> 천경태 – 잠깐 연락할 수 있습니까?]


“....”


자려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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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체력 회복 마녀 수프 +4 24.09.17 1,737 69 12쪽
» 22화. 천경태 +3 24.09.16 1,999 60 11쪽
21 21화. 마력의 밀로 만든 크림 파스타 +4 24.09.15 2,184 58 11쪽
20 20화. 행운 증가 +3 24.09.14 2,341 64 11쪽
19 19화. 영물 +6 24.09.12 2,557 72 11쪽
18 18화. 천상의 맛을 내는 MSG +4 24.09.10 2,670 67 12쪽
17 17화. 능력치 렌즈 +4 24.09.09 2,754 77 11쪽
16 16화. 능력치 수치 +7 24.09.07 2,879 72 11쪽
15 15화. 부가적인 효과 +6 24.09.06 2,973 76 11쪽
14 14화. 보스 몬스터 +3 24.09.05 2,988 75 11쪽
13 13화. 자동 공격 도검 +6 24.09.04 3,120 76 12쪽
12 12화. 게이트 브레이크 +6 24.09.03 3,222 78 11쪽
11 11화. 5,000만 코인 +4 24.09.02 3,266 73 12쪽
10 10화. 숨겨진 효과 +11 24.08.31 3,329 85 11쪽
9 9화. 회복의 정수기 +5 24.08.30 3,417 76 11쪽
8 8화. 병원 +14 24.08.28 3,538 78 11쪽
7 7화. 응급 처치 물약 +5 24.08.27 3,596 85 11쪽
6 6화. 변환 철 곡괭이 +3 24.08.25 3,796 84 11쪽
5 5화. 초콜릿 복근 +5 24.08.23 3,912 86 12쪽
4 4화. 마력이 담긴 모래주머니 +6 24.08.22 3,954 90 11쪽
3 3화. 경매 +5 24.08.21 4,069 87 11쪽
2 2화. 간편 수리 망치 +2 24.08.20 4,250 84 12쪽
1 1화. 각성 +7 24.08.20 4,808 9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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