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사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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챦챦
작품등록일 :
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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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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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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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의 이유

DUMMY

일사회(一巳會)



중국 우한시를 기점으로 하여 대만과 상하이쪽의 사채 사업을 관장하는 거대한 갱단 중 하나로써 이들은 이름 그대로 단 하나의 간부, 보스의 자식들만이 간부를 맡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사채업으로 벌어들인 자본 중 대 다수는 세탁이 필요한 법이지. 그래서 일사회의 조직 보스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조직의 자본을 세탁할 기업들을 세습해줘.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네 머리 속 AI칩을 만든 유니콘 유니버스야."



"괜히 들었어. 괜히 들었어. 괜히 들었어."



"알다시피 AI산업은 과거 버블사태처럼 그저 믿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모래성과 같은 형태잖아? 적당히 해먹고 버리기 딱 좋은 형태니 옳다구나 했겠지."



"괜히 들었어. 괜히 들었어. 괜히 들었어."



"늘 그래왔듯이 그들은 번지르한 사업 아이템을 기점으로 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수 많은 자본을 세탁하고, 그 끝에는 버블을 등에 태워 그대로 기업을 매각해 차익을 중국에 가져올 계획이었지. 그래서....."



"괜.듣 괜.듣 괜.듣 괜.듣 괜.듣"



"야! 진정 좀 해!"



정신을 잃은 채, 아니 미쳐버린 채 넋이 나간 나에게 그녀가 호통을 쳤다.


아니, 생각해보면 좆된건 난데 왜 넋이 나갔다고 화내는 걸까?



[분석 결과, 분노가 아닌 죄책감으로 확인.]



'죄책감?'



[본인들의 일에 제 3자가 휘말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 것으로 확인.]



'죄책감? 이런 시발'



"죄책감이고 나발이고 무서운 걸 어떡하라고."


진정하려고 해도, 애써 괜찮은 척 하려고 해도 떨리는 손이 현재 나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냥 술먹고 지나가다가 부딪쳤을 뿐인데, 정말 사소한 이유 때문에 이런 사건에 휘말리다니.


운이 없다는 표현으론 모자랄 정도, 이 정도면 운이 나를 땅에 메다 꽂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발 이딴 일에 휘말릴 줄 알았으면 술 안 처먹었지."



[숙주의 감정의 동요를 확인. 이에 따라 최적의 프로토콜을 진행합니다.]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지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모르고'



'시발 생각해보니 또 선택지야.'



생각해보니 또 선택지, 이 녀석 때문이다.



당장의 혜지와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녀석의 말을 따라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크리스티의 말에 따르면 내 머리 속 녀석, 그러니깐 이 AI는 생각보다 더 말도 안되게 유능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선택지에 대한 믿음으로 갔던 것인데




[선택지 1. 자신의 노리는 세력에 대해 듣는다. / 진척도: +4]



[선택지 2. 듣지 않는다. / 진척도: -6]




'이게 뭐야? 결론적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졌잖아. 이런 돌팔이 AI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 마음대로 선택할 껄.


혜지랑 만났을 때도 고백을 받을 껄


어제 술을 마시지 말껄.


애시당초에 머리 속 글귀들을 싹 다 무시할껄.



한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자 머리 속의 사무치는 부정의 감정.


오늘 하루, 더럽게 안 풀리는 오늘 하루에 대한 후회의 연속.


나의 감정의 둑은 너무나 많은 후회를 담은 탓에 이제 그 임계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야! 야!!"


"이럴 줄 알았으면..이럴 줄 알았으면"



이제는 겉보기에도 티가 날 정도로 떨리는 손.


이제는 뭐가 됐든 다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나의 손에 부드러운 촉감이 일었다.



'뭐야, 이 촉감은'



당장의 너무 어색하지만은 않은 촉감.


난데없은 촉감에 난 신경이 자연스레 손으로, 그리고 그 손을 따라 촉감의 발생지를 향했고 그 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저, 저기"



"다물어."



거친 언행과는 대비가 될 정도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가락.


그녀는 검지를 세워 천천히 내 손 등을 찬찬히 훑었다.


낯간지러운 촉감 사이에 난 불현듯 이 촉감이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를 떠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당장의 오늘 경험했던 촉감과 유사했으니깐.


혜지가 내 허벅지를 만졌을 때의 감각과 유사했으니깐 말이다.




그녀는 말 없이 내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어."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또다.


나의 감정은 배제한 채, 또 다시 태연하고 낙천적인 태도로 일관.


역시나 이 사람은 외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나와는 대비되는 부류의 인간임이 확실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가증스럽게 깍지를 낀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굳게 풀리지 않는 손.


나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자신감과 확신의 눈.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이토록 깊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담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킬게."



"당황스러운 것도 다 이해해. 그러니 무작정 믿으라는 말도 취소할게."



"그냥, 진정됐을 때 네 옆을 봐. 내가 있을테니깐."



그렇게 한참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어느새 내 손의 떨림이 멈췄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동안 말 없이 내 손을 부여잡던 그녀.


그녀는 내 몸의 떨림이 멈춘 걸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깍지를 풀어줬다.



"크흠, 난 네가 다 눈치챈 줄 알았지. 애초에 머리 속에 AI칩이 있잖아"



"이 고철덩어리를 도대체 뭘 보고 믿는건데요. 환장하겠네"



"너무 그러지 마라. 애초에 네가 이 말을 들은 건 비밀로 하면 되잖아."



"비밀로 한다고 걔네들이 제 말을 믿을까요? 아무 말도 안 믿을 거 같은데"



"야, 그러면 반대로 생각을 해봐."



"반대라고요?"



"애초에 안 믿는 놈들이면 네가 사실 여부를 아는 것과 상관없이 똑같이 안 믿겠지."



"그러면 정보를 하나라도 더 많이 알고 있는 게 낫지 않아? 애초에 네 머리 속에 AI칩이 박힌 순간 말 그대로 걔네들은 네 말을 안 믿는 건 기정사실이야."



"어?"



생각해보니 꽤나 일리 있는 주장이다.


사실 그들 입장에선 내 머리 속의 AI칩이 있는 순간, 상식적으로 제3자가 우연히 머리에 칩이 박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깐.


정말 상황이 달라진 건 1도 없지만 그래도 마음 속 시름은 덜어진 기분이다.



"나도 그런 걸 다 고려해서 알려준 거니 너무 막 그럴 필요는 없어."



"뭐 떠보는 와중에 들킬 가능성이야 생겼지만 그 땐 머리 속 녀석이 알아서 신체반응을 조절해 줄 거 아냐?"




"잠깐만요? 신체 반응을 조절해주다니요? 처음 듣는데요?"




"너 설마 몰랐어?"



"네? 몰랐다니. 뭘요?"



"네 머리 속 AI는 숙주의 상태를 봐서 감정의 동요가 너무 심해 목표를 수행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임의로 신체의 호르몬을 조절해."



"그런 것도 된다고요?"



"아니면 생각해봐. 상식적으로 네 명치를 때리고 집에 눌러 앉은 날 상대로 네가 이렇게 침착한 게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그냥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녀석의 입장에서 난 더 이상 경계의 대상이 아닌 걸로 판단이 된 거지. 그렇기에 임의적으로 긴장을 풀어준 걸테고. 아무튼 그 녀석이 머리에 달려있는 이상 네가 거짓말을 못해서 들킬 일은 없을 꺼야. 주의도 AI가 다 해줄 테니 걱정 없고."



"그래주면 퍽이나 좋겠네요. 전 솔직히 이 녀석 정체도 모르고 신뢰도 잘 안 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진정됐으면 다음 설명 이어서 한다? 어차피 여기까지 들은 이상 다 들어야 하잖아."



"저, 제가 정신이 없어서 잘 못 들었는데"



"어디까지 말했냐고? 그럴 줄 알았다. 눈이 완전히 동태눈깔이여 가지고"



"후우, 요약하면 널 찾아올 유니콘 유니버스는 일사회가 사용하는 자금 세탁용 페이퍼 컴퍼니일 뿐이였어. 그게 터지기 전까진."



"그거라고 하면?"



"너, 페이퍼 컴퍼니의 가장 1순위 목표가 뭔지 알아?"



페이퍼 컴퍼니.


기업이 모종의 이유로 형식상으로만 회사로 남겨두고 실상은 딱히 중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속 빈 강정'과 같은 회사를 말하는 데 그런 회사에게 1순위라면 사실 결정됐다.



"당연히 눈에 띄면 안되죠. 정부와 국세청, 그리고 가능하면 국민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으면 좋고요."



"그래, 눈에 띄면 안되지."



"하지만 박사는 예기치 못하게 너무나 눈에 띄어버리고 말았어. 너무나 말이야."



"그저 형태로만 존재해야 하는 기업이 진짜로 일을 내버린 거야. 말도 안되는 AI칩을 만들어 버린 거지."




"사실상 말도 안되는 발명, 그로 인해 기업은 말 그대로 세상을 뒤바뀐 혁신을 일으켰지만 그 기업의 회계 장부는 이미 수 많은 검은 돈을 세탁한 회사."



"그 뒤는 너도 상상이 되지?"



"직원 입장에선 본인의 아이템을 세상에 널리 알려 그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할 테고, 하지만 일사회는 그걸 원하지 않겠네요. 그들의 목표는 자금 세탁, 그리고 매각이니깐요."



"그로 인해 회사 내에는 두 가지 파벌이 생겼어."


"[일사회의 개입을 염려하려 나서지 말고 있어야 한다] 와 [새로운 기업의 투자를 받아 기업을 새로 리빌딩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


"그리고 그 뒤는 알겠지?"



"박사님쪽이 후자겠네요."



"그래. 그리고 결국 일사회가 직접 움직였고 난 일사회로부터 박사님을 지키라는 의뢰를 받고 여기 온 거야."



"그게 지금 간략한 상황이야. 이제야 이해돼?"




말 자체가 어렵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 덕택인 지 모르겠다만 지금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박사님을 찾기 전까지, 최대한 행동을 조심할 것.]



이것이 지금 당장 내가 지켜야 할 절대 원칙과 같다.


머리 속 AI를 떼어내고 다시 평범한 이강찬으로써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최대한 행동을 조심해야겠네요."



"네가 이런 일에 휩싸인 점에 대해선 미안해. 그래도 걱정마. 박사님을 찾는 데에는 막상 오래 걸리지 않을 꺼야."



"당장의 AI칩을 잃어버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박사님이 서울을 벗어났을 리는 없으니깐. 하지만 만약을 위해 확인할 게 있어."



"너, 혹시 대학생이야?"



"네? 네. 이제 2학년이에요."



"나이가 24살인데 2학년이라고? 생각보다 늙었네."



"대한민국에서는 삼수하고 꼬이면 이 정도 되거든요?"



"누가 모를 줄 알아? 말했잖아. 난 한국 사람이라고."



"나 나름 족보에도 적혀있거든? 친가댁에서 여자라고 안 넣어주려던 거 엄마가 사정사정해서 넣어줬어."



"크리스티라는 이름이요?"



"장난치지 말고, 당연히 거긴 본명으로 들어갔지."



"아무튼, 학생이면 미안하지만 제안할 게 하나 있어. 나중에 가능한 한 보상해줄테니깐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 *** ** *** **"



"......"



"썩 내키지 않는 건 알고 있지만 부탁할 게. 최대한 변수 없이 널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아뇨. 어떤 의미로 말한 건지는 알겠으니깐, 할게요."



그렇게 우리 둘의 밤은 시작은 한 없이 꼬였지만 그 마무리는 나름대로 시원하게 풀렸다.


우린 그렇게 날밤을 새고 아침을 맞이했다.



_______________****



다음날 오전 10시, 오성 대학교.



"안녕하세요. 교수님."



"네에, 이강찬군, 이야기는 들었어요."



"휴학 상담이었죠? 이번에 우리가 할 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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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녀의 정체 (2) 24.09.16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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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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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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