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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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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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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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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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3.각성자

DUMMY

귀뚜라미가 울었다.

창밖을 보니 내려앉은 어둠 저편으로 달이 반쯤 차올라 있었다.


“돌아왔구나.”


알면서도 되뇌게 되는 말.

지구로 돌아왔단 감격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냥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EX급 재능 영원한 군주까지 가지고 돌아왔다.


그 재능의 비밀이 뭔지 한시라도 빨리 알아내야 했다.


“야. 넌 쉬지도 않냐? 오늘 게이트에서 로또 주웠다면서? 좀 쉬어.”


마당에 나와 몸을 풀고 있으니 반쯤 연 거실 창으로 강철이 형이 고개를 내밀었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나도 괜히 못 쉬겠잖아.”

“설거지나 좀 해.”

“알았어.”


돈이 좋았다.

주먹만큼 큰 마정석을 주워왔더니 스리슬쩍 피하던 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단다.


나, 민이, 강철이 형.

셋은 경제적 공동체지만 벌어온 돈에 예우는 제대로 해줬다.


형이 암호화폐 비밀번호를 되찾았을 때는 오랫동안 황제 대접을 받았다.

현시점 집안의 가장인 민이는 손에 물도 대지 못하게 했다.


‘이제 설거지는 영원히 안녕이다.’


이 백규가 집안의 하늘에 서겠다.

형은 청소랑 설거지시키고, 민이는 그나마 요리를 할 줄 아니까 밥을 시켜야지.


마당에 둔 치닝 디핑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일곱··· 여덟!”


배치기 포함해서 여덟 개 했다.

어디든 기어오를 일이 많은 짐꾼에게 필수적인 운동이라 원래 꽤 하던 풀업이지만, 집안의 하늘에 서려면 갈 길이 멀었다.


“셋··· 넷!”


가동 범위는 줄이지 않고 최대 개수만 줄이면서 다섯 세트를 마쳤다.


없는 힘을 쥐어 짜내느라 광배보다는 이두근이 쑤셨다.

척추 아래에 통증도 있고, 약간 어지럼증도 있었다.


형 말이 맞았다.

게이트 다녀온 날은 쉬어야지 턱걸이 다섯 세트라니 의욕 과다였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미 각성했다.

EX급 재능을 얻었으며, 그 황소지옥이 득시글거리는 지옥에서 탈출했다.

오늘만큼은 내일을 위해 달이라도 올려보며 마음을 비울 때였다.


‘응?’


그렇게 평상에 퍼질러 누워 얼마나 달을 올려봤을까.


등짝 느낌이 이상했다.

팔도 이상했다.


무리해서 당긴 풀업으로 며칠은 고생할 근육통이 자라나다 말고 사라지고 있었다.

통증이 누가 정으로 내리치는 것처럼 부서져 내리고 있다고 하면 옳을까.

어쨌든.


“아홉··· 열!”


다시 철봉에 기어오르니 배치기 포함 여덟 개 한계인 풀업 개수가 열 개로 늘었다.


“다섯··· 여섯!”


다시 다섯 세트를 해냈다.

등짝과 팔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픈데 입가로 웃음이 나왔다.


‘신체 강화 재능이다.’


빠른 근 비대는 신체 강화 재능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허기도 졌는데, 그것 역시 신체 강화 재능의 특징 중 하나였다.


“저녁 먹은 지 한 시간도 안 됐잖아? 무슨 먹방 준비하냐? 요즘 그거 대세 아니야.”


형이 뭐라건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라면 네 개를 한 번에 먹고도 크게 배가 부르지 않았다.


음식물이 한여름에 땀 바짝 흘리고 마시는 물처럼 위가 아니라 근육에 바로 붙었다.

그렇게 먹고도 용변 신호가 오지 않는 걸 보면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다.


“열다섯.”


순식간에 풀업 열다섯 개를 찍었다.

그러니 또 배가 고파서 만두에 계란까지 잔뜩 넣고 라면 다시 끓였다.


“서른.”


자정 무렵 서른 개를 찍자 신체 변화가 눈에 보였다.

팔이 굵어지고 등판이 넓어졌으며, 기름기도 쫙 빠졌다.


고작해야 몇 시간 만에 상체가 기계체조 선수처럼 변했다.

그러고도 힘이 남았다.

식료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 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까.’


풀업을 서른 개쯤 찍으니 근력 운동이라기보다 유산소에 가까워져서 스쿼트를 했다.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맨몸 스쿼트가 점핑 스쿼트가 됐다.


“먹을 게 없네.”


집안의 온갖 식료품이 모두 동났다.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여기서 더 훈련하기는 곤란했다.


점핑 스쿼트조차 유산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맨몸 운동으로는 성취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헬스장에라도 등록해야 하나.’


여태 월 오만 원이 아까워서 등록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까운 돈이지만 멀리 보면 등록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헬스도 등록하고, 마정석도 팔아야 하고, 식료품도 잔뜩 사야 했다.

할 일이 많았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야할 때였다.


‘몇 년 만에 침대에 누워보는 거지?’


침대에 눕자 매트리스가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왔다.

싸구려 매트라도 검은 태양 아래 죽은 황소지옥을 끌어안고 청하던 잠보다는 나았다.


잠이 달았다.

뭐든 나아지기만 할 내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


새벽빛이 밝아오자 눈이 떠졌다.

하늘에서 어둠이 밀려나는 모습만 봐도 잠이 깼다.


“일어났냐? 여기 좀 봐라. 도둑 들었어.”


거실로 나오자 형이 침중한 안색으로 빈 쌀 포대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거 내가 먹은 건데?”

“반 포대는 남았을 텐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


형의 말문이 막혔다.


“너 몸이 왜 그래?”


내 몸을 본 거였다.


“아. 이거.”


나도 잠깐 말문이 막혔다.

평범한 짐꾼이 밤새 기계체조 선수급 몸이 되다니 직접 체험하고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각성했거든. 신체 강화 재능 있는 사람은 먹고 운동하면 몸 크잖아. 그래서 어제 새벽까지 운동했어. 계속 밥 먹으면서.”

“각성하면 그 정도 몸을 가질 수가 있는 거야? 하룻밤 만에?”


둘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각성자의 재능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나, 귀동냥으로 들어본 사례를 총출동시켜도 하룻밤 만에 이 정도 변화는 없었다.


“나 물 한 잔만.”


형은 냉수를 한 잔 마시더니 내 온몸을 뜯어봤다.

속이 꽉 찬 가슴팍을 눌러보기도 하고 자기 뺨을 후려갈기기도 했다.


“꿈은 아니네. 다행이다.”


형은 터진 입술로 웃었다.

그제야 내 각성을 믿게 된 거였다.


“각성자는 시작부터 연봉 삼억 넘어간다던데 완전 대박 난 거네?”

“초대박이지.”

“와 주먹 크기 마정석은 애교였네. 일단 검색부터 해보자. 무슨 재능이야?”


형은 열정적으로 스마트폰을 투닥거렸다.

주식, 코인, 스트리머 등 리스크 높으면서 스마트폰 친화적인 일만 따라다니는 사람답게 검색 능력은 나보다 뛰어났다.


“영원한 군주··· 그런 재능은 없네. 희귀 재능이야.”

“신체 강화는 확실해.”

“다행이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희귀 재능 각성자 중에서는 육성 방향을 찾지 못해 허송세월하는 사람이 간혹 있었다.


“신체 강화가 제대로 먹히려면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나오네. 너 고기 먹어야 해.”

“고기는 비싸잖아.”

“네 몸이 더 비싸. 로또도 맞았으니까 그 돈으로 단백질부터 실컷 사자.”

“단백질 파우더만 사도 돈이 만만찮게 깨질 것 같은데. 어젯밤에 쌀 반 포대를 먹었잖아. 라면에 계란도 다 먹었고.”


게이트 시대 식료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최하급 블루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고블린부터 논밭에 막대한 피해를 줬는데, 블루 게이트는 지나치게 많이 열려서 제때 처리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블루 게이트가 파출소에 신고만 하면 공략할 수 있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엄마 치료 날짜도 잡아야 하고.”

“이모 치료 날짜 잡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 민이도 이제 대출 안 나올 거고.”


어머니는 암호화폐 이후에 한 번의 치료를 더 받았다.

민이가 좋은 길드에 들어가서 직장인 대출을 받은 거였다.


“아 그럼 이번에는 내가 대출을 받으면 되겠다.”

“네가?”

“그래. 나 각성자니까 금방 길드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대출도 빠방하게 나오겠지. 먹을 거 실컷 먹고 엄마 치료비까지 충당하고도 돈이 남을걸? 우리 이사가도 될지도 몰라.”

“오. 각성자는 대출도 필요가 없겠는데? 길드에서 억 단위 계약금을 막 준대.”

“진짜?”

“그래, 여기 봐.”


나와 형은 이마를 맞대고 즐거운 검색 결과를 함께 읽었다.


“길드 들어가려면 몸 더 키워야겠다. 너 아직 스킬은 없지?”

“스킬 있으면 이 정도가 아니었겠지.”


각성자의 증명은 누구도 엿볼 수 없는 상태창이 아니라 스킬로 이뤄졌다.

스킬이란 육체가 아니라 마나로 발휘하는 초자연적인 힘이라 그 자체로 각성자의 증명이었다.


“스킬부터 얻어야겠다.”

“민이 입사 준비할 때보다 두 배로 기운차네.”

“고작 두 배?”

“말이 두 배라는 거지.”


형과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각성자 백규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 것인지 전략이 서고 있었다.


스킬 획득을 위한 방법은 간단했다.

재능에 맞는 훈련을 거듭해주면 됐다.


신체 강화 재능이 제일 쉬웠다.

몸에 불을 지르거나 얼음을 끝없이 삼켜야 하는 재능과는 달리 운동만 계속해주면 됐다.


인간의 육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스킬이 생기는 구조였다.


“그럼 나는 마정석 팔고 올 테니까 냉장고는 형이 채워. 고기 많이 사지 말고 단백질 파우더 위주로 사.”

“알았어. 맡겨만 둬.”


잘 나가는 놈을 밀어줘라.

우리 가족의 오랜 불문율이었다.


민이 길드 입사 준비할 때도 강철이 형이 코인으로 괜찮게 벌 때도 우린 원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중심으로 원팀이 이뤄질 거였다.


“내가 이 집의 하늘에 서겠다.”

“알았다. 네가 이 집의 하늘에 제발 좀 서다오.”


형과 난 해 뜨자마자 함께 집을 나섰다.

식료품이야 배달을 시켜도 되는데 형은 굳이 발품을 팔겠다고 했다.

그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형은 짠돌이였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코인하고 주식 했다.

마찬가지로 한 푼이라도 아껴서 각성자로서의 내 행보를 도우려 할 것이었다.


코인하고 싶어서 한 것 아니다.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입버릇처럼, 각성자도 아니고 마나 감응력도 없는 데다 겁도 많고 몸도 약한 주제에, 더 잘 살고 싶어 리스크 높은 일에 매달린 사람이었다.


확실하게 잘 살 방법이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매진할 것이었다.

각성자를 돕는 것만큼 확실하게 잘 살 방법도 드물 터였다.


“이천칠백까지는 드리겠습니다.”


나 역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서울 시내 거래소를 세 곳이나 돈 끝에, 시장가 이천오백짜리 크기의 마정석을 웃돈 받고 팔아냈다.


-아끼지 말고 팍팍 써. 이제 우리 부자 될 거니까.


백만 원만 남기고 형 계좌에 쐈다.


-진짜 팍팍 써버린다?


웃음이 났다.


-진짜 팍팍 써. 괜찮으니까.


농담을 진담으로 돌려줄 여유가 있었다.


황소지옥과 검은 태양.

검은 사람들과 하얀 사람.

시간 개념이 사라져버린 공간에서 견뎌낸 삶이 보상받는 기분.


그러나 부족했다.

나는 더 보상받을 생각이었고, 그래서 헬스장을 찾았다.


‘당연히 무제한 이용권이다.’


월 이용료가 이만 원이나 더 비싼 무제한 이용권을 호기롭게 끊었다.

간밤에 시험해본 결과 내 회복력은 웬만한 각성자와는 비교 불가능한 것.

하루 몇 번이나 헬스장을 찾게 될지 몰랐다.


“스물!”


이십 킬로짜리 중량 벨트 차고 풀업 스무 개가 가뿐했다.


“스물다섯!”


스물다섯 개까지 그 자리에서 바로 늘렸다.

배가 고팠다.

그러니 각성자 특유의 말도 안 되는 회복 능력에 제동이 걸리는 것 같았다.


‘먹을 것도 챙겨 다녀야겠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하체를 하고 가지 않으면 섭섭했다.


“스물!”


가뿐하게 백 킬로로 스쿼트 이십 개 갈겼다.

백 킬로 스쿼트를 고 반복으로 때려버리면서 가뿐하다니, 슬슬 각성자의 삶에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늦었네. 헬스장에라도 다녀온 거야?”


그렇게 하체까지 탈탈 털고 집에 돌아가니 형이 먼저 와 있었다.


“마음을 읽힌 건가?”

“아니, 네가 똥 싼 것처럼 걷길래.”


우린 같이 웃었다.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뭔 말을 해도 웃음이 나왔다.


“맛이 더럽게 없긴 하다.”

“참아. 요리는 민이한테 맡기기로 했잖아.”


상 하체를 모두 털어 기운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식사 준비는 형이 했다.

삶은 달걀과 닭가슴살, 식빵이 전부였으니 준비랄 것도 없었다.


“들어가긴 들어가네.”

“맛은 없어도 영양 밸런스는 좋을 거야.”


거짓말처럼 진짜 좋았다.

닭가슴살이 찢어진 근육에 들러붙는 느낌이 당 떨어질 때 먹는 초콜릿 같았다.


“와. 잠깐만. 부족하냐?”

“부족하네.”


상이 순식간에 비었다.


“보디빌더냐? 계란 반 판에 닭가슴살 다섯 덩이, 식빵 열 개를 한 방에 다 잡수시고도 모자란다고?”

“모자라.”

“좋네. 내가 검색해보니까 너처럼 많이 먹는 각성자는 없는 것 같더라. 틀림없이 엄청난 재능일 거야.”


나는 똑같은 메뉴를 한 번 더 먹어치우고 헬스장으로 되돌아갔다.


“서른.”


이십 킬로 중량 풀업 서른 개 찍었다.

백 킬로 스쿼트도 서른 개 찍었다.


백팔십 센티에 팔십오 킬로.

근육으로 가득 찬 몸이라도 한계에 봉착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서두르는 거였다.

각성자의 재능. 그 진짜 가치 스킬은 인간의 육신을 초월해서부터 나오니까.


“이번에는 계란 한 판에 닭가슴살 열 덩이 구웠다. 식빵 열 개랑 컵라면 물까지 데워뒀지. 난 요리를 못하니까.”


그걸 아는 형도 내가 오길 기다려 식사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다시 헬스장으로 돌아갔다.


“아니, 오늘 세 번째세요. 그것보다 몸이 대체··· 제가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침보다 저녁에 몸이 그렇게 좋아지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센치한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보던 헬스장 점원이 말을 걸어왔다.


“각성자거든요.”

“넷? 각성자요?”


점원 얼굴에서 물음표를 사라지게 할 답은 아니었다.

각성자는 게이트보다 보기가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스물.”


사십 킬로 중량 풀업.

백사십 킬로 스쿼트를 스무 번씩 해냈다.


“스물다섯.”


개수를 하나씩 늘려가며 다섯 세트를 했다.


“원판 두 장짜리 풀업을 몇 개나 하는 거야? 저 원판 십 킬로짜리지?”

“이십 킬로에요.”

“약을 얼마나 잡수셨길래 백사십 킬로 스쿼트를 열 번 넘게 하네.”

“스무 번 넘게 했습니다. 그런 약 있으면 저도 좀 쓰고 싶네요.”

“거기 다섯 세트 쨉니다.”


갤러리가 생겼다.

저녁때가 되어 많아진 사람이 모조리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내 몸의 변화를 본 강철 형처럼 멍한 낯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스물여덟.”


거기 세 세트를 더하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말조차 사라졌다.


“스물아홉.”


호흡마저 멈춰버렸다.

반백 명이 넘게 모인 헬스장에서 남은 소리는 내 신음뿐이었다.


“끄으윽!”


비명이 샜다.

인간의 몸으로는 도무지 범접하지 못할 벽이 느껴졌다.


각성자의 재능이 인간이 도달하지 못할 영역을 더듬어갔다.

찢어진 근육 사이로 들어찬 마나가 인간의 한계를 대신 뛰어넘었다.


쿠직.

쥐고 있던 철봉이 우그러졌다.


<상태창>

이름: 백규.

스킬: 근력Lv1.

재능: 영원한 군주(EX).


그리고 스킬이 생겼다.


상태창이 생긴 지 꼬박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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