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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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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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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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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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오크 사냥은 더 쉬웠다.

놈들은 도망칠 줄도 힘을 합칠 줄도 몰랐다.


웬만한 총탄은 몸으로 버텨내는 육체와 고릴라를 연상케하는 괴력만 믿고서 무지성으로 달려들었다.


“케엑!”


고블린의 짧고 무딘 단검으로 빈틈을 찾아 찌르고, 또 찌르기가 너무 쉬웠다.

이러다간 각성자의 증거. 스킬은 사용할 틈도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 한 마리는 스킬을 써서 잡을게.”


그래서 억지로라도 스킬을 쓰기로 했다.

남은 오크가 한 마리뿐이어서 가능한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푸지지직!

고블린의 무딘 단검이 오크의 사타구니부터 정수리까지 한 방에 두 쪽을 냈다.


“어땠어?”


민이는 여전히 굳은 채였으나 다행히 손에 스마트폰은 들고 있었다.

이세계라 통신은 안 되지만 촬영은 되는 스마트폰이었다.


“미친··· 오빠 개 미쳤어. 지금 고블린 븅신칼로 오크를 반갈죽낸 거잖아.”

“그랬지.”

“스킬을 무기에 덧씌우는 건 언제 배운 거야?”

“그냥 되던데.”

“원래는 안 되는 거야. 신체 강화자의 스킬은 최초로 스킬을 얻은 신체 부위로만 쓸 수 있어. 훈련으로 차근차근 다른 부위를 개방한 뒤에 재능이 뛰어나면 몇 달, 모자라면 몇 년은 훈련해야 병기에 덧씌워지는 거라고.”


그런 딥한 커리큘럼을 한낱 짐꾼이 알 리 없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EX급 재능을 동생 앞에서 증명한 거로 충분했다.


“알려줘서 고맙네.”

“왜 그리 태평해? 엄청난 재능을 각성해버린 거라고 오빠!”


들뜬 목소리가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난 벌써 알았지. 하루 만에 몸짱되고 스킬 생겼잖아.”

“보통은 안 그러던데.”

“내가 보통 각성자가 아니라는 걸 이제 알겠지?”


민이는 몇 차례 눈을 끔뻑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랑 목숨 걸고 싸울 배짱이 있다는 것도 인정?”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인정했으면 결정석 깨고 나가자.”


결정석 찾기는 간단했다.

몬스터는 게이트를 넘어 지구로 오려고 하니, 그 반대 방향만 살펴보면 되었다.


오늘 진입한 게이트는 고블린과 오크가 싸우는 등 동선이 꼬여 추적하기가 까다로운 형태였으나, 숙련된 짐꾼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이것도 스킬로 깰게.”


결정석의 크기와 강도는 게이트의 크기에 비례하는바.

퍼플되기 직전의 결정석은 웬만한 바위를 능가하는 강도다.


“고블린 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민이의 우려처럼 스킬을 써도 고블린 칼로는 힘 낭비만 하게 될 거다.

그래서.


“이거로 할게.”


오크의 해머를 주워들었다.

머리 부분에 마정석이 붙어 있어 가장 단순한 헌터 병기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오크의 해머와 스킬.

두 가지 힘을 합치면 결정석 파괴에 부족하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거다.


“무리하지 말고 그건 내가 깰게.”


무리가 아니라는 걸 검은 태양 아래 쌓은 경험이 속삭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인지 기억나지도 않는 나날들이 결정석이란 무기물의 근본까지 간파해냈다.


“카메라나 잘 들고 있어.”


스킬의 힘까지 더해 해머를 내리찍었다.


쿠직.

푸르스름한 결정석 조각이 튀었다.

퍼플 직전의 결정석은 중학생 크기만 해서 한 방에 박살이 나진 않았다.


“흔들렸어!”


괜찮았다.

오라비를 못 믿은 민이가 카메라맨의 본분을 망각해서 한 방 더 때려야 했다.


“한 방 더 갈 테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찍어. 깨질 것 같으니까.”


민이가 스마트폰을 바로 쥘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한 번 내리찍었다.


쿠직.

단 두 방으로 결정석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잔해 속에서 발굴해낸 마정석은 크지 않았다.

퍼플 직전 블루 게이트답지 않게 백만 원도 받기 힘들어 보였다.


가만 놔둬도 더 커지기보다 저절로 사라지는 유형의 게이트.

그러나 소기의 목적은 이뤄냈다.


“이 오빠가 짐꾼만 오 년인데 각성했다고 게이트에서 흥분하겠냐. 나를 알고 적을 알고 될 만하니까 지른 거야. 앞으로는 오빠가 뭔가 한다싶으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 알겠어?”

“······.”

“대답.”

“알았어.”


민이가 항복했다.

돌아가는 길. 짐꾼과 헌터로 뒤바뀐 남매의 서열도 확실하게 다잡았다.


“헌터들이 게이트에서 하는 건 싸움밖에 없지. 그 싸우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안내하는 사람이 짐꾼이란 거야.”

“짐만 들던데. 농땡이도 부리고.”


동생다운 앙탈은 있었다.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왔으니 괜찮았다.

속사포로 몰아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건 초보 짐꾼이지. 나처럼 숙련된 짐꾼은 길 안내는 기본이고, 몬스터의 습성까지 대부분 파악하고 있어. 상대해보지 않은 오크도 집단전에 약하다는 걸 미리 알았지. 초보 헌터와 숙련된 짐꾼은 그만큼의 차이가 있단 거야.”

“내가 초보 헌터란 거야?”


민이가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나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숙련된 짐꾼에서 각성자가 된 오빠를 못 믿어서 오크학살자라는 흉악하지만 필요 없는 물건까지 가지고 왔잖아. 그것뿐이냐? 아니지. 돈 많이 벌려면 오늘 찍은 영상이 대단히 중요한데, 결정석 찍는 장면 하나도 놓쳤지.”


민이 표정이 꿍해졌다.

오크학살자를 가지고 온 것도 촬영 미스가 난 것도, 따져보면 날 걱정해서 벌어진 일이니 그만 놀릴 때였다.


“오빠가 얼마나 대단한 각성자인지 이제 감이 와?”

“너무 많이 와서 어지러우려고 그러니까 그만 좀 해.”

“그만 하는 김에 너 길드도 그만둬.”


민이 걸음이 멈췄다.


“그만둬? 길드를?”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그럼 계속 다녀? 네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어? 오빠 각성자야. 밥하고 빨래는 네가 해야지. 엄마 병문안도 자주 다니고 치료 일정도 잡아야지. 그리고 까먹었나 본데 집안일 그거 쉽지 않다?”

“밥은··· 내가 해야겠지만 빨래까지 내가 해? 강철 오빠는?”

“그건 강철이 형이랑 네가 상의해야 하지 않을까? 지구인 중에 0.01퍼센트. 한국인 중에 오천 명밖에 없는 각성자가 여기 있는데 그런 시시한 문제에 신경 써야해?”


민이가 활짝 웃었다.

눈만 마주치면 헌터 일 힘들다고 하소연을 삼십 분씩 해대던 사람더러 그만두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 서둘러야겠다. 나 며칠 뒤에 이자내는 날이잖아.”

“서두를 것 없다.”


뛰어가려는 민이의 소매를 잡아챈 뒤에 엊그제 주운 행운. 이천칠백만 원짜리 마정석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두 배은망덕한 헌터의 생사는 쏙 빼놓고.


“이제 돈 걱정은 나한테 맡기고 넌 강철 형이랑 서포트만 해.”

“오빠아.”


민이 목소리에 물기가 찼다.

게이트가 쪼그라들고 있어서 오글거리는 감상에 젖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럼 난 게이트 토벌 신고하고, 총기 반납하고 올 테니까 오빠는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있어. 금방 가서 밥해줄게.”

“총기부터 반납해. 너 그거 휴일에 들고나오는 거 근무수칙 위반이잖아. 그만둘 건데 책잡히면 귀찮아진다.”

“알았어.”


민이는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걸음을 빨리했다.

나는 느긋하게 경고 줄을 해제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각성자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민이 얼굴 밝아진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자긴 괜찮다고 하는데 길드 입사 이후로 나날이 수척해가던 동생이었다.


“오셨습니까! 이 집안의 대들보 백규님이시여!”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바하는 강철 형을 보는 맛도 있었다.


“이제 오버 그만해도 돼.”

“내가 좋아서 그러니까 며칠만 더 하자. 오늘 일은 잘 풀렸어?”

“잘 풀렸으니까 이걸 들고 왔지. 이게 뭔지 알아?”


나는 마당에 오크 해머 세 개를 내려놓았다.


“마정석 보이네. 오크 해머야?”

“그래.”

“네가 때려잡았어? 민이는 네가 주제 파악 못 해도 자기가 있으니 걱정 말라던데.”

“내가 때려잡았지. 민이는 자기 주제 파악을 잘하게 됐고. 길드도 때려치우기로 했어.”

“잘됐네. 난 헌터 잘 모르니까 각성하면 인생 졸업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비루한 인생은 졸업한 거 맞아.”


형과 두런두런 잡담을 나누며 오크 해머에서 마정석을 적출해 냈다.

그것만도 삼십만 원어치는 됐다.

결정석 부수고 나온 마정석까지 합하면 백삼십만 원. 반나절도 안 되어 백만 원을 넘게 벌다니 미쳤다.


그러나 그게 끝도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각성자 백규님의 충실한 종! 백민이 모든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습니다!”


민이가 시끌벅적하게 대문을 넘었다.


“이제 오버 그만. 닭살 돋아서 못 듣겠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일단 좀 씻고 와.”

“알았어.”


민이가 초등학생처럼 웃어보이더니 씻으러 갔다.


“난 집안일 할 거 있나 뒤져볼게! 사실 청소는 오전 내내 했거든!”


형도 씩씩하게 들어갔다.

둘 다 정말로 좋아 죽으려고 해서 말릴 기분도 들지 않았다.


며칠이면 집안에 각성자가 났단 대 경사도 잦아들고 평상시로 돌아올 거였다.

더께처럼 얼굴을 덮은 시름도 함께 사라지겠지.


‘내일이 더 낫겠지.’


사실 오늘도 짐꾼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내일은 더 좋을 거라니 게이트에서의 피로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각성자로서 체내를 휘도는 마나가 명징하게 느껴졌다.

비우면 그 이상이 차오르는 마나를 그대로 두기 아까웠다.


팟.

허공에 스킬을 덧댄 정권을 내질렀다.

귀밑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팍.

기세를 이어 로킥을 후려 찼다.

정권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턱걸이로 단련한 이두근보다 하체에 들어차는 힘이 약했다.

허벅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번져갔다.

스킬을 감당하지 못한 하체가 발차기 한 방에 지쳐버린 거였는데.


‘괜찮네?’


오 분쯤 지나자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직감하게 됐다.

하체가 상체 수준으로, 스킬이 발현되는 한계까지 단련되었다는 걸.


게이트에서 민이가 말한 타 신체 부위 개방이 발차기 한 방에 이뤄져버렸다.

일단 스킬만 생기면 다른 신체 부위도 한계까지 단련하기가 쉽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빠르다니.

EX급 재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몸으로 느끼고도 놀라웠다.


놀랄 시간은 많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신체 강화자는 원래 배고픔을 많이 느끼고, 몸을 쓰면 배고픔을 많이 느끼지만, 마나를 많이 써도 배고픔을 많이 느낀다.

당연히 많이 먹을수록 마나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때였다.


“백민표 김치찌개 대 부활. 먹어 봐.”


민이가 김치찌개를 했다.

기름기 많은 앞다릿살에 두부를 깍둑썰기로 잔뜩 썰어넣었다.

주방을 오래 떠났어도 오빠 취향은 기억하는 기특한 동생이었다.


“찌개는 마음이 반이라고, 사표 쓰고 온 행복감으로 그득그득 넣었으니깐 맛있을 거야.”

“사표 썼어?”

“총기 반납하면서 던지고 왔지. 로또된 사람처럼 박력 넘치게 던졌다니까?”

“뭐라고 안 해?”

“하지. 직장인 대출 받은 거 다 갚으라고 노발대발하는 거 갚으면 되잖아요. 턱까지 치켜들고 말했지.”


나는 민이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형과 민이와는 달리 수다를 떨 정신이 없었다.

배도 고팠고,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였다.


맛있었다.

물론 내가 끓인 것보다 못하지만 두 사람 수다를 들으며 먹으니, 이상하게도 더 술술 넘어갔다.

두부가 너무 뜨거워 입천장이 다 뒤집히면서도 흐흐 웃음이 샜다.


“두부 귀신이야. 한 모 더 넣을까?”

“라면 사리랑 만두도 넣어라.”

“즉석밥도 하나 더 돌릴게.”


나는 두 사람이 수저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전투적으로 식사를 진행. 김치찌개의 바닥을 봤다.


“그럼 이제 헌터넷에 동영상 올리자.”


민이는 바닥을 드러낸 냄비를 훈훈하게 보더니 제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와. 오크를 무슨 영화처럼 두 쪽 내버리네. 현실성 없다고 욕먹겠다.”


동영상은 형의 검수를 받았다.

형은 한때 스트리머도 했었고, 스트리머 편집자도 했어서 스스로 영상에 조예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돈벌이가 안 된 건 스트리머로서의 자질, 편집자로서의 자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그대로 올려. 화질도 후지고 화면도 흔들리고는 있는데 그게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일 거야. 헌터들이 촬영한 영상은 원래 그렇잖아.”


형의 조언대로 편집 없이 통으로 동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오. 별표.”

“오 A급 표시까지. 역시 각성자는 때깔이 다르네.”


원래 있던 아이디에 각성자 등록번호 인증을 마치니 좌측에 별표와 영문자 A가 붙었다.

이제 게시글을 쓸 때마다 ABC등 영어 대문자로만 구분되는 헌터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낳을 거였다.

글은 쓰지도 못하고 댓글만 달 수 있는 짐꾼과는 아예 사는 세상이 달랐다.


“올린다.”


동영상 첨부해 구인 게시글을 남겼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계속 죽였다.


조회수는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한국 채널이면 각성자가 오천 명밖에 안 될 텐데 이래도 되나?”

“인터넷상에서 오천 명이 적은 수는 아니지.”


나와 형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로 민이가 검지를 까딱거렸다.


“올린 지 몇 초나 지났다고 그래? 좀 기다려봐. 웬만한 길드에서는 헌터넷 모니터링을 돌리니까 금방 메시지가 올걸.”


민이 말이 맞았다.

거짓말처럼 메시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오.”

“오오.”

“호오.”


우리 세 사람은 하나씩 메시지를 까보며 감탄사를 이어갔다.

메시지 양만큼 내용도 실했다.


일단 와보세요.

보수는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기본급은 낮은데 인센티브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등, 짐꾼의 눈물을 부르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새로운 각성자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각성자님의 활약을 대한민국 전체가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놀라운 활약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등, 코끝이 시큰한 찬사를 시작으로 대다수 메시지가 막대한 연봉을 제시하고 있었다.

“기본이 칠억부터 시작이네.”

“팔억도 많아.”


동영상의 힘은 막대했다.

짐짓 삼억이라고 추산한 신참 각성자 백규의 가치가 중견 각성자급으로 솟구쳤다.


“높게 부른 쪽은 규모가 어정쩡하고 낮게 부른 쪽은 규모가 큰 곳이네.”

“우리 길드도 있어! 웬만한 각성자는 거들떠도 안보는 곳인데 오빠 영상이 대단하긴 했나봐.”


민이가 오늘 사표를 던지고 나온 길드는 한국에서 한 손에 꼽히는 거대 길드였다.


“삼억이네.”

“이건 완전 각성자 기본 연봉이잖아.”

“A급 헌터보다 못한 액순데 오빠 실력을 보고도 초짜 취급하는 거야. 지들이 잘 나간다 이거지.”


그런 만큼 부른 액수도 적었다.


“여기 모니터링 하는 놈 내가 알아. 저놈이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든. 모르면 당해라는 마인드로 정식 입사보다 연봉을 엄청나게 후려쳐.”


민이가 열이 올랐다.


“어차피 다시 안 볼 사람들이잖아. 그치?”

“그렇지. 다시 본단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


나는 웃었다.

눈치 빠른 강철 형이 이어 웃었다.


“왜 웃어?”


반문하던 민이도 내가 타이핑한 글을 보고 웃었다.


-큰 길드라고 알고 있는데 짜네요. 너무 짜서 못 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예 더 부추겼다.


“오빠가 뭐가 죄송해? 죄송은 빼고 너무 짜서 역겹다고 해. 어차피 평생 안볼 놈들이잖아.”

“나랑은 아무 연관도 없는데 그건 좀 너무 나간 거 아닐까?”

“나랑 연관이 있잖아. 오빠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저놈들한테 무슨 꼴 당한 줄 몰라?”


모를 리가.

퇴근한 민이의 하소연을 듣는 것은 나와 강철 형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는데.


“저놈이 그놈은 아니잖아.”

“그렇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 한 방 날려야 해. 헌터랑 각성자 연봉을 후려치는 주범이라고.”

“후려치려는 게 괘씸하니까 한 방 먹이기는 해야겠지.”


그래서 내가 보낸 메시지는.


-삼억? 누굴 바보로 아나 ㅋ.


였다.


“진짜 바보로 아네. 하한가 팔억 돌파.”


형이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민이의 소소한 복수를 하고 나자 큰 길드에서 팔억, 작은 길드에서 구억을 부르고 있었다.


이 각성자 백규의 가치가 어디까지 솟구칠지 모르는 상황에 한 가지 의문이 피어났다.


‘오크를 반으로 쪼개서 구억이면··· 오우거같은 걸 반으로 쪼개면 몇억을 받아야 하는 거지?’


지금 오우거를 반으로 쪼갤 순 없겠지.

그러나 머잖아 가능할 것 같았다.


내 온몸에 때려 박힌 전투의 기억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건당 계약으로 하는 게 이득이겠는데?”


굳이 어느 한 길드에 소속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성과를 낼수록 몸값이 올라가는 프리랜서가 옳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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