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들의 기연을 무한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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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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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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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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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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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원숭이 무서운 줄 모르는군

DUMMY


/008



뿌우-!

고블린이 진격을 시작했다.


스트림은 대단한 랜덤성을 지니고 있다. 전장, 특수환경, 몬스터, 게임 규칙 등등.


똑같은 서바이벌 게임이라도, 똑같은 천율역이라도, 100번을 플레이하면 100번의 전개가 전부 달라진다.


랜덤한 조합에 따라 쉬운 게임이 되거나, 지옥의 게임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난이도는 '상'이었다. 뿔피리 소리만 들어봐도 범상치 않았다.


"평범한 빙하 고블린이 아니로군."


척척척!
눈보라 너머에서 그림자들이 다가왔다. 고블린 투사들이 먼저 나타났고, 창잡이들이 뒤를 따랐다.


투사 5마리. 창잡이 5마리.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소대장까지 11마리의 고블린이 등장했다.

고블린 정규군의 구성이었다.


⎯⎯⎯「세력 조우」⎯⎯⎯

강력하고 위험한 세력과 조우했다.

위협 등급 : 행성 단위


동토에 머무르는 푸른 귀신들.

《글랜셔 보이즈》

⎯⎯⎯⎯⎯⎯⎯⎯⎯⎯⎯⎯⎯


글랜셔 보이즈!

첫 데뷔부터 강력한 놈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 보이즈(Boyz)라는 단어를 보면 웃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고블린 비하를 일삼게 된다.


하지만 보이즈의 위력을 마주하면 웃음기는 사라진다. 보이즈는 '행성 규모'의 고블린 연합을 뜻하니까.


이들은 산에서 내려가 민가를 약탈하지 않는다. 다른 행성을 침공하여 맞싸움을 해버리지.


'글랜셔. 앞으로도 자주 만날 놈들.'


글랜셔 보이즈는 빙하 고블린들의 왕조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규율이 엄격하고 무뚝뚝하다는 것.


"털 없는 원숭이를 발견했다! 사냥 편대를 형성하라!"


소대장이 외쳤다.

추운 땅에서 규율을 지키며 살아오다보니, 고블린 특유의 얄미움도 없어졌다.


우울하고 우직한 고블린들.

고블린답게 머릿수는 개많다.


···수많은 우직한 전사들이라니.

그런 집단은 무적이 아닐까?

글랜셔가 바로 그런 집단이었다.


창잡이들이 시훈에게 투창했고, 투사들은 방비를 단단히 했다. 시훈은 귀신처럼 눈발을 나아갔다.


창끝이 시훈의 심장을 노렸으나, 어느 하나도 명중하지 못했다. 너무 느렸다.

무시무시한 투창조차 시력 99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털 없는 원숭이가 전진한다!"

"사람 놀리지 마라."

"미개한 원숭이를 잡아죽여라!"

"이런 얼음 땅꼬마 새끼들이-."


스트림에서 원숭이라 불리는 것도 벌써 두 차례. 시훈은 서러움을 담아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에 푸르스름한 살기가 서리더니, 투사 고블린의 목이 날아갔다.


"?!"


목이 날아간 투사 고블린은 인형처럼 쓰러졌다. 지금쯤 다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뭐냐! 조개 방패로 막았을 터인데···?!"

"아니. 못 막았다. 방패를 들어올리는 게 22/100초나 늦었단 말이다."


시훈은 1초를 100개로 쪼개서 보는 시훈에게 근접전은 간단했다.


써걱-! 써걱-!

시훈의 도끼날은 창잡이와 투사를 가리지 않고 베어버렸다. 그럴수록 도끼날은 더욱 강렬해졌다.


웅우우우웅!

울부짖는 만능 손도끼.

슬슬 비밀을 밝힐 때였다.


⎯⎯⎯「비밀 개방」⎯⎯⎯

적수가 명예롭지 않다면, 손도끼의 랭크가 1단계 상승한다.

⎯⎯⎯⎯⎯⎯⎯⎯⎯⎯⎯⎯⎯


손도끼의 겉보기 랭크는 A이지만, 숨겨진 랭크는 S에 이른다. A와 S의 차이는 당연히 매우 크다. 자르는 체감부터 다르다.


"명예롭지 않다는 기준이 참 모호한단 말이지. 너희는 나를 원숭이라고 모욕했으니···. 아무튼 명예롭지 않다!"


오크식 사고방식 ON.



* * *



10명의 소대원이 참살당하고.

소대장만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께르륵···. 말하는 원숭이···. 너는 대체 무슨 종족이냐."

"인간이지. 보면 모르나."

"크큭···. 웃기지 마라. 내가 아는 인간이란, 너보다 훨씬 무섭고 강력한 놈들이다."

"인간이? 자세히 지껄여보도록."


크흐흣.

소대장은 웃었다.


"인간이란 내공을 쌓아 무공을 다루고, 마법으로 드래곤을 길들이는 놈들이지. 아아. 두려운 녀석들. 너희는 '진짜 인간'들에 비하면 고작 원숭이에 불과하다."

"그렇군. 잘 가라. 얼음 째깐이."


써걱-!

소대장은 죽음을 맞이했다. 시훈은 숨을 돌리며 소대장의 이야기를 되새겼다.


"무공을 다룬다면 무림인이겠고, 드래곤 어쩌고는 제국인이겠군."


다른 차원에도 호모 사피엔스는 존재하며, 그들은 각양각색의 힘을 길러왔다. 그리고 딱히 지구인에게 친근하지 않다.


사고방식이 까마득하게 다른 인류의 친척들. 놈들 때문에 비서실장 노릇하기가 더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아아. 두통이여.

시훈은 현실로 돌아왔다.


"영혼 흡수."


즈즈즈즈-!

고블린 소대원 11인의 영혼이 수집되었다. 시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


자꾸 전생의 추억이 떠올랐다.

시훈은 전설 초혼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그리고 시훈이 봐온 전설 초혼사들은 불평불만이 심한 족속이었다.


'이딴 병신직업. 남들한테 추천하지 마세요.'

'······예?'

'진심이야. 이거 개 쓰레기 직업이에요. 비서실장님.'


초혼사들이 각광받던 시절.

정작 전설급 초혼사들은 왕짜증을 냈다.


'영혼 666개 모으라는 건 알겠어. 오케이. 노가다에 걸맞는 보상을 주니까. 그런데! 왜! 보스몹의 영혼도 1개로 치는 건데!'

'음. 1=1 이라서 그렇겠죠?'

'그게 문제야! 보스의 영혼이 훨씬 무겁고 웅장한데, 똑같이 1개로 치는 건 이상하잖아! 재수탱이가 없어요 이 직업! 아오!'

'손해보는 건 아니잖아요.'

'손해보는 거죠! 내 기분 손해! 영손실이 심각하단 말이야-!'


비명을 질러대던 전설 초혼사들.

영웅이나 악당이나 반응이 똑같았다.

배가 불렀군. 불렀어.


"······라고 생각했으나, 직접 경험해보니 비효율의 극치로군. 정규군의 영혼은 크고 무거워. 1개의 영혼으로 퉁치려니 아쉽긴 해."


영손실이 심각해지는 중!

초혼사들의 딜레마를 자신도 겪게 될 줄이야. 그 순간, 무혼창조자의 능력이 개방되었다.


⎯⎯⎯「고유 능력 : 분할」⎯⎯⎯

무거운 영혼을 작게 나눌 수 있다.

⎯⎯⎯⎯⎯⎯⎯⎯⎯⎯⎯⎯⎯⎯⎯


시훈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시훈은 평생 스트림의 비밀과 정보를 수집해왔다.


개같이 일하며 구르던 일생. 그렇기에 나름 자부심도 있었다. 자신이야말로 스트림의 비밀을 전부 알고 있다는 자부심.


"-나는 우물 안 비서개구리였군."


자신이 모르는 특전과 비밀이 이렇게나 많다니. 즐거운 2회차 인생이 될 것만 같았다.


"영혼 분할은 다른 전설 초혼사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던 특징이야."


이유가 뭘까?

설마 생산직이라서···?


예를 들어, 대장장이들은 무거운 철괴를 쪼개 쓴다. 철괴는 <재료>에 불과하니까. 필요한 분량만큼만 아껴 쓰는 것이다.


무혼창조자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이들에게 영혼이란, 무혼을 위한 재료일 뿐.


무겁다면 나눠쓰고, 잘라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산직에 어울리는 시각과 사고방식이었다!


⎯⎯⎯「분할 발동」⎯⎯⎯

커다란 영혼 11개 → 일반 영혼 55개.

⎯⎯⎯⎯⎯⎯⎯⎯⎯⎯⎯⎯⎯⎯⎯


소대원들의 영혼은 두당 5개로 치환되었다. 이것은 그 어떤 전설 초혼사도 따라하지 못할 수확능력이었다.


"그렇다면···."


시훈은 저 멀리 군락을 바라보았다. 군락에는 보스가 존재할 터.


놈의 영혼은 얼마나 클까?

얼마나 잘게 분할될까?


* * *



글랜셔 보이즈의 군락 내부.

망루에 설치된 뿔피리가 크게 울었다. 글랜셔의 고블린들은 망루를 올려다보았다.


"긴급 명령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잖아! 적이 나타난 건가!"


곧이어 뿔피리를 연주한 고블린이 망루에 우뚝 섰다. 눈보라 때문에 형체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당연히 동족이겠지.


"끼엑-! 짜식들아-! 수색대로부터 첩보가 들어왔다! 귓구녕 열고 잘 들어라!"


망루 고블린이 외쳤다.

글랜셔 치고는 방정맞은 놈이었다. 우리 정규군에 저런 놈이 있었나? 마치 동굴 고블린처럼 말하는 놈이네.


"동쪽 너머에 용암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용암지대!
글랜셔 고블린들이 살기를 뿜어냈다. 이들에게 용암지대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끼에에엑! 그래! 그거다! 볼카닉 뽀이즈다-! 놈들이 우리에게 대적할 셈이다! 짜샤들아! 전부 연장 챙겨라!"


망루의 고블린은 심히 방정맞았으나, 글랜셔 뽀이즈는 그딴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볼카닉 보이즈를 쳐죽이자!"


"글랜셔의 힘을 보여주겠다!"


둥둥둥둥-!

글랜셔 보이즈 전군이 북을 두들기며 진격하였다.


<볼카닉 보이즈>는 용암 고블린들이 세운 제국으로, 글랜셔 보이즈와는 영혼의 라이벌이었다.


⎯⎯⎯「전장의 대격변!」⎯⎯⎯

글랜셔 보이즈가 볼카닉 보이즈에게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


잠시 후.

회답이 도착했다.


⎯⎯⎯「전장의 대격변」⎯⎯⎯

볼카닉 보이즈가 글랜셔 보이즈의 전면전을 받아들였다!


천율역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천율역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천율역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


용암과 빙하는 양립할 수 없는 법.

곧이어 군락은 텅텅 비어버렸다.


곧이어 시훈이 망루에서 뛰어내렸다. 방정맞은 망루 고블린의 정체는 시훈이었다.


"동굴 고블린 언어를 배워두길 잘했어. 배워두면 다 도움이 되는구나."


시훈은 고스톱 쳐서 비서실장 자리까지 오른 게 아녔다. 시훈의 일생은 자기개발의 연속이었고, 이세계 언어 습득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또한, 시훈은 스트림 경기의 기보를 수만 개씩 외워쏙, 덕분에 볼카닉 보이즈의 존재를 확신했다.


"빙하에만 몬스터가 나올리는 없고. 용암 지역도 수준을 맞추려면 볼카닉 보이즈일 가능성이 아주 높지."


간단한 추론.

20년간 모아온 빅데이터의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시훈은 속임수의 대스승을 두고 있었으니.


교활함의 대가!

천율의 회장!


"회장을 보필하며 배운 수작질이 제법 있지. 앞으로도 넉넉히 도움이 되겠어."


천율의 회장은 대립을 부추기고는 뒤에서 혼자 이득을 보는 인간이었다. 좋게 포장하면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사업가였던 것.


덕분에 시훈도 좋지 않은 쪽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어깨 너머로 배운 분탕질이 한두 개가 아니지. 어둠의 제왕학을 강제 수강했다고나 할까."


이어서, 전투병력을 쫓아낸 시훈은 '알짜 빼먹기'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천막마다 보라색 연기가 자욱했고.


"오오 글랜셔의 전사들이여-!"


그 속에서 고블린 주술사들이 주술을 행하고 있었다. 고블린 주술사들은 매우 귀한 존재들이기에, 이처럼 전투에 뛰어들지 않고 최후방에서 안전하게 버프를 건다.


이제는 안전하지 않지만 말이다.


"웬 원숭이가 있냐!? 호위병은 듣거라! 이 야생동물을 쳐죽여라!"

"네 호위는 볼카닉 뽀이즈 직관하러 갔다."


손도끼가 번뜩였다.

컥-!


시훈은 천막을 돌아다니며 주술사들을 해치웠다. 지금부터는 속전속결이 생명이었다.


⎯⎯⎯「분할 발동」⎯⎯⎯

매우 커다란 영혼 1개 → 일반 영혼 10개

⎯⎯⎯⎯⎯⎯⎯⎯⎯⎯⎯⎯⎯⎯⎯


주술사들은 과연 알짜배기였다.

전투능력이 없는데도 영혼을 10개나 뱉아냈으니까. 모든 주술사를 사냥했더니 딱 665개의 영혼이 모였다.


"하나만 더 모이면!"


무혼을 창조할 수 있다.

이제 남아있는 몬스터는 보스 뿐.


시훈은 지체없이 보스의 천막으로 뛰어들었다. 브론즈급 군락에서 등장할 보스는 챔피언. 혹은 대주술사.


"능히 상대할 수 있-."


그리고 시훈은 마주하게 되었다.

챔피언&대주술사를.


보스 두 마리가 동시에 등장하다니? 이런 패턴은 처음이었다. 이번 게임의 난이도는 '상'이 아니라 '최상'이었던 것이다.


챔피언이 천천히 일어났다.


"아. 새로운 암살자인가? 내가 대주술사의 호위로 남아있길 잘 했군."

"원숭이를 훈련시켜 암살자로 사용하다니! 볼카닉 놈들. 용암에 뇌가 흐물흐물해졌나!"


챔피언과 대주술사가 이죽댔다.

시훈은 이마를 쓸어넘겼다.


"그놈의 원숭이 타령···."


착각을 바로잡을 시간은 없었다.

일단 손도끼를 던지며 시작했다.


주인이 모욕을 받았기에, 손도끼는 당연히 S급의 흉기로 변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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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빙청화 섭취 NEW +1 5시간 전 104 7 13쪽
22 022. 캐러빈 상인들 +1 24.09.19 320 13 13쪽
21 021. 천율 스타디움 24.09.14 516 15 14쪽
20 020. 이클립스 24.09.12 523 16 14쪽
19 019. 원혼과 저주 +2 24.09.11 580 14 13쪽
18 018. 배신의 배신 +3 24.09.11 612 16 12쪽
17 017. 무혼 : 사막부츠? 24.09.10 664 18 14쪽
16 016. 별의 탄식 24.09.09 712 20 13쪽
15 015. 광화문 디펜스 24.09.08 817 24 13쪽
14 014. 저주받은 금화 +2 24.09.07 880 21 12쪽
13 013. 자폭중독자 +2 24.09.06 939 26 13쪽
12 012. 천재와 돌대가리 사이 어딘가 +1 24.09.05 1,041 24 13쪽
11 011. 신화상점 개방 +3 24.09.05 1,085 21 13쪽
10 010. 주술과 기원 +5 24.09.04 1,144 26 12쪽
9 009. 무혼 : 빙하장갑 +3 24.09.04 1,285 27 14쪽
» 008. 원숭이 무서운 줄 모르는군 +2 24.09.03 1,343 27 12쪽
7 007.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2 24.09.03 1,383 32 13쪽
6 006. 상속자 서찬일 +1 24.09.02 1,492 29 14쪽
5 005. 무혼창조자 +1 24.09.02 1,531 34 13쪽
4 004. 시력 99 +1 24.08.30 1,606 32 13쪽
3 003. 삼각헤드 +3 24.08.29 1,709 30 13쪽
2 002. 직업은 초혼사 +1 24.08.29 1,835 40 13쪽
1 001. 개판을 보여주지 +4 24.08.29 2,049 3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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