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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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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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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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아씨...ㅂ..


영화를 보면 왜 저럴까 싶은 장면들 있지 않나.


나는 위기와 마주친 주인공이 욕하는 장면. 그게 그렇게 작위적이라고 느껴졌었거든.


고개를 딱 들었는데 창문을 향해 돌진하는 비행 몬스터랑 눈이 마주친다든지, 문을 열었는데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쳐다본다든지.


그런 상황이면 도망부터 쳐야지. 욕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랬는데...


내가 틀렸네. 욕부터 나오는 거 맞네. 몰랐는데 고증이었나 봐.


*****


"현우야. 빠루."


그라인더의 모터소리, 망치가 정을 쪼는 소리, 온 사방이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름 현장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현우도 귀마개가 없다면 십 분도 못 버틸 정도. 덕분에 팀장이 뭘 찾는지 못 들었다. 팀장 성격에 못 들었다고 말하면 알려주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짬이 있지.


보자...


팀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몬스터 해체 작업, 앞에 놓여 있는 건 소를 닮은 육상형 몬스터, 가죽이 많이 질기고 몸통이 단단하다. 특히 가슴 부위는 유독 튼튼해서 헌터들도 저기는 피해서 공격한다고. 팀장 주변의 작업대에 공구가 뭐가 있나. 눈으로 훑어본다. 잠시 생각하던 현우는 빠루(쇠지렛대)를 집어 들었다. 혹시 몰라 손빠루(크로우바)와 네일풀러도 같이 챙겼다.


"여 쫌 벌리라."


현우를 본 팀장이 손에 들고 있던 그라인더를 내려 놓으며, 몬스터의 갈비뼈 사이의 홈을 손으로 가리킨다. 역시 빠루가 정답이었다.


홈에 빠루를 우겨 넣었다. 당겼다 밀었다를 반복하자 끝부분이 뼈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빠루 위에 올라타서 체중을 실어서 눌렀다. 빠루를 타고 근육 뜯어지는 느낌이 올라온다. 몇 차례 더 같은 일을 되풀이하자 엄지 손톱만하던 홈이 검지 손가락 길이 정도까지 벌어졌다.


"됐다. 꽉 잡아라."


우우-웡


뒤에서 지켜보던 팀장이 전기톱의 시동을 건다. 빠루에 몸을 붙인 다음, 옆으로 기울였다. 전기톱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가가가가각-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사포 같은 몬스터의 껍질이 갈려나간다.


가가각- 위이잉- 가가각- 위이잉


팀장은 노련하게 각도를 바꿔가며 전기톱을 뗐다 붙였다하면서 틈을 벌리고 서서히 속도를 높여간다. 현우는 그 모습이 꼭 방망이 깎는 노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물이 상하든 말든 대충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팀장은 허투루 일하는 법이 없었다. 입이 좀 거칠고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렇지. 잔정도 많고, 책임감도 있고, 아는 것도 많고. 현우가 살면서 본 어른 중에 가장 어른 같은 사람이었다. 진짜 어른.


“간다.”


팀장이 신호를 준다. 전기톱이 움직일 공간이 나온 모양이다. 현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빠루에 전기톱날이 닿기라도 하면 대형사고가 난다.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 나머지는 팀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전기톱이 기어를 올리면서 한층 요란해진 소음이 귀를 괴롭혔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튄다. 보안경우 순식간에 벌개졌다. 유난히 단단한 개체인 듯, 손이 얼얼할 정도다.


드드드드득-


툭-


위이잉-


전기톱이 몬스터를 뚫고 지나가면서 잠깐 헛돌았다. 힘이 과했던 모양이다. 작업대에 고정되지 않은 나머지 반쪽이 땅에 떨어졌다. 진득한 피와 액체들이 바닥을 타고 흐른다. 원래는 보호비닐 안쪽으로 떨어졌어야 하는데. 저러면 세척에 애를 먹는다.


불순물 제거 작업하는 여사님들이 항의하러 오시겠군. 몬스터가 너무 단단해서 생긴 일이지만, 그런 사정을 봐줄 여사님들이 아니다.


“아씨. 저게 왜 저리 튀냐.”


“아이고. 여사님들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반사적으로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자 팀장이 방호복을 벗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오. 팔 아프다. 담배나 하나 태우고 하자.”


“벌써요? 어쩐지 어제 너무 열심히 달리시더라.”


현우는 방호복 장갑을 벗고, 담배 하나를 팀장의 입에 물려 주었다.


“이제 나이를 생각하셔야지. 옛날 몸이 아니라니까요.”


“스읍-잔소리를 할라치면, 입에 뭐라도 하나 딱 물려주고, 존경하는 형님의 건강이 걱정돼서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시작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팀장님 입에 담배.”


현우가 불을 붙여주며 히죽거리자, 팀장이 장난스럽게 손을 치켜든다. 장난으로 때리는 손바닥을 한 대 툭 맞아주고, 마스크를 벗었다. 시원한 공기를 맡으니 기운이 생기는 것 같았다. 피비린내가 섞여서 역했지만, 이 순간은 늘 소중했다. 현우는 괴수 사체를 피해 작업대에 기대앉은 팀장 옆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


“현우야.”


“네.”


“공부는 잘 되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잘 해야 된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할 때 제대로 해야 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오이야. (그래)”


후우-


팀장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흐리게 퍼져 나갔다.

원래는 작업 현장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 몬스터들이 이런 종류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던가. 하지만, 이런 3D일을 하면서 담배도 못 피우는 건 너무 가혹하다. 여기에는 살아 있는 몬스터도 없고 오늘 게이트가 열린다는 알림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담배 냄새가 문제가 된다면 소음은 문제가 안 되나. 그런 논리로 다들 담배타임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가진다.


“참, 맞다. 너 형수가 저녁에 밥 먹자고 하더라.”


“오늘이요?”


“어.”


“오늘 무슨 날이에요?”


“오늘? 무슨 날이지.”


뭘 잊어버렸지?


“쌍둥이들 생일.”


“아..”


변명 같겠지만, 분명히 스마트폰 캘린더에 메모해 뒀다. 알람도 설정해뒀다. 뒀는데 정말 까맣게 잊어버렸다. 현우를 잘 따르는 쌍둥이들인데 선물 정도는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마치고 백화점 들려서 장난감 사다가 팀장님편에 보내야겠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남의 가족들 행사에 낄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다.


“현우야.”


“네?”


“내가 오라고 한 거 아니다. 너네 형수가 오라고 그런거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민망하지 않게 배려해 주는 게 느껴진다. 뭐라고 하더라. 속이 깊은 사람?


"네. 갈게요."


"어. 잊어버리지 말고. 아니다, 됐다. 마치고 나랑 사우나 갔다가 같이 가자."


"네."


더 이상 거절하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현우가 수락하자, 팀장은 조금 민망했는지 딴청을 부렸다.


"아이, 김 주임님. 그러면 안 된다니까. 빼다 상해."


그러다 피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김 주임 일에 참견하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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