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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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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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24,752

작성
24.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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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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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

DUMMY

부웅 -


퍽!


등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오크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쓰레기통을 도끼로 후려쳤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퍼졌다. 도끼에 담긴 힘은 쓰레기통을 뜯어내듯 반으로 갈라놓았다.


후두둑-


쓰레기통 속의 내용물들이 오크의 얼굴 위로 뿌려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폐기물들, 몬스터의 내장, 그 속에서 나온 똥, 오줌, 비늘 찌꺼기 같은 것들 말이다.


"크어엉-"


오크가 괴로운 비명을 지른다. 눈을 감싸는 걸로 봐서는 폐기물이 눈에 들어간 모양이다.

주의라도 끌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얻어 걸렸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오크를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 망상을 하지는 않았다. 팀장님이 도망치는 걸 보고 나도 빨리 도망을 쳐야 하는데... 팀장님은 여전히 쓰러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빨리 안 일어나고 뭐 하는 거야.


오크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지금 도망쳐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팀장에게 뛰어갔다.


"팀장님. 팀장님!"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다. 눈이 흰자만 보이는 게 깨어나기는 그른 것 같다. 다행히 숨은 쉬는 것 같은데, 이것도 자신이 없다. 설마 죽은건 아니겠지. 나중에 확인하고, 우선..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자.

시멘트 포대를 걸치듯 팀장을 어깨에 얹었다. 나름 노가다 좀 해 봤다고 어깨에 물건 얹는 요령이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씩 볼륨이 낮아지고 있는 오크의 고함소리가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뛴다. 한 쪽 손으로 팀장이 떨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뛴다. 하지만, 마음처럼 속도가 안 나온다. 빠른 걸음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몇 발 가지도 못 했는데, 벌써 숨이 턱턱 차오른다. 속으로 쌍욕이 나오지만 발을 멈출 수는 없다.


"아이...씨!!!"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둘 다 죽는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팀장을 버리고 도망가든 숨든.

그런 현우의 눈에 좀 전에 빵과 커피를 꺼내온 창고가 보였다.


저기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모서리에서 안으로 살짝 들어간 구조덕분에,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에 숨자.

창고 문을 연 현우는 안타까움에 고함을 지를 뻔 했다.

창고는 두 사람이 숨을 수 있을만큼 공간이 없었다. 아니. 이걸 왜 잊어버렸지. 좀 전에 다녀와 놓고.

원래 창고는 꽤 넓은 공간이었다. 사람 몇은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지금 그 공간을 메우고 있는 건 접이식 침대였다. 몇 일 전에 사장이 야근하는데 허리가 아프면 안 된다고 접이식 침대 다섯 개를 사왔다. 둘 곳이 없어서 창고 안에 구겨 넣어둔 것이데, 이. 사장 멍멍이새끼.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다. 팀장을 창고 안 쪽으로 던지듯 밀어넣었다. 팀장의 몸이 침대 사이로 구겨지듯 말려들어간다. 침대를 옆으로 돌렸다. 자세히 보면 보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 했다. 둘 중 한 명은 살겠지.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른 곳을 찾아 보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건 알겠다. 좀 전까지 고래고래 지르던 비명 소리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짜증 섞인 울음소리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으헝헝-!"


뛴다. 반대 방향으로 뛴다. 제발 이 쪽으로 보지 마라.

현우의 바램이 무색하게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오크가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녹색 피부가 보인다.


벌써 저렇게 쫓아왔다고? 그냥 숨어 있을 걸. 차라리 그냥 숨어있을 걸.


퍽!


"컥."


등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몸이 공중으로 뜬다. 트럭 같은 것에 치인 느낌이다.


우당탕-


어깨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날아간 관성에 두어 바퀴를 바닥에 굴렀다.


"컥. 컥."


숨이 잘 안 쉬어진다. 도망가야 하는데.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데 녹색의 발이 보인다. 신발도 신지 않은 발. 두꺼운 피부에 오물이 묻어 지저분하고, 사이에 때가 끼어 있는 발. 그 발이 도망가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씨..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거지같다. 나도 행복하고 싶은데. 아니 나도 이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겨우 밝은 곳으로 나왔는데.


씨...


오크가 현우의 앞에 섰다.

누군가 있다면 제발

제발

태양을 등지고 있어 오크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지만, 삐뚜름한 송곳니가 오크의 표정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도끼가 하늘로 올라간다.

제발

현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퍽-!


쏟아지는 액체에 현우는 감았던 눈을 떴다. 뜨거운 액체. 피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웠다.

머리를 들어 오크를 올려다 보았다.

흔들거리는 오크의 몸, 그리고 코 위로 없어진 머리.

이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오크의 몸이 현우 위로 쓰러진다.


"어어."


털썩.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다리가 깔렸다.


"악!"


더럽게 무겁다. 오크를 옆으로 밀쳐내고 다리를 빼 냈다.

그 사이 오크의 피가 바닥으로 번져 작은 웅덩이를 이룬다. 미끄러워진 바닥 덕분에 균형 잡기가 어려웠다.

어그적거리며 일어나는데 하늘이 핑 돈다. 왼쪽 가슴이 불에 타는 듯 하다.

가슴을 보니 ...피다. 오크의 피인가 싶었는데 안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이게. 뭐지?


오늘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오크가 왜 있지?

팀장님은 무사하실까?

땅이 왜 일어서는 거지?


풀썩.


현우의 몸이 오크의 시체 위로 쓰러졌다.


"끄루룩-"


현우의 입에서 공기 새는 소리가 났다. 폐속에 머물고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였다.

심장이 뛰지 않는다. 심장이 있어야 할 공간이 비어있기 때문이었다.

현우의 세상이 꺼졌다.


새카맣게.


***


현우와 오크가 포개져 있던 공장의 한 쪽 벽면의 틈에서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모습을 빠짐없이 담고 있던 CCTV화면이 노이즈가 낀 것처럼 지직거린다. 나중에 누군가 영상을 본다면, CCTV의 브랜드를 확인하고. 역시 중국산이었구나 할 지도 모른다. 멀쩡하던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제조국을 원망하는 게 국룰 아닌가.


파직-


스파크가 튄다.

일렁이던 그림자가 위 아래로 움직였다.

두꺼운 비닐 랩 안에 얼굴을 밀어넣고, 랩을 뚫으려면, 머리를 앞으로로 뒤로 움직여야 한다. 공간이 비닐 랩처럼 늘어난다.

그 때 마다 사방으로 작은 스파크가 일렁거린다.


지지직-


그러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랩이 뜯어졌다.

공간이 뜯어졌다.


돌발 게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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