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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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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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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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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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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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팀장의 뒤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현우의 눈에 유리구슬이 보였다. 바닥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상아색의 반투명한 구슬.


누가 밟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귀찮아도 이런 건 보자마자 치워야 한다. 현우는 구슬을 집어 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구슬이 아닌 것 같다. 뭐지? 몬스터 담석인가?


구슬에 묻은 피를 문질러 닦았다. 담석도 아닌 것 같다. 재질부터 다르다. 유리도 아닌데 유리처럼 매끄럽고 반짝거린다. 햇빛에 비춰보니, 구슬 안의 내용물들이 천천히 회전하는 게 보인다. 내부가 액체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무늬가 착시를 일으키는 건가.


주머니에 구슬을 넣었다. 딱히 쓸모는 없지만, 예쁘기도 했고 쓰레기통까지 가기도 귀찮았으니까.


팀장님은 여전히 김주임과 실랑이 중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김주임 아저씨가 또 몰래 술을 먹고 온 모양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저러네. 왜 저러나 몰라. 분위기를 보아하니 빨리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말려야지. 어쩌겠어.


창고에 들어가서 간식들을 챙겨 나왔다. 조금 이른 간식 시간을 갖자고 하지 뭐. 둥근달 빵, 렛잇비 커피 이거 두 개면 내 삼전 주식이 8.3에 물려 있어도 웃을 수 있다.


“간식 드시고···하아? 어?”


이질적이다.


작업 도구를 팽개치고 도망가는 사람들. 각종 공구들의 소음 대신 들리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 그리고, 저건···


가죽 갑옷을 입고 손에는 큰 도끼를 들었다. 갑옷 밖으로 드러난 녹색 피부에는 정체 모를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모히칸 스타일로 짧게 자른 주황색 머리에 들창코. 입 밖으로 튀어나온 이빨···


그래. 저건..


“오크다!!!”


“도망가!!”


누군가 소리쳤다. 그래, 오크다.


몬스터 사체 처리업체에서 일한다고 말을 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얼마 벌어요? 그 다음이 몬스터 자주 봐서 익숙하겠다. 익숙하다 익숙한데, 그게 몬스터 사체에 익숙한거지 몬스터에 익숙한게 아니다. 직접 보니 알겠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 옆에서 들린다. 손발이 저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도망가야 하는데,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여라. 움직여.


“씨···”


“이런..씨..ㅂ”


불쑥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몸이 움직여졌다. 굳어있던 몸에 피가 돈다. 심장은 여전히 귀 옆에서 뛰고 있었지만, 다리가 움직인다.


어떻게 하지. 생각할게 뭐가 있어 도망가자. 도망가면 헌터들이 출동하겠지. 도망···


어?


작업대에 옷이 끼여서 못 움직이는 김주임 아저씨가 보인다. 옷을 벗든 자르든 침착하게 하고 도망치면 되는데 버둥거리고만 있다. 술 좀 작작 쳐먹으라니까.


“아저씨, 옆에 가위! 가위!”


그제서야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이다. 김주임이 가위를 집어서 옷을··· 허둥대다가 가위를 떨어뜨린다. 가위는 타이밍 좋게 작업대 아래로 숨어 버린다.


마침, 오크도 김주임 아저씨를 발견한 모양이다. 입가가 뒤틀린다. 저런 얼굴 본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동네에 좀 모자란 형이 하나 있었는데, 그 형을 괴롭히던 동네 양아치들이 저런 얼굴이었다. 괴롭히기 좋은 장난감을 발견한 얼굴. 죄의식 없는 순수한 악의.


“옷을 벗어. 그냥 옷을 벗으라고!”


한가하게 작업대 아래를 뒤적거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나. 그 말을 들은 김주임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에서 탈출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방호복에서 어깨를 빼, 아이씨···왜 하필 셔츠를 쳐 입고 와서···


그 동안에도 오크는 김주임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이런 씨···”


됐다!


김주임이 자신을 붙잡고 있던 옷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오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현우는 몇 초 후에 일어날 일을 예감했다. 너무 늦었다.


입으로 떠들 시간에 달려가 그의 옷을 벗겼으면, 그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주임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쓸 만큼 의리도 이득도 없어서가 아닐까. 나는 왜 그런 용기가 없을까.


“아···.”


오크의 도끼가 위로 들린다. 히죽- 오크의 입가에 진한 즐거움이 걸리고.


퍽!


오크의 뒤통수에 빠루가 내리 꽂혔다. 팀장이었다. 뒤쪽에서 기회를 보다가 김주임이 위험해지니까 달려든 것이다.


오크의 머리가 앞으로 꺾였다. 사람이었으면 최소 중상이었겠지만, 오크는 몬스터였다.


사람들이 꾸준히 좋아하는 컨텐츠. 악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코끼리가 짱인건 알겠는데. 하마랑 사자는 어때? 몬스터가 나타나고 그런 종류의 호기심은 더 커졌다. 몬스터가 무서운 건 알겠는데 어느 정도지?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몇 몇 몬스터를 포획해서 싸움을 붙이는 걸 보여줬다. 인상 깊었던 게 오크는 맨손으로 북극곰이랑 싸워서 이기더라. 한 쪽 팔이 부러지긴 했지만. 낮은 등급이라도 몬스터는 사람을 찢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퍽!


오크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팀장이 달려들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쿠당탕. 털썩.


설마 죽은건가. 아니다. 꿈틀거리는 걸 보니 살아는 있는 것 같다.


“크어엉!!”


오크의 관심이 자신을 공격한 존재에게 쏠렸다. 적을 만나면 자신이 더 크고 강하다는 것을 표시하는 습성대로 팀장을 향해 함성을 터트렸다. 허리를 세워 몸집을 크게 보여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했다. 이 오크는 팀장을 자신에게 도전하는 도전자로 인식한 듯 했다. 팀장은 정신을 잃어서 모르고 있겠지만.


오크가 팀장을 향해 분노하는 동안 김주임이 잽싸게 도망쳤다. 진작에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이제야 술이 깬 건가. 걸리적거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기적이라고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씨···


뭐라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속에서 조바심이 올라온다. 팀장을 구해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봤다. 무기 같은 건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그저 주의를 돌릴 만한 것. 움직임을 방해할만한 것.


저거다.


현우의 눈에 하늘색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몬스터의 내장이나 각종 폐기물을 담아두는 큰 대야였다. 플라스틱 통을 들고 오크를 향해 달렸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발걸음소리야 나겠지만, 최대한 주의를 끌지 않아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크는 여전히 도전자에게 집중하고 있었고, 현우는 플라스틱 통을 오크에게 던질 수 있었다.


텅-! 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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