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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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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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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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

DUMMY

삐이익-삑삑삑-


타다다닥-


초인종이 울리자 안에서 경쾌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질문과 동시에 문이 열린다. 저기. 너희들 신원 확인은 문을 열기 전에 해야 하는 거 아니니..

통통한 볼살이 문틈으로 마중 나온다. 동그랗고 새카만 두 쌍의 눈동자가 현우를 쳐다본다.


“아, 삼촌이다.”

“삼초-온!”

“다미, 소미, 잘 있었어?”

“엄마-삼촌 왔어.”

“엄마-아!”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엄마에게 뛰어가는 쌍둥이들이다.


“왔어요?”

“네. 형수님 잘 계셨어요?”

“어. 왔나.”


쌍둥이들의 뒤를 따라 들어가니 팀장님 부부가 반겨준다. 퇴원 축하 겸 쌍둥이들 생일 파티 (몇 일 지나긴 했지만)자리다.


“형수님, 이거.”

“그냥 오지. 뭘 이런걸 사왔어요.”


두 손 무겁게 들고 간 선물을 내밀었다. 마트에서 산 와인이랑 쌍둥이들 생일 선물이었다. 뭘 살지 고민하다가, 와인이 심장 건강에 좋다고 한 잔씩 나눠 마신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뭘 이렇게 좋은 걸 샀어. 이거 또, 사준 성의가 있는데 안 마실 수도 없고.”

“술 안 된다니까.”


와인 라벨을 보는 팀장님의 얼굴에 웃음이 떠 오른다. 형수님한테 옆구리를 찔리고, 와인을 조용히 싱크대에 수납했다.


“삼촌- 감사합니다.”


생일 선물 포장을 뜯어본 쌍둥이는 그 길로 뛰어와서 자발적인 배꼽인사를 했다. 쌍둥이들한테 이런 공경을 다 받고 역시 사랑의 시진핑 아니, 시추-핑이 최고다. (실제로 이런 이름의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없습니다.)


“엄마. 엄마. 시추-핑!”


쌍둥이들의 반응을 보니 미소가 광대까지 올라온다. 나도 저런 딸 낳고 싶다.


“밥 먹자. 밥. 오랜만에 너네 형수가 솜씨 발휘 좀 했다.”


식사는 맛있었다. 쌍둥이들의 환대는 따뜻했으며, 팀장님 부부의 배려는 감사했다. 내가 늘 갖고 싶어했던 가족이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형수님의 강권에 못 이겨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덕분에 팀장님은 맥주 두 캔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요즘 건강 문제로 자발적으로 금주하고 있다고 했다. 자발적 금주라고 하셨는데, 왜 형수님의 허락을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치익-


“쨘 하자.”


쌍둥이들이 자러 간 시간, 팀장님과 나는 맥주와 마른 안주 몇 개를 놓고 베란다에 앉았다. 조용히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아. 좋다. 맥주는 이 첫 모금이 정말 맛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거 맛있네요. 어디 꺼 예요?”

“몰라. 너 온 다고 형수가 사다 놨다.”

“체코꺼네요. 체코도 맥주 잘 만드나 봐요. 맛있네.”

“냉장고에 더 있어. 먹고 더 먹어.”


툭-, 팀장님의 손에 들려진 맥주캔에 대고, 다시 가벼운 건배. 다시 한 모금을 들이키자 마음이 조금 풀어진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술이라면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이렇게 마시는 술은 좋은 것 같다.


“회사는 요즘 어때요?”

“똑같지. 뭐. 몬스터 들어오고, 썰고, 자르고, 씻어서 납품하고.”


회사는 이번 주까지 쉬겠다고 말했다. 의사가 쉬어야 된다고 했는데, 연차에서 까겠단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더라.


“현우야.”

“네. 팀장님.”

“나 독립하려고.”


갑작스러운 얘기에 팀장님 얼굴을 쳐다보니, 씁쓸한 웃음이 걸려있다.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고, 원래 내년 정도 보고, 준비 중이었는데 좀 당기게.”

“왜 갑자기.”

“우리 회사가 작아도, 그래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각자 도리는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사장하는 거 보니 정 떨어져서.”

“아..”


퇴원 인사하려고 상우 주임이랑 통화하다가 전해 들었다. 산재 처리 문제로 사장이랑 팀장이랑 그렇게 싸웠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회사 그만두니 마니 했는데 어떻게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팀장이 무슨 신고 안 하는 조건으로 들어줬다는 것 같다.


“입장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건 아니지.”

“네. 저 산재 처리 해 주는 것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저 때문에 손해 보신 거 아니예요?”


조심스럽게 말을 떼자, 팀장이 고개를 젓는다.


“그거 원래 못 받는 거였는데 뭐. 너 산재 처리 해 주는 조건이면 손해는 아니야.”

“그래도, 감사합니다.”

“됐다. 당연히 해 줘야 하는 일로 너무 그러지 마라.”


그 당연히 해 줘야 하는 일을 안 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참, 너 각성했다면서.”

“아직은 아니고 진행 중이래요.”

“그래? 한 번에 딱 되는 그런 게 아닌가 보네. 어쨌든 각성 축하한다. 그런 의미에서 쨘-”

“감사합니다.”


툭- 가벼운 건배, 맥주 한 모금. 오늘은 맥주가 맛있네.


“현우 너.”

“네?”

“각성했으니까, 너도 이거 그만두고 공무원해 보는 게 어떠냐?”

“공무원이요?”


회사야 어차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공무원 제의는 좀 얼떨떨했다.


“너 각성했다는 얘기 듣고 내가 좀 찾아봤거든. 각성자 특별 전형이라고 알고 있냐?”

“들어보기만 한 것 같은데요?”

“나라에서 각성자들만 모아서 시험보고, 합격한 사람을 뽑아. 그런 다음에, 각 기관에 나눠 주는 거야.”

“그게 다른 공무원 시험이랑 뭐가 다른 거예요?”

“국가직, 지방직, 그런 거 구분이 없어. 그냥 한 번에 뽑아서 인원을 분배해 주는 거야. 정부 부서에서 일 할 수도 있고, 공기업에 배치 받을 수도 있어. 대신 급여는 어디에서 일하든 똑같이 받고.”


급여? 생각 못 했는데 솔깃하다. 많이 주려나. 공무원이면 복지, 이런것도 괜찮지 않나.


“시험이 어렵지 않을까요?”

“엄청 쉽데. 등급 높은 각성자들이 자꾸 일반 회사들로 빠져나가니까. 돈을 많이 주지는 못 하니까. 들어오는 허들을 낮추는 거지. 1차 필기 시험이 국어랑 일반상식 2개만 보는데, 과락만 면하면 된단다.”


1차 필기, 2차 면접, 3차 신체검사로 이어지는 시험은 아예 지능이 모자란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합격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물론, 등급이 C이상은 된다는 가정하에. D등급은 별도의 TO가 따로 있다고 했다. F등급은 특별한 개성을 개화하지 못 한 이상 일반인이랑 다를 바가 없으니 제외.

아직 내 등급이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솔깃한 이야기다. 급여만 괜찮다면 말이다.


“아, 그리고 너 아직 군대 안 갔지?”

“네. 아직이죠.”

“각성자는 합격하면 면제, 2년 근무하면 만기 전역한 걸로 인정해 준단다. 대신 계급은 상병, 병장 전역 아니고.”

“아. 팀장님. 그것부터 말씀하셨어야죠.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공무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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